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35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54화
“차기 학생회장 자리는 생각 없나?”
충격적인 제안에, 시몬의 사고가 잠시 정지했다.
“나도 이제 졸업을 앞뒀고, 키젠 회장 자리를 내려놓아야 하지만, 사실 2학년들은 영- 성에 차지 않아서 말이야! 음!”
판타서스가 턱을 슥슥 쓸었다.
“2학년들은 우수하고 능력도 있지만 너무 계산적이야.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나이라고 할 수 없지.”
시몬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뜨거운 가슴! 우리 아버지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과연! 훌륭한 부친을 두었군!”
판타서스는 웅장하고 무게감 있는 겉모습과는 달리, 보기보다 말이 많은 타입이었다.
어느새 그의 투머치한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건 시몬뿐이었다. 세르네는 딴청을 피웠고 카쟌은 멍을 때렸다.
다만.
“학생회장 건은 아직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사실 하겠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학생회장이 어떤 일을 하는 건지조차도 시몬은 몰랐다.
“그래, 책임감이 무거운 자리지.”
판타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키젠의 학생회장은 늘 우수해야 하네. 자네에게 이 자리를 준다고 해도 2학년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터, 그들의 도전도 이겨내야 해!”
“……아하.”
“그래도 천천히 생각해 봤으면 좋겠군! 물론 이 몸은 강요하지 않는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네 인생의 주인은 뭐라고?”
“나 자신입니다!”
“그렇지!”
어쩐지 대화가 길어질 것 같다고 느낀 카쟌이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적당히 끊었다.
“슬슬 끝내시죠. 다음 일정도 소화하러 가야 합니다. 회장.”
“아쉽구만!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친구들을 만났는데. 음!”
판타서스가 가슴을 쿵쿵 쳤다.
“명심하게 후배들이여! 타인이 내 인생을 끌고 가게 두지 말고, 뜨거운 심장과 큰 꿈으로 무장한 채 나만의 인생을 살게! 그게 바로 사나이의 길이네!”
“저는 사나이 아닌데요?”
세르네가 생긋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게 바로 여장부의 길이기도 하지!”
판타서스가 정정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찾아오게!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싸울 생각이라면, 이 몸은 얼마든지 그대들을 도와주겠네! 음!”
* * *
폭풍 같은 학생회장과의 대면을 마치고 세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음 일정은, 시몬이 꼭 가봐야 한다고 말한 곳이었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건 다소 제 개인적인 일이에요. 두 분은 다른 곳에 가셔도 되는데.”
“널 경호하는 게 내 임무다.”
카쟌이 말했다.
“저도 시몬이랑 같이 있을래요.”
세르네가 빙글빙글 웃으며 시몬의 옆자리를 고수했다.
“우리가 떨어져 있는 모습 보이면 상아탑 어르신들이 의심할 테니까요!”
“……그, 그래. 마음대로 해.”
그렇게 시몬이 향한 곳은, 일곱 개의 유리탑 건물 중에 칠흑역학 쪽 행사가 열리는 건물이었다.
여기서 시몬은 마법진 엘리베이터라는 걸 처음 타봤다. 안내원에게 학생증을 내밀어 신분 검사를 받은 다음, 마법진을 밟으면 바로 원하는 층수로 이동시켜 주는 마법이었다.
층수는 37층.
벽이 유리처럼 투명해서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펜타모니엄 도시의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카쟌. 저긴 어디예요?”
시몬이 가리킨 곳은 펜타모니엄 도시의 외곽이었다. 도시를 보호하는 보호벽 밖의 세계는 새까만 안개 같은 게 잔뜩 껴 있었다.
“마경이다.”
펜타모니엄은 대륙의 수많은 지식과 역사적 사료를 보유한 지식의 보고다. 수많은 대륙의 권력자들이 이 도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으나 단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리적 위치 때문이었다.
펜타모니엄은 ‘마경’이라는 지역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산소가 없다.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던 제3의 대기층이 두껍게 감싸고 있으니 자연히 인간이나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곳이 됐고, 언데드의 천국으로 변했다.
