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1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12화
성당의 텅 빈 접객실.
하얀 머리카락의 소년 소녀가 간격을 두고 앉아 있었다.
‘어쩐지 화난 것 같은데.’
시몬은 레테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다리를 꼰 채 무표정한 얼굴로 앞만 뚫고 있는 모습. 너랑은 단 한 마디도 섞고 싶지 않다는 냉랭함이 느껴졌다.
‘그냥 못 봤다고 둘러댈 걸 그랬나.’
저 완벽한 레테를 놀려볼 기회는 좀처럼 없다.
그런데 재회하자마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으아악!’ 하면서 달려오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성녀 운운하면서 놀리고 말았다.
“……여긴 무슨 일로 왔슴까.”
의외로 먼저 말을 걸어온 건 레테였다. 물론 냉기가 쌩쌩 날리는 목소리였지만.
“아, 이스라필 님의 의뢰를 받아서-”
“겁도 없어요 진짜?”
그녀의 금빛 눈동자가 시몬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네크로맨서가, 그것도 군단장이란 사람이 신성연방의 대성당에 들어와? 확 정화당해 죽고 싶어요?”
“? 그러는 너도 암흑연합에 들어왔었잖아.”
“아니,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레테가 얼굴을 붉히며 흥분했다.
“그땐 난 성녀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안나 선생님의 목숨이 달린 문제였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나도 우리 엄마를 구해준 이스라필 님의 의뢰니까 어쩔 수 없었어.”
“이 씨X롬이 진짜 한 마디도 안 지려고……!”
착.
그때 방음 결계를 펼치고 다가온 이스라필이 레테를 보며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 모습에 레테가 찔끔하더니, 이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한 마디도 안 지려고 하시면 안 된답니다.”
“푸핫!”
시몬은 결국 빵 터지고 말았다. 레테가 ‘야!!’ 하면서 팔을 확 들어 올렸다.
“예쁜 말, 고운 말만 쓰도록 하세요. 레테. 말은 마음의 초상이자, 나 자신의 품격이랍니다.”
“……이 상황에 예쁜 말이 나오겠냐구요.”
레테가 새침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쭉였다.
‘하아.’
그래, 백번 양보해서 언젠가는 시몬을 만나보고 싶었다.
물론 저 면상을 보고 싶은 건 절대 아니고, 서로 성녀와 군단장이 됐으니 어느 쪽이 강한지 승부를 내야 했고, 키젠과 에프넬 생활도 비교해 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안나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결단코! 인생의 흑역사를 찍고 있는 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자, 둘 다 진정하고.”
이스라필이 씩씩거리는 레테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저, 신해의 성녀 이스라필은 두 사람에게 의뢰를 맡기고자 해요.”
시몬이 집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이야기였다.
북쪽에서 사악한 악이 느껴지고 있고, 그것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신성뿐만이 아니라 칠흑도 함께 필요했다고.
“레테도 시몬과 함께 악이 도사리는 지역에 가세요.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내고, 해결할 수 있도록.”
“…….”
레테가 고개를 숙이더니 입술을 살짝살짝 깨물었다.
“왜 그러시나요? 레테.”
“이스라필 님의 부탁이니 가고는 싶지만, 저. 앞으로 성녀로서의 일정이-”
“아~”
이스라필이 빙긋 웃었다.
“그런 거라면 걱정 말고 편하게 다녀오세요. 레테의 남은 일정은 전부 제가 도맡기로 했으니까요.”
“!!”
레테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요, 레테.”
이스라필이 다가와 레테를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성녀는 죽어도 곧바로 다음 성녀가 태어나죠. 그래서 신인 성녀를 견제하고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에프넬과 연방의 간부들을 모두 설득하기 위해서, 저도 조금은 엄격하게 가르쳤을지도 모르겠네요.”
봄바람과도 같은 사근사근한 목소리.
옆에서 지켜보던 시몬은 지금 이 순간, 이스라필이 ‘성녀’ 그 자체로 보였다.
“저를 탓하고 원망해도 할 말이 없지만, 이 모든 게 진심으로 레테를 위해서였다는 것만은 알아주세요. 레테는 에프넬에서 성격에 대한 평판이 나빴고, 이 부분을 짧은 시간 안에 고쳐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게 해야 했어요.”
“……아.”
