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32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21화
시몬이 훈련장 코스 앞에 섰다.
숨을 고르고, 머리를 텅 비운다. 비워진 용량만큼 철저한 전투논리를 머릿속에 채워 넣는다.
‘좋아.’
눈을 떴다. 출발하기 전에 다시 한번 신중하게 코스를 확인했다.
좌우의 레일 사이로 길이 나 있다.
레일에서는 목각인형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몸통을 회전하면서, 달려 있는 나무팔을 도전자에게 휘두른다.
저 나무팔은 도전자가 직접 주먹이나 발 등으로 쳐내야 관절이 꺾이게 되어 있다. 그냥 못 쳐내고 맨몸에 맞으면 상당히 아플 것 같다.
“시몬! 힘내세요~!”
“자, 잘하든가 말든가!”
어느새 카미바레즈와 메이린도 놀러 와서 응원하고 있었다.
“자, 그럼 준비-”
홍펭의 지시에 시몬이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출발!”
그가 즉시 지면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귓가에 윙윙 울린다.
제일 먼저, 오른쪽 레일에서 목각인형이 다가온다. 인형의 몸통이 회전하기 시작하며 달려 있는 나무 팔은 ‘적의 공세’로 변한다.
시몬이 손날을 휘둘러 다가오는 나무 팔을 툭 쳐보았다.
딸칵!
충격을 주자 나무팔의 관절이 접히며 몸통에 달라붙었다. 딸칵 하고 관절이 접히는 소리가 기분 좋았다.
‘이런 느낌. 익숙해지자.’
나무팔은 하단에서도 온다. 무릎을 들어 가볍게 쳐올리자, 이번에도 딸칵 소리와 함께 관절이 접혔다. 시몬은 무사히 목각인형 하나를 지나갈 수 있었다.
할만한가 싶더니 바로 난이도가 오른다. 이번엔 좌우에서 목각인형이 하나씩, 두 개가 동시에 다가온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시몬의 팔이 잽싸게 움직인다. 스트레이트를 날려 하나를 쳐내고, 즉시 팔꿈치를 기울여 아래쪽을 쳐낸다. 뒤로 걸으면서 왼손을 세워 올려 하나를 또 쳐낸다.
패턴에 얽매이지 않고.
회전에 환혹되지 말고.
보이는 대로, 다가오는 대로, 정직하게 팔다리를 움직인다.
딸칵! 딸칵! 딸칵! 딸칵!
시몬의 두 팔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나무 팔을 모조리 때려 맞추자 사방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잘한다!”
“……뭐, 뭔가 폼 나는데.”
목각인형들이 계속해서 다가왔지만 한번 기세를 탄 시몬은 멈추지 않았다.
허리를 젖혀 머리에서 오는 것을 피하거나, 가볍게 점프하며 두 다리를 펼쳐 두 개의 나무팔을 동시에 차 버리기도 했다.
“시몬! 조심해!”
쿠궁! 쿠르르르!
정신없이 목각인형을 쳐내고 있는데, 난데없이 볏짚을 뭉쳐 만든 커다란 공이 시몬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인챈트가 걸려 있는지 무게감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대충 타이밍은 봐놨다.
시몬이 미리 당겨놓은 주먹을 일직선으로 내질렀다.
꽝!
칠흑에 휘감긴 주먹과 볏짚공이 부딪혔다.
그러자 공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며 인챈트가 풀렸다. 머리카락 같은 볏짚 잔해들이 하늘하늘 휘날리고, 그 사이로 성큼 빠져나오는 시몬의 모습은 가히 명화가 포착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다음!’
레일을 타고 다가오는 목각인형들의 속도가 빨라진다. 팔도 더 많이 달려 있다.
시몬은 쇄도해 오는 나무팔들을 침착하게 쳐내며 전진했다.
‘크윽!’
입에 단내가 날 만큼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데, 갑자기 발에서 땅울림이 타고 올라왔다.
‘정면!’
다름 아닌 스켈레톤 세 기가 커다란 방패를 밀면서 시몬에게 돌진해오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조교가 스켈레톤을 컨트롤 하는 모습이 보인다.
‘처음에 들어갔던 애도 여기서 탈락했지.’
목각인형의 팔들을 힘겹게 쳐내고 있는 사이에 회피 불가능한 돌진.
