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2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7화
“먹힌다고?”
“어떤 포션이에요?”
딕과 카미바레즈도 관심을 가지고 다가왔다. 시몬이 펼친 페이지에는 일시적으로 힘줄 기능을 마비시키고 근육을 수축시키는 효력의 포션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네르비에. 라고 부르는가 봐.”
메이린이 포션 이름에 동그라미 표시를 북북 했다.
“증상을 보면 근력을 약화시키는 신경마비독인데, 3급 몬스터 이상의 소형, 중형 몬스터까지 고루 통한다고 적혀 있어. 막 극적인 효과까진 아니더라도 사이클롭스의 움직임을 더디게 하는 정도는 될 거야.”
“적용 방법은?”
“마시게 하거나 상처부위에 사용. 상처를 낸 다음에 포션이 든 유리병을 던지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모두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클롭스를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든 준비해 두는 게 좋았다.
“마법솥은 실습실을 예약하면 돼. 문제는 재료인데…….”
교과서의 재료 목록을 살피던 메이린이 엄지를 살짝 깨물었다.
“기본 재료들은 키젠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까다로운 건 레하크 버섯, 블러드 슬라임, 비단덩굴이야.”
“어디 보자.”
딕이 눈으로 재료들을 쭉 훑어보았다.
“로체스트에 내려가서 발품을 팔면 어떻게든 구할 수 있겠는데.”
“어, 진짜?”
모두의 눈이 커졌다. 딕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친김에 확 해버리자. 좀 이따 수업 끝나면 로체스트에 내려갔다 올게.”
재료 리스트를 살피던 시몬이 손가락으로 한 품목을 짚었다.
“이거, 레하크 버섯은 키젠에서 본 적 있어.”
“응? 어디에?”
“금지된 숲.”
피어를 찾으러 숲에 들어갔을 때 이 버섯을 본 적이 있었다. 금지된 숲 초입부의 큰 오크나무 아래에 잔뜩 자라나 있었다.
메이린과 카미바레즈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너 지금 금지된 숲에 가려는 거야?”
“얼마 안 걸려. 딕도 징계를 각오하고 로체스트에 나가는 건데 나도 이 정도는 해야지. 날도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채취해 올게.”
“으으음.”
메이린의 미간이 좁아졌다.
“거기 몬스터도 나오지 않아? 로체스트는 몰라도 금지된 숲은 너무 위험해.”
“그럼 저도 같이 따라갈게요!”
카미바레즈가 손을 번쩍 들었다. 시몬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너무 위험해. 학칙을 어기는 일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더더욱 혼자선 안 돼요! 시몬만 숲에 들어가게 둘 순 없어요!”
카미바레즈가 꽤 완강하게 나왔다.
시몬은 침음을 삼키며 고민했지만, 조별활동에서 조원이 따라가겠다는 명분 앞에서는 마땅한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빠져나오자.”
“네!”
“오케이, 그럼 로체스트에선 블러드 슬라임과 비단덩굴만 구하면 되는 거지? 레하크 버섯이 제일 까다로웠는데 나도 시간 좀 벌겠다.”
“난 기본 재료 챙겨서 실습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때 마침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쳤다. 맹독학 조교 프란체스카가 선언했다.
“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이 우르르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할 일이 생긴 7조도 바쁘게 움직였다. 딕은 로체스트로, 메이린은 실습실로, 시몬과 카미바레즈는 금지된 숲으로.
그리고 모두가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도중, 기척을 없애고 숨죽인 채 가만히 책상에 엎드려 있던 한 학생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누군가를 향해 걸어갔다.
“안녕, 헥토르.”
조용히 짐을 챙기고 있던 헥토르가 고개를 들었다.
“괜찮은 정보가 들어왔는데 들어볼래?”
* * *
“정문으로 나가면 위험해. 날 따라와.”
딕은 시몬과 카미바레즈를 데리고 키젠의 외곽지역에 있는 마구간으로 향했다.
“캐빈! 있어요?”
딕이 마구간 문을 두들겼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햇빛에 얼굴이 그을린 중년 남성이 고개를 내밀었다.
“오, 딕! 오늘도 나가려고?”
