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18화
방금 겪었던 거친 혹한과 눈보라는 거짓말 같았다.
결계를 넘어 시몬의 눈 앞에 펼쳐진 건, 평화로운 마을의 경관이었다.
나비가 날아다니고, 새소리가 들린다. 소박한 초가집이 보이고, 길가엔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여기가 에스카일 마을이구나!’
혹한 속 온실 안으로 들어온 기분.
아랫 도시 쿨라에서 에스카일 마을에 대한 나쁜 소문만 듣고 왔는데,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 결계.”
한편 레테는 결계를 손바닥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출렁거리며 만져졌다.
“보온에 집중해서 강도는 그리 대단하지 않슴다. 특히 내부에서는 칼로 휙 그으면 찢어질 정도네요.”
“보온만 확실하면 괜찮지 뭐.”
여기서는 바깥의 혹한이 흐릿하게 보였다. 펑펑 눈보라가 쏟아지고 있는 광경이 어색할 만큼, 이 안은 따뜻한 봄이었다.
고작 이 얇디얇은 결계 하나로, 천국과 지옥이 나누어진 기분이었다.
“근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글쎄 말임다.”
레테가 어깨를 으쓱했다.
“괜히 돌아다녔다가 오해받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는 게 좋아 보…….”
“누구쇼?”
얌전히 기다리는 건 정답이었다.
밀짚모자를 머리에 비스듬하게 쓴, 짧은 수염이 귀부터 턱밑까지 자라있는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시몬과 레테는 잽싸게 고개를 숙였다.
“라우스! 에스카일 마을의 아이들을 가르치러 왔습니다. 저는 숀 하더.”
“레아 베넷이라고 함다.”
숀과 레아는 물론 가짜 신분이었다.
“아! 외부에서 온다는 선생님들.”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모습을 샅샅이 훑었다.
“오늘처럼 혹한이 심한 날에 용케도 설녀님께 잡아먹히지 않고 왔구만.”
시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또 설녀다. 역시 아까 본 그 여자는 정말로 설녀였을까?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요. 페트리아를 불러올게요.”
“페트리아?”
“여러분을 안내할 사람입니다. 오늘은 혹한이 심해서 당연히 선생님들이 못 온다고 생각했나 보네요.”
그 말만 남기고 남자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죄, 죄송합니다아아!”
저 멀리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한 여자가 있었다.
이마를 훤히 드러낸 잿빛 머리카락의 소녀, 나이는 어렸는데 시몬과 레테의 또래 정도로 보였다.
“허억! 헉! 오늘……! 흐억! 오실 줄은 모르고……! 죄송……!”
“괘, 괜찮습니다.”
시몬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당신이 페트리아?”
레테가 물었다.
“네! 페트리아라고 합니다! 여러분의 안내를 맡았어요. 이쪽으로…….”
재잘재잘 설명을 늘어놓는 페트리아를 뒤따르며, 시몬은 마을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밭도 보이고 가축도 키우고 있다. 순록 같은 이 지방에서만 보이는 가축이었는데, 젖을 짜거나 고기를 취하는 용도인 것 같았다.
지금 실시간으로 사람이 죽어나고 있는 쿨라와는 다르다. 이 도시는 혹한에 완전히 적응한 것처럼 안정적이었다.
‘흐음, 지금 바로 쿨라 이야기를 꺼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겠지.’
일단은 주민들의 호의와 인정을 받은 뒤에 꺼낼 수 있는 화제이리라.
시몬은 가벼운 질문부터 하기로 했다.
“페트리아.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는데요.”
“네, 숀 선생님! 말씀하세요.”
“정말로 이 산에 설녀가 살고 있나요?”
그녀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고개를 돌려 확장된 동공으로 무섭게 노려보자,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아하하하!”
그러고는 큰 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
“설마요! 그런 건 그냥 전설이에요!”
그녀가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다소 예상 못 한 반응에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아까 그 마을 분도 설녀에게 잡아먹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어른들은 다들 그렇게 믿고 있나 봐요. 매년 난리거든요! 의식을 치러야 한다. 제물을 바쳐야 한다. 하지만 저는 설녀를 믿고 있지 않아요. 아!”
그녀가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물론 어르신들껜 절대 비밀이에요. 특히 곧 만나게 될 할머님께는.”
“아, 네.”
