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30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03화
“우선 이번 4차 BMAT를 주관할 네크로맨서분을 소개하겠다.”
손에 든 대본을 넘겨서 다음 내용을 본 아론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지만, 큰 내색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이 시대의 가장 핫한 네크로맨서. 랭거스틴 왕국이 낳은 천재 행정가이자, 버넷사가 선정한 「금주의 가장 영향력 있는 남자」, 「내 허리에 팔을 둘러줬으면 하는 네크로맨서」, 그리고.”
술술 훑어 내려가던 아론의 목소리가 이때는 진지해졌다.
“대륙 10대 미스테리 중 하나.”
빵빵빵빵!
연단 위로 요란한 광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트럼펫을 불고 각종 악기를 연주하며 튀어나왔다.
갑자기 대강당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어깨가 들썩이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극단원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특히 두 명의 광대가 공중에서 덤블링을 하며 나타나자 학생들이 좋아하며 박수를 쳤다.
퍼엉! 퍼엉!
갑자기 조명이 확 밝아지더니 천장에서는 화려한 불꽃 쇼가 펼쳐졌다.
모두가 천장의 쇼에 정신이 팔린 사이, 연단의 중앙으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소개하겠다.”
아론이 말했다.
“이명 ‘카드의 네크로맨서’, 엔돌라스 보드빌 님이다.”
하늘에서 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카드들이 촤르르르륵 소리를 내며 흩어지며 여러 동물 형상을 만들어 나갔다. 마침내 카드들이 무대 위에서 문을 만들어내고, 그 사이로 엔돌라스가 통과해 등장했다.
그는 얼굴 전체에 하얀 분장을 했고 눈 주위엔 녹색 칠을 했다. 챙이 매우 긴 모자를 썼으며 그 옆으로 구불구불한 악성곱슬 같은 머리가 수북하게 삐쳐 나와 우스꽝스러운 인상이었다.
이내 음악이 멈추며 남자가 두 팔을 세우자, 열화와 같은 박수 소리가 튀어나왔다.
“반갑습니다, 친애하는 키젠 학생 여러분! 저는 엔돌라스 보드빌입니다!”
그가 모자를 검지와 엄지로 집어서 살짝 들어 올리며 인사했다. 행동 하나하나에 상당한 쇼맨쉽이 느껴졌다.
“진짜 엔돌라스다!”
딕이 흥분하며 소리쳤다.
당연히 시몬은 처음 들어본 사람이었다. 그런데 딕은 물론, 평소와는 다르게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마저 놀란 얼굴로 앞을 보고 있었다.
“누, 누구셔?”
시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딕이 킥킥거리며 시몬의 팔을 툭 쳤다.
“넌 정말 설명할 보람이 있는 친구야.”
“……시끄러.”
시몬이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대꾸했다. 딕이 다시 말했다.
“대륙 10대 미스테리는 알지?”
“그 개념은 알지만 10개가 다 뭔지는 몰라.”
“그 정도면 됐어. 그 10개의 미스테리 중에 인간과 관련된 게 2개인데, 그중 한 명이 저 사람이야.”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은 누군데?”
딕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죽음의 마녀!”
하수인으로부터 확성 수정구를 건네받은 엔돌라스 보드빌이 연설을 시작했다.
“반겨주어서 감사합니다! 나 또한 장차 암흑연방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륙 최고의 엘리트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나 엔돌라스 보드빌이 이번 ‘4차 BMAT’를 주관하게 된 것을 알리게 되어 기쁩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학생들이 큰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엔돌라스가 손바닥을 펼치자, 그의 손바닥에서 나타난 카드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날아올라 마법을 이루었다.
“나의 이능은 이 카드로 특별한 ‘방’을 만드는 겁니다.”
카드에서 빛이 일렁이더니, 천장에 다양한 광경을 연출했다.
다리가 달려 움직이는 성, 뱀이 우글거리는 미로, 불꽃을 퍼붓는 드래곤의 레어, 그리고 황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방까지.
“내가 생각한 대로! 상상한 대로! 그 어떤 모험이든 재현할 수 있지요! 여러분은 카드 속 세계에 들어가 원하는 모험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원하는 모험을 선택한다고?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잠시 보충설명을 하겠다.”
아론이 신호를 보내자, 하수인들이 마나 투사기를 작동시켜 중앙에 커다란 화면을 펼쳐냈다.
“4차 BMAT의 시험 장소는 키젠의 1학년 캠퍼스와 로크섬 전역이다. 엔돌라스 님께서 직접 섬에 2천 장의 카드를 숨겨놓으셨다.”
로크섬의 지도에 2천 장의 카드의 위치가 예시로 떠올랐다.
