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27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70화
꾸르르르륵!
하얀 물거품이 바다를 가득 메웠다.
매끈한 뼈로 이루어진 고래 언데드가 꼬리지느러미를 유려하게 흔들며 헤엄치고 있었다.
바로 그 뒤를, 어마어마하게 큰 초대형 몬스터 괴공이 바짝 쫓고 있었다.
‘저 덩치로 이렇게까지 빠르게 헤엄칠 수 있다니!’
[소년! 뒤에서 한 발 더 온다!]눈동자를 굴려 뒤쪽을 확인한 시몬이 즉시 고개를 숙이자, 괴공의 브레스가 아슬아슬하게 그 위로 지나갔다. 마치 푸른 섬광이 바다를 반으로 찢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아.’
그 순간.
시몬은 깨달았다.
‘브레스가 날아오는 속도가 느려졌어.’
물론 브레스의 속도가 느려진 게 아니라, 날아오는 브레스를 보는 시몬이 그렇게 느낀 거였다. 몇 번이고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 신경이 바짝 곤두서고, 극도의 집중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세상이,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오랜만인데.’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시몬은 데이모스를 컨트롤 해서 머리를 돌리게 했다. 꽁지 빠지게 도망치던 데이모스가 방향을 바꾸자 괴공도 놀란 듯 속도를 늦췄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시몬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제대로 한번 붙어볼까.’
데이모스가 입을 쩍 벌리자 그 안에서 마력구체가 바닷물과 함께 휘몰아치고 있었다.
‘해류포!’
굉음과 함께 쏘아져 나간 데이모스의 해류포가 괴공의 안면 한 부분에 부딪혀 폭발했다. 괴공이 괴로운 음성을 흘리며 몸을 비틀더니, 더욱 분노하며 달려들었다.
시몬도 물러서지 않고 데이모스를 돌진시키며, 정제된 칠흑을 흘려보냈다.
칠흑이 데이모스의 뼈대를 타고 흐르다가 가슴지느러미 뼈에 집중됐다. 지느러미 끝을 날카로운 검처럼 벼린 것이다.
‘지금!’
괴공과 데이모스가 충돌하기 직전, 데이모스가 급강하하며 괴공의 복부 쪽으로 내려오더니, 보검처럼 날카로운 지느러미를 뻗어 배를 찔렀다.
그 상태에서.
촤아아아아아악!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괴공의 배에 긴 선이 생기며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그그그그그그!
괴공이 고통에 몸부림치자 시몬과 데이모스는 얼른 옆으로 빠져나왔다.
시몬이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워낙 덩치가 커서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 힘들어!’
데이모스가 물줄기를 가르며 잽싸게 헤엄쳤다. 놓칠세라 괴공이 거대한 몸을 이끌고 따라왔다.
데이모스가 도망치면서 뒤쪽으로 짧은 해류포를 날려 보냈다.
발사될 때마다 입가의 주위가 번쩍번쩍 점멸하며, 검은색 물보라가 날아갔지만 괴공은 그 공격을 모두 몸으로 받아내며 돌진했다.
이내 괴공도 입을 쩍 벌렸다.
‘아래로!’
데이모스가 급하강하고 바로 위에 거대한 브레스가 지나가 바다에 구멍을 냈다. 저걸 맞으면 방호슈트고 뭐고 골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아찔했다.
‘이젠 진짜 그 방법밖에 없어.’
회피는 전적으로 데이모스에게 믿고 맡기기로 했다.
시몬은 눈을 감아 데이모스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덮었다. 사념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데이모스의 소환 마법진이 느껴진다.
‘디에고 선배님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던 바로 그거.’
데이모스에겐 해류포만 있는 게 아니다.
데이모스가 ‘바다의 지배자’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진짜 이유.
시몬은 소환 마법진의 한 귀퉁이에 위치한, 전원이 들어와 있지 않은 수식을 작동시켰다.
두근!
데이모스의 의식이 확장되는 게 느껴진다. 뇌리가 뜨겁게 들끓고, 온몸의 신경이 올올이 일어난다.
두근! 두근!
“크으으!”
