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37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378화
마투학 최종 수행평가 ‘A+’를 따낸 시몬의 앞에, 다음 수행평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과목은 별야 교수의 맹독학.
그리고 맹독학의 최종 수행평가 이름은 「칠흑맹독계와 저항계 총평가」였다.
“사실상 처음 아니냐?”
실외 훈련장.
“너랑 내가 한판 붙는 건.”
시몬의 상대는 딕이었다.
딕은 팔을 뻗은 채 알통을 과시하듯 주물주물 마사지하고 있었다.
“그러네.”
시몬도 허리에 손을 올리며 웃어 보였다.
이 맹독학의 최종 수행평가는 대인전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사실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에 가깝다.
룰은 간단하다. 맞상대하는 서로에게 칠흑맹독계를 맞춰서 감염시키고, 동시에 저항계를 일으켜 독에서 먼저 풀려나는 쪽이 승리.
물론 채점은 승패와는 관계없이 칠흑맹독계와 저항계의 세부 수치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아무리 룸메라도 안 봐준다!”
딕이 마법진을 완성하며 말했다.
“내가 할 소리야.”
시몬도 마찬가지로 마법진을 손바닥 안에 펼쳐놓고 자세를 잡았다. 마침 앞선 팀을 보고 온 별야가 두 사람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오구오구, 우리 귀염둥이 차례네?”
삐쭉삐쭉한 상어 이빨을 드러낸 별야가 시몬의 머리를 휙휙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본 딕이 잽싸게 지적했다.
“앗, 잠깐만요! 결투를 앞둔 상황에 그런 행동은 편애 아닙니까! 이의를 제기합니다!”
“아- 디게 빡빡하게 구네! 교수가 제자 좀 귀여워할 수 있지. 불만이냐? 앙?”
“하려면 저도 해주십쇼!”
그렇게 말하며 당당히 자신의 정수리를 가리키는 딕이었다.
“꺼져. 뺀질아.”
“우와, 차별임다! 차별 반대!”
딕의 화내는 모습이 웃긴 듯 별야는 깔깔 웃어댔다.
뒤늦게 평가서를 가슴에 안은 수석조교가 후다닥 달려왔다.
“교수님! 또 무슨 짓 했죠?”
별야가 재빨리 딴청을 피웠다.
“흠흠, 아무 짓도 안 했는데.”
“학생들은 성적이 걸려 있을 땐 민감하니까 진지하게 하라고 몇 번을 말씀드려요!”
수석조교가 재잘재잘 잔소리를 퍼부었고, 별야는 입술을 삐쭉이며 귀를 후볐다.
시몬은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클라우디아의 ‘보이콧 사태’ 때만 해도 별야의 눈도 못 쳐다보던 수석조교가, 학기 말이 되니 꽤 강단이 생긴 것 같았다. 물론 저 둘이 더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준비해.”
별야가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키젠 교수다운 카리스마가 있었다.
시몬과 딕이 두 손을 모은 채 가슴 앞에 두는 자세를 취했다.
“자, 자, 그러엄~ 시작!”
별야가 시작신호로 손가락을 튕겼다.
두 소년이 동시에 맹독채찍을 시전해서 서로에게 휘둘렀다. 시몬의 맹독채찍은 풀색이었고, 딕은 짙은 갈색이었다.
퍼어어엉!
두 사람이 맹독채찍에 얻어맞으며 독에 감염되자마자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칠흑을 끌어올렸다.
‘집중……!’
시몬의 맹독채찍은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면역계’만큼은 자신 있었다.
흑마법을 발동해 감염 부위의 피를 혈독으로 전환하고, 체내에 들어온 유해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어.’
옆에 해독키트에 놓인 약초에 손을 가져대려던 시몬이 눈썹을 꿈틀했다.
‘조합이 까다로워.’
단백질 입자가 마구 얽혀 있어서 분석이 어렵다. 독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혈독의 변질을 보고 해독할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어느 쪽의 반응인지 혼동이 왔다.
‘대단하네.’
딕의 맹독학은 보기보다 상당한 수준이었다.