당황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지만 시몬은 침착하게 왼손에 칠흑을 끌어모았다.
무조건 앞으로만 가란 법은 없었다. 거리는 충분히 확보해 뒀으니 목각인형들을 쳐내면서 뒤로 물러난다. 물러나는 만큼 스켈레톤들이 방패를 밀며 다가온다.
여유 있게 자신의 영역으로 그들을 끌어들인 시몬이, 세 개의 방패 중에서 중간의 방패에 주먹을 내질렀다.
와르르!
방패와 시몬의 주먹이 충돌하자, 방패가 일그러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들고 있던 스켈레톤이 무너져 내렸다.
다른 두 스켈레톤들은 그대로 방패를 이끌고 나아갔고, 시몬은 주인 없는 방패를 밟아가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하지만 코스의 난이도도 갈수록 악랄해진다.
회전하는 목각인형은 물론, 정면에는 줄들이 처져 있었다.
시몬은 몸을 낮춰 줄들을 넘어가면서 목각인형의 팔까지 쳐내야 했다. 그의 팔이 가속이 붙으며 움직였다.
딸칵! 딸칵! 딸칵! 딸칵! 딸칵!
“햐!”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쳐내는 거지?”
시몬의 눈이 집중력으로 번들거렸다.
마지막으로 눈앞에 보이는 건, 볏단으로 만든 허수아비였다.
키가 서로 다른 다섯 개의 허수아비가 서 있었는데 앞의 허수아비가 제일 작고, 뒤의 허수아비가 제일 컸다.
마치 미끄럼틀 같은 모습. 목 외의 부분은 금속갑옷을 입혀놨다.
‘그렇다면……!’
거의 무릎을 꿇듯 자세를 바짝 낮춰 줄을 통과해 낸 시몬의 오른손에 칠흑이 휘감겼다. 칠흑의 끝이 날카로운 단검처럼 벼려졌다.
“흐읍!”
각도와 거리를 계산한 시몬이 튕겨 나오듯 앞으로 뛰어가며 오른손을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아아악!
비스듬하게 뻗어 나간 검은 칼날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다섯 개의 허수아비의 목을 모조리 절단했다.
투둑. 툭.
허수아비의 목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철컹철컹 소리와 함께 코스의 작동이 멈추고 시몬은 소매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홍펭 교수가 만족스럽게 외쳤다.
“지몬 폴렌티아 학생! 완벽했어요. 만점으로 통과예요!”
와아아아아!
흥분한 학생들이 환호성을 쏟아냈다. 카미바레즈와 메이린이 물개박수를 쳤고, 딕은 휘파람을 불며 즐거워했다.
반면 멀찍이서 팔짱을 낀 채 지켜보던 헥토르는 쯧 하고 혀를 찼다.
“하긴, 이 정도도 못 해내면 재미없지.”
“헥토르 학생.”
조교가 웃으며 말했다.
“헥토르 학생은 마지막에 목 하나 놓쳤으니까 만점은 아닌 거 알죠?”
“…….”
화르륵! 헥토르의 눈에 불길이 이글거렸다.
“한 번 더 도전하겠습니다.”
한편 시몬은 조교가 준비해 준 드링크를 마시고 목에는 수건을 두른 채 돌아왔다.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는데 홍펭이 다가왔다.
“축하해요 지몬.”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지도 덕분이에요.”
그녀가 웃는 얼굴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잠깐 나 좀 볼래요?”
* * *
홍펭이 시몬을 데려간 곳은, 훈련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즈넉한 집이었다.
널찍한 마당이 딸린 이국적인 분위기의 집이었고 그 옆에는 작은 폭포가 흐르고 있었다.
“여기도 홍펭 교수님의 집인가요?”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옛날 키젠 교주님이 지내던 곳이에요. 마검학 교주님이셨다고 하네요.”
시몬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처음 들어봐요! 옛날에는 마검학이라는 과목도 있었어요?”
“그럼요!”
키젠 초창기에는 마투 대신 마검을 가르쳤다고 한다.
다만 나중에는 마투가 더 발달됐고, 무엇보다 네크로맨서들은 검을 선호하지 않았다. 지팡이도 불편하다고 쓰지 않는 사람들인데, 손에 검을 쥐어버리면 다른 흑마법의 활용이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래도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에요. 무(武)는 궁극적으로 하나. 마투학에 통합됐을 뿐이죠.”
