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32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26화
우당탕탕!
공중으로 날아오른 정장 차림의 양이, 테이블을 두 쪽으로 박살 내며 떨어졌다. 깨진 접시와 잔이 그의 몸으로 떨어졌다.
“크아윽!”
스파게티를 머리에 뒤집어쓴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 했다. 어색한 몸인지 기우뚱- 하다가 다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 와중에도 두 눈은 시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방금 뭐야!”
눈에 담긴 감정은 분노 반. 그리고 의문 반이었다.
“손바닥만 댔는데 어떻게 그런……!”
양의 말은 채 이어지지 못했다. 옆에서 날아온 한 줄기의 붉은 섬광이 양의 몸뚱이를 삭제하듯 밀어낸 것이다.
꽝! 소리와 함께 양이 벽에 처박혔다.
놀란 시몬이 고개를 돌리자, 오른팔을 들어 올린 로레인의 모습이 보인다.
“방해했니?”
“아니, 도와줘서 고마워.”
시몬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뒤를 보고 있었다.
다시 봐도 놀랍다.
그녀의 주위에 공간이 갈라지며 보이는 붉은 눈동자들. 저 공간 너머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걸까.
그녀가 손을 내리자 벌어진 공간들이 입을 다물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로레인, 네 상대는?”
그녀가 턱짓했다. 방금 양이 저렇게 된 것과 비슷한 꼴로 고양이가 벽에 파묻혀 있었다.
[암살자팀 전원 다운.] [이질적인 게임 클리어 확인.] [추가 목표 출현.] [추가 목표 : 새로운 적으로부터 돼지공주를 보호하시오.]“추가 목표다!”
게임에서 의도하던 바가 아닌, 그냥 힘으로 와장창 대잔치를 벌여서 그런지 추가 목표가 튀어나왔다.
차라리 더 잘됐다고 시몬은 생각했다.
처음에 반장 제이미와 클리어했던 그 뗏목 게임도, 데이모스로 몬스터들 다 제치고 달리니까 추가 목표가 떴었다. 바로 거기서 지형의 색깔을 볼 수 있는 안경을 얻은 거고.
이번에도 뭔가 보상이 주어지리라.
양과 고양이는 암살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허공에 녹아 사라졌다.
시몬과 로레인은 시선을 한번 마주하고는, 주위를 경계하듯 뒷걸음질 치며 돼지공주 쪽으로 다가왔다.
“……사, 살려줘.”
돼지공주가 벌벌 떨며 말했다.
“귀가 짧아도 우리랑 같다고 해줄게! 털이 없어도 우리랑 동등하다고 인정해 줄 테니까! 제발 목숨만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로레인의 차가운 한마디에 돼지공주가 즉시 입을 오므리고 쭈그려졌다.
시몬이 한 마디 덧붙였다.
“공주님, 우린 당신을 지키러 온 겁니다.”
“거, 거짓말!”
돼지공주가 덜덜 떨며 소리쳤다.
“방금 양이랑 고양이를 죽여놓고 무슨……!”
쨍그랑!
와장창!
대화가 본의 아니게 끊겼다. 저택의 모든 유리창이 박살 나며 까만 후드를 쓴 살수들이 튀어나왔다.
처억!
척!
단숨에 십 수명의 남자들이 주위를 둘러쌌다. 그들 모두 눌러쓴 후드에서 얼굴이 보이는 대신, 회색 연기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시몬과 로레인이 경계하며 자세를 낮추었고, 돼지공주가 히익! 소리를 내며 움츠렸다.
절그럭 절그럭.
로브 안에 갑옷을 입은 남자가 걸어왔다. 그 또한 투구 안으로 회색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명령은 단 하나다.]그의 입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부 죽여.]타앗!
정체불명의 살수들이 일제히 검을 빼어들고 달려들었다.
“그럼 이제.”
로레인이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붙잡아 넘겼다.
“더 봐줄 필요는 없는 거지?”
다시 한번 그녀의 등 뒤에서 공간이 쩍쩍 벌어지더니 붉은 눈동자들이 튀어나왔다. 그 안에서 시뻘건 파멸의 기둥이 사방팔방으로 뿜어져 나가 살수들을 밀어냈다.
[!]콰콰콰콰쾅!
절반에 가까운 살수들이 벽에 부딪혀 즉사했다.
시몬은 감탄했다.
‘여, 역시 네프티스 님의 딸이 맞긴 하구나.’
“시몬! 앞!”
로레인의 외침에 시몬이 고개를 되돌렸다. 정면에서 살수 하나가 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언제 오나 한참 기다리고 있었다.
부우웅!
제1격은 가볍게 물러나는 것으로 피했다. 이어지는 제2격이 오기도 전에, 상대의 손목을 낚아채 잡아당겼다.