“네, 그렇게 됐어요. 오늘은 이 친구들도 함께요.”
딕이 손가락을 튕겨 동전을 날렸다. 케빈이 활짝 웃으며 익숙한 동작으로 동전을 캐치했다.
“따라오시죠 고객님들!”
키젠에 웬 마구간인가 했는데, 말뿐만 아니라 커다란 해골마들까지 키우고 있었다.
콧김을 뿜으며 돌아다니던 해골마가 이쪽을 응시하자, 카미바레즈는 깜짝 놀라며 시몬의 뒤로 숨었다.
“바로 여깁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케빈이 안내해 준 곳은 마구간의 구석이었다. 그냥 평범하게 짚으로 덮인 공간인데 이 자리만큼은 말들이 없었다.
“내가 먼저 갈게!”
딕이 벽을 향해 걸어갔다. 갑자기 짚으로 덮인 바닥이 푹 꺼지며 딕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 뭐야? 딕?”
바닥 아래에서 ‘여기야!’ 하는 소리가 났다.
시몬과 카미바레즈도 시선을 마주하고는 딕이 갔던 그 자리로 걸어갔다.
이내 바닥 밑이 훅 꺼지며 두 사람도 땅굴 아래로 떨어졌다.
딕이 두 팔을 벌리고 웃었다.
“학교 밖으로 나가는 비밀루트에 온 걸 환영해!”
시몬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후후, 아는 사람만 아는 루트지.”
케빈이 다시 짚으로 천장의 구멍을 덮는 모습이 보였다.
“자, 밤이 더 늦기 전에 서두르자.”
“네!”
“응.”
딕, 카미바레즈, 시몬의 순으로 땅굴을 걸어갔다. 선두의 딕은 아공간에서 랜턴을 꺼내 어둠을 밝히며 익숙한 듯 안내했다.
“고개 조심해!”
처음에는 조금 허리만 숙이면 걸을 수 있었지만, 갈수록 통로가 좁아져 갔다. 이내 바닥에 엎드려서 무릎으로 기어가야 하는 구간까지 나왔다.
“……카미.”
“네!”
“자, 자리 바꿀래?”
“왜요?”
앞서가고 있는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급히 고개를 돌린 시몬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냐.”
“??”
앞을 보면 다소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에, 시몬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무슨 상황인지 눈치챈 딕이 낄낄 웃었지만, 카미바레즈는 끝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딕이 몸을 일으키며 천장을 툭툭 두들기자 땅이 뚜껑처럼 흔들리며 열렸다.
능숙하게 밖으로 올라온 그가 뒤따르는 카미바레즈와 시몬의 손을 붙잡고 끌어주었다.
“와, 진짜 밖으로 나왔네.”
저 멀리 키젠의 성벽이 보였다. 딕이 다시 뚜껑을 덮고 티 나지 않도록 근처의 흙으로 주위를 덮었다.
“그럼 여기서 헤어지자. 난 이제 로체스트에 가볼게.”
“알았어.”
“조심하세요 딕!”
딕이 로체스트로 향했고, 시몬과 카미바레즈는 금지된 숲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숲의 밤은 빠르게 찾아왔다.
보름달이 크게 뜬 밤, 나뭇잎 사이로 어둠이 가라앉으며 풀벌레와 부엉이 소리가 들려왔다. 꽤 음산한 분위기여서 시몬은 카미바레즈가 겁을 먹을까 봐 걱정했지만.
‘……왜 좋아하는 눈치지?’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자유롭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쪼그려 앉아서 들판에 핀 꽃을 흔들어 보거나, 킁킁 흙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키젠에 있을 때보다 더 밝고 활달해진 분위기였다.
“밤 산책은 정말 즐거워요!”
시몬은 뒤늦게 그녀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밤을 좋아하나 봐?”
“네!”
뒷짐을 진 채 돌아본 그녀가 생긋 웃었다.
“밤은 포근하잖아요.”
‘……그런가?’
딱히 공감은 안 됐지만 종족적 성향일 수도 있으니 존중해 주기로 했다.
카미바레즈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재잘재잘 말을 걸어왔다.