홍펭이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2학년의 마투학은 무기들도 전택해 배우는 게 가능하니 기대해도 좋아요.”
“넵, 기대하겠습니다!”
“자, 잡담은 이 정도로 하고. 지몬 학생은 이번 주업에 놀라운 정취를 보였으니-”
그녀가 검지를 입술 위에 올리며 완벽한 발음으로 말했다.
“상을 줘야겠죠?”
처억!
그녀가 한 손을 올려 시몬 쪽으로 손등이 보이도록 세우는 독특한 전투 자세를 보였다.
“저와 대련할 기회를 드릴게요.”
“네, 네?”
시몬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상이 아니라 벌칙 아닌가?
“……저랑 교수님이 대련이요?”
“네! 재미있겠죠?”
조금 당혹스럽긴 했지만. 머리를 차분히 식혀보니 이런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몬이 바로 자세를 취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조건은 주행평가와 같아요. 오로지 마투로만 싸울 것. 진짜 주행평가라고 쟁각하고 덤벼보도록 해요.”
수행평가라.
홍펭은 뭔가 힌트를 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저의를 깨달은 시몬은 감사한 마음으로 오른발에 칠흑을 끌어올렸다.
“그럼 사양 않고, 들어가겠습니다!”
시몬이 곧장 바닥을 걷어차며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칠흑으로 휘감긴 그의 주먹은 단숨에 ‘취타’를 만들어냈다.
부아앙!
홍펭은 가볍게 옆으로 몸을 기울여 피해냈다. 급브레이크를 밟아 멈추며 몸을 빙글 회전시킨 시몬이 다리를 뻗어 회축을 날렸다.
터업!
그녀가 가뿐하게 팔을 들어 시몬의 발차기를 막았다. 바람이 일며 그녀의 머리카락이 나풀거렸다.
“후웁!”
다리를 회수한 시몬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연타를 퍼부었다.
팟! 타닷. 탁! 탁!
그녀는 가뿐하게 한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힘들이지 않고 툭툭 쳐냈다.
시몬은 마치 자신이 조금 전에 상대했던 목각인형이 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시몬이 펀치를 끊고 뒤돌려차기를 날렸지만 그것마저도 고개를 움직여 피해 버렸다.
‘역시.’
다만 그녀는 압도적인 신체 스펙으로 시몬을 파훼하는 게 아니었다.
사용하는 힘, 내는 속도.
모든 것을 시몬과 똑같이 맞춰주고 있었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서는 경험과 숙련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시몬이 오른발을 쭉 내디디며 그녀의 품 안으로 안기듯 성큼 파고들었다. 그녀가 두 팔을 붙여 세우는 가드자세를 취하자 시몬이 미소를 보이며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에 휘감긴 건, 적의 방어를 뚫고 들어가는 천흉이었다.
‘가드는 실수였어요 교수님!’
천흉을 휘감은 시몬의 주먹이 쏘라져나가는 순간.
스윽.
가드자세를 유지하던 그녀의 두 팔 사이가 살짝 벌어져 공간을 만들었다.
“!”
워낙 찰나의 순간이라 반응할 수 없었다. 시몬의 주먹이 빨려들 듯 그 틈으로 들어갔고, 그녀가 다시 두 팔을 좁혀 손목을 붙들었다.
꿰뚫을 대상을 잃은 천흉은 발동되지 않고 허공에서 허무하게 사라졌다.
“크윽!”
엄청난 압력. 오른팔이 마비된 것처럼 아프고 저려서 입이 벌어졌다.
‘소, 손목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
홍펭은 시몬이 무슨 기술을 쓸지 완벽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대처도 가능한 거였다.
시몬이 왼 주먹으로 연신 가드를 때렸지만 풀리지 않았다. 힘도 잘 실리지 않는다.
펀치는 안 된다는 생각에 시몬이 오른 다리를 들어 그녀를 차올리려는 순간.
“!”
그녀가 팔을 풀고 역으로 시몬 쪽으로 파고들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다리를 든 자세의 시몬은 그대로 뒤로 기울어졌고. 결국.
풀썩!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흠-”
그녀가 고개를 쭉 기울여 시몬과 눈을 마주했다.
가까웠다.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시몬의 얼굴에 닿았다.