“혹시나 카드를 찾았다면, 너희는 그 카드가 만들어낸 ‘방’ 안에 들어가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중앙의 화면에서, 로크섬의 도서관에 들어와 있던 하수인이 카드를 밟자 그 안으로 쑥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화면이 바뀌었다. 어느새 그 하수인은 숲속 어딘가에 떨어져 있었다. 몬스터들이 그에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방에 들어가면 시험의 클리어 조건이 나타난다. 지금 같은 경우는 20분 안에 코볼트 30기 처치로군. 그렇게 시험을 무사히 통과한 학생은 해당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아론이 들고 있는 서류를 다음 장으로 넘기며 말을 이었다.
“시험이 끝나는 순간 6장 이상의 카드를 손에 넣는 게 기본 조건이다. 5장 이하는 수준 미달로 퇴학 처리된다. 이번 시험도 최소 50명은 퇴학 처리되니 주의하도록.”
설명을 듣던 시몬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4차 BMAT는 카드 쟁탈전이었다.
“자, 자! 게임 주최자인 저 엔돌라스가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엔돌라스가 앞으로 나오며 손을 휘저었다. 이내 화면이 바뀌며 다양한 카드색이 보였다.
“카드마다 색깔이 다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직접 만든 룰북을 참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천장의 불꽃쇼가 멈추더니 책들이 비처럼 내리며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내려왔다.
시몬도 팔을 뻗어 그중 하나를 가져왔다.
「엔돌라스의 게임 룰북」
시몬이 납작한 사각형의 룰북을 펼쳤다. 사실은 책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접힌 하나의 종이였다.
그것을 넓게 펼치니 로크섬의 지도와 함께 세밀한 게임설명이 나왔다.
설명을 읽던 메이린이 미소 지었다.
“복잡할 줄 알았는데 꽤 재밌겠네!”
우선 카드의 색은 일곱 가지였다.
빨간색 – 저주학
주황색 – 칠흑역학
노란색 – 소환학
초록색 – 사령학
파랑색 – 혈류학
남 색 – 맹독학
보라색 – 마투학
각 색상의 카드는 특정 과목과 매치된다.
예를 들어 빨간색 카드에 들어가면, 저주학과 관련된 게임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는 식이다.
그리고 로크섬의 구간마다 나오는 카드의 색깔도 구분되어 있다.
예를 들면 숲에는 초록색 카드가 잘 나오고, 키젠 교정에는 주황색 카드가 잘 나오는 식이다.
이런 디테일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직접 알아내야 하는 부분이었다.
“와! 이건 진짜 개꿀잼 예약이야!”
룰북을 보던 딕이 소리쳤다.
“공성전 테마도 있어! 30명의 인원이 공성팀과 수성팀으로 나누어 싸운대!”
“여기여기! 요정 경주 테마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음.’
시몬은 ‘장의사와의 스켈레톤 조립 대결’ 테마를 보고 있었다. 이건 정말 해보고 싶었다.
“어휴, 바보들아! 거기 말고 뒷장이나 좀 봐봐!”
메이린이 말했다.
“카드에도 조합이 있어!”
“진짜?”
기본적으로 카드 한 장에 점수 1점이다. 그런데 빨간색 카드로만 7장을 다 모으면 +3점이 추가되는 식이다.
“음.”
딕이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러면 카드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는 게 아니라, 전략을 잘 짜야겠네.”
시몬도 룰북에서 카드조합 설명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른 조합은 됐고, 제일 위를 보자.’
위로 갈수록 카드 조합의 점수가 올라갔다.
빨주노초파남보.
모든 카드를 모아 7장을 만들 경우. 점수가 ×2.
14점이다.
그리고 그 위에 빨주노초파남보에 더해 ‘황금카드’란 것까지 합해서 8장이면 점수 ×3.
무려 24점!
완성만 한다면 등수 Top10은 확정인 조합이었다.
다만 황금카드에 대한 설명은 특별히 나와 있지 않았다. 게임 도중에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물론 황금카드를 못 찾는다고 해도 14점이니 나쁘지는 않았다.
‘좋아.’
시몬은 결정했다.
‘경쟁이 좀 빡세겠지만, 당연히 최고 조합을 노리고 준비하는 게 맞겠지.’
“자, 주목!”
아론의 목소리에 게임 룰북에 푹 빠져있던 학생들이 고개를 들었다.
“전략을 세울 시간은 충분히 줄 테니, 모두 룰북을 접어서 무릎 위에 올려놓도록.”
학생들이 ‘아아-’ 하고 아쉬운 소리를 냈다. 아론의 눈빛이 번뜩였다.
“올려놓도록.”
