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30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01화
“뭔가를 숨긴 채 고민하는 건, 너도 마찬가지지 않나.”
시몬은 속으로는 뜨끔했지만, 이쪽도 이제 연기로는 뒤처지지 않았다. 내심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근데 카쟌은 알잖아요. 제가 왜 매그너스에게 쫓기는지.”
“짐작은 한다.”
카쟌이 욕탕에서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그는 네가 보유한 에이션트 언데드를 노리고 있겠지.”
카쟌의 말에 따르면, 매그너스는 처음부터 본인의 모습을 본뜬 분신으로 들어온 건 아니었다고 한다.
에이션트 언데드 ‘알라제’가 슬라임의 형태로 409호 방에 들어와 숨었다고 한다. 아마도 시몬이 군단장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은 뒤에 움직이려 한 것 같았다.
그러나 방에 들어온 카쟌에게 발각됐고, 치열하게 싸운 끝에 카쟌이 알라제를 한 번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역시!”
시몬이 손뼉을 짝 쳤다.
“카쟌이 바로 쓰러진 건 아니었네요!”
“……그렇긴 하다. 하지만 그다음에 알라제가 매그너스로 변한 뒤에는 패배했지. 그리고 몇 분 뒤에 네가 들어온 거다.”
“이해했습니다.”
첨벙.
욕탕에 눕듯이 몸을 기울인 카쟌이 팔로 뒷머리를 받쳤다.
“바로 그 매그너스 문제 말고.”
“……네?”
“달리 신경 쓰고 있는 문제는 없나.”
……역시 카쟌은 예리했다.
하지만 발터에 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웠다.
사실 시몬도 긴가민가했다.
발터가 ‘심장’을 모으고 있다.
발터의 실명은 ‘유다’다.
그리고 그 유다를 어디서 들은 것 같다.
그런데 그 이름을 신성연방에 넘어갔을 때 들은 것 같아서, 레테에게 조사를 의뢰해 놨다.
딱 이 정도.
사실 수상하다는 것도 심증뿐이고, 발터에 대해 확실한 정보는 심장을 모으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성연방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는 아직 네프티스에게조차 한 적이 없다.
이건 반역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극도로 민감한 문제였으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뿐이다.
“발터 교수님이 심장을 모으고 있어요.”
시몬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양을요.”
“그렇군.”
카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뿐인가?”
“……네.”
말해놓고 부끄럽다. 시몬이 민망함에 고개를 숙였다.
“네크로맨서들의 연구는 괴팍하고 비윤리적이고, 위험천만할 수밖에 없어. 키젠 교수들도 가끔 금지된 연구에 손을 대곤 하지만, 흑마법의 발전을 위해 다소 눈감아주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까지 말한 카쟌이 눈을 감았다.
“결론적으로, 네가 발터 교수를 수상하게 생각한다는 건 잘 알겠다. 네프티스 님께 보고할 정도는 아니다만, 나도 발터 교수를 눈여겨보다가 수상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겠다.”
“아, 네! 그렇게만 해주셔도 고맙죠.”
이 이야기를 남에게 털어놓는 건 처음이다. 그것만으로 시몬은 기분이 크게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
첨벙.
그때 카쟌이 고개를 돌리더니, 진지한 얼굴로 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카쟌.”
“쉿.”
시몬도 입을 다물고 청각에 집중했다. 밖에서 발소리와 쫑알쫑알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간단한 문제 아냐?”
여자들 목소리다.
“1학년 기숙사에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면, 그냥 2학년 기숙사에 가면 되지!”
“호호호! 역시 역시!”
“지금 여기 쓰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거야.”
시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마, 망했다.’
오해를 사기 딱 좋은 상황에, 이쪽은 홀딱 벗고 있다.
시몬이 빠르게 입구를 향해 달렸다.
“카쟌! 제가 소리를 질러서 여자분들에게 알릴 테니까……!”
저벅저벅.
어느새 카쟌은 탕을 나와 욕실의 창문을 힘으로 드르륵 열어젖혔다.
“그걸 또 어느 세월에 변명하고 앉아 있나.”
카쟌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밖을 가리켰다.
“이쪽이 내 방식이다.”
“아니, 카쟌! 밖은 4층이에요!”
