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28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85화
밤의 전투는 계속 이어졌다.
불꽃과 검광이 번뜩이고, 선혈이 튀어 오르는 난전 속에서, 카미바레즈는 사샤의 손을 붙잡고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괜찮아 사샤? 계속 달릴 수 있겠어?”
카미바레즈가 뒤를 돌아보며 묻자, 그녀의 손을 맞잡은 사샤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미바레즈도 숨이 찼지만 애써 환하게 웃어 보였다.
“꼬맹이가 저기 있다!”
갱단원 한 명이 투박한 메이스를 들고 달려왔다. 카미바레즈가 재빨리 한 손을 총 모양으로 말아쥐어 그를 겨누었다.
투캉!
사출음과 함께 날아간 붉은 탄환이 갱단원에 가슴 갑옷에 부딪혔다.
펑! 소리와 함께 갱단원의 몸이 튕겨 나가듯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꼬맹이는 어디냐!”
“그 괴물 꼬마만 붙잡아서 인질로 삼아! 그럼 끝나!”
갱단원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었다. 카미바레즈가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가 옆으로 달렸다.
“어딜 가시나, 우리 귀여운 꼬마 아가씨들-”
“!”
그러나 이쪽에도 한 명 있었다.
카미바레즈가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멈췄다. 험상궂은 인상의 갱단원 하나가 팔에 피를 철철 흘린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쓸며 말했다.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줄게~ 같이 갈까?”
그러자 사샤가 몸을 벌벌 떨며 카미바레즈의 품에 안겨 왔다.
“괜찮아.”
카미바레즈가 씩씩하게 말하며 총처럼 말아쥔 손을 다가오는 갱단원에게 겨누었다.
“가, 가까이 오지 마세요!”
“어이구~”
갱단원이 장난스럽게 두 손을 들어 올리는 시늉을 했다.
“우리 꼬마 아가씨도 많이 지쳐 보이는데. 괜찮니? 아저씨랑 같이…….”
촤르르르륵!
그때 갱단원의 목에 밧줄이 감기더니 휙! 하고 숲의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이내 뻑! 하는 소리와 함께 잠잠해졌다.
“?”
“??”
서로 끌어안고 있던 카미바레즈와 사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카미! 엎드려어어어!”
갑자기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카미바레즈가 사샤를 안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핫하하!”
나무에 걸린 줄을 붙잡고 타잔처럼 내려온 딕이 그녀들에게 다가오는 갱단원 하나를 두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등장이요!”
갱단원을 거꾸러뜨리고 공중에서 멋들어지게 2회전 하며 착지한 딕이 손에 든 검을 휘둘렀다.
챙! 소리와 함께 카미바레즈에게 휘둘러진 검을 걷어냈다.
챙! 챙! 채앵!
딕과 갱단원이 연속으로 검을 부딪치다가, 이내 검날을 강하게 맞대고 힘겨루기를 했다.
까가각!
갱단원이 젖 먹던 힘을 다하느라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딕은 여유가 있는 듯 특유의 느물거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관리는 잘했지만 검이 좀 오래되신 것 같은데-”
그때 딕이 든 검신이 검게 물들더니, 갱단원의 검까지 감염되듯 검게 물들여 나갔다.
두 사람의 검에 무게가 극도로 무거워지며, 쿵! 하고 동시에 검을 놓치고 말았다.
“새 걸로 하나 사시죠?”
어느새 딕은 반대편 손에 새로운 검을 들고 있었다.
“싸게 드림돠!”
촤아악!
갱단원이 핏줄기를 뿜으며 쓰러졌다. 검을 가볍게 휘둘러 고쳐잡은 딕이 뒤를 돌아보았다.
“카미! 애 데리고 계속 달려!”
“고마워요! 계속 뛸 수 있겠어 사샤?”
“응!”
카미바레즈와 사샤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들을 보낸 딕이 뒤에서 우르르 달려오는 갱단원들과 홀로 맞섰다.
“나도 키젠에서 배운 것 좀 써먹어 볼까!”
툭 하고 검을 바닥에 떨어뜨린 딕이 두 손바닥을 맞부딪혔다.
이내 갱단원이 달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손바닥에 완성된 마법진을 지면에 꾹 붙였다.
꿀렁꿀렁!
바닥에서 간헐천처럼 솟구친 녹색 액체가 주위를 빠르게 뒤덮어 버렸다. 다가오던 갱단원들은 갑자기 발목까지 차오른 액체에 멈칫했다.
