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29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97화
‘신성의 문’ 앞.
중립지대에서 파견 임무를 마친 에프넬 학생들은 신성연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레테와 리리넷도 마찬가지로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우리 조는 여러모로 운이 좋았네요!”
리리넷이 기분 좋게 말았다.
본래라면 키젠 학생과의 정면승부에서 패배했으니 파견 점수가 극도로 깎여야 했다.
하지만 인솔자였던 ‘피가로’가 중립지대에서 끔찍한 참사를 일으킨 바람에, 에프넬은 그와의 모든 관계를 완전히 부정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었다.
자연히 리리넷과 조원들에게는 임무 자체에 대한 함구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레테가 입조심을 시키기도 했다.
“뭐, 그래도 이번에 지상으로 내려와서 느낀 점도 많았어요! 내가 구름 위 개구리였단 걸 깨달은 느낌? 다음엔 절대 네크로맨서들에게 지지 않도록 열심히 믿음을…… 레테 자매님! 지금 제 말 듣고 있어요?”
리리넷이 고개를 돌렸다. 이마와 두 뺨이 시뻘겋게 붉어진 레테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옅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리리넷이 레테의 이마에 손을 대보았다.
“으악! 이마가 불덩이 같아요! 진짜 괜찮아요?”
“괜찮슴다.”
레테가 힘겹게 대꾸하며 걸음을 옮겼다.
“전혀 안 괜찮은 거 같은데! 뭐 잘못 드신 거 아녜요? 아님 중립지대에서 병 같은 거 옮겼다거나. 큐어 마법이라도 걸어드려요?”
“……그런 거 아님다.”
“부축해 드릴게요.”
“괜찮다니까.”
두 사람이 아웅다웅하는 사이, 어느새 줄은 다 줄어들고 그녀들의 차례였다.
두 사람은 다른 에프넬 학생들과 함께 신성의 문을 통과해 신성연방으로 돌아왔다.
“?!”
그리고 문을 통과하자마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검과 방패, 그리고 풀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한 한 무리의 군대가 앞에서 떡하니 대기하고 있었다.
‘파, 팔라딘들?’
갑작스러운 무장 병력의 난입에, 다른 에프넬 학생들도 당황했는지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레테 샤르데나 학생.”
그중에 유난히 화려한 문양의 갑주를 입은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당신은 신성연방의 교무 집행 방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웅성 웅성 웅성!
갑작스러운 사태에 에프넬 학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연방의 지시를 수행하던 팔라딘들을 선제공격한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그러나 레테는 붉어진 얼굴로 숨을 헐떡이느라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팔라딘은 그녀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여기고는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여기서 계속 물어봐야 시간 낭비겠군. 데려가라.”
팔라딘이 두 명이 레테를 묶을 황금 사슬을 들고 다가왔다. 레테는 여전히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가쁜 숨만 몰아쉬었다.
“자, 잠깐만요!”
리리넷이 얼른 레테의 앞을 가로막으며 두 팔을 펼쳤다.
“지금 심문하기엔 레테의 몸 상태가 너무 나빠요! 일단은 건강을 회복한 뒤에……!”
“그런 뻔한 변명이 통할 거라 생각합니까?”
“지금 당장 데려오라는 명령이오. 아무리 에프넬의 학생이라고 해도 혐의를 벗기 전까진 어쩔 수 없소.”
리리넷의 제지에도 팔라딘들은 가까이 다가왔다.
“비키시오!”
“저, 절대 못 비켜요!”
결국 팔라딘이 리리넷의 어깨를 밀어서 넘어뜨렸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은 리리넷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자매들 다 뭐 해!”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저 양아치들이 레테 자매님을 잡아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거야?!”
리리넷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아아아아악!
사방에서 신성이 무서운 기세로 솟구쳐 올랐다. 신성의 문 주위에 서 있던 에프넬 학생들이 전의를 끌어올리며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테에게 다가가던 팔라딘들이 움찔하며 멈춰 섰다.
“당장 꺼져!”
“니들이 뭔데 감히 에프넬의 학생을 체포하겠단 거죠?”
“교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그 레테 샤르데나가?”
조용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힘을 합쳐 목소리를 높이자 팔라딘들이 진땀을 흘렸다.
“지, 진정해 주십시오!”
“아직 죄가 인정된 게 아니라 조사를……!”
학생들은 한 발도 물러나지 않았다.
“당장 꺼져!”
