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34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49화
공성전 테마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정말로 딱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체감상으로는 온종일 전쟁터에서 뒹군 것 같은데 말이다.
이제 BMAT 시험 종료까지 한 시간 남았다. 시몬 일행은 급히 다음 카드를 찾아 돌아다녔다.
다행히 시몬에게는 카드를 찾는 데 특화된 안경이 있었고, 세 사람은 어렵지 않게 빨간색 카드를 찾아내서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마지막 게임은 ‘저주과목의 필기 테마’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벽이 좁아지거나 천장이 내려오는 방 안에서, 저주 수식이 나열된 문제를 풀고 다음 방으로 탈출해야 했다.
물론 이 테마에서는 메이린이 대활약했다. 문제를 다 읽지도 않았는데 감을 잡고 척척 풀어내는 모습에서, 필기시험 전교 2위의 저력이 드러났다.
-다음 증상을 보고 이 환자에게 사용된 저주 다섯 가지를 맞추시오.
“다리가 저리다고 했으니까, 경련 저주 아닐까?”
시몬이 말했다.
“에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겠어?”
딕이 반박했다.
“이 문제엔 틀림없이 함정이 있어. 정답은 공포계 저주야! 공포 때문에 다리가 떨리는 걸 저리다고 느끼는 거야! 내 말 맞지 메이린?”
“둘 다 닥쳐.”
문 앞에서 문제를 풀던 메이린이 차갑게 대꾸했다.
문제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뭣도 모르는 남자애들이 뒤에서 훈수를 두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그녀가 ‘와악!’ 하고 짜증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저리 가! 니들은 방해만 돼!”
결국 시몬과 딕은 문제풀이에서 좌천되어, 좁아지는 벽과 천장을 막으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이러나저러나 괜찮은 팀플레이였고, 메이린도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소환학 관련 저주는 시몬도 몇 가지 조언했다.
그렇게.
[모든 문제를 풀었습니다!] [게임에서 승리하셨습니다!]세 사람은 빨간색 카드를 손에 넣으며 무사히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끝이다아아!”
밖으로 나오니 BMAT는 종료되어 있었다. 주위에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기숙사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딕이 기지개를 쭉 켰다.
“으으! 진짜 큰 산 하나 넘었네. 성취감 개쩐다!”
“그러네. 고생했어.”
시몬이 빙긋 웃어 보이고는 메이린을 보았다.
“메이린도 수고 많았어.”
“흥.”
그녀가 새초롬한 표정으로 귀밑머리를 넘겼다.
“니들 다 나한테 빚진 거다? 빨리 저녁 맛있는 거나 사봐.”
딕이 불쑥 끼어들었다.
“어허! 그렇게 따지면 공성전 테마에서 내 정보로 득 본 것도 정산하셔야지! 하츠 가문한테 탈탈 털리고 있었으면서.”
“야! 내가 언제!!”
두 사람이 또 다투는 사이, 시몬은 손에 넣은 카드들을 확인했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 그리고 황금색까지.
이제 마지막 방과후 BMAT에서 카드 딱 한 장만 더 모으면 된다. 그러면 1등 조합이 확정이었다.
‘남은 카드가 초록색이란 게 좀 걸리지만.’
초록색 카드는 사령학 테마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몬이 가장 약한 분야였으니 대책을 세워놔야 했다.
“뭐 해? 시몬! 빨리 와!”
“응, 갈게!”
시몬이 얼른 메이린과 딕의 뒤를 따라갔다.
적어도 오늘은 온전히 승리를 즐길 생각이었다.
***
바힐의 연구실 앞.
저주학 수석조교 체헤클은 옷매무새를 가볍게 가다듬고는 문을 노크했다.
“바힐 교수님, 체헤클입니다.”
들어오라는 대답은 없었지만 그녀는 익숙한 듯 문을 열고 들어갔다.
타악. 탁. 타앗.
매번 보던 광경이었다.
불이 꺼진 방, 바힐은 칠판 앞의 의자에 앉아 칠판을 보지도 않고 팔만 움직여 수식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을 외부로 끄집어내 복사하는 작업처럼, 팔만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분필을 쥐지 않은 바힐의 한쪽 팔은 턱을 괴었고, 다소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틀림없이 분필은 움직이고 있는데 칠판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워낙 괴짜 같은 사람이라 그러려니 하며, 체헤클이 보고했다.
“교수님. 이제 막 1학년 학생들의 방과후 BMAT가 끝났습니다.”