“힘든 시기겠지만, 지내다 보면 이렇게 가끔 좋은 일도 있답니다.”
그녀가 레테를 놓아주며 선하게 웃었다.
“성녀의 본분과 의무에 매몰되라고 누가 말하던가요. 성녀는 지위일 뿐, 레테는 레테랍니다. 성녀의 일에서 벗어나 레테 샤르데나로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으면 좋겠네요.”
레테의 눈동자가 감격으로 젖어 들었다.
“이스라필 님!!”
그러곤 역으로 달려들어 이스라필을 힘껏 끌어안았다. 이스라필도 놀랐는지 휘청했지만, 호호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몬도 덩달아 미소 지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스라필이 조용히 말했다.
“레테를 잘 부탁해요.”
시몬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번에 신성연방으로 와서 느끼는 거지만 이스라필의 준비성은 철저했다.
시몬뿐만 아니라 레테의 가짜 신분도 준비했고, 모험가 복장까지 싹 세팅되어 있었다.
“여러분의 최종 목적지는 킨버 지방의 ‘에스카일’ 마을입니다.”
신성연방 최북부에 위치한 ‘킨버’ 지방은 과거의 협약 때문에 에프넬 및 중앙 프리스트들의 관여가 금지된 구역이었다.
따라서 레테도 시몬처럼 신분을 숨기고, 다른 지역의 프리스트라는 가짜 신분으로 들어가야 했다.
“명심하세요 레테. 성녀 신분을 드러내는 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해요.”
이스라필이 재차 강조했다.
“신분으로 찍어누르면 잠깐은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있겠죠. 하지만 그들은 더더욱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진실을 숨기려 할 거예요. 레테 본연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답니다.”
“네, 이스라필 님.”
“아! 그런데 혹시 두 사람은 아이들을 좋아하나요?”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 시몬과 레테는 눈을 깜빡였다.
“……그야 좋아하긴 하는데요.”
“두 사람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가게 될 거예요. 폐쇄적인 에스카일 마을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랍니다.”
에스카일은 외부인을 철저히 배척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만큼은 외부 인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몬이 손을 들었다.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면 될까요?”
“대륙어, 간단한 산수와 상식, 그리고 원소 마법과 백마법을 가르치면 된답니다.”
“아이들이 마법까지 쓸 수 있어요?”
“네. 그렇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레테가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그럼 우리 전에 갔었던 다른 선생님들은…….”
“역시 예리하네요 레테.”
이스라필의 입가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실종됐답니다. 아직도 그들의 행방을 알 수 없어요. 그 전 선생님도, 그 전전 선생님도.”
실종 사건이라니! 시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유일하게 그곳에서 살아남은 한 선생님은, 그때를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 발작하면서 그 어떤 진술도 거부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스라필은 사진 두 장을 내밀었다.
프리스트복 차림에 안경을 꼈고 환하게 미소 짓는 여자, 그리고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눈에 점이 있는 여자 사진이었다.
두 사람 모두 사진에 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
“혹시나 조사 중에 이전 선생님들의 흔적을 발견하면 알려주세요. 가족들이 소식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받아들었다.
……도대체 그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알 만함다.”
굳어 있는 시몬과는 달리, 레테는 픽 웃으며 냉소했다.
“이상한 수작질을 부리면 그냥 싹 쓸어버리고 오죠. 뭐.”
“악의 조사와 해결이 최우선이랍니다. 레테.”
“네. 명심할게요.”
그리고 목적지인 에스카일 마을은 사시사철 혹한이 몰아치는 기후 때문에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진입하는 건 불가능.
그 앞의 ‘쿨라’라는 도시에 들러서 산맥을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 이스라필의 설명을 듣던 레테가 불쑥 끼어들었다.
“쿨라? 거기 엄청 유명한 휴양지 아녜요?”
“역시 레테도 알고 있군요!”
이스라필도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두 손을 포개었다.
“도시에서는 눈 덮인 설산이 온전히 보이고, 그 옆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는 아주 예쁜 항구도시랍니다.”
시몬과 레테의 만면에 화색이 돌았다.
“숙박도 미리 예약했어요. 레테는 그간 성녀 생활로 고생이 많았고, 시몬도 암흑연합에서 넘어오느라 장거리 여행의 피로가 쌓여 있을 거예요. 사흘 정도는 마을에서 관광도 하고, ‘에스카일’ 마을과 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가 출발하면 좋을 것 같네요.”
