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33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32화
거신의 숲.
숲에서 태어나는 모든 생명체가 3~4배의 크기로 자라난다는, 대륙에서 손꼽히는 신비한 장소다.
거인들의 고향이며 현재는 최악의 초대형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생지옥.
인간이 먼저 숲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큰 문제가 없었으나, 어느 순간 위험도 7급에 달하는 초대형 몬스터 ‘플렉스트’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공격적인 성향의 이 몬스터들은 숲 밖으로 나와 민가를 공격하는 건 물론, 영주가 있는 도시까지 쳐들어와서 주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고위험도 초대형 몬스터들의 공세는 인류의 힘으로 막을 수 없어 보이는 ‘대재해’였고, 왕국에서 파견한 군대마저 플렉스트들의 한 입 점심거리로 전락했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재해에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는 그때.
홀연히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보랏빛의 나비들을 타고 적의 본거지인 거신의 숲을 단신으로 침공했다.
“……대, 대단하군.”
바로 그 역사적인 광경을, 칼로스 왕국의 관리자는 지켜보고 있었다.
전투의 양상은 심플했다. 그 흉악한 초대형 몬스터들의 목에 나비가 달라붙었고 여자가 낫을 휘둘렀다.
그것으로 끝.
거인들의 목이 댕강댕강 잘려나가 바닥에 쿵쿵 떨어졌다. 거신의 숲은 흙먼지로 자욱하게 뒤덮였다.
압도적이었다.
키젠이라는 조직 하나가 어떻게 이 넓은 대륙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수고했어요.”
하루 만에 단신으로 거신의 숲을 뒤흔들어 놓은 여자가 관리자에게 걸어왔다.
“돌연변이 여왕 개체가 탄생해서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겁니다. 원인은 제거했으니 이제 마음 놓으셔도 될 거예요.”
그녀가 손짓하자 낫이 나비로 변해 하늘로 날아갔다.
관리자가 경의를 담아 고개를 숙였다.
“왕국 전체가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부총장님.”
그 여인의 이름은 제인 올리비아.
사상자가 천 명이 이르는 등, 사태가 극도로 심각했기에 네프티스는 기꺼이 자신의 오른팔을 보냈다.
무려 키젠의 No.2가 직접 왔다. 절대 진화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 끔찍한 사태가 단 하루 만에 해결됐다.
칼로스 왕국은 이로써 키젠에 다시 한번 큰 빚을 졌다. 키젠 무용론을 주장하던 반키젠파들의 입도 쑥 들어가게 됐다.
“그, 그런데 설마 부총장님께서 직접 오실 줄 몰랐습니다.”
“교수라는 직함으로 충분합니다.”
제인이 수첩을 펼쳐 깃펜으로 뭔가를 끄적이며 말했다.
“그리고 키젠에서 주도하는 남부 댐 건설 건은 잘 부탁드립니다.”
역시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 관리자가 얼른 대답했다.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인 앞에서 굽신거리면서 관리자는 뼈저리게 느꼈다.
이 미쳐 버린 세계에서, 네크로맨서나 프리스트. 어느 한쪽의 집단과 손을 잡지 않으면 생존은 불가능하다.
노트를 정장 품의 주머니에 넣은 제인이 입을 열었다.
“렌.”
슈슉!
검은 로브 차림의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하명해 주십시오.”
“텔레포트 마법진을 준비하세요. 로크섬으로 돌아가기 전에,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제인의 입술이 열렸다.
“실라지 교수님께서 파견 가셨다는 그 던전. 진행 상황을 한번 체크하고 싶네요.”
* * *
제인과 검은 로브 차림의 요원은 함께 던전에 들어왔다.
하늘은 검었고, 땅은 붉었다.
붉은 토지를 밟으며 제인은 고개를 들었다.
“저게 그 ‘피의 고리’군요.”
던전의 초입부.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입구에, 마치 하늘에 뜬 ‘붉은 달’을 연상케 하는 시뻘건 피의 고리가 꿀렁거리며 회전하고 있었다.
“혈류계 저주의 일종이라고 들었습니다. 허락받지 않은 자는,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피가 끓어올라 죽는 저주.”
“예.”
저렇게 거대하고 반영구적으로 유지되는 저주라니. 제인은 지켜보는 것만으로 뒷머리가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전에는 이것보다 훨씬 컸습니다.”
요원이 말을 받았다.
“실라지 교수님이 저 고리의 핵심부에 들어가신 이후, 고리의 크기가 날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경과라면 3~4개월 뒤에는 고리가 완전 소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뒤에, 저 던전 안의 흉악한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겠군요.”
