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32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25화
던전.
현대의 그 어떤 학술적 지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
특별한 인과도 없이 자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제3의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
많은 학자들이 던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고, 그 결과 나온 희대의 발명품이 ‘아공간’이라는 기술이다.
물론 던전의 아주 작은 비밀을 풀었을 뿐이다. ‘엔돌라스 보드빌’의 능력이 대륙 10대 미스테리에 선정된 이유도 일종의 미니던전을 만들어내는 파격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던전들은 대륙 곳곳에 뿌려져 있는데, 로레인의 말에 따르면 던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던전의 입구에 ‘피의 고리’라는 정체불명의 현상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데, 허락받지 않은 자가 가까이 가면 온몸의 피가 부글부글 끓어서 죽는다고 한다.
그 어떤 군대나 치안조작도 출입하지 못하는 철저한 폐쇄성 때문에, 그곳은 범죄자의 소굴이자 악의 구렁텅이가 되어 있었다.
연합은 한동안 이를 방치하고 있었으나, 최근 극도로 위험한 범법자가 피의 고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합에서는 피의 고리를 해제하기 위해 키젠에 네크로맨서 파견을 요청했고, 혈류계 최고 능력자인 실라지가 그곳으로 갔다는 것이다.
현재 피의 고리의 크기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올해 안에는 완전 제거를 예상하고 있다.
로레인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던 시몬이 질문을 던졌다.
“그 극도로 위험한 범법자가 누군데?”
로레인이 미간을 좁히며 시몬의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시몬이 ‘아!’ 소리를 내며 이마를 감쌌다.
“적당히 해. 실라지 교수님의 임무 자체도 최고 기밀이야. 얼마나 더 털어놔야 만족할래? 네가 본부의 수사관이니?”
“…….”
맞는 말이다. 시몬이 이마를 감싼 손을 내렸다.
“그럼 실라지 교수님은 내년엔 볼 수 있는 거야?”
“아마도 그렇겠지. 물론 선택권은 현 교수인 발터 교수님이 가지고 있겠지만, 실라지 교수님이 스승이니까 양보하실 것 같아. 내년엔 교정에 복귀하시겠지.”
발터가 혈류학 교수 자리에서 물러난다.
2학년이 되면 이 찜찜한 기분도 끝이 나는 걸까.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몬은 아주 잠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나도…….”
“응?”
로레인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있는데.”
“응? 나, 나한테? 뭐든 물어봐.”
잠시 망설이듯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던지던 그녀가, 이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키젠 본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뜬금없이 키젠 본부라니.
시몬의 입장에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듯,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빤-히 시몬을 응시했다.
“소, 솔직하게 말해도 돼?”
“응. 솔직하게.”
질문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다.
네프티스의 딸인 만큼 평범한 학생들의 여론이 어떤지 알고 싶은 걸까?
“그분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시는 거겠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 악의 축이지.”
시몬은 평소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무슨 시험이든 본부에서 간섭하면 꼭 말썽이 생겼어. 너무 어려워지거나 뭔가 이상해지거나. 차라리 교수님들이 직접 진행하는 수행평가가 더 안정감 있다고 생각해.”
사실 이게 키젠 학생들 대다수의 생각이었다.
모든 학생들을 대표해서 속 시원하게 말했다는 생각에 시몬은 기분이 좋아졌다.
“…….”
그리고 뒤늦게 로레인의 표정을 보니 대답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를 낸다거나 서운해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게 아닌데.’ 같은 표정.
“그, 그럼 상아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로레인이 다시 물었다. 목소리에 약간의 초조함이 묻어나온다.
“……그냥 아무 생각 없는데.”
말 그대로 진짜 별생각이 없었다.
한때 자신의 군단장 자리를 노리려 했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일이고.
메이린과 세르네의 고향이자 본진. 딱 그 정도의 느낌이다.
하지만 로레인의 표정이 못마땅하게 변하는 걸 본 시몬은 얼른 덧붙였다.
“그, 그런데 상아탑은 너무 오래되고 경직된 조직이라서, 지내기엔 딱딱하고 숨 막힐 것 같긴 해. 메이린한테 가끔 이야기를 듣는데 갑갑해 보이더라고.”
“!”
비로소.
로레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응.”
다행히 그녀도 만족하는 것 같은 눈치라 시몬도 안도했다.
“아, 이제 이쪽 이야기는 그만하고 게임에 집중하자.”
로레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연회장을 두리번거렸다.
“아직 돼지공주는 안 나온 걸까?”
“그런가 봐.”
이번 게임은 극도로 심플한 룰이다.
‘기사’는 돼지공주를 지키고.
‘암살자’는 돼지공주를 죽인다.
시몬은 로레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면밀히 동물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사실 이 시간은 ‘기사’들을 위한 시간이다.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며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암살자’들을 가려낼 수 있을 테니까.
여기 있는 동물들 모두 동화 ‘동물왕국’에 나오는 실제 등장인물들이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배경을 알고, 그것에 대해 물어보면서 조금씩 범인을 가려가면 될 터였다.