“지몬은 방금 한번, 죽은 거예요?”
그녀가 생긋 웃으며 물러났다. 시몬은 이를 악물고 바닥을 짚더니, 그대로 올라오듯 발차기를 날렸다.
터엉!
그녀가 팔로 발차기를 받아냈다.
“그런 증부욕! 아주아주 좋아요!”
‘체내 칠흑 분화!!’
즉시 발을 회수한 시몬이 몸을 회전시켰다.
‘교수님은 나와 신체 스펙을 맞춰주셨어! 그렇다면!’
잠시간 상승한 압도적인 신체능력으로 몇 번이고 돌려차기를 날리며 그녀를 몰아세웠다. 마침내 그녀의 몸을 나무 뒤까지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다.
“흠~”
등이 나무에 닿은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교수님은 내 모든 기술을 다 알고 계셔.’
그렇기에 반드시 페이크 모션을 섞어야 한다.
‘회축을 할 것처럼 하면서!’
다리에 일렁이는 칠흑을 보여주고, 한 번 더 몸을 회전한다.
‘진짜는 이쪽!’
축으로 삼고 있던 시몬의 오른팔이 앞으로, 회축인 줄 알았던 다리는 아래로 향한다.
촤아아아아아악!
검은 칼날이 나무를 두 동강 내며 지나갔다. 그러나 홍펭은 그것마저도 예측했다는 듯 공중으로 뛰어 피했다.
시몬은 허리까지 쓴 큰 동작을 취해서 피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그녀의 두 다리가 시몬의 가슴을 걷어찼다.
촤아아아아악!
시몬이 바닥에 긴 자국을 그리며 밀려났다.
‘크윽, 아직 분화 상태는 유지 중이야! 침착하게!’
바닥에 착지한 홍펭이 재차 달려들어 온다. 시몬이 전투 자세를 취한 그때, 달려오던 그녀의 팔이 움직였다.
“?!”
인간의 팔이라면 불가능한 곡선. 그녀의 팔은 마치 채찍처럼 휘었다.
뻐억!
시몬이 얼굴에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가 주먹을 회수하자, 시몬의 몸이 기우뚱하며 앞으로 쏠렸다.
‘?!’
중심이 꼬였다. 그리고 그녀의 주먹이 허리에서 출발하는 게 보인다.
시몬이 두 팔을 붙인 가드를 세우는 순간. 츠팟! 하고 주먹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빠악! 빡!
통증은 머리와 다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먼 부위를 동시에 타격하다니!’
시몬이 휘청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주먹을 뻗었다.
“!!”
어느새 그녀는 시몬의 위로 올라타 있었다. 홍펭의 다리가 뱀처럼 시몬의 목과 얼굴을 휘감은 채 그대로 내려왔다.
뚝. 뚜둑.
목에 느껴지는 약한 통증.
시몬은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이게 현실이었다면, 목이 부러져 죽었다.
탓.
그녀가 자리에서 내려왔다. 시몬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앙!
산더미만 한 거대한 주먹이 다가왔다. 시몬은 그대로 사고와 감각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주먹이 시몬의 얼굴 앞에서 멈췄다. 그것만으로 주위의 바닥이 모래먼지가 되어 쓸려나가고 나무들이 쏴아아 소리를 내며 위태롭게 흔들렸다.
“져…….”
시몬이 파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졌습니다.”
세 번은 죽었다.
시몬이 창백해진 얼굴로 숨을 헐떡였다.
“잘했어요.”
그녀가 주먹을 내렸다.
시몬은 여전히 거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땀으로 샤워를 한 것처럼 온몸이 끈적였다.
“자, 방금 대련으로 뭘 깨달았나요?”
“…….”
멍한 와중에도, 시몬은 말을 골랐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역시 저와 교수님의 실력 차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결코 홍펭이 그런 입에 발린 이야기를 원하는 건 아닐 터였다. 그녀는 자신의 힘을 과시할 성격도 아니고, 학생을 상대로 이겨놓고 칭찬을 바라는 성격은 더더욱 아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몬과 동일한 스펙으로 싸워주었다.
이 일방적이었던 대련에서 얻을 수 있는 것.
그건 바로.
“새로움.”
시몬의 입이 떨어졌다.
“제겐 새로움이 없어요.”
그녀의 입가에 반달 같은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