상대가 끌려오는 동시에 손목을 놓고 팔꿈치로 머리를 가격했다. 쩍! 소리와 함께 핏물이 튀고, 그대로 몸을 회전시킨 시몬이 회축으로 그의 머리를 걷어찼다.
빠아아악!
살수가 벌러덩 쓰러지고 뒤이어 다른 동료 세 명이 쇄도했다. 물론 포위공격을 허용해 줄 생각은 없다.
‘개문!’
촤르르르륵!
촤르르륵!
오버로드의 칼날들이 쏟아져나와 살수들을 뒤로 쳐냈다.
‘서두르지 말고, 한 명 한 명 천천히!’
포위에서 벗어난 시몬이 역으로 바닥을 내려 앉히며 돌진했다. 주먹에 칠흑을 휘감고, 막 바닥에 착지한 살수를 향해 내질렀다.
깡!
주먹과 검이 부딪히며 불똥이 튄다. 상대는 주저앉은 자세라 시몬의 후속동작이 더 빨랐다.
상대의 무릎을 걷어차서 바닥에 꿇어 앉히곤, 물 흐르듯 뒤로 돌아와 그의 고개를 붙잡아 들게 했다.
퍼억!
정면에서 날아온 화살이 정확히 후드 속 얼굴 안에 박혔다. 살수의 몸이 축 늘어진다.
“잘했어!”
스켈레톤 아처가 다음 화살을 꺼내며 따닥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아직 둘 남았다. 시몬의 후방에서 살수 두 명이 검을 내질렀다.
채앵!
챙!
그 즉시 방패를 든 스켈레톤 둘이 뛰어나와 막아냈다.
그 사이에 시몬은 자세를 바짝 낮추며 스켈레톤의 다리 사이로 팔을 뻗어 상대를 겨누었다.
‘클라우드!’
청록색의 연기가 뻗어 나가 살수들의 다리를 하나씩 휘감고,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들이 자세가 무너진 채 끌려왔고, 방금 방패를 든 스켈레톤들은 순식간에 뼈로 분해되어 공중에 떠올라 있었다.
딸칵 딸칵!
공중에서 뼈들이 날카로운 끝을 아래로 돌렸다. 시몬의 검지가 아래로 내려갔다.
푸욱! 푹! 푹! 푹!
공중에서 뼈들이 살벌한 소리와 함께 내리꽂히며 살수들이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던 로레인이 조용히 감탄했다.
‘……타고난 센스, 흐름을 꿰차는 전투 논리.’
저 어려운 기술들을 몇 개나 동시에 조합해서 쓰고 있다. 게다가 주력인 소환학에 더해 마투학, 혈류학 등 키젠에서 배운 기술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아직은 1학년에 불과하지만, 시몬에게서 완전체 네크로맨서의 모습이 엿보인다.
‘역시.’
무슨 일이 있어도 시몬을 세르네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그녀는 그렇게 다시 한번 다짐했다.
[뭣들 하느냐!]대장으로 보이는 갑옷남이 화를 냈다.
[답답하군. 내가 직접 가겠다!]보스 몬스터 격의 존재가 묵직한 장창을 들고 전투에 참전했다.
“꽤애애액!”
거기에 두 사람이 잠시 한눈판 사이, 패닉 상태에 빠진 돼지공주가 눈물 콧물 다 쏟으며 도망치고 있었다.
혼자서 저택 밖으로 빠져나갈 생각인 것 같았다.
“시몬!”
로레인이 아공간을 열며 소리쳤다.
“내가 보스를 맡을 테니까 공주를 부탁해!”
“알았어!”
그녀의 아공간에서 하늘을 나는 스켈레톤이 튀어나왔다. 그녀가 두 팔을 펼치자 스켈레톤들이 분해되어 전신에 착착 달라붙기 시작했다.
로레인의 본 아머.
그녀의 몸에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는 갑주 디자인이었다. 스켈레톤의 부리 쪽이 창으로 변해 그녀의 손에 들려졌다.
이내 보스 몬스터와 로레인이 동시에 창격을 내지르며 격돌했다.
‘멋지네. 저쪽은 일단 로레인에게 맡기고.’
“꽤애애애액!”
비명을 질러대며 도망치던 돼지공주의 앞으로, 두 명의 살수들이 가로막았다. 돼지공주가 ‘히익!’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쳤다.
“하여간!”
한숨을 쉰 시몬이 빨래 걷는 동작처럼 두 팔을 옆으로 강하게 밀었다.
스켈레톤 두 기가 쏜살같이 날아가 돼지공주의 몸에 본 아머를 입혔다.
처억! 척! 척!
순식간에 몸이 뼈로 뒤덮이자 돼지공주가 징그럽다는 듯 비명을 질러댔다.
‘두 기로는 어림도 없겠어!’