바힐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밖이 시끌벅적해진 걸 보니 그런 것 같군요.”
“교수님도 학술회에 출제할 논문 준비 때문에 바쁘시네요.”
“이 정도야.”
타악.
마지막 수식을 써내려가고 방점을 찍은 바힐이 마침내 몸을 일으키며 옷깃의 주름을 폈다.
“간단한 일입니다. 학술회의 네크로맨서들은 전부 바보들이라, 상식을 낯설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환호하거든요.”
“……교수님의 눈엔 상식이겠지만, 일반인들의 눈으로 보기엔 아니거든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커피 한잔하시겠습니까?”
바힐이 그렇게 말하며 걸어갔다.
“매번 체헤클이 커피를 타줬으니, 적어도 오늘은 내가 끓여주고 싶군요.”
“그거 황송하네요.”
체헤클이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슬쩍 바힐의 눈치를 보았다.
“생각보다 별 반응 없으시네요.”
“뭐가 말입니까?”
바힐이 달그락거리며 커피를 끓였다.
“시몬 학생에 대해서요.”
“네.”
“조교들 사이에서 소문이 쫙 퍼졌어요. 아론 교수님이 시몬 학생에게 직속제자 권유를 했다고.”
“그렇군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바힐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을 받았다.
“아론 선배도, 시몬 학생에게 직속제자를 권할 권리는 있습니다. 체헤클.”
체헤클이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오늘따라 뭔가 이상하다.
절대 이렇게 쿨하게 넘길 인간이 아니었다. 물건 집어 던지고, 유리창 깨부수고, 사방으로 저주를 난사해도 모자랄 양반이다.
조금 더 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시몬 학생에게 접근도 잘 안 하세요.”
“음.”
“벼, 별로 위기감이 없으시네요?”
“음.”
바힐이 고장 났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런가? 아니면 실성이라도 한 걸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사람이 저러고 있으니, 체헤클은 처음으로 그에게 동정의 감정을 느꼈다.
“……교수님답지 않아요.”
그녀가 눈에 살짝 힘을 주며 말했다.
“뭐가 말입니까?”
바힐은 여전히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의기소침해 있는 것도, 축 처져 있는 것도, 애써 아무것도 아닌 척하는 것도요!”
하지만 그녀가 그 어떤 말을 하든 바힐은 반응하지 않았다.
조금 약이 오른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날카롭게 말했다.
“바힐 교수님답지 않게 정말 쉽게 포기하시네요! 시몬 학생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 아니었나요?”
그 순간.
콰르르르르르르릉!
번개가 쳤다.
번쩍이며 그녀를 중심으로 이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연구실도 하얗게 변했다.
하얗고 검은 명암만 남은 이 순간, 체헤클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연구실 전체에 그려져 있는 글자들이.
-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시몬폴렌티아
체헤클의 얼굴도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이 연구실 전체.
고개를 돌려 어딜 봐도.
시몬의 이름, 시몬이 쓴 풀이, 시몬이 푼 문제, 시몬이 먹은 음식, 시몬이 배운 기술, 시몬이 추구해야 할 미래 등등 온통 시몬에 대한 것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내가 시몬에 대해 진심이 아니었다고?”
명암의 세계 속,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며 광인이 시퍼런 안광을 뿜어냈다.
“그럴 리가.”
쿠르르르르르릉!
다시 번개가 치며 세계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거대한 충격을 받은 체헤클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리며 풀썩 주저앉았다.
“아하, 이런.”
바힐이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모르게 흥분했군요. 놀라게 해서 미안하…….”
“야 이 또라이 같은 새끼야!!”
체헤클이 꽥 소리 질렀다. 심장은 여전히 고장 난 것처럼 쿵쿵 뛰고 있었고 눈에는 눈물까지 살짝 맺혔다.
“당신 같은 사이코패스를 잠시나마 걱정한 나 자신이 혐오스러울 지경이야!!”
“하하.”
바힐이 부드럽게 웃으며 체헤클에게 다가왔다.
“시몬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아론 선배가 당장 시몬을 직속제자로 삼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그 선배의 한계이자-”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선배가 가진 ‘아픔’이죠.”
바힐이 손을 내밀었지만, 냉정하게 ‘탁’ 쳐버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뭐, 지금 여유라도 부리시는 건가요?”
“물론 나도 처음에 그 소식을 듣는 순간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죠. 내 두뇌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아론 선배를 죽일 수천 가지 방법을 쏟아내는 걸 가만히 관조하고 있었습니다.”