시몬이 약초를 씹으며 독을 분석하는 사이, 딕도 낑낑대며 해독작업을 하고 있었다. 슬쩍 눈을 떠서 시몬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벌써 안색이 편해지네. 쟨 진짜 외계인인가?’
딕의 면역계 실력 자체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나마 시몬의 칠흑맹독계가 교과서처럼 단순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두 소년이 끙끙거리며 독을 해독해 나갔고.
처억!
딕이 먼저 손을 들었다. 수석조교가 타이머를 보고 시간을 체크했다.
“네, 딕 헤이워드 학생, 6분 28초입니다.”
“이겼다!”
딕이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뒤이어 시몬이 팔을 번쩍 들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 6분 30초입니다.”
시몬이 아쉬운 미소를 흘렸다. 딕이 아직 멀었다는 듯 검지를 휙휙 흔들어 보였다.
“분석 결과.”
두 소년이 해독하는 사이, 다른 조교들은 바닥에 떨어진 독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별야가 결과를 취합해서 말했다.
“시몬의 저항계는 논란의 여지 없이 1학년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칠흑맹독계는 평범해. 이쪽에서 점수가 많이 깎였지만, 그래도 B+.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B+라면 전체 상위권 성적이다. 시몬은 만족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뺀질이는 반대로, 칠흑맹독계는 최고 수준인데 저항계 센스는 상대적으로 저질.”
“저, 저질이라뇨!”
딕이 발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독하지 못하도록 성분을 베베 꼬아버리는 칠흑맹독계 하난 확실히 대단해. 너는 A다.”
“오오오!”
딕의 수행평가 첫 ‘A’였다.
클라우디아 같은 맹독학 특화생들을 제외하면 압도적 최고점.
딕이 굽신굽신 허리를 굽혔다.
“감삼다 교수님! 오늘부터 전 맹독학 지망생입니다!”
“새끼, 뺀질거리긴!”
별야가 유쾌하게 웃으며 딕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딕이 악! 악! 소리를 내며 발을 잡고 뛰어다녔지만 표정은 좋아 보였다.
“축하해 딕.”
시몬도 축하 인사를 보냈다.
그렇게 별야와 조교진이 다음 학생들을 보러 간 사이 딕이 불쑥 말했다.
“야, 나 진짜 맹독학 전공할까?”
“……이제 1학년 다 끝나가는데 아직도 전공 못 정했어?”
“올 마스터의 설움이랄까.”
딕이 이마를 손끝으로 짚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다가, 이내 시몬을 향해 손을 척 뻗었다.
“암튼 오후엔 소환학 최종 수행평가지? 기대해. 네 지망과목에서도 이겨주마!”
시몬은 그저 웃었다.
* * *
세 시간 후.
“딕 헤이워드.”
소환학 교수 아론이 딕의 논문 복사본을 들고 인상을 굳히고 있었다.
“놀라운 발표였다.”
지금은 소환학 최종 수행평가.
「마법형 언데드 창작 및 논문」의 A반 논문 발표회 시간이었다.
연단에는 잔뜩 긴장한 표정의 딕이 뻣뻣하게 서 있었고 그 앞에는 새장에 갇힌 까마귀 한 마리가 보였다.
그런데 아론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언데드 ‘망령 까마귀’를 훈련시켜 기존의 전서구 시스템을 대체한다라…….”
“그, 그럼요! 개쩔지 않습니까!”
딕이 두 엄지를 척 세우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아론과 눈을 마주하는 순간 급히 차려자세로 되돌아왔다.
“해봐라.”
“네?”
아론이 대충 근처에 놓여 있는 종이뭉치를 딕에게 던졌다.
“지금 여기서 강의실 끝까지만이라도, 망령 까마귀가 전서구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증명해라.”
“아, 아! 그 정도야 기본이죠!”
딕이 새장을 열고 망령 까마귀를 꺼냈다. 언데드라지만 겉모습은 그냥 까마귀와 비슷하게 생겼다.
딕은 사념에 접속하는지 잠시 까마귀와 눈을 맞추다가, 이내 강의실 끝으로 달려갔다.