마경에 둘러싸여 있는 펜타모니엄에 들어올 수 있는 수단은 하나, 펜타모니엄 측의 허락을 받고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들어오는 것뿐이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로는, 천 년 전에 소행성이 이 자리에 떨어졌다고 하더군.”
카쟌이 밖을 보며 말했다.
“소행성이 떨어진 자리만 안전하고, 그 외에 모든 곳이 검은 구름으로 둘러싸이며 ‘마경’이 형성됐다. 그리고 그 소행성 내부에 있던 외계지식을 기반으로 이 지역 원주민들이 세운 도시가 이 펜타모니엄이다. 뭐 대충 그런 이야기지.”
시몬이 눈을 반짝였다.
“뭔가 재밌네요.”
“물론 결계가 뚫린 적은 펜타모니엄의 긴 역사상 한 번도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세 사람은 병실 앞에 섰다. 문이 열려 있었지만, 시몬은 예의상 가볍게 노크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네~’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들어갈게.”
시몬이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환자복 차림의 앳된 소녀가 하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잘 있었어? 사샤.”
그녀도 시몬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시몬 오빠!!”
그녀는 중립지대 파견 때 만난 성녀 후보자, ‘사샤’였다.
불과 몇 달 되지 않은 일이니 시몬은 기억이 선명했다.
사샤는 성녀의 정수를 연구하던 ‘피가로’라는 프리스트에게 납치당해 강제로 이능을 폭주당하며 식물 성녀 신세가 됐지만, 시몬이 군단장의 힘으로 무사히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 그녀가 펜타모니엄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학술회에 참여하겠다고 말한 뒤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됐다.
“그동안 잘 지냈어?”
“응!”
시몬은 로체스트에서 사 온 과일선물을 내려놓고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중립지대에서 만난 그녀는 위태로워 보였고, 폐쇄적이었으며, 오로지 카미바레즈에게만 마음을 열었던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래도 이곳에 온 뒤로는 기운이 많이 생긴 것 같았다. 안색도 좋아졌고 키도 조금 컸으며, 머리카락도 더 자랐다.
현재 그녀는 펜타모니엄의 실험에 참여하는 대신, 최신 기술로 치료를 받으며 몸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성녀의 정수가 빠져나간 뒤 그녀는 다시는 신성을 일으킬 수 없게 됐지만, 최근에는 펜타모니엄 측의 설득에 따라 코어를 개방해서 네크로맨서가 됐다.
그녀의 이능. 몸에서 마구 자라나는 나뭇가지를 통제하려면, 백마법이든 흑마법이든 특정한 힘을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자, 여기.”
시몬이 편지를 건네주었다. 사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게 뭐야?”
“카미가 쓴 편지야.”
“진짜? 카미 언니가?!”
카미바레즈는 논문 준비를 못 해서 펜타모니엄에 오지 못했지만, 사샤가 여기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는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사샤는 행복한 얼굴로 편지를 읽었고, 이내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1학년이 끝나고 방학이 되면, 카미가 꼭 찾아오겠대.”
“……응, 편지를 전해줘서 고마워. 시몬 오빠.”
시몬이 상냥하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 이것 봐, 시몬 오빠!”
그녀가 두 팔을 펼치자 몸에서 나무줄기가 흘러나왔다. 그것을 늘였다 줄였다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카쟌과 세르네도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확정적인 사항은 아니다만.”
카쟌이 불쑥 끼어들었다.
“네프티스 님이 언급한 바에 의하면, 그녀는 내년에 특례 입학생으로 데려와 키젠에 입학시킬 예정이다.”
그 말에 시몬이 펄쩍 뛰었다.
“사, 사샤가요? 특례로?”
“그래. 사샤의 이능은 보기 드문 극상의 잠재력을 가졌다.”
확실히.
사샤가 그 미치광이 프리스트와 융합했을 때, 성녀의 정수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그 거대한 나무를 만들어낸 것만 보면 그녀의 포텐셜은 대단하긴 했다.
사실 신성 잠재력이 높은 사람은 칠흑 잠재력이 떨어지는 게 세간의 상식이었으나, 그녀는 두 가지 모두 잠재력이 우수했다.
“하지만, 사샤는 너무 어리지 않아요?”