사념으로 들어오는 거대한 압박감에 입가에 신음이 새어 나온다. 온 세상이 난해한 화폭처럼 엉망으로 일그러진다.
‘……집중!’
뒤에서 날아오는 브레스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오롯이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서 데이모스의 모든 것을 끌어내는 데에만 집중한다.
시몬과 데이모스 칠흑이 동시에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소년! 거기서 더 무리하면 정신에 과부하가 걸린다!]아니,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의문을 품지 않고, 한계를 설정해서 선을 긋지도 않겠다.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
‘나는……!’
머릿속에서 파지직 파직 전류가 흐른다.
눈동자는 만물을 담는다.
의식이 끝없이 확장되며 세상의 모든 것을, 삼라만상을 발아래에 두는 감각으로.
시몬의 동공이 찬란한 황금빛으로 변한다.
‘전능하다.’
퍽 하고.
검은 천장에 구멍이 뚫리며 햇살이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키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소환 마법진에서 소리가 증폭되며 데이모스가 포효했다.
눈에 보이는 사념, 혹은 심상, 혹은 초음파,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바다 전체로 퍼져 나간다.
꿈틀꿈틀.
바다 밑바닥.
수면 위.
해저동굴.
바위 아래.
무수한 생명체들이 그 소리에 반응하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고기와 몬스터 모두 그 소리가 들린 곳으로 집결했다.
“뭐야 뭐야?”
외해에서 사냥 중이던 학생들이 놀라 기겁하며 물러났다. 무수한 물고기 떼가 그들을 지나쳐 이동하고 있었다.
“어, 어디 가!”
풀파를 잡던 메이린도, 갑자기 자신과 싸우던 몬스터들이 뭔가에 홀린 듯 뒤로 도망치는 것을 보고 얼이 빠졌다.
다른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괴공이라는 초대형 개체의 등장으로 숨죽이고 있던 텅 빈 바다가, 어느새 생명력으로 요동치며 아름다운 빛깔과 무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웅성 웅성 웅성!
이 모습을 옵저버 화면으로 지켜보던 관중들도 난리가 났다.
“보, 보, 보이십니까! 두 눈 똑바로 뜨고 계십니까 여러분!!”
어느 때보다 흥분한 사회자가 목울대가 시뻘게져서 소리쳤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해역의 물고기들과 몬스터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대규모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자가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그 차분하던 제인도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인 교수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데이모스.”
“예?”
“데이모스는 ‘알파(Alpha)’입니다.”
“아, 알파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문용어인가요? 관중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양 생명체의 통제권을 가진 개체란 겁니다!”
제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모스가 ‘바다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강한 힘과 거대한 덩치 때문이 아니라, 데이모스를 호위하듯 따르는 무수한 해양 생명체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다를 통제하는 ‘알파’는 데이모스 고유의 힘이었고, 죽은 데이모스를 언데드인 황천고래로 만드는 과정에서 알파 능력은 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저 힘을 재현한 거지?’
-키이이!
-꾸륵꾸륵!
-푸르르르르르!
각양각색의 무수한 해양 생명체들이 자유롭게 헤엄치며 시몬과 데이모스를 향해 집결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하고 아름다운 무지개가 휘몰아치는 것과도 같았다.
화려한 웅장함.
괴공마저 당황했는지 접근하지 못했다. 해양 생명체들이 모여 뭉친 이 ‘군집’은 그의 덩치보다 더 거대했으니까.
‘좋아.’
시몬은 수만 개체의 존재감을 느끼며 데이모스의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명령은 단 하나였다.
[나를 따르라.]꾸루루루루루룩!
그러자 모든 해양 생명체들이 물거품을 일으키며 데이모스에게 몰려들었다. 시몬은 이들을 이끌고 헤엄쳐 그대로 괴공에게 꼬라박게 했다.
물고기들이 괴공의 살점을 씹었고, 울페스, 감반 같은 몬스터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박아 넣었다. 독을 내뿜는 오징어 몬스터인 풀파 떼가 독을 쏟아냈다.