“신성의 문 앞에서 이러는 거, 엄청 구질구질한 거 알죠?”
“맞아! 떳떳하면 하늘섬에 와서 정식 절차를 밟고 데려가 보든가!”
레테가 다소 차가운 인상에 툭 하면 폭행을 일삼긴 하지만, 그래도 1학년 에프넬 최고의 학생이었고 모두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존재였다.
무엇보다 그녀가 가진 바다처럼 거대한 신성력은 신앙심의 발로.
에프넬에 소속감을 느끼는 학생이라면, 외부자에게 학교 최고의 학생을 빼앗기게 두지 않는 건 당연했다.
“이, 이건 정당한 수사 방해입니다!”
“방해? 너희는 신성모독이야!”
에프넬 학생들과 팔라딘들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그때.
“비켜라.”
좌중을 압도하는 한마디가 들렸다.
미스릴로 세공된 갑주와 파란 망토, 그리고 옆에 보이는 최고의 비행 신수라고 일컬어지는 ‘드레이크’까지 거느리고 있는 남자.
“……아크 팔라딘!”
팔라딘은 이단심문관과 함께 신성연방의 주요 전력이다.
그중에서도 아크 팔라딘은, 같은 ‘팔라딘’이라는 호칭을 쓰는 게 불쾌하다고 말할 정도로 일반 팔라딘과는 격이 달랐다. 오로지 에프넬 졸업생만이 아크 팔라딘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즉, 이들은 에프넬 학생들의 직속선배격이었다.
“비키라고 했다.”
쿠워어어어어어어!
뒤쪽의 드레이크가 포효를 질러댔다. 마법적 효과가 있는 건지 학생들의 표정에 두려움이 드러났다.
그사이 성큼성큼 다가온 아크 팔라딘이 리리넷마저 밀어내며 레테의 앞에 섰다.
“성녀 후보자라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본데.”
그의 눈빛이 사납게 일렁였다.
“자세한 건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지.”
살기 섞인 시선이 정면으로 내리꽂혔지만, 레테는 여전히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대답할 힘도 없는 듯, 이제 그녀는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얼굴이나 이마는 불덩이 같았고 숨은 더 거칠어졌다.
“……망…… 쳐.”
“뭐?”
하얀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눈동자가 위로 향했다.
“도망…… 치라…… 고!”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레테의 몸에서 거대한 불꽃이 솟구쳐 올랐다. 아크 팔라딘이 기겁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불꽃은 하늘에 닿을 기세로 높아지며 사방을 밝게 비췄다.
어느새 그녀의 몸이 불길에 휩싸여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됐다.
“레, 레테 자매니이임!”
리리넷이 울먹이며 팔을 뻗었지만 다른 동료들이 다가와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이거 놔봐요! 내 룸메이트라고!”
“가면 자매님도 죽어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레테의 분신(焚身).
모두가 허망한 표정으로 타오르는 불을 보고 있는데 아크 팔라딘의 입술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거 설마…….’
레테를 휘감고 있던 불길의 색깔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화아악!
그리고 거짓말처럼 불길이 걷혔다.
레테는 오른 손바닥으로 이마와 눈을 가린 채 자리에 서 있었다.
짙은 침묵이 일어난 가운데, 아크 팔라딘이 굳은 얼굴로 다가와 팔을 뻗었다.
“이봐, 괜찮…….”
그때 레테의 음성이 대기를 울렸다.
[손대지 마.]그녀가 팔라딘의 손을 내치듯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이 번뜩이더니, 구름길이 열렸다.
“저, 저게 뭐야!”
“꺄아아아아아아!”
그녀가 팔을 휘두른 방향으로, 난데없이 혜성이 들이닥쳐 지상에 떨어졌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신성의 분수가 세계수처럼 솟아올랐다.
어마어마한 후폭풍에 주위의 나무상자와 짐마차가 통째로 날아다녔다. 주위의 모든 팔라딘들과 학생들이 자세를 낮추거나 바닥에 엎드려 버텼다.
‘크윽!’
아크 팔라딘도 마찬가지로 엎드려 버티며 고개를 들었다.
방금 그 별이 떨어진 곳에는 입이 딱 벌어질 만큼 거대한 구덩이가 나 있었다.
지형이 바뀌었다.
‘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체포하라는 명이었다. 하지만 이러면……!’
불과 몇 분 안에.
상대는 체포권한을 아득히 벗어난 존재가 됐다.
처억!