그러나 밖에서 들리는 여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긴 작은 목욕탕이라서, 옷을 벗어두는 곳 없이 문을 열면 바로 탕이다.
‘미치겠네!’
시몬은 하는 수 없이 팔을 뻗었다.
‘클라우드!’
청녹색의 연기가 쏜살같이 뻗어 나가더니 시몬과 카쟌의 옷 바구니를 휘감아서 가져왔다. 카쟌은 이미 밖으로 뛰쳐나간 상태였다.
“어, 안에 누가 있는 것 같지 않아?”
“에이, 설마~”
시몬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나도 모르겠다!’
바구니를 양팔에 낀 시몬이 그대로 밖으로 뛰어내리자마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아아아악!!”
창밖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렸다.
공중에서 건물을 돌아본 시몬이 한숨을 푹 쉬었다.
살다 살다 밤에 알몸으로 목욕탕 4층에서 탈출하다니. 인생에서 해보는 가장 이상한 경험 중 하나였다.
“강단은 있군.”
먼저 뛰어 내려간 카쟌이 입꼬리를 올렸다. 시몬이 뒤따라 웃으며 말했다.
“카쟌, 지금 엄청 없어 보이는 거 알아요?”
“너도 마찬가지다.”
그러고는 지상 쪽을 가리켰다.
“난 괜찮지만 넌 다치지 않겠나.”
“설마요.”
시몬이 팔을 뒤로 보내고는 대용량 아공간을 열었다. 다행스럽게도 중립지대 파견에 다녀온 직후라 아직 군단이 남아있었다.
“에르제, 나와!”
시몬의 명령에 에르제베트가 아공간에서 튀어나오며 팔을 뻗었다. 시몬의 몸이 푹신한 거미줄로 뒤덮였다.
그대로 끌어 당겨져 시몬은 지상으로 안전하게 내려왔다.
‘……안 다친 건 좋은데.’
거미줄에 꽁꽁 묶인 그는 공중에 발이 살짝 떨어진 채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만든 거지?’
[우후후후후후.]시몬은 그 음흉한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제가 그동안 얼마나 쌓여 있는지는 아시죠?]어둠 속에서 야생동물 같은 안광을 번뜩이며, 거미여왕이 다가오고 있었다.
[파견 오자마자 아공간에 갇히고! 키젠 여학생으로 변했다가 혼나고! 중립지대에서는 군단장님 연기나 시키고!]시몬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키젠에 돌아오니 너무 좋네요 군단장니임~ 안 그래도 참기 힘들었는데 눈앞에 알몸의 군단장님이 딱!!]이미 이성이 증발한 것 같은 에르제베트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시몬이 한숨을 푹 쉬었다.
‘공중이라고 에르제베트를 꺼낸 건 실수였어.’
[포상을! 내려주시와요!!]그녀가 두 팔을 벌리고 시몬에게 돌진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붙잡는 손길이 있었다. 그녀가 ‘억!’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가 젖혀졌다.
“시몬은 아직 미성년자다. 에르제베트.”
카쟌이었다.
뒤를 돌아본 그녀가 짜증스럽게 소리 질렀다.
[아오! 또 너냐!!]에르제베트가 손가락에 거미줄을 일으켜 휘두르자 주위의 나무가 댕강댕강 잘려나갔다.
에르제베트는 아직도 성녀 수색 당시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훌쩍 점프해서 피한 카쟌은 칠흑의 갑주로 몸을 두르고 있었다.
‘흑의(黑衣)! 카쟌도 가능한 거였구나!’
에르제베트가 불같은 짜증을 내며 거미줄을 뽑아냈고, 카쟌도 방어자세를 취했다.
“에르제.”
시몬이 한숨을 푹 쉬더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 마.]쿠웅!
에르제베트의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시몬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너, 너무하옵니다! 저한테 절대명령을 내리시다니!]“말로는 통제가 안 되잖아. 정신 차려, 에르제.”
시몬을 묶고 있던 거미줄도 자연스럽게 풀렸다.
‘윽, 추워.’
주위는 새까만 밤이었다. 밤바람에 시몬의 이빨이 딱딱하게 부딪혔다.
카쟌이 말했다.
“일단 기숙사로 돌아가지.”
“네.”
에르제베트를 다시 아공간에 돌려보내고 옷을 대충 겉에 입었다. 그 후에 시몬과 카쟌은 빠르게 기숙사를 향해 달렸다.