두 번의 반항은 없었다. 학생들이 시키는 대로 룰북을 무릎 위에 놓았다.
“흐으음, 키젠은 너무 강압적이오.”
엔돌라스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이 저렇게 내 게임에 저렇게 집중해주고 있는데!”
“죄송합니다. 공지를 마저 해야 합니다.”
아론이 고개 숙여 깍듯하게 사과하고는 다시 학생들을 보았다.
“엔돌라스 님의 게임은 한번 해보면 바로 감을 잡을 거다. 하지만 중요한 공지사항은 따로 있다.”
아론이 학생들을 둘러본 다음 말을 이었다.
“너희도 소문은 들었다시피 BMAT에 대한 여러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통합 2학기 커리큘럼 전체가 BMAT 위주로 돌아가서, 교과목 진도와 수행평가들이 쌓여 있는 상태다. 애초에 너희들도 수행평가 점수가 미달이면 2학년으로 진급할 수 없다.”
2학년 진급이란 말에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그래서 키젠에서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생각이다. 이른바.”
아론의 입이 열렸다.
“방과 후 BMAT다.”
방과 후 BMAT.
이건 또 새로운 개념이었기에, 모두가 고개를 쭉 빼며 아론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본래 4차 BMAT는 엔돌라스 님의 주관하에 로크섬 내에서 2박 3일 진행되는 치열한 카드 쟁탈전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2박 3일 내내?’
학생들이 아찔한 표정을 지었다. 카미바레즈처럼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학생들도 있었다.
반면 주최자인 엔돌라스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키젠이 너무 편해졌어! 에잉, 쯧쯔. 게임을 축소하다니……!”
엔돌라스가 불만스럽게 투덜거리긴 했지만, 네프티스의 승인까지 받은 안건이니 바뀔 여지는 없었다.
아론이 설명을 이어갔다.
“아까도 말했듯, 2학기 전체가 지나치게 BMAT 위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본교에서는 학생들의 부담감을 해소하고, 교과목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일주일에 두 번, 방과 후 4시간 동안만 BMAT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들으면 부담이 정말 확 줄긴 했다.
“근데 말야.”
반면 딕은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저러면 결국 우리 휴식시간 깎아서 BMAT를 하겠단 거잖아. 이건 좀…….”
“또 여기에 불만을 가질 학생들도 있겠지.”
아론의 이어지는 말에 딕이 찔끔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너희들을 위해 중요한 부담 하나를 덜어주려고 한다.”
아론이 새로운 서류 한 장을 들어서 읽었다.
“2학년 진급시험은 5차 BMAT으로 대체하겠다.”
“와아아!”
곳곳에서 기쁨의 탄성이 튀어나왔다.
그도 그럴 게 2학년 진급시험의 악명은 높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걸 없애준다면야 당연히 대환영이었다.
“물론 그만큼 5차 BMAT의 난이도는 올라갈 거다. 여담이지만 키젠 본부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3차 BMAT 당시 실력의 너희들 수준을 기준으로 현재 정원 797명이 5차 BMAT를 진행할 경우.”
아론이 서류를 내리고 학생들을 보며 냉정히 말했다.
“최소 500명이 기준 미달로 탈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웅성 웅성 웅성!
학생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니 키젠 본부의 지침은 다음과 같다. 이번 4차 BMAT와 수행평가 시즌에서, 최소 1.5배의 실력향상을 이끌어낼 것. 이를 교수진도 받아들였다. 즉 방금 너희들이 방금 먹은 식사는-”
아론의 입가에 음침한 미소가 걸렸다.
“최후의 만찬이라고 생각해라.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거다.”
“…….”
대강당에 조용한 긴장감이 맴도는 그때.
“이런 모욕! 더 이상은 못 참겠소!”
카드의 네크로맨서, 엔돌라스가 언성을 높였다.
“지금은 4차 BMAT를 앞둔 상황이거늘, 왜 벌써 5차를 들먹이는 거요! 학생들이 내 게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시오 아론 교수!”
아무래도 엔돌라스도 쌓인 게 많은 모양이었다.
“엔돌라스와 교수진의 갈등이 크겠지.”
딕이 슬쩍 시몬에게 귓속말을 했다.
“엔돌라스는 자신의 ‘게임’에 엄청 자부심이 강한 성격이고, 교수진은 학생들이 자기 수업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고. 뭐 그런 거야.”
“음.”
딕의 해설에 시몬도 납득했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론도 사과의 의미로 순순히 묵례했다.
“교수진의 전달사항은 이게 전부입니다. 지금부터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마음껏 하셔도 됩니다.”
“크흠흠!”
그러자 비로소 엔돌라스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