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32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22화
시몬은 천천히 홍펭과의 전투를 되짚어봤다.
그녀가 시몬을 상대로 힘을 봉인했기에, 힘과 속도는 대등하거나 체내 칠흑 분화를 발현한 시몬이 우위였다.
그럼에도 패배했다.
경험이나 기술의 숙련도의 차이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시몬의 기술은 홍펭이 전부 꿰차고 있으니 막히고, 홍펭의 기술은 시몬은 생전 처음 보는 종류였기에 손도 못 쓰고 당했다.
그녀가 방금 사용한 기술들이 특별히 취타, 천흉, 착검보다 난이도가 높아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몰랐으니까 당했다.
“새로움의 부족.”
시몬이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홍펭을 바라보았다.
“전투의 변수를 만들어내는 저만의 기술이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홍펭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에요!”
얼핏 본다면 모순처럼 보인다.
홍펭은 지금 학생들에게 취타, 천흉, 착검이라는 일반적인 전투기를 가르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세 기술은 기본기고, 조교들과 싸우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궁극적으로 조교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내가 가르치는 기줄들은 당연히 조교들도 배웠어요. 파훼법도, 응용법도 알죠. 그런 그들의 허를 찌르기 위해서는 재로운 방법에서의 접근이 필요해요.”
마투학 마지막 수행평가는 단순히 조교와의 스파링이 아니었다.
자신만의 마투기 습득.
조교들에게 통하든 아니든 조교들이 모르는 기술을 하나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승산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어렵네요.”
홍펭의 숨겨진 뜻을 깨달았지만, 시몬은 머리를 긁적였다. 새로운 마투기가 그렇게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럼 지금부터는 좀 특별한 훈련을 해볼까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꺼낸 건 심지 없는 ‘촛대’였다. 칠흑을 이용해 불을 붙이자 촛대에 화르륵 하고 파란 불꽃이 붙었다.
“지몬 학생은 이번 주업이 끝날 때까지.”
그녀가 촛불을 근처의 바위에 올려두었다.
“이 촛불을 몸으로 건드리지 않고 꺼보도록 해요.”
손대지 않고 촛불 끄기.
얼핏 보기엔 쉬워 보이긴 하는데, 홍펭이니까 당연히 어떤 장치를 해뒀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저 질문! 흑마법과 마투기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시몬이 바로 대답했다.
“마법진의 유무입니다.”
“정답! 촛불을 끈다고 마법진을 만들면 안 돼요. 오로지 마투만으로 끌 것. 그럼, 힘내요!”
홍펭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다시 훈련장 쪽으로 향했다.
“지도 감사합니다 교수님!”
시몬은 그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다음, 촛불 앞에 섰다.
[크흐흐흐!]홍펭이 사라지자 머릿속에서 피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시몬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피, 피어! 언제부터 보고 있었어요?”
[저 여자와 싸울 때부터 구경했다. 그보다.]피어의 분신의 눈이 촛불로 향했다.
[이 고전적인 수련은 요즘도 하는군!]“네?”
[리처드가 키젠에 다녔을 때도, 마투학 수업 시간에 이 훈련을 했었다!]그 말에 시몬의 눈에 이채가 일었다.
“아버지는 얼마나 걸렸어요?”
[이틀.]“그럼 저는.”
시몬이 척! 하고 전투자세를 취했다.
“하루 만에 끝내보겠습니다!”
그러곤 기세 좋게 오른 주먹을 스트레이트로 내질렀다.
부웅!
시몬의 주먹이 촛불 앞에서 딱 멈췄다. 이로 일어난 바람에 촛불이 일렁일렁하다가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다.
“오, 생각보다 할 만한데요.”
[크흐흐!]주먹을 회수한 시몬에 이제는 주먹에 칠흑을 끌어올려 ‘취타’를 만든 다음 내질렀다.
부아아앙!
이번에도 마찬가지. 촛불이 일렁일렁하는 정도가 끝이었다.
내친김에 천흉도 시도해 보았지만 마찬가지.
“그럼 이건……!”
시몬이 손에 ‘착검’을 일으켜 횡으로 휘둘렀다. 어느 때보다 촛불이 크게 흔들렸지만 이내 본래의 모습을 유지했다.
[크하하하하하!]피어는 뭐가 그리 웃긴지 큰 소리로 껄껄대고 있었다.
[제 아비가 하던 짓과 똑같군!]“……시끄러워요!”
시몬이 화끈거리는 얼굴로 대꾸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이 촛불 끄기는 시몬의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기존에 배운 기술을 똑같이 써봐야 촛불이 꺼질 리 없다.