괴공은 전신의 미세한 부분까지 다져지는 고통을 느끼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괴공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의 몸 군데군데에 모공처럼 구멍이 뚫리며 하얀 지렁이 같은 기생충들이 튀어나와 몬스터나 물고기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괴공 본인은 눈동자를 굴리다가 시몬과 데이모스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입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아래로 피해!’
시몬이 아래로 내려갔고, 그 위로 입을 쩍 벌린 괴공이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와 몬스터들을 매단 채 내려오는 모습은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장관이었다.
“크으으!”
수심이 깊어지며 슬슬 몸이 견디기 힘들어진다. 체내 칠흑 활성화로 최대한 버텼다.
동시에 해류포를 준비한 데이모스가 방향을 선회했다. 이내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괴공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슈쾅!
슈쾅!
슈쾅!
세 발의 해류포가 쩍 벌어진 괴공의 입에 연달아 터지며 시커먼 연기를 일으켰다.
시몬의 눈빛이 번뜩였다.
‘클라우드!’
시몬이 등 뒤에 준비 중이던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청녹색의 연기가 흘러나와 데이모스를 감싸기 시작했다.
어두운 바다에서, 새하얀 고래뼈의 골격이 화려한 에메랄드처럼 번쩍였다.
그것은 마치 보석으로 이루어진 예술품처럼, 어두운 바다를 밝게 비췄다.
‘그대로 들어가!’
시몬과 데이모스가 쩍 벌어진 괴공의 입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시몬이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돌진명령을 내렸다.
인지를 벗어난 행위,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짓이었지만 그저 앞으로 나아갔다.
시야는 온통 선홍색, 선홍색뿐이다.
뻥 뚫린 곳이면 파고들었고, 벽이 막고 있으면 찢고 부수며 들어갔다. 어둡고 깊은 곳을 끊임없이 파고들며 데이모스는 장기에 해류포를 퍼부었다.
걸리적거리는 것은 모조리 부수고 찢어서 돌파한 시몬은 저 멀리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저기로!’
마침내 살 한 귀퉁이를 힘으로 뚫고 빠져나오며, 시몬과 데이모스는 빛을 움켜쥐었다.
꼬르르륵!
다시 물이다.
시몬은 몸에 묻은 온갖 찌꺼기들을 털어내듯 고개를 흔들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주 작은 등줄기에 구멍이 뚫린 부분으로 빠져나온 모습이었다.
그리고.
쿠구구구구구!
힘에 빠진 괴공의 거체가 무너져 내리며 새까만 해저로 빠져들고 있었다.
‘허억! 후우!’
비로소 정신이 되돌아오며, 시몬은 몸을 덜덜 떨었다. 도저히 나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인 건지 모르겠고, 방금 그게 현실인지 꿈을 꾼 건지도 헷갈렸다.
그가 천천히 텅패드를 바라보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해냈다!’
거대한 쾌감에 몸이 찌르르 떨렸다.
하지만 시몬은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데이모스와 함께 수면으로 올라왔고, 무수한 해양 몬스터들과 물고기들도 그 뒤를 따랐다.
바다가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 * *
외해의 한 외딴 섬.
첨벙!
차박 차박.
야자수가 무수히 많은 이 작은 섬에, 시룡의 비늘을 붙인 헥토르가 흠뻑 젖은 꼴로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고 있었다.
‘피곤해 뒈지겠군.’
중간에 섬을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그가 길게 숨을 토하며 시룡의 비늘을 떨어뜨려 햇빛에 말리고는 텅패드를 들어 순위를 확인했다.
‘이 정도면 1위는 확실히 탈환했겠지.’
그는 아래부터 순위를 올려보았다.
4위 – 샤텔 : 7,980Point
헥토르가 혀를 찼다.
이 자식은 물에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으면서 또 최상위권이다.
3위 – 엘리사 : 8,100Point
유령선의 엘리사.
사령학으로 배 따위를 만드는 이 여자는 바다 특화라 어쩔 수 없다.
2위 – 헥토르 : 8,240Point
그런데 왜 내가 2위지? 내 위에 누가 또 있다고?
헥토르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위를 확인했다. 그리고.
“크아아아아아아악!!”
그가 불같은 분노를 토해내며 팔에 찬 텅패드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1위 – 시몬 : 106,850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