아크 팔라딘이 레테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검을 바닥에 꽂았다.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대장의 그 행동에 모든 팔라딘들이 무릎을 꿇으며 선언했다.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여신의 가장 가까운 딸을 뵙습니다!!”
난리가 났다.
신성의 문에서 검열하던 직원들과, 상인들, 관리자들.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던 에프넬의 학생들도 하나둘씩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사태를 수습하러 온 에프넬 교직원들도 마찬가지였으며.
“레, 레테 자매님…….”
심지어는 친구인 리리넷마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모두가 낮은 자세로 경배했다.
“여신의 가장 가까운 딸을 뵙사옵니다!”
후우우웅!
바람이 불어왔다.
백발을 휘날리는 레테의 주위에 신성의 고리가 그려지더니 백염의 망토가 어깨를 휘감았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신성이 파밧거리며 튀었다.
그녀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정면을 응시했다.
그녀의 동공에 희미하지만 별 모양의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이제야.’
수많은 사람들이 엎드려 경배하는 모습을 보며, 레테는 자각했다.
‘같은 선에 섰습니다. 시몬.’
다음 ‘정화의 정수’의 주인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 * *
중립지대 ‘리비토’ 마을.
그곳에서는 온몸에 문신을 한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중이었다.
“망할! 망할! 망하알!”
그가 울먹이듯 소리쳤다.
“제발 그만 좀 쫓아와!
도망치는 남자의 위에서, 시몬은 지붕을 밟고 뛰어오르며 그와의 거리를 점점 좁혀가고 있었다.
시몬의 동공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주위의 지형지물을 파악했다. 마침 가게 지붕 옆에 긴 봉이 달려 있고 거기에 간판을 걸어놓은 게 보였다. 시몬이 클라우드를 줄처럼 뽑아내 봉에 연결한 다음, 뛰어내렸다.
부우우우웅!
줄을 타고 내려온 시몬이 그대로 도망치는 남자의 등을 두 발로 걷어찼다.
“으겍!”
그의 몸이 수 미터를 날아올랐다가 바닥을 뒹굴었다. 가뿐하게 착지한 시몬이 다가와 그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잔당 청소도 슬슬 끝나가네.’
“시몬~”
마을 골목에서 카미바레즈가 환하게 펴진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 카미! 많이 잡았…… 헉!”
그녀의 등 뒤에는 둥실둥실 떠오른 핏방울에 갇힌 조직원들이 다섯이나 있었다.
그녀가 방긋 웃으며 손뼉을 쳤다.
“네! 잔뜩 잡았어요 시몬!”
센티널 갱단 말살 작전을 수행하는 도중에, 카미바레즈는 어느새 센티널 갱단의 악몽이 되어 있었다.
갱단원들은 그녀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며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였다.
“나쁜 말 하면 안 돼요!”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지, 그녀가 팔을 뻗자 핏방울들이 위아래로 빠르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갱단원들은 극도로 괴로워하며 좁은 핏방울 안을 정신없이 굴러다녔다.
갱단원들을 조용히 시킨 카미바레즈가 다시 시몬을 보며 생긋 웃어 보였다.
“사샤를 못살게 군 사람들이니까, 더 열심히 잡을 거예요!”
“……카미, 너 화나면 무섭구나.”
센티넬이라는 갱단 자체가 점조직이라서 한 번에 일망타진하는 건 어렵지만, 7조의 합류 이후 거의 멸망에 이를 정도로 세가 약해졌다.
간부급들은 모조리 잡아 처넣었고, 남은 건 잔당뿐이다. 이번 일로 키젠에 대한 중립지대 사람들의 평판도 크게 올랐다.
시몬도 자신이 붙잡은 갱단원을 카미바레즈에게 맡기고는 몸을 일으켰다.
“신문이요! 신문!”
그때 마침 낡은 가방에 신문을 잔뜩 꽂은 상인이 눈에 띄었다.
블락 요원도 하루에 한 번은 꼭 저 신문을 구매하곤 했다.
중립지대 신문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 시몬은 상인에게 가서 은화를 지불하고 신문을 구매해 보았다.
“아……!”
신문을 펼쳐본 시몬의 눈이 커졌다.
새로운 성녀의 등장 소식에 대륙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
신문의 사진에는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의 소녀가 있었다. 사진 속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는 그녀의 표정에는, 귀찮은 기색이 가득해 보였다.
‘네가 됐구나. 레테.’
시몬의 시선이 신문의 제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