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34화
다음 날.
“허억! 후욱!”
시몬은 두 어깨에 묵직한 땔감 묶음을 짊어진 채 산등성이를 오르고 있었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입가에서는 연신 가쁜 숨이 새어 나왔다.
“크윽!”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힘들게 옮기고 있던 나무들이 가파른 경사를 타고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온몸의 핏줄이 맹렬히 부풀어 오른다. 근육은 서로 꼬이고 꼬이며 찢어지려 하고 있었다.
시몬은 덜덜 떨리는 손을 가슴에 얹고는 흑마법을 발동시켰다.
‘침착하게.’
진정의 룬을 이용한 흑마법을 사용하자 조금씩 몸의 떨림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후임의 몸에 활성계 저주를 걸어놨네.
판타서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힘든 일을 할수록 몸의 부담은 점점 커지겠지. 한계에 달할 때마다 진정계열 저주로 몸과 장기들을 완화시키면서 버티게! 이것도 중요한 훈련의 일환!
스륵.
시뻘게진 눈의 시몬이 주머니에서 작은 알약을 꺼냈다.
-정 못 버티겠다면 먹게나. 다만 슬립 저주의 전수도 그날로 끝일세.
“…….”
시몬은 가만히 그 알약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 좋은 건 맞는데, 가르치는 건 혹독하구나.’
차라리 판타서스가 약을 주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으리라.
시몬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굴러떨어진 목재를 주우러 언덕길을 내려갔다. 그의 눈에 오기가 일렁였다.
‘절대 포기 안 해!’
* * *
“도련님! 정말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시몬이 땔감들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는 영지 중심부에서 떨어진 곳에 홀로 사는 노파를 위해, 땔감을 가져다준 것이다.
“미안하다, 시몬. 내 다리가 이래서…….”
본래 이 역할을 했던 노파의 아들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다리는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괜찮아요, 아저씨. 빨리 나으셔야죠.”
시몬이 이마의 땀을 소매로 훔치며 미소 지었다.
“뭐든 부탁하실 게 있으면 부담 없이 불러주세요!”
그렇게 시몬은 노파와 남자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는 떠났다. 다시 진정 저주를 걸면서 산을 넘었다.
거의 집에 다 도착할 즈음, 꺄르륵! 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판타 아저씨! 여기야 여기!”
“잡았다!”
튼튼한 두 어깨에 마을 아이 둘을 짊어진 판타서스가 도망치는 세 번째 아이를 붙잡았다.
풀밭에 내려놓고 간질간질 간지럼을 태우자 세 아이들 모두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판타서스 회장님?’
시몬이 그쪽으로 다가가려는데, 길 너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판타서스! 오늘 일손 거들어줘서 고마웠네!”
마을 주민인 찰스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 하하하하!”
판타서스 또한 그쪽으로 엄지를 척! 세웠다.
“영지 일을 도와주고 계셨던 거예요? 애들도 봐주시고.”
시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판타서스에 매달려 있던 아이들이 시몬을 보고는 화색이 되었다.
“시몬 형아다!”
“시몬 형!”
아이들은 판타서스의 몸에서 나무타기 하듯 내려와 시몬에게 달려갔다. 시몬도 아이들의 머리를 쓸어주며 미소 지었다.
“음! 레스힐에서 신세 지게 됐는데 당연히 도와야 하는 것 아니겠나!”
판타서스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보다 진정 훈련은 어땠나?”
시몬은 말없이 주머니에서 알약을 꺼내 흔들고는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판타서스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캔슬레이션을 걸어 저주를 없애주었다.
* * *
잠깐의 휴식 후 시몬은 판타서스와 함께 다시 산에 올랐다. 인적이 드물고 주위의 마나 농도도 높은 곳이었다.
“마법진도 완성해 봤어요.”
시몬이 손바닥을 펼치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원이 펼쳐지고 메인 룬어인 ‘진정의 룬’을 중심으로 빠르게 마법진이 작성되었다. 판타서스가 턱을 짚고 그것을 관찰했다.
“습득이 상당히 빠르군! 역시 내 후임이야!”
“감사합니다!”
“음. 그럼 바로 시식을 해볼까!”
그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앉았다.
“무슨 시식이요?”
“슬립. 자네가 만드는 잠을 맛볼 생각이네!”
정확히 뭔 소린진 모르겠지만, 저주를 맞아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았다.
“슬립의 최대 중첩치는 5스택! 5스택 모두 채워서 날 재워보게.”
“넵.”
시몬이 판타서스의 등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슬립 저주를 손바닥에 만들어 그의 등에 붙이고, 붙이고, 또 붙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다섯 번을 다 붙이자.
벌러덩!
커다란 몸집의 판타서스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이내 쿠울- 쿨- 코까지 골며 자기 시작했다.
“……오.”
시몬은 긴가민가했지만, 기대 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보았다.
“성공인가?”
그때 쿨쿨 잘 자던 판타서스가 몸부림쳤다. 인상을 확 구기더니, 이리 굴렀다 저리 굴렀다 정신없이 반복했다. 배를 긁거나 근처의 나무를 끌어안기도 했다.