“인사가 조금 늦었지만, 저번 마투학 수업 때 도와주셔서 고마웠어요.”
“아, 하마 등에 올라탈 때?”
“네! 도저히 혼자선 못 올라가겠더라고요. 난감해서 주위를 둘러보니까…… 다들 딴 척하면서 고개를 돌려 버렸어요. 경쟁수업이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 시몬만이 흔쾌히 손을 내밀어줬죠.”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그녀가 눈에 힘을 주며 시몬을 보았다.
“그 당연한 걸 실천하는 게 대단한 거라고요!”
“……그, 그런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레스힐의 험난한 산맥을 하루에도 몇 번씩 뛰어다니던 시몬에게 이런 숲길은 익숙했다. 한번 간 길은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다.
“저거야.”
시몬이 손을 뻗었다. 오크나무 아래에 잔뜩 자라난 버섯들이 보였다.
“아, 정말 레하크 버섯이네요! 엄청 많아요!”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겠으니까 전부 따가자.”
“네!”
시몬이 빈 상자를 꺼냈고, 두 사람은 버섯을 따서 차곡차곡 상자에 담았다.
일을 시작한 지 몇 분 안 돼 상자가 다 찼다. 시몬은 뚜껑을 닫고 안전하게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요.”
“그러게.”
딕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두 사람은 먼저 키젠에 돌아가 메이린과 합류하기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아! 그러고 보니 시몬은 무슨 이유로 키젠에 온 거예요?”
“음.”
시몬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일단 계기는 부모님이 보내셔서 온 거였어.”
“아, 보통은 그렇죠.”
“그렇게 학교에 다니다 보니까, 조금씩 내 개인적인 의식과 목표도 생기더라고.”
학교에서 소환학을 접하게 됐고, 처음으로 네크로맨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됐고, 아버지의 언데드인 군단과 계약하게 됐다. 친한 친구들도 생겼다.
“그럼 카미, 너는…….”
그때 시몬의 말이 멈췄다. 팔을 뻗어서 나란히 걷던 카미바레즈도 멈추게 했다.
“왜 그래요?”
“숨어!”
시몬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나무 뒤로 이끌었다.
저 멀리서 랜턴의 불빛이 숲의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동시에 분주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
카미바레즈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렸다.
“키젠의 파수꾼들이에요……!”
“파수꾼?”
“네, 키젠 주위의 겨, 경비를 맡은 사람들요! 숲을 관리하기도 하고 몬스터를 사냥해서 개체 수를 줄여나가는 역할을 맡아요. 저 사람들한테 잡히면……!”
그녀가 침을 꼴깍 삼켰다.
“아무리 학생 보호기간이라도…… 무사히 넘어가지는 못할 거예요.”
컹! 컹!
심지어 사냥개들도 보인다. 바닥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빛이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등 뒤에 활을 멘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시몬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상한데.’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 금지된 숲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대적인 파수꾼들의 수색이 시작되다니.
게다가 딕은 경비들의 일정을 모두 꿰차고 있었고, 일정이 비어 있는 시간만을 이용한다고 했다.
즉, 이건 정규적인 수색이 아니라 돌발적인 움직임이었다.
‘뭐, 그런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은 여기서 빠져나가는 데 집중해야 했다.
시몬이 고개를 돌리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카미바레즈가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빠른 어조로 ‘어쩌죠’만 반복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카미. 날 봐.”
시몬의 그녀의 양어깨를 강하게 붙잡고는 몸을 돌리게 했다. 잔뜩 겁먹은 그녀의 눈동자가 보였다.
“우린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어. 나만 믿고 따라와. 계속 내 등만 보고 뛰는 거야. 할 수 있지?”
그녀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시몬은 그녀를 놓아주고는 교복에 매달아둔 해골 모양 배지를 툭툭 두들겼다.
‘피어. 응답하세요.’
잠시 후, 해골의 눈구덩이에 푸른 불빛이 일어났다.
[음? 날 불렀나 소년!]‘상황이 조금 꼬여서요.’
무수히 다가오는 랜턴의 불빛을 응시하던 시몬이 결연한 표정으로 피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군단이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