학자들은 이 피의 고리가 이 던전에서만 발현되는 특별한 현상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던전에 들어온 누군가가 피의 고리를 통제하는 방법을 알았고, 이를 이용해 일부러 던전의 주인(主人)을 파괴하지 않고 공간 자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키젠이나 왕국의 손이 닿지 않는 치외법권처럼 되어버렸다. 저기서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저 안에 키젠이 뒤쫓는 위험한 1급 수배자가 들어갔다는 것.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그 수배자를 잡기 위해 키젠도 움직였다. 현 혈류학 교수인 실라지까지 파견했고, 애를 먹고는 있지만 피의 고리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었다.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봤습니다. 돌아가죠.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겠네요.”
* * *
그날 아침.
키젠 학습관 빈 강의실.
“하하! 다들 모였지?”
칠판 앞에 선 딕이 거들먹거리며 소리쳤다.
“딕의 공성전 강의에 잘 오셨습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시몬이 ‘와-’하고 싱거운 리액션을 해주었다. 그 옆에 앉은 메이린은 뚱한 표정으로 턱을 괸 채 감자칩을 하나 집어 먹었다.
“……그냥 엔돌라스 보드빌의 게임 중 하나일 뿐이잖아. 이럴 시간에 문제나 하나 더 풀겠다.”
“모르는 소리!”
탕!
딕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시큰둥하게 있다가 깜짝 놀란 메이린이 바닥에 감자칩을 떨어뜨렸다.
“아, 깜짝아! 무슨 짓이야!”
“공성전 테마는 엔돌라스 보드빌의 정수이자 영혼을 바친 게임이야! 이런 거 해볼 기회가 일생에 더 있겠냐? 어?”
“알았어, 딕. 진정해.”
시몬이 과열된 분위기를 수습했다.
다음 방과 후 BMAT에서, 시몬과 메이린은 딕을 따라 공성전 테마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카미바레즈는 처음부터 파란색 카드 올인전략이 목표라서 공성전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럼 후딱 끝내고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고!”
딕이 분필을 집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니들도 알다시피 공성전 테마는 공성 15명, 수성 15명. 도합 30명의 학생들이 펼치는 게임이야. 우리는 수성으로 들어갈 거야.”
“왜?”
메이린이 물었다.
“내가 수성을 더 좋아함.”
그녀가 던진 감자칩을 피하며 딕이 재빨리 덧붙였다.
“아, 당연히 내가 수성을 많이 했으니 정보가 많은 수성이 유리하지! 암튼! 성의 구조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아.”
딕이 칠판에 네모를 그렸다.
그리고 네모의 겉 부분에 문 모양을 그려놓았다. 성의 성문은 동문, 서문, 남문, 북문 이렇게 네 개였다.
“방금 그린 여기가 외성(外城)이고.”
딕이 네모 안에 작은 네모를 하나 더 그렸다.
“여기가 내성(內城). 성문이 하나라도 뚫리면, 외성에 있는 아군 병력은 후다닥 내성으로 후퇴할 거야. 그때 병사들이 무사히 퇴각할 수 있도록 우리 네크로맨서들의 역할이 중요해!”
“좋아. 그럼 내성의 입구는 몇 갠데?”
그렇게 툴툴대던 메이린도, 막상 강의가 시작되니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문과 남문.”
딕이 작은 네모에 두 개의 문을 그렸다.
“공성팀이 어지간히 못 하는 게 아니면 외성까지 뚫리는 건 필연이야. 물론 내성이 성벽이 높고 방어할 구간도 적어서 지키긴 훨씬 유리해.”
이번엔 시몬이 물었다.
“내성까지 뚫리면?”
“그때부터는 시가전이지!”
딕이 작은 네모의 안에 무수한 집들을 쭉쭉 그려나갔다.
“이 게임의 무대인 ‘아온 성’은 낮은 언덕에서 시작해 고지대로 점점 올라가는 지형이야. 내성을 돌파한 적들은 계단을 타고 쭉쭉 위로 올라오겠지. 그렇게 마지막.”
딕이 정중앙에 왕관 모양을 그렸다.
“성의 꼭대기에는 왕궁이 있어. 왕궁에는 당연히 국왕이 살고 있지.”
가만히 설명을 듣고 있던 시몬이 팔짱을 꼈다.
“그럼 왕을 지키는 게 수성 측의 목표겠네.”
“정답! 반대로 공성의 목표는 왕을 죽이는 겁니다! 다들 이해했지? 어려운 거 없지?”
메이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그냥 왕을 왕궁이 아니라 다른 곳에 숨겨두는 게 낫지 않아?”
“어허! 왕이 왕좌를 오래 비우면 공성 측에 왕의 위치가 표시돼. 이 세계의 제작자가 엔돌라스 보드빌인데 그런 꼼수가 먹히겠냐?”
메이린은 그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충격을 받은 듯 이마를 덮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평민한테 꼼수 소릴 듣다니.”