“하하!”
달리는 도중에, 이 꼴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절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음, 웃긴가?”
“아뇨, 그냥. 시끌벅적한 게 키젠에 돌아왔구나 싶어서요!”
내일부터는 또 새로운 일정이다.
시몬은 기대에 부풀며 더더욱 속도를 높였다.
* * *
그리고 다음 날.
할 이야기들을 잔뜩 장착한 키젠 학생들이 오랜만에 교복을 입고 등굣길에 오르고 있었다.
“다들 살아 있었네!”
“프리스트 만난 사람!”
“파견 어디 갔었어?”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시몬과 딕도 일찍 일어나 교정을 걷고 있었다.
“복귀 첫날부터 대강당 집합이라…….”
딕이 토스트를 오물거리며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시몬이 물었다.
“근데 왜 집합이지? 4차 BMAT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려는 걸까?”
“에이, 그럴 리가! 원래 BMAT에 대한 정보는 학생들이 알아내는 거잖아. 이렇게 집합시킨 걸 보면-”
딕이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뭔가 규정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
“변화?”
“흐흐! 사실 이것도 꽤 공신력 있는 하수인한테 주워들은 내용인데, BMAT에 대한 교수들의 불만이 엄청나대. 약간 뭐 일정의 변화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어.”
“그 이야기는 꽤 흥미롭군요.”
두 사람이 깜짝 놀란 얼굴로 걸음을 멈췄다. 다른 학생들도 웅성거리고 있었다.
“계속해 보겠습니까?”
어느새 바힐이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바힐 교수님!”
예상치 못한 바힐의 등장이었다. 시몬은 반가운 얼굴로 꾸벅 인사했고, 딕은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딱 이 타이밍에 끼어드시다니! 수상쩍은 타이밍인데요? 혹시 여기서 우리 기다리고 있던 거 아녜요? 미래의 저주학 에이스인 저를 보려고?”
바힐은 딕의 능글맞은 혀 놀림을 가만히 응시하며 생각했다.
‘저 나불거리는 주둥이에 저주를 걸고 싶군.’
시몬의 친구만 아니었다면 진작 키젠 앞바다에 변사체로 둥둥 떠 있는 꼴이 됐으리라.
바힐이 고개를 돌려 시몬을 보았다.
“이번 파견평가에서 활약이 대단했다고 들었습니다. 중립지대의 벤젼스에서 일했다고?”
시몬이 민망한 듯 옆머리를 긁적였다.
“네. 그런데 대단한 활약까지는 아니었어요. 중간에 한 번 삐끗하기도 했고.”
“에이~ 너무 겸손한 척하는 것도 병이다 병! 그냥 우리가 중립지대 싹 찢었죠 뭐! 에프넬 애들이랑 싸우고! 중립지대에 대한 연방의 지배력도 약화시키고! 갱단도 섬멸하…….”
바힐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입꼬리만 경련하듯 떨렸다.
주둥이 좀 다물어봐.
시몬이랑 저주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시몬 학생, 혹시…….”
“오, 이게 누구야? 하하하!”
갑자기 또 누군가 끼어들었다.
바힐이 눈을 부라리며 돌아보는데, 인파를 쑤우욱 뚫고 천연덕스럽게 다가온 인물이 있었다.
“별야 교수님!”
시몬의 얼굴이 또 한 차례 환해졌다.
“아, 짜식들아! 잘 갔다 왔냐? 누나 보고 싶었지?”
남의 눈치를 눈곱만큼도 보지 않는 별야를 보며, 바힐의 관자놀이 혈관이 미세하게 툭 튀어나왔다.
“별야 교수님! 저 이번 파견 때 교수님이 가르쳐 준 걸로 싸웠어요! 베놈 스웜프요!”
“잘했어! 원래 흑마법은 용기 내서 실전에도 써보고 해야 점점 느는 거야!”
딕과 별야가 입을 벌리고 웃는 모습을 보며 바힐의 표정은 점점 더 험악해져 갔다.
둘 다 지금, 여기서 없앨까.
바힐이 등 뒤로 손을 보냈다. 칠흑 마법진이 펼쳐지며 저주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두 분.”
바로 그때.
“여기서 학생들이랑 뭐 하십니까?”
일말의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별야와 바힐이 멈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