‘바보 같았어. 불을 끄는 데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시몬은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촛불 앞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주먹을 쥐어서 내지르고 발차기를 날리고 별짓을 다 해보았다.
달려와서 주먹을 내지르거나, 빙글빙글 돌아 평소보다 동작을 인위적으로 더 길게 잡은 회축까지 날렸지만, 촛불은 조금 흔들리다가 얄밉게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시몬의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그나마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 가장 잘 먹힌 거.”
시몬은 촛불 앞에 나무판자를 두고, 맹독학 시간에 쓰던 포션을 꺼내 바위와 단단하게 붙였다. 그 상태에서 천흉을 사용하자, 촛불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으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 촛불은 풍압이 아니라 칠흑으로 꺼야 한다는 걸.
“으음.”
시몬은 다시 나무판자를 뜯어내 바닥에 떨어뜨리곤, 촛불과 마주 보고 섰다.
‘천흉을―’
시몬이 진지한 표정으로 촛불 앞의 손바닥을 펼쳤다.
‘일직선으로 폭발시키는 느낌으로!’
후웅!
손바닥에서 칠흑이 뿜어져 나와 촛불을 흔들었다. 아까보다 더 좋아졌다.
“……하지만 이건 마투가 아니야. 그냥 응축된 칠흑을 뿜는 행위에 불과해.”
제대로 지르는 자세가 들어가야 했다. 시몬은 아까 싸웠던 홍펭의 자세를 떠올렸다.
“이렇게 하셨던가?”
오른손을 허리에 붙이고, 왼손은 편안한 자세로 얼굴 앞에 둔다.
이 자세에서 허리를 자연스럽게 돌리면서 허리에 붙였던 오른팔을 힘껏.
‘내지른다!’
후우우우웅!
시몬이 손바닥에서 뻗어 나간 칠흑이 촛불을 강타했다. 촛불이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게 흔들리며 꺼질 듯하더니, 이내 다 까져가던 촛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깝다!”
[크흐흐!]재미가 붙어버리고 말았다.
시몬은 바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움직여 보았다.
“부분 체내 칠흑 분화.”
시몬이 오른팔에 칠흑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고는 손바닥을 내질렀다. 이번에도 촛불이 꺼지기 직전이었으나 아슬아슬하게 살아났다.
이 정도면 실전에서도 쓸 수 있는 수준이란 생각에, 시몬이 숨을 헐떡이면서도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아직 칠흑이 흩어져 분사되는 느낌이야. 조금 더 정밀하게.”
시몬이 중지에 칠흑을 집중시킨 다음, 딱밤 튕기기 자세로 촛불 앞에 섰다. 그리고 칠흑을 사출하는 느낌으로 손바닥을 튕겼다.
따앙!
효과는 확실했다. 촛불이 완전히 사라지는 듯하다가, 이내 가까스로 다시 불이 붙으며 일어났다.
“하나로는 부족해!”
중지와 약지를 붙여서 튕기기 자세를 취하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치는 자세를 취했다.
“다시 한번!”
따아아앙!
묵직한 소리와 함께 촛불의 불이 꺼졌다. 시몬이 긴장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으나, 촛불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됐다!!”
시몬이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를 질렀다.
[크흐흐흐!]이를 가장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피어의 분신도 눈을 빛냈다.
‘이 녀석은 진심으로 네놈을 넘어설지도 모르겠다. 리처드.’
* * *
수업이 끝나는 데 20분 정도를 남기고, 시몬은 훈련장으로 되돌아왔다.
홍펭이나 조교들이나 다들 학생들에게 훈련장 코스를 돌게 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조금 쉬어야겠다.’
시몬이 나무 그늘에 앉아 등을 나무에 기대고 쉬고 있는 그때.
“안녕.”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같은 A반이라서 얼굴은 눈에 익지만 초면이다.
“난 필립 엘란데야.”
구불구불 갈색 머리카락의 남학생이었다. 시몬은 아까 훈련장 코스를 돌 때 자신 앞 순서였던 마투학 지망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응, 무슨 일이야?”
“아니 그냥.”
필립이 목각인형의 나무팔에 나자빠지는 학생들을 보다가 다시 시몬 쪽을 보았다.
“소환학 지망생이 마투를 왜 이렇게 잘하나 해서.”
무슨 소릴 하려는 거지?
시몬이 의문을 품고 있는데 필립이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 이쪽 전공으로 올 생각은 없지?”
“아직까진 없는데.”
필립은 잠시 말을 멈추고 다음 학생이 코스를 통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반장인 제이미의 차례라 많은 학생들이 구경하러 와 있었다.
“아까 조교쌤한테 먼지 나게 털렸어.”
“음?”