‘근데 암살자 애들이 너무 잘해.’
아무리 봐도 눈에 확 튀는 동물들이 없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을 법도 한데, 모든 동물이 돌아다니며 적당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캐릭터 중에 ‘굼벵이 오리’는 그냥 혼자 숨어서 멍 때리고 있었지만 저건 원래 컨셉이 그런거고.
아마 암살자로 들어온 두 학생 다 동화를 달달 외운 수준이 아닐까.
‘이번 게임은 동화적 상식을 이용해 펼치는 심리전 테마.’
참가자의 판단력과 추리력, 그리고 네크로맨서로서의 암살 능력 등을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전조일 뿐이고, 진짜 무대는 ‘돼지공주’가 등장했을 때부터다.
“내빈 여러분! 돼지공주님께서 입장하십니다!”
마침 타이밍 좋게 주인공이 등장했다.
모든 동물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몬과 로레인도 앞으로 나왔다.
연회장의 중앙, 3층에서 연회장으로 이어지는 호화로운 계단에서 배가 툭 튀어나오고 두 발로 걷는 뚱뚱한 돼지가 힘겹게 한 발 한 발 내려오고 있었다.
“오홍홍홍! 다들 와줘서 고마워요!”
돼지공주가 다른 동물들에게 우아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녀의 주위에는 무기를 든 두 명의 개들이 있었다.
‘여기선 바로 공격 못 하겠지.’
시몬은 이미 뒤를 돌아보며 다른 동물들을 살피고 있었다. 먼 거리에서 저 두꺼운 목의 돼지공주를 일격에 죽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암살자들은 이 동화에 빠삭하다.
가장 유효한 암살 수단은 독. 아공간에서 맹독학에서 배운 독을 꺼내 독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았다. 거식증인 돼지공주가 음식을 먹는 건 설정상 누구도 말릴 수 없을 테니까.
“돼지공주님! 말 남작이 인사 올립니다!”
“오홍홍! 바쁘시다더니!”
몇몇 동물들이 인사를 해왔다. 돼지공주는 살이 찌고 다리가 후들거려 힘들다며 바로 자리로 갔다.
원형 소파로 널찍한 자리가 그녀의 자리다. 그녀가 앉고, 동물들이 주위에 몰려와 아부를 떨기 시작한다.
“오홍홍! 귀여운 귀가 달린 인간들도 있군요!”
돼지공주가 시몬과 로레인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두 발로 걷는 자들이니 들어왔겠지만, 다음엔 왕국의 법률을 바꿔야겠어용! 두 발로 걷는 동물은 우월하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공주님!”
“오홍홍홍!”
본인을 죽이려는 암살자로부터 보호해 주려는 것도 모르고.
시몬은 한숨이 나왔지만, 스토리상 어쩔 수 없다.
‘밀착 경호하려면, 일단 돼지공주의 환심을 사는 게 정석이야.’
동화를 읽어본 시몬은 무슨 말을 하면 돼지공주의 환심을 받을 수 있을지 알고 있다.
-또각 또각.
그리고 돼지공주가 좋아하는 말이 무엇인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또각 또각.
하지만 암살자들은 우리가 돼지공주의 환심을 사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방해할 때 그들의 말을 기억해서 캐릭터의 성격과 매치되지 않는 말을 하거나, 지나치게 악의적인 표현이 들어간다면 암살자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동화 속 상식.
그에 따른 심리전.
다 좋다.
근데 굳이 룰대로 할 필요 있나? 더 편한 방법이 있었다.
그건 바로.
처억!
“공주의 목숨이 아깝다면 물러나.”
로레인의 강함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대뜸 끼어든 로레인이 돼지공주의 목에 붉은 단검을 겨누었다.
“꺄아아아아악!”
“고, 고, 공주님!”
갑자기 벌어진 인질극에 연회장의 동물들이 한바탕 술렁였다.
“뭐 해? 안 물러나?”
로레인이 돼지공주의 목을 압박하며 단검으로 살짝 목을 베었다. 핏물이 줄줄 흐르자 돼지공주가 꽤액 소리를 내며 눈물을 쏟아냈다.
“피! 피! 피이이!”
이때 비릿하게 미소 짓는 로레인의 모습은 시몬이 봐도 악당 같았다. 시몬도 아공간에서 숏소드를 꺼내 돼지공주의 목에 겨누었다.
“다들 물러나세요.”
“이 인간들이 감히! 연회장에 들여준 은혜도 모르고 공주님께 무슨 짓이냐!”
개들이 소리쳤다. 돼지공주가 자신의 목에 줄줄 흐르는 피를 부며 울먹이며 소리쳤다.
“물러나라고 하잖아! 빨리 물러나아! 나 죽는다 나 죽어! 꽤애애액!”
돼지공주의 명령에 동물들이 빠르게 물러났다. 시몬은 새삼 지금 암살자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정말 궁금해졌다.