시몬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카쟌은 고개를 저었다.
“사샤는 열네 살이다. 최소한의 입학 조건은 충족하지.”
시몬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사샤를 돌아보았다. 그 모습에 사샤가 볼을 부풀렸다.
“왜 날 그런 눈으로 봐?”
“아, 아무것도 아냐.”
많이 잡아도 열 살 근처인 줄 알았는데, 고작 세 살 연하일 줄이야.
“식물을 자라게 하는 이능의 부작용 때문에 본인의 성장이 주춤한 것 같더군. 네프티스 님처럼 말이다.”
“그, 그렇군요. 그런데 사샤.”
시몬이 애써 웃음 지으며 말했다.
“혹시 기억나?”
“응?”
“그때 있었던 일.”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부…… 아니, 그 나쁜 프리스트에게 납치당한 뒤로 아무것도 안 떠올라.”
“그래?”
차라리 다행이라고 시몬은 생각했다.
“…….”
사샤가 시몬을 응시했다.
사실은.
가끔 악몽을 꾼다.
커다란 나무가 되는 꿈을.
너무나도 아파서.
아프고 아프고 또 아파서.
살기 위해, 그녀의 뇌가 그때의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렸지만, 그 기억은 가끔 꿈의 편린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도 그 악몽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득하게 먼 곳에서.
-사샤를!
망토를 휘날리는 하얀 머리의 남자가.
-데리고 돌아간다!
자신을 구해주는 꿈을.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는 언제나, 그 장발의 흰 머리 왕자님이 자신을 안아 들고 있었다.
그 강함.
그 미소.
그 상냥함.
악몽에서 깨어나지 않고 마지막에 그의 품에 안긴 순간, 사샤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꿈에 그리는 왕자님은.
“왜 그래?”
바로 옆에서, 이렇게 미소 짓고 있다.
“…….”
시몬을 보는 사샤의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그녀가 얼른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냐.”
그게 정말로 있었던 일인지는 모른다.
그 왕자님과 시몬은 머리 색도, 눈 색도 달랐으니까.
무엇보다 시몬이 정말로 그 왕자님이라면, 네크로맨서가 신성을 쓰는 것도 이상하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심장이, 피부가, 확신한다.
‘날 구해준 게 이 사람이란 걸.’
시몬이 키젠이 있기에, 사샤도 키젠에 입학하기로 결심했다.
“시몬 오빠. 나 키젠 생활에 대해 궁금해.”
“그래? 그럼 간단히 알려줄까?”
시몬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신입생들은 커다란 고래를 타고 입학하는데, 떨어질 때 경관이 정말 예뻐. 그리고 전공할 수 있는 과목은 저칠소, 사혈맹투라고 부르는데. 하나하나 설명해 주자면-”
이번에도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았다.
카쟌은 물끄러미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세르네 아인다르크가 삐딱하게 선 채로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왜 그러나.”
“아뇨. 그냥-”
신이 나서 후배에게 키젠 이야기를 늘어놓는 시몬과, 두 뺨에 옅은 홍조를 띤 채 시몬의 얼굴만 보고 있는 사샤의 모습이 보인다.
“대체 얼마나 홀려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그쪽은 아마 평-생 모를 거예요!”
* * *
같은 시각.
2학년 네크로맨서 학생 논문 발표회.
쫘악- 쫘악- 쫘악-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녹색 체크 교복의 여학생 앞으로, 논문이 갈기갈기 찢어져 바닥에 모습이 보였다.
“쓰레기.”
심사위원들이 눈을 부릅떴다.
“쓰레기야!”
“이딴 짜깁기 논문이 펜타모니엄에 통하리라 생각했나!”
“네크로맨서를 칭하는 것도 우습소!”
수천 관중 사이에서, 심사위원들이 학생의 멘탈을 펑펑 터뜨리기 시작했다. 관중들도 우우 하고 야유를 보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혼이 빠져 있었고, 다음에 논문을 발표할 학생은 공포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뿐이야! 2학년이 이런 수준이라니! 어떻게 단 한 명도 우릴 만족시키지 못하는 겐가!”
중간에 앉은 논문 심사위원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말했다.
“다음! 다음 불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