“캬하하! 나라고 맨날 너한테 혼나기만 하는 게 아니야!”
딕의 유쾌한 강의는 계속됐다.
“자! 그 외에도, 왕궁 밑에 ‘수호석’이란 게 있거든? 이게 파괴되면 내성과 외성을 둘러싸고 있는 결계가 파괴돼서 공성 측이 공중으로의 진입이 가능해져.”
시몬이 살짝 입을 벌렸다. 이건 꽤 컸다.
“비행 능력이 있는 네크로맨서라면 그냥 왕궁으로 진입해 버리겠네.”
“글치! 그 외에도 파괴되면 공성 측에 보너스가 되는 건축물들이 있는데, 이건 뭐 달달 외울 필요는 없고. 가장 중요한 수호석만 기억하면 돼. 설명 끝!”
메이린이 다 먹은 감자칩 봉지를 옆으로 치웠다.
“됐고, 지금까지 전적은 어떻게 되는데?”
“첫 번째 게임은 수성팀이 이겼고, 두 번째 게임은 공성팀 놈들이 이겼어.”
그렇게 대답하는 딕이 이를 갈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게 내가 어떻게든 너희 같은 에이스들을 끌어모으려는 이유야! 공성팀 개자식들, 다음 게임에선 무조건 복수한다!”
딕이 두 사람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너희라면 가능하겠지?”
“물론이야.”
시몬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왕 하는 거 철저히 이길 거니까 걱정 마.”
메이린이 귀밑머리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아예 실력 차이를 내서 외성도 함락 못 하게 막아버리는 건 어때?”
“그거 좋은데! 그게 공성 애들한테 최대의 굴욕이지!”
그렇게 세 사람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공성전 테마에 대해 논의했다.
* * *
같은 시각.
시몬 일행이 있는 학습관 바로 아래층인 2층의 빈 강의실.
“어서 와~ 쥴!”
훈장이 주렁주렁 달리 제복을 어깨에 두른, 양 갈래머리 소녀가 손뼉을 치며 예쁘게 웃었다.
“공성전 공성팀 대책회의에!”
그녀는 특례 7번, 유령선을 몰고 다니는 엘리사 셀린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소만.”
그리고 그녀의 부름에 찾아온 건, 한쪽 눈에 안대를 쓴 소년이었다. 본인의 키만 한 장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컨디션의 기복이 있지만, 최상의 컨디션일 때 뿜어내는 순수 전투력으로는 키젠 1학년 최강이라고까지 평가받는 특례 5번. ‘쥴 빈체레’였다.
“뭐 어때? 쥴도 시몬에게 복수하고 싶잖아?”
“그 정돈 아니오. 복수하고 싶은 건 그대뿐이겠지.”
엘리사의 이마에 관자놀이 혈관이 툭 튀었다.
“당연하지! 무조건 복수할 거야!”
엘리사는 3차 BMAT, 본인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바다 테마에서 시몬에게 1위를 빼앗겼다.
그것도 억울하고 배 아파 죽겠는데 최근 방과 후 BMAT에서 시몬의 전략에 손도 못 쓰고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기까지 했다.
“나, 엘리사 셀린! 빚을 지면 열 배로 갚아줘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야.”
쥴은 별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허리에 찬 장검의 손잡이만 슥슥 매만졌다.
“나는 시몬 폴렌티아와 겨뤄볼 수 있다면 뭐든 좋소.”
쥴은 시몬을 방과 후 BMAT에서 처음 봤다.
그때 시몬이 사용한 블러드 에로우를 보고는, 꼭 한번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몬 폴렌티아가 공성전 테마에 참여한단 정보는 사실이오?”
“확실해.”
엘리사가 쿡쿡 웃었다.
“믿을 만한 정보통에게 들었어. 시몬의 절친이라는 딕이란 얘가 공성전만 하는데, 어떻게든 수성팀을 이기게 하려고 인재들을 구하고 있대. 당연히 자기 친구인 시몬도 설득하는 중이고, 시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 같아.”
“그럼 적어도 이번, 아니면 마지막 공성전에는 볼 수 있겠군.”
“그런 의미에서―”
엘리사의 눈동자가 문 쪽으로 돌아갔다. 터벅터벅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공성팀의 100% 승리를 위한 마지막 피스를 섭외했어.”
“?”
쾅!
문이 거칠게 열리고, 커다란 몸집의 남학생이 안으로 들어왔다.
“시몬 폴렌티아와 싸울 순 있단 정보.”
터벅터벅.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박력에, 특례 입학생인 엘리사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쥴은 조용히 장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거짓말이라면―”
쿵!
탕! 탕!
헥토르가 의자에 앉아 두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리며 뇌까렸다.
“지금 둘 다 여기서 쳐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