그리고 5분 만에.
“크하합!”
판타서스가 깨어났다. 시몬이 깜짝 놀라 다가갔다.
“어, 어땠어요?”
“하하하!”
그가 이마를 덮으며 슬쩍 웃었다.
“아직은 쓴맛이군! 잠깐 악몽을 꿨네!”
“악몽이요?”
“그래! 키젠에 입학한 뒤 이틀 차의 꿈을 꿨네!”
판타서스가 안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저주학 시간에는 남들 다 성공하는 이그저스트를 나 혼자 실패했고, 마투학 시간에는 칠흑밟기도 못해서 나 혼자 물에 빠졌지! 학우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더군. 그리고 결투실습 때는 조용히 짝사랑만 하고 있던 여자애에게 처절하게 패했네! 그녀가 내 머리를 흙바닥과 함께 거칠게 짓밟으며 이렇게 말했지!”
그의 입이 열렸다.
“쓰레기 같아. 라고.”
“…….”
시몬이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그런 일이 있었어요?”
“하하하하하! 다 지난 일에 불과하네!”
판타서스가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결국 그 모든 시련이 내 성장의 양분이 됐으니 말일세!”
그의 목소리에는 확실히 어떤 후회나 아쉬움도 담겨 있지 않았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몬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아, 참고로!”
판타서스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실습에서 나를 밟고 욕했던 그 여자애는, 2년 뒤에 내 부회장이 됐다네!”
시몬이 푸핫! 웃었다.
“재밌네요! 회장님의 키젠 이야기!”
“그런가? 하하하하!”
판타서스도 기분이 좋은 듯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자! 그럼 다음은 자네 차례일세.”
“네?”
키이잉!
판타서스의 손바닥에 슬립 마법진이 펼쳐졌다.
처음에 보여줬던 그 복잡한 마법진이 아니라, 시몬에게 가르쳐 줬던 그 기본기의 심플한 마법진이었다.
“이번에는 자네가 슬립에 당할 차례네!”
“네, 네? 저는 갑자기 왜요?”
“좋은 저주를 걸기 위해선 직접 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도 필요한 법! 물론!”
파앗!
판타서스가 다짜고짜 돌진했다.
“저항해도 상관없네!”
터업!
판타서스의 오른팔이 시몬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터치로 발동하는 저주. 시몬은 순식간에 슬립 1스택의 효과를 받으며 시야가 꿀렁이는 것을 느꼈다.
‘졸음이……!’
졸음이 거짓말처럼 밀려들었다.
부웅!
판타서스가 휘두른 왼팔을 피하며 시몬이 급히 뒷걸음질 쳤다.
이쪽도 반격을 위해 마법진을 펼치려고 하는데.
‘윽!’
집중력이 흔들린다.
거의 한 달 내내 깨어 있던 사람처럼 피곤하다. 마법진을 펼치긴커녕 자고 싶다. 강렬하게 자고 싶다는 충동이 전신을 지배했다.
“움직임이 굼떠졌군!”
판타서스가 순식간에 파고들어 시몬의 허벅지를 치고 가는 것으로 2스택. 빙글 돌아 시몬의 팔에 닿는 것으로 3스택이다.
‘크윽!’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겁다.
자고 싶다.
다 때려치우고 그저 자고 싶다.
‘정신 차려!’
이 와중에 또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고 4스택까지 왔다.
전투가 불가능할 지경.
온몸에 힘이 빠지고 몸이 뇌의 통제를 벗어난다.
몰려드는 졸음이 너무나도 달콤해서, 그 외에 모든 행위가 뒷전으로 밀려난다.
‘으으!’
전투 도중의 수면은 곧 죽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내 몸은 이토록 간절히 죽음을 바라고 있는 걸까.
정말로 무서운 저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마지막 5스택이라네!”
판타서스의 팔이 다가온다. 시몬은 정신력으로 버티며 몸을 숙여 피해내고는, 무릎을 펼치며 힘차게 다리를 차올렸다.
부웅!
턱을 노렸지만, 판타서스가 고개를 젖혀 피했다.
시몬이 바로 몸을 회전하며 다음 발차기를 준비했지만.
터업!
뒤통수를 붙잡히고 말았다. 시몬의 몸이 흙바닥으로 향한다.
“잘 자게!”
흙바닥에 파묻히며 밀려드는 흙냄새와 함께, 시몬은 정신을 잃었다.
* * *
짹! 짹짹!
산새 소리에 시몬이 눈을 번쩍 떴다. 그는 풀밭에 대자로 뻗은 채 누워 있었다.
사브작 소리를 내며 이마를 짚어보았다.
“아…….”
“어떤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판타서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무에 기대어 서 있었다.
“단잠이었지 않나?”
“…….”
꿈은 꾸지 않았다.
아니 꿨었나?
그보다 머리가 너무나도 맑았다. 최상의 컨디션. 온몸에 활력이 돌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저…….”
시몬이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 단잠이었어요.”
“그걸 바로 맛있는 잠이라고 부르지!”
판타서스가 두 팔을 벌렸다.