“예! 그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멀리서 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종이뭉치를 들고 이쪽으로 와!”
딕의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
망령 까마귀는 반응이 없었다. 부리로 털을 슥슥 긁거나 강의실 바닥을 총총거리며 뛰어다녔다.
“이리 와! 이리 오라고!”
강의실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특히 망령 까마귀가 다리를 들어 종이뭉치 위에 푸두둑 이물질을 쏟아냈을 때 학생들은 배를 잡고 뒤집어졌다.
“그만. 돌아와라.”
결국 보다 못한 아론이 중지시켰다. 딕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연단으로 복귀했다.
“논문 저자인 본인이 망령 까마귀를 통제하지 못하면 어쩌잔 거지?”
“죄, 죄송합니다.”
“문제는 더 있다.”
아론은 소환학 교수로서 논문의 문제점을 따박따박 지적했다.
네크로맨서 한 명 한 명의 몸값은 상당히 비싼 편인데, 과연 어떤 네크로맨서가 박봉을 받아 가며 까마귀 집에서 까마귀나 돌보고 날릴 것인지. 배송 거리가 멀어져 사념접속이 끊기면 까마귀의 귀소본능에 의존해야 하는데 언데드가 되면 그런 생물적 본능이 흐려진다는 지적. 그리고 소환 마법진에 그린다는 절대좌표 수식부터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까지.
“E-.”
아론이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점수다. F가 아닌 이유는 그 상상력을 높게 사서다. 이상.”
딕이 축 처진 모습으로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왔다. 몇몇 마음씨 고운 학생들이 자잘한 격려의 박수를 쳐주었다.
“푸훕. 푸후훕.”
자리로 돌아오자 메이린이 입을 틀어막고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망령 까마귀 전서구…… 푸훕! 개쩔지 않습니까…… 푸훕!”
“그만 좀 죽여.”
딕이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말했다.
옆자리의 시몬은 말없이 딕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마찬가지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히, 힘내세요. 딕.”
카미바레즈가 애써 두 손을 모으며 위로해주었다. 딕은 역시 카미밖에 없다며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아니, 근데.”
앞으로 일주일은 얻어맞을 화제였기에, 딕이 얼른 대화의 방향을 돌렸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대?”
정식 논문 발표회도 아닌데, A반 학생들뿐만 아니라 2, 3학년 선배들. 심지어는 어른들도 보였다. 교수가 보낸 조교들이나 키젠 본부 측 연구원들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왜 많겠니?”
메이린이 키득거리며 시몬을 보았다.
“다음, 시몬 폴렌티아. 앞으로.”
아론의 말에 비로소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사실 발표 당사자인 A반 학생들을 제외하고, 여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시몬의 ‘헤르세바’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하고 와!”
“시몬! 파이팅이에요!”
조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몬은 발표 자료와 논문을 팔에 끼고 걸음을 옮겼다. 아론에게 공손히 논문 복사본을 넘기고는 관중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A반의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짝짝짝짝짝!!
잔뜩 흥분한 박수 소리가 튀어나왔다. 벌써부터 열기가 들끓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시몬이 아공간을 열자, 그 안에서 헤르세바가 튀어나왔다.
웅성 웅성 웅성!
그러자 곧바로 질서가 어지럽혀졌다. 곳곳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헤르세바를 눈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거, 좀 앉읍시다!”
“당신만 눈이야?”
점잖은 어른들까지 흥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꼬마야, 이거 뭐야? 나 동물원의 동물이 된 기분인데.]‘조금만 참아.’
쿵!
그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줄어들었다.
아론이 칠판을 내리친 것이다.
“워낙 애원해서 수업 참관으로 들여보냈지만, 한 번만 더 우리 학생에게 피해가 가면 전부 쫓아내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믿기 힘들 정도로 관중들이 조용해졌다.
시몬은 감사의 의미로 가볍게 아론 쪽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앞을 보았다.
“시작할게요.”
소환학 A+.
지망생으로서 무조건 따내고 싶은 성적이었기에 시몬은 진지한 눈으로 분필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