찌질하기는. 체헤클은 조용히 투덜거렸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 정도야 아무렇지 않습니다! 결국 나의 시몬은 내 손에 들어올 테니까요! 자, 커피 드시죠.”
“바힐 교수님.”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체헤클이, 바힐이 건넨 커피를 그대로 거꾸로 들어서 싱크대에 부어버렸다.
“그냥 객관적인 상황만 놓고 볼까요?”
타악.
그녀가 빈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시몬 학생은 아론 교수님으로부터 본 아머와 블러드 골렘을 전수받았고, 지금은 리치를 배우고 있어요. 반면 바힐 교수님은 그냥 4대 저주 전수가 끝. 상대가 된다고 생각해요?”
“4대 저주 전수가 끝이 아닙니다.”
바힐이 조소를 지었다.
“우리에겐 4대 저주를 다 배우면 익힐 수 있는 ‘콤펠로니아’가 남아 있지 않습니까? 시몬은 성실한 학생이죠. 리치 제작과 소환학에 힘을 쏟고 있기는 해도, 적어도 나와의 약속은 지켜줄 겁니다. 1학년이 끝나기 전에는 4개의 저주를 모두 완성하겠죠.”
“……대체 그 콤펠로니아가 뭔데 그래요?”
“기다려 보십시오. 시몬이 콤펠로니아를 사용한 이전과 이후는 다른 사람일 겁니다. 모든 게 바뀔 겁니다.”
바힐이 두 팔을 펼쳤다.
“그는 누가 뭐래도 나와 같은 과입니다. 그에게는 재능이 있고, 광기가 있기 때문에-”
바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
다음 날.
시몬은 아론의 연구실에서 ‘라이프베슬’을 배우고 있었다.
“해냈어요! 교수님!”
시몬이 손을 떼며 말했다. 허공에는 칠흑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띠가 교차 된 상태로 있었다.
“그래.”
아론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살짝 끄덕였지만.
‘……나는 대체 무슨 괴물을 가르치고 있는 거지.’
사실은 놀라 자빠질 것 같았다. 시몬은 일주일 만에 라이프베슬의 기본을 통달하고, ‘띠’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애써 놀란 마음을 감추고 의연하게 말했다.
“자만하지 마라. ‘띠’는 라이프베슬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다. 이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보면 된다.”
“네, 교수님! 다음 단계를 가르쳐 주세요!”
아론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쉬어라. 휴식도 중요하다.”
“네? 저는 괜찮…….”
툭.
아론이 시몬의 이마를 가볍게 짚자, 그의 몸이 소파에 허물어졌다.
“띠를 세 번이나 만들고 멀쩡할 리가 없지. 잠시 쉬어라.”
어떤 저주에 걸린 듯 시몬은 꼼짝할 수 없었다. 시몬이 저항을 포기하고 잠시 소파의 안락감을 느끼는 순간, 5초 만에 눈을 감고 코를 골며 늘어져 버렸다.
“……무리하긴.”
시몬이 자는 동안, 아론은 그에게 가르쳐줄 자료들을 요약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난 뒤에야 시몬은 눈을 떴다.
“아!”
시몬이 기지개를 쭉 켰다.
“몸이 엄청 가벼워졌어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진정해라.”
시몬이 일어나자 아론이 방금 끓인 차를 건넸다.
“몸에 활력을 북돋아 주는 차다.”
“감사히 먹겠습…… 윽!”
차를 한 모금 마신 시몬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혀를 내밀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썼다.
아론이 보기 드물게 픽 웃었다.
“쓴 약이 몸에 좋은 법이지. 다 마시도록.”
“……이, 이걸요?”
시몬이 반항의 눈빛을 담아 올려다보자, 아론이 고저 없는 음성으로 대꾸했다.
“못 마시면 오늘 과외는 여기서 마치겠다.”
그 말에 바로 차를 원샷한 시몬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얼얼한 혀를 내밀었다. 아론이 냉수를 건넸다.
‘그래도.’
시몬이 냉수를 받아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교수님이랑 친해지니 좋다. 이제야 좀 직속교수랑 제자 같은 그림.’
저번 소환학 수업 이후, 아론과의 거리감이 상당히 줄어든 것 같아서 시몬은 행복했다.
아론이 시몬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럼 다음 진도를 빼기 전에, 한가지 질문이다.”
“네!”
“리치의 라이프베슬이 될 심장은 구했나?”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 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