“자네는 고작 10분 정도 잤을 뿐이다만,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달라 보이지 않나?”
“확실히 그러네요.”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좋은 컨디션을 낭비하기 싫었다.
“그럼 다음 훈련도 부탁드립니다!”
“하하하하! 바로 그 기세로 가는 거다! 후임!”
* * *
유쾌한 판타서스와의 수업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물론 그와의 수업만 있는 게 아니었다.
“준비됐니 시몬?”
늘 주방에만 있던 안나가 머리를 질끈 묶고 시몬의 신수학 훈련을 봐주고 있었다.
전 ‘기적의 성녀’의 실력이 어디 가는 게 아닌 듯, 그녀는 간단한 손짓만으로 운동장 범위만 한 공간에 마나 결계를 펼쳤다.
기척과 신성을 차단하는 효과. 이곳은 암흑연합이었기에 이런 장치가 필수적이었다.
“시작할게요! 엄마!”
-냐앙! 냥!
-우어엉!
시몬이 하양이와 까망이를 신성과 함께 공중으로 던지며 아칼리온에는 신성을 부여해 크게 만들었다.
그 위로 이스라필에게 선물 받은 신수 전용 고삐를 아칼리온에게 착용한 다음, 빛무리와 함께 내려온 전차 위에 올라탔다.
“가자!”
시몬이 고삐를 잡아당기는 순간, 전차가 두둥실 떠오르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태양을 연상케 하는 눈부신 신성이 원을 그리며, 전차와 아칼리온의 몸이 하얀 스파크로 뒤덮었다.
이 상태 그대로.
“달려! 얘들아!”
빛줄기가 되어 시몬의 몸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으아아아아악-! 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미친 듯이 빨랐다.
“결계에 부딪히면 실패란다~ 시몬!”
안나가 아래에서 소리쳤다.
“속도에 겁먹지 말고 신수와의 유대에 집중해!”
“네에에에에에에에!!”
시몬의 몸이 한 줄기 빛처럼 결계 안을 수없이 활보했다. 이내 시간이 지나자, 안나가 바닥에 커다란 신성 배리어를 펼쳤다.
“마지막은 여기에!”
허공을 활보하던 시몬과 전차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한 줄기의 번개가 되어 신성 배리어에 격돌했다.
콰르르르르르르릉!
던전주 카리사를 한 번에 무력화했을 만큼 강력한 마비 능력.
이내 시몬이 작아진 고양이들과 아칼리온을 안고 바닥을 굴렀다.
“시몬! 괜찮니?”
“……괘, 괜찮아요 엄마!”
-야옹! 야옹!
-우엉!
신수들도 오랜만에 뛰놀아서 기분이 좋아 보였다. 시몬이 벌떡 일어나 미소 지었다.
“대충 속도에 감을 잡았어요!”
“응. 조금 더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자.”
그렇게 아침에는 안나와의 신수학 훈련을 했고, 오후에는 판타서스와의 슬립 훈련이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채애앵! 까앙!
리처드와의 혼돈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카오스 스피어를 손에 든 시몬이 거칠게 공세를 퍼부었고, 리처드 또한 칠흑으로 만든 창을 현란하게 휘두르고 있었다.
챙! 채앵! 채재재재쟁!
아들과 아버지가 창을 휘두르고 교차할 때마다 자색과 흑색의 불똥이 거칠게 튀어 올랐다.
“시몬! 너는 이제 키젠의 학생회장이 됐다! 얼마나 막중한 자리인지 이해하고 있느냐!”
리처드가 시몬의 혼돈을 튕겨내고는 창끝을 내질렀다.
“물론입니다!”
시몬이 고개를 꺾어 피하는 동시에 손을 내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색 창을 가뿐하게 피해낸 리처드가 한발 물러났다가 일직선으로 쇄도했다.
“수많은 도전이 들어올 게다!”
까가가가각!
창을 부딪치며 힘겨루기를 하는 두 부자의 눈이 정면에서 마주했다.
“3학년들은 널 탐탁지 않아 할 테고, 2학년들은 기회를 노리겠지! 어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학생회장을 시험하려 할 게다. 무수한 도발과 도전이 학기 내내 이어지겠지! 이를 이겨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느냐?”
탓!
시몬의 눈에 힘을 주며 몸을 회전시켰다.
부아아아아앙!
그의 그림자에 숨어 있던 카오스 리퍼(Reaper)가 낫을 휘둘렀다. 허공에 보랏빛 흉터가 그어지며 주위의 나무들이 댕강댕강 날아갔다.
“힘.”
시몬이 카오스 스피어를 고쳐 쥐며 미소 지었다.
“가장 필요한 건 ‘힘’입니다.”
“바로 그거다 시몬! 이제 개학도 얼마 안 남았다.”
리처드가 손가락을 세워 들었다. 바닥에서 그가 조종하는 구울들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남은 방학 기간 동안! 죽을 힘을 다해 키젠 학생회장에 걸맞은 남자가 되어라!”
“네!”
시몬이 바닥을 박차며, 몰려드는 구울을 향해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