덩치가 너무 컸다. 다른 두 기의 스켈레톤을 추가해 도합 네 기의 스켈레톤을 입혀야 했다.
그사이 살수가 튀어나와 돼지공주에게 검을 내질렀다.
“끼에에에엑!”
까앙!
당연히 그 공격은 돼지공주가 입은 본 아머가 막아냈다.
살수가 당황한 듯 뒤로 한 걸음 물러났고, 시몬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마치 꼭두각시처럼 돼지공주가 주먹을 움켜쥐며 돌진했다.
“뭐, 뭐야? 내 몸이 멋대로오!”
뻐어어어억!
클린 히트.
돼지공주의 일격에 살수가 피를 뿌리며 날아가 쓰러졌다. 이번엔 시몬이 손가락을 옆으로 그었다.
터업!
돼지공주가 근처의 소파를 두 손으로 들어 올리더니 붕붕 휘둘렀다. 살수들이 기겁하며 물러섰다.
“웃차!”
쩌억!
이틈에 뒤로 돌아온 시몬이 한 살수의 뒤통수를 깨트렸다.
“……!”
다른 하나의 살수가 경계하듯 검을 세웠다. 하지만 시몬의 공격은 정면이 아니라.
피슉 피슉!
위에서 왔다.
천장에서 거미줄이 떨어져 그의 몸을 고정시켰다. 방금 시몬이 꺼낸 소환형 언데드의 송장거미였다.
시몬이 씩 웃으며 팔을 허공에 휘둘렀다.
“지금이에요. 공주님!”
“끼요오오옷!”
시몬에게 조종당하는 돼지공주가 소파를 들고 돌진해 살수를 들이받고 벽에 강하게 밀어붙였다.
꽝!!
부들부들 떨던 살수가 결국 추욱 고개를 떨구었다.
“오, 오! 오홍홍홍! 꼴 좋아용!”
돼지공주가 깔깔 웃었다.
‘윽.’
한편 시몬은 인상을 구기며 이마를 짚었다.
‘너무 신나서 칠흑을 남발했…….’
꽈아아앙!
터져 나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보스 몬스터가 몸에 구멍이 다섯 개쯤 난 채로 벽에 부딪혀 있었다. 투구에서 연기대신 피가 철철 쏟아졌다.
[괴, 괴물……!]퍼걱!
로레인의 창이 보스 몬스터의 투구를 뚫고 관통했다. 그녀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창을 회수했다. 핏방울이 튀어서 그녀의 뺨에 묻었다.
‘로레인은 걱정할 필요가 없네.’
우두머리를 처치하니, 남아 있는 잔당들은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었다.
모든 살수들이 쓰러지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추가 목표 달성.] [보상을 획득해 주시길 바랍니다.]보스가 바스러지듯 사라지고, 그의 시체에 있어야 할 곳에는 두 개의 보물상자가 나타났다.
시몬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며 웃었다.
“수고했어 로레인.”
“시몬도 수고 많았어.”
두 사람이 인사를 주고받으며 보물상자를 향해 걸어갔다. 본 아머가 풀리자 돼지공주가 히익! 소리를 내며 저택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런 돼지공주를 바라보며 로레인이 살짝 몸을 들썩이자, 시몬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이제 됐어. 다 끝났는데 뭐.”
“응.”
시몬과 로레인은 보물상자를 하나씩 골랐다.
과연 뭐가 들어 있을까?
시몬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물상자를 열었다.
“와!”
그의 입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크리스탈 스켈레톤?”
보물상자 안에 든 건 다름 아닌 새로운 언데드가 들어 있는 제품이었다.
시몬은 생일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지으며 제품을 꺼냈다.
‘가, 감사합니다 엔돌라스 보드빌 경……!’
시몬이 감격에 빠져있는 가운데, 로레인은 ‘흐응.’ 하고 콧방귀를 뀌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난 딱히 필요 없어. 내 것도 가질래?”
“!”
두 눈을 번쩍이며 시몬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리고 한발 늦게 추태라고 생각한 그가 무안하게 헛기침을 했다.
“마, 말은 고맙지만 그건 너무……!”
“웃차.”
로레인이 자신의 상자를 꺼내 시몬의 상자 위에 올렸다. 시몬이 휘청하며 얼른 자세를 다잡았다.
“부담 갖지 말고 가져가.”
시몬이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내, 내가 이거 계산해서 돈으로 보내줄게!”
“됐다니까? 아.”
로레인이 슬쩍 미소 지었다.
“그럼 빚을 졌다는 걸로 해두면 될까.”
시몬이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인데 그거.
“혹시 그거 세르네한테……!”
“저기 돌아가는 포탈 생겼어. 가자.”
로레인이 사뿐한 걸음으로 앞장섰다.
시몬도 얼른 두 크리스탈 스켈레톤을 아공간에 넣고 그녀를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