“어떻게 마투 지망생이면서, 다른 과목 지망생한테 질 수가 있냐고. 사실 이러는 꼴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해.”
“…….”
말에 가시가 있다.
탓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겼다.
“혼났다면 정말 유감인데,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거야?”
“아니 그냥. 좋게좋게 가자고.”
필립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BMAT 같은 시험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수업 때는 좀 눈치 챙기고.”
“눈치?”
“툭 까놓고 말해 너 때문에 우리가 털리는 거잖아.”
시몬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실력지상주의인 키젠에서 열심히 한 걸로 눈치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여기서 뭐 하나.”
두 사람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키젠 교복 위에 검은 로브를 두른 남학생이 다가와 있었다. 익숙한 회색 머리에, 눈에 난 상처였다.
“카쟌!”
시몬이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필립이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너. A반 아니지?”
필립이 말을 멈췄다.
카쟌은 아무 말도 없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필립의 표정이 목을 죄인 사람처럼 새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뭐, 됐다.”
카쟌이 고개를 되돌려 시몬을 보았다.
“할 이야기가 있다, 시몬.”
“아, 넵.”
시몬과 카쟌이 떠나고, 혼자 남겨진 필립은 그제야 숨을 헐떡였다.
‘뭐, 뭐야? 진짜 인간인가? 무슨 박력이…….’
“야, 필립.”
이번에는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립이 뒤를 돌아보자 한 여학생이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있었다.
“헥토르가 잠깐 좀 보자는데?”
“!”
이번엔 헥토르? 헥토르가 갑자기 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필립은 불안한 얼굴로 그녀를 따라갔다.
“그러니까 글쎄!”
“하하하하!”
“다 쓸데없는 짓이다.”
헥토르는 뒤편에서 파벌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필립이 찔끔한 표정으로 헥토르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 나 불렀어? 헥토르.”
헥토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들 멋대로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필립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때, 헥토르가 태산 같은 몸을 일으켰다.
“야.”
움찔한 필립이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네! 아, 아니! 응!”
“방금 재밌는 이야기를 하던데.”
그가 눈을 치켜뜨며 필립 앞에 다가왔다.
“수업에서 니들 눈치 보고 좋게좋게 하라고?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
“아, 아니! 네가 아니라 시몬한테……!”
장난스럽게 낄낄거리던 파벌들의 표정에도 살벌함이 깃들었다.
“어머, 미쳤네.”
“헥토르도 훈련장 코스 통과한 거 모르니?”
헥토르가 체육복을 벗어 던졌다. 노력의 결정체인 탄탄한 근육질의 몸이 드러났다.
“이 꽉 물어라.”
그의 커다란 팔이 들어 올려졌다.
“개싸움이니 반격해도 좋다.”
“자, 잠깐 헥토……!”
쩌억!
적나라한 소리와 함께 필립의 입에서 이빨 하나가 태양빛에 반사되며 날아갔다. 그가 휘청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마투.”
쩍!
“지망이란 새끼가.”
빠악!“
“처맞고만 있나.”
뻑! 빠악! 퍽!
그의 신발이 쓰러진 필립의 안면에 틀어박혔다. 피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주위의 몇몇 학생들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또 몇몇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흑마법으로 소리와 기척을 차단하고 있었다.
“이제.”
헥토르가 다리를 내리며 음침하게 말했다.
“반격할 생각이 들었나?”
피투성이가 된 필립의 눈빛이 사납게 번뜩였다. 그가 악을 지르며 일어나 주먹을 내질렀다.
필립의 주먹이 헥토르의 안면에 도달하려는 순간.
빠아아악!
그보다 빠르게 헥토르의 주먹이 필립의 머리를 붙잡아 바닥에 처박았다.
마투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하, 참.”
“들키겠어 헥토르.”
파벌들이 낄낄 웃었고, 헥토르가 가볍게 손을 털었다.
피투성이가 된 필립은 입을 딱 벌린 채 기절해 있었다.
“티 안 나게 처리해.”
“네에 네에~”
파벌의 맹독학 지망생이 포션 뚜껑을 열어서 피투성이가 된 필립의 얼굴에 콸콸 부었다.
“근데 말야. 최근 들어 진짜 많이 세졌어, 너.”
바위에 앉아 있던 남학생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 정도면 시몬이랑도―”
“아직.”
헥토르가 바위 같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직도 노력이 부족하다.”
* * *
한편 시몬과 카쟌은 훈련장과 떨어진 한적한 곳으로 왔다.
“갑자기 여긴 무슨 일이에요? 카쟌.”
“열어봐라.”
카쟌이 종이봉투를 넘기며 말했다.
“발터 교수에 대한 새로운 정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