작은 마을이라서 목적지까지는 금방이었다. 에스카일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는데, 일종의 마을회관 같은 곳이었다.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오자 건물 곳곳에 조각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설녀로 보이는 조각상들이었는데, 레테는 마음에 안 드는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신성모독을.’
신성연방은 오로지 데바 여신만을 유일신으로서 섬긴다. 그 외에 민간신앙이나 향토신 등을 섬기는 행위는 철저히 엄금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마을 사람들은 대단히 수상쩍다.
“참아, 알지?”
“내가 바보로 보임까?”
그리고 이스라필의 말에 따르면, 이 지방은 중앙 에프넬의 영향력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이런 외지까지 와서 종교 문제로 다투다가 쫓겨나게 되면 이쪽만 손해였다.
“이제 할머님을 보러 가실게요.”
페트리아가 말했다.
“근데 그 할머님이 대체 누구심까?”
“이 마을의 가장 큰 어르신이세요. 촌장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달칵.
문이 열리고, 작은 응접실 같은 곳으로 두 사람은 안내받았다.
쇠약하고 나이 지긋해 보이는 잿빛 머리카락의 노파가 지팡이를 든 채 앉아 있었다.
페트리아가 그녀의 옆에 서서 말했다.
“마을의 촌장이신 네니아 미제나시 님이십니다.”
그런데 네니아를 본 시몬과 레테의 눈이 커졌다.
“저, 점집 할머니?!”
“할머니가 왜 여기 있어요?”
그녀는 하루 전, 쿨라에서 두 사람의 ‘점’을 봐주었던 바로 그 노파와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네니아는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 눈을 끔뻑거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겝니까.”
시몬이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희가 착각했다면 죄송합니다만, 이 마을로 오는 길에 쿨라에서 네니아 님과 똑같은 노파분을 봤거든요.”
“……착각이겠지요.”
그녀가 잿빛 머리카락을 쓱쓱 쓸어 만졌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착각한 게 아니라면, 내 동생을 봤을 수도 있겠군요.”
“동생이요?”
“그래요, 50년 전 마을의 규율을 어기고 쫓겨난 내 동생. 뭘 하고 지내덥니까?”
레테가 대답했다.
“거리에서 점을 봐주고 있었어요.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시는데, 최근 쿨라의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어요.”
네니아가 에잉 쯧쯧 혀를 찼다.
“응분한 대가를 치렀군요. 그래도 마을의 규율을 어겨 설녀님의 저주를 받고도 목숨을 건지다니, 운이 좋아요.”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페트리아.”
페트리아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예, 네니아 님.”
“두 선생님들께 잘 곳을 안내해 주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두 분 선생님들도-”
두 사람을 돌아보는 그녀의 눈빛이 사납게 번뜩였다.
“이 마을에서 내 동생 이야기는 그렇게 떠벌리지 않는 게 좋을 게요.”
그 말을 마치고, 네니아는 응접실에서 빠져나갔다.
시몬과 레테는 바로 시선을 마주 보았다.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해?”
레테가 고개를 저었다.
“아님다. 확실히 이 두 사람은 다른 사람임다.”
“……그 할머니. 정말 이 마을 출신이셨던 걸까.”
* * *
이 마을은 촌장 네니아를 필두로, ‘미제나시’라는 성을 단 사람들이 꽉 잡고 있었다.
이어서 만난 마을의 큰 어르신들도 전부 미제나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규율과 주의사항을 귀가 따갑도록 들은 다음, 마침내 페트리아의 안내를 받아 밖으로 나왔다.
“아니, 무슨 규율이 이렇게 많아?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레테가 팔짱을 낀 채 툴툴거리자, 페트리아가 굽신굽신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해요. 저희 마을이 좀 유별나긴 해요.”
“진짜 밖에 못 나가는 검까?”
“네, 죄송해요. 그리고 밖에 나가셔도 혹한이 몰아칠 테니까 아무것도 못 할 거예요.”
시몬과 레테가 조용히 시선을 교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밖에 나갈 생각이었다.
겉으로는 아이들 선생님 노릇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사고, 모두가 잠든 새벽이 되면 몰래 밖으로 나가 이 혹한과 이스라필이 말한 ‘악’에 대한 단서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정체불명의 혹한.
설녀.
그리고 이곳 에스카일 마을 사람들.
여러 단서와 정보들이 얽혀있었지만, 시몬은 결국 이 모든 게 단 하나의 근원으로 연결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근원을 찾아내 원인을 제거하는 순간, 이스라필의 의뢰도, 그리고 이 지역 전체에도 평화가 찾아오리라.