물러나려고 했지만 어느새 발이 끈적이처럼 붙어버렸다.
딕이 씩 웃으며 그 위에 다시 손바닥을 올렸다.
바닥의 액체가 새까맣게 물들며 굳어졌다. 이제는 갱단원들이 검으로 끈적이를 베어내려고 해도 벨 수 없었다.
“저 망할 네크로맨서 놈이!”
“자, 그럼.”
딕이 아공간에서 까맣고 둥근 뭔가를 꺼냈다. 그것을 갱단원들 앞에 툭 던져놓고는, 손을 흔들며 도망쳤다.
“제 친구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라요!”
딕이 손가락을 튕겼다.
검은 기운이 사라지자 갱단원들은 뒤늦게 이게 뭔지 깨달았다.
“마, 말벌집?!”
딕의 인챈트가 풀려 버리자, 벌집의 표면에 구멍이 커지며 말벌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아악!”
* * *
카미바레즈와 사샤는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었고, 뒤를 쫓는 갱단 쪽도 필사적이었다.
그들도 네크로맨서들이 노리는 사샤를 인질로 잡아야 승산이 있단 걸 알고 있었다.
“하아! 하아!”
곳곳에서 갱단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때 카미바레즈의 손을 잡고 달리던 사샤가 ‘앗!’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사샤!”
너무 급하게 달리느라 발목을 삔 것 같았다.
카미바레즈가 얼른 피의 벽을 세워 날아오는 화살들을 막아내고는 사샤의 상태를 살폈다.
“……언니 먼저 도망쳐.”
사샤가 말했다.
“아니! 절대 그럴 순 없어.”
카미바레즈는 힘차게 고개를 가로젓더니 무릎을 꿇고 등을 보였다.
“업혀!”
카미바레즈가 사샤를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도 지쳐 있었다. 이번 습격은 카미바레즈로부터 시작됐고, 그사이에 너무 많은 피를 소모했다.
갱단원들은 카미바레즈가 친 피의 벽을 넘어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따라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잡았다!”
갱단원이 팔을 뻗어 사샤의 머리카락을 붙잡으려는 순간, 난데없이 날아온 얼음송곳이 그의 안면에 정통으로 틀어박혔다.
하늘에서 무식할 정도로 큼지막한 얼음덩어리들이 갱단원들에게 우수수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이렇게 강력한 칠흑빙결계를 쓸 수 있는 건 카미바레즈가 알기에 딱 한 사람뿐이었다.
“메이린!”
메이린이 카미바레즈 쪽으로 윙크를 보내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블리자드를 사용하지 않은 반대쪽 손을 휘둘렀다.
화르르르르륵!
풀밭에 검은 불꽃이 달라붙어 넘실거리자 갱단원들이 걸음을 멈췄다.
“얼마든지 와봐. 전원 상대해 줄게.”
메이린이 여유롭게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양손에 다른 종류의 마법진이 쌓아 올려지고 있었다.
“제기랄!”
“쫄지 마! 흑마법을 준비하는 틈을 노려!”
갱단원 두 명이 메이린에게 달려들었다. 그녀가 슥 눈짓하자, 스켈레톤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검을 휘둘렀다.
“쯧!”
흑마법을 준비하면서 언데드 컨트롤까지.
메이린은 소환학도 남들 이상은 했다. 스켈레톤의 견제 아래 안전하게 다음 마법진을 완성한 메이린이 그것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마법진에서 날카로운 얼음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메이린 특유의 능동 적중 수식을 붙여서, 다가오는 갱단원들 한 명 한 명 제대로 포착할 정도로 적중률이 높았다.
혼자만의 화력으로 전황을 들었다 놨다 한 메이린은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송사리들뿐이긴 한데, 중간중간 마나나 칠흑을 쓰는 애들도 있어서 귀찮네.’
쩍!
그때 그녀가 앞서 쳐두었던 얼음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쩍!
콰아아아아앙!
이내 두꺼운 얼음벽이 박살 나며, 한 남자가 날아와 바닥에 쓰러졌다.
메이린이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뭐야 갑자기?”
부웅!
뒤따라 또 한 명의 소년이 날아와 남자의 얼굴을 짓밟더니 바닥에 긴 스크레치를 남기며 수 미터를 더 이동했다.
짓밟힌 남자가 ‘커헉!’하고 고통스러운 음성을 토해냈다.
어둠 속에서 안광을 뿜어내는 이 소년의 정체는.
“시몬!”
적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던 시몬이 메이린을 발견하자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야! 밑에!!”