“관광!”
레테가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파르르 떨다가, 옆의 시몬을 보고는 다소 식은 표정을 지었다.
“같이 가는 남자가 이 녀석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임다.”
“……아직도 화 안 풀렸어?”
시몬이 쓰게 웃었다.
“자, 그리고 이거.”
이스라필이 자신의 목에 차고 있던 초크 모양의 목걸이를 레테에게 넘겼다.
“성녀의 힘을 봉인하는 아티팩트예요. 성녀의 힘만 봉인하니, 신성을 쓰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예요.”
“아, 진짜 살았어요.”
레테가 목걸이를 받아들며 웃었다.
“자꾸 별이 통통 튀어서 짜증 났었는데.”
“……별?”
“말씀 중에 실례하겠습니다.”
그때 호위 팔라딘들이 방에 들어와 다음 행사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스라필이 나섰다. 하늘섬의 허가를 받아 자신이 레테 대신 가게 됐다고 밝혔다.
팔라딘들은 감격한 얼굴로 바닥에 엎드려 그녀의 자비로움을 찬양했다.
“……저 새끼들 저거, 나한텐 저 정도까진 안 하던데.”
레테가 툴툴댔다.
그렇게 이스라필과 헤어진 시몬과 레테는 모험가 복장으로 갈아입고 대성당을 빠져나와 휴양지 ‘쿨라’ 마을로 넘어갈 준비를 했다.
이스라필이 바로 이 근처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준비해 두었다.
“후우.”
편한 모험가 복장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묶은 레테는 무척이나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어느새 말투나 몸가짐도 평소에 시몬이 알던 그 털털한 레테로 돌아와 있었다.
“……뭘 꼴아봄까? 눈깔을 확 뽑아버릴라.”
그런데 너무 많이 돌아와서 문제였다.
아까 대성당에서 신도들에게 은총을 내리며 인지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 사람과 동일인물인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레테.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
“물어보지 마십쇼.”
“아까 그 별이 통통 튄다는 게 뭐야?”
“물어보지 말라니까! 새꺄!”
그녀가 이마를 짚으며 ‘하아아.’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알고 싶슴까?”
“응.”
레테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가락을 세우더니 본인의 이마를 툭 짚었다.
‘?’
뭔 짓 하나 싶어서 눈을 깜빡이고 있는데, 갑자기 레테가 이마에 붙인 검지를 튕기듯 뗐다.
그러자 신성으로 이루어진 별 모양의 이팩트가 팡! 하고 튀었다.
“이딴 거예요.”
시몬은 2차 웃음보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그렇게 웃김까?”
레테는 자포자기했는지, 그냥 제자리에서 휙휙 앙증맞은 뜀박질을 해보았다. 그때마다 별 모양 신성이 팡팡 터졌다.
“아이 씨, 요술공주도 아니고 이게 뭐야. 진짜.”
레테가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며 이스라필이 준 검은 초크를 목에 찼다.
이제 별 모양 효과가 나오지도 않게 됐다. 성녀의 힘을 발동하며 눈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별 모양도 사라졌다.
“자유를 되찾은 걸 축하해.”
시몬이 씩 웃으며 말했다.
“웃기네요. 뭔가를 봉인해야 얻을 수 있는 자유라니.”
심드렁하게 말하긴 했지만, 고개를 돌린 그녀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바로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공터에 도착했다.
텔레포트 마법진과 이스라필의 심복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럼 바로 마법진을 작동시키겠습니다.”
“네!”
시몬과 레테가 올라서자, 마법진이 눈부신 광채와 함께 작동했다.
* * *
그렇게 잠시 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시몬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신성연방의 유명한 휴양지, ‘쿨라’.
깨끗한 거리에 파란 지붕의 동화 속 요정들이 살 것 같은 앙증맞은 집들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다.
산맥의 냉기는 마나의 흐름으로 갇혀 있어서, 쿨라의 날씨는 온화한 편이다. 수영복을 입고 해수욕을 즐기면서, 북쪽에 눈 덮인 설산을 볼 수 있다는 게 이 지역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런데.
휘이이이이이잉!
‘엄청나게 춥잖아!’
해수욕도 가능하다는 이 지역에 거친 혹한이 몰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