‘이 중에 암살자가 있고, 무엇보다 독살의 위험이 있는 이상, 역설적으로 돼지공주를 가장 완벽하게 지키는 방법은 인질극이야.’
입장은 역전됐다.
시몬의 동공이 위로 향했다.
‘버티는 시간은 삼십 분.’
돼지공주가 등장한 이후부터 타이머가 생겼다. 현재 2분 지났다.
‘나와라.’
시몬이 아공간을 열고 스켈레톤들을 내보냈다. 로레인도 눈치껏 스켈레톤을 보내서 돼지공주를 주위를 둘러싸게 했다.
“괴, 괴물이다!”
동물들은 충격에 빠져서 발만 동동 굴렀다.
시몬이 말했다.
“섣부른 짓은 공주를 다치게 합니다. 우리의 요구 조건은 하나. 여기 있는 전원이 저택 밖으로 나갈 것. 우리의 요구를 따른다면 공주의 목숨은 무사할 겁니다.”
“이, 이 비열한 인간들!”
“역시 인간들을 연회에 대하는 게 아니었어!”
그 말을 들은 로레인이 단검으로 돼지공주의 피부를 살짝 베었다. 핏방울이 흘러나오자 돼지공주가 눈을 까뒤집으며 비명을 질렀다.
“뭐 해! 저택 밖으로 나가라잖아! 빨리! 빨리! 빨리!”
돼지공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동물들이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난히 뭉그적대는 한 동물이 보인다. 정장 사이로 털이 복슬복슬 삐쳐나온 양이었다.
“여, 여러분 잠시만!”
양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우리가 저택에서 모두 나가면 오히려 돼지공주님이 위험합니다! 저 인간들이 여기서 공주님께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시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애쓴다. 암살자.’
모든 동물들이 저택 밖으로 나가면 암살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게 되니까.
척!
그때 로레인이 단검을 움직여 돼지공주의 턱을 살짝 베었다.
“아직도 미적대니?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까?”
시몬이 그녀에게 조금 진정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얘 왜 이렇게 신난 것 같지.
“꽤애애애액! 빨리 나가! 이것들 자극하지 말고 일단 나가라고!”
돼지공주가 연신 발작하듯 소리치자 정장을 입은 여우가 양의 팔을 껴안았다.
“진정해. 응? 저 인간 여자 눈을 봐. 진짜 돌은 눈이야.”
“……하아, 아니 진짜.”
양이 여우의 팔을 탁! 쳐내더니 발로 강하게 바닥을 디뎠다.
타다다다닷!
그러고는 온몸에서 칠흑을 일으키며 돌진해 왔다.
“!”
그 육중한 몸으로 주위의 스켈레톤들을 튕겨버리며 다가온 양이 로레인에게 주먹을 내지르려는 그때.
터어엉!
시몬의 몸이 중간에 번뜩이며 나타나 발차기를 날렸다.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네. 암살자.”
“크윽!”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받아낸 양이 뒤로 주르륵 물러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로레인, 뒤는 맡길게.”
“응.”
타닷.
어느새 천장으로 오고 있던 고양이가 돼지공주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로레인이 고양이를 상대했다.
처억!
척!
시몬은 스켈레톤들을 움직였다. 돼지공주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검으로 목을 겨누게 한 다음, 암살자인 양과 싸웠다.
“제기랄!”
부웅! 부웅!
정장을 입은 양이 거칠게 주먹을 휘둘러 댔다.
“아니, 이 미친놈들아! 기사들이 공주를 납치하는 게 어디 있냐!! 이거 룰 위반 아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택했을 뿐이야.”
시몬이 몸을 숙여 주먹을 피하면서 오른손에 칠흑을 휘감았다.
그때 양의 오른손에도 칠흑이 휘감겨 있었다.
쩡!!
두 개의 착검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찢어질 듯한 굉음을 일으켰다. 후폭풍에 접시와 컵 따위가 떨어져 깨졌다.
“크아압!”
양이 바로 왼쪽 주먹에도 착검을 휘감아 휘둘렀다.
바뀐 동물의 몸임에도 상당히 잘 다루고 있다. 마투전공자인 것 같다.
‘저 큰 덩치를 이용하자.’
시몬이 양의 몸으로 바짝 파고들며 옆구리 쪽으로 지나갔다. 휘둘러지는 상대의 주먹을 피하면서, 손바닥을 허리에 가져다 대듯 가볍게 붙였다.
‘아직 미완성이라도!’
시몬의 머릿속에 촛불이 떠올랐다.
촛불을 끌 때, 칠흑을 방출할 때, 바로 그 기술.
양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던 시몬의 손바닥이 칠흑으로 일렁였다.
시몬이 팔을 곧게 펼치며 손바닥으로 강하게 밀쳤다. 칠흑의 벽력이 파직거리며 원형으로 퍼져 나갔다.
터어어어엉!
“커헉!”
양의 입에서 침방울이 튀어나왔다. 육중한 몸이 거대한 충격을 받으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해냈다! 실전 사용에도 성공이야!’
시몬의 입가에 성취감 가득한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