“페트리아. 대체 미제나시라는 사람들은 뭠까?”
레테가 불쑥 물었다.
“설녀의 후손들이에요. 네니아 미제나시 님을 위시하여, 마을의 제사와 중대사를 주관하고 있죠.”
그렇게 말한 그녀가 웃으며 자신을 가리켰다.
“아! 그리고 저도 미제나시예요. 페트리아 미제나시.”
“뭐야, 높으신 분이셨네.”
레테의 장난스러운 웃음에, 페트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렇지 않아요!”
“미제나시 가문이 설녀의 후손이라고 하셨는데, 정작 본인은 설녀를 믿지 않으시는 건가요?”
시몬이 꽤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으나,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믿지 않아요.”
“…….”
“자, 도착했네요. 이쪽으로 와주세요.”
두 사람이 묵을 숙소는 넓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통나무집이었다.
레테는 신이 났다.
“정말 저희가 이 집을 다 써도 돼요?”
“그럼요!”
넓고 깨끗한, 벽난로까지 있는 집이다. 방도 세 개였고 다양한 놀이 용품들이 보였다.
“드디어 개인 방! 개인 방!”
레테가 열띤 얼굴로 집안을 돌아다녔다. 시몬과 페트리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둘러보았다.
“두 분 선생님은 앞으로 여기서 지내실 거예요.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것도 여기서 하게 되실 거고요.”
“아이들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내일부터 올 거예요. 모두 다섯 명인데, 다들 정말 정말 귀엽답니다!”
페트리아가 생각만 해도 좋다는 듯, 두 팔을 한 차례 떨었다.
“창고에 가시면 땔감도 있고, 음식이나 생필품도 매일매일 제가 직접 조달해 드릴 거예요.”
“좋네요.”
“아! 그리고 수업 첫날은 마을의 어르신 분들이 들어와서 참관하실 거예요!”
시몬의 눈이 커졌다.
“그때도 미제나시 분들이 오시겠네요?”
“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첫날이니까 잘하는지 아닌지 조금 관찰하다가 가실 거니까요.”
이건 꽤 중압감이 밀려들었다.
참관수업. 여기서 제대로 못 가르치면 바로 의심을 받아 마을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저희 집은 바로 옆에 있어요. 여기서 보이는 파란색 지붕이에요.”
페트리아가 손끝으로 가리켰다.
“혹시나 불편하신 점이나 시키실 게 있다면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한걸음에 달려갈 테니까요!”
“저희가 어떻게 감히 미제나시를 부려먹겠슴까.”
레테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페트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 놀리지 마세요!”
“농담임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저어, 그리고…….”
페트리아가 조금 망설이는 얼굴로 발끝을 바라보다가 이내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저, 저도……! 두 분만 괜찮으시다면 가끔 놀러 와도 될까요? 사실 마을에 제 또래 애들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그…….”
“물론임다.”
레테가 의자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리고 딱 봐도 우리 또래인 거 아니까 편하게 말해도 됨다. 선생님 선생님 하지 말고 그냥 레아나 숀이라고 불러요.”
“하, 하지만! 제가 어떻게 선생님들께……!”
“제가 어떻게 위대한 미제나시 님과 편하게 지낼 수 있겠어요?”
“자꾸 놀리지 마세요!!”
두 소녀가 다투는 모습을, 시몬은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았다.
“그럼, 나중에 또 올게요! 편히 쉬어요. 레아! 숀!”
달칵!
이내 페트리아가 나갔다. 레테는 길게 한숨을 쉬고는 등을 젖혔다.
“자~ 그럼.”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제 왜 여기에 숨어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꼬마들.”
그 말에 무섭게.
침대 밑에 숨어 있던 4~5살 정도의 작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슬슬 기어 나왔다. 혼날 거라고 생각했는지, 잔뜩 겁먹거나 긴장한 표정이었다.
“!!”
두 아이의 등장에 레테의 표정이 녹아내렸다. 시몬도 마찬가지였다.
“저, 저, 그게에에에…….”
여자아이가 우물쭈물했다. 그러자 남자아이가 대신 나서서 말했다.
“숨바꼭질하고 있었눈데, 여기 비어서 숨었눈데, 그론데!”
‘귀엽다!’
아무래도 이번 선생님 역할.
수사와는 별개로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