시몬은 밑을 보지도 않고 칠흑을 밟고 날아올랐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올백머리 대장이 칠흑으로 손톱을 일으켜 허공을 벤 것이다.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한 시몬이 바닥에 소리 없이 착지했다.
“어린놈이 더럽게 잘 싸우네.”
올백머리 대장이 코에서 흐르는 피를 훔치며 중얼거렸다.
갑자기 나타난 시몬을 본 주위의 갱단원들이 무기를 꼬나쥐고 달려들었다.
“물러나! 저놈은 니들이 감당할 상대가 아니……!”
‘개문.’
촤르르르르르르륵!
촤르르르륵!
시몬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허공이 벌어지더니 그 안에서 튀어나온 촉수칼날들이 휘몰아쳤다.
순식간에 열댓 명의 갱단원들이 얻어맞거나 베이며 바닥을 뒹굴었다.
“괴, 괴물……!”
동작이 느려서 홀로 살아남은 갱단원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시몬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시몬이 그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자 갱단원이 히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재수 옴 붙었구만.”
올백머리 대장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키젠의 네크로맨서지? 에프넬 같은 괴물들끼리 서로 싸워주면 안 될까? 이런 마이너 바닥에서 우리 같은 서민들 괴롭혀도 되는 거냐?”
“당신들.”
시몬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말했다.
“에프넬에 관여되어 있잖아요.”
“…….”
“발뺌하실 생각인가요? 납치하려 한 그 소녀가 누군지도 모르고?”
올백머리 대장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의뢰비를 너무 두둑하게 받아서 찜찜했는데 역시 그랬군. 미안하지만 우린 의뢰자도 뭣도 아무것도 모른다. 돈을 줬으니 움직였을 뿐이야.”
“그렇습니까.”
“소녀는 깨끗이 포기하겠다. 물러나 주지 않겠나?”
시몬이 싱긋 웃었다.
“내가 왜요?”
“하! 역시 그렇겠지!”
그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긴 했다.
올백머리 대장이 입꼬리를 올리며 달려들었다. 그가 든 검에 칠흑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너희처럼 엘리트 교육은 받지 못해도!”
그 넘실거리던 칠흑이 검에 들러붙어 날카로운 톱처럼 변했다.
“칼밥 먹고 산 경험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는 그 순간, 시몬이 손가락을 슥 뻗었다.
촤륵!
쏘아져 나간 청록빛 연기가 올백머리 대장의 다리를 휘감자, 시몬이 팔을 당겼다. 그의 몸이 어쩔 도리 없이 끌려왔다.
“크윽!”
강제로 공중에 띄워 올려진 올백머리가 거칠게 검을 휘둘렀지만 시몬은 간단히 허리를 굽혀 피했다.
올백머리가 휘청이며 바닥에 발을 딛기 무섭게 시몬이 달려들었다.
‘이 새낀 대체 공격 패턴이 몇 개냐!’
쩌어어억!
시몬의 무릎이 올백머리 대장의 안면을 강타했다. 그의 입에서 핏줄기와 함께 달빛에 반사된 이빨이 날아올랐다.
쿠당탕탕!
그가 쓰러지고 시몬이 손가락에 연결된 클라우드를 길게 뽑아내 위로 올렸다.
클라우드가 튼튼한 나뭇가지에 감기며 내려왔고, 시몬이 그것을 두 손으로 붙잡아 쭉 당겼다. 도르래의 원리로 올백머리는 다리부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커흑!”
올백머리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스륵. 슥.
시몬의 두 손가락이 춤을 추듯 움직였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스켈레톤의 뼈들이 두둥실 떠올랐다.
뼈들이 일제히 공중에 붙잡힌 올백머리에 쏟아졌다.
퍼억! 퍽! 퍽!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시몬이 클라우드를 해제했다. 관통상을 입은 올백머리가 그대로 머리부터 바닥으로 떨어져 기절했다.
“쉽네.”
시몬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 대장이 당했다!”
“이렇게 쉽게……!”
“나이스 시몬!”
메이린이 잘했다는 듯 시몬 쪽으로 손가락을 튕겨 보이며 걸어 나왔다. 그러곤 두 팔을 벌렸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거라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예요 아저씨들~”
철컥.
쿵.
기다렸다는 듯 갱단원들이 무기를 내려놓았다.
“세, 센티널 갱단을 이렇게 쉽게…….”
카미바레즈에 안겨 있던 사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떨었다.
“저 오빠, 강하지?”
카미바레즈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사샤가 돌아보았다.
“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