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4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40화
330기 학생회의 이야기는 이제 밤을 지나 새벽을 넘어가고 있었다.
“식당 평가제를 도입하자!”
메이린이 목소리를 높였다.
“솔직히 맛은 떨어지는데, 점심시간에 학생들 몰리는 걸로 배짱장사하는 교내식당들 있잖아! 그러니까 학생 평가제를 도입해서 평가가 나쁜 곳은 학생회가 정식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그래도 안 바뀌면 쫓아내고 새 식당을 교내에 들이는 거야! 어때?”
“올, 나쁘지 않은데?”
딕이 동조했지만, 카미바레즈는 반대의견을 냈다.
“그렇게 되면 식당들이 너무 다수 학생들의 입맛에만 맞추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게 좋은 거 아냐?
“아, 아녜요! 예를 들면 채식식당은 전체 학생들의 평가는 떨어질 수는 있지만, 또 어떤 학생들에게는 꼭 필요한 곳이니까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점 테러 문제도 있지.”
와글와글 이야기하는 세 사람을 보며 시몬은 옅은 미소를 보였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냐?’
슬슬 피곤해서 자러 가고 싶었지만, 세 사람의 열정이 넘쳐서 그런 소리는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얘들아.”
대신 살짝 분위기를 환기했다.
“교내 시설 교체가 학생회에서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지! 우린 보통 학생회가 아니고 그 대단하다는 키젠 학생회니까!”
메이린이 가슴을 펴고 말했다.
그녀는 한참 부회장 바람이 잔뜩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게, 하루아침에 키젠의 넘버투가 됐으니 말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교내식당 교체 같은 큰 건은 어른들의 검수를 받아야겠지.”
딕은 꽤 분석적인 답을 내놓았다.
“물론, 우리가 학생들의 여론을 반영한 통계를 내놓고 끈질기게 따지면 바꿔줄 가능성이 크다고 봐.”
“음.”
“자! 하지만 진짜 장사는 지금부터! 메이린이 평가제로 빈자리를 만든다고 쳐. 키젠에 들어오려는 업체들 경쟁이 얼마나 세겠어? 이걸 입찰제도로 뽑는 거지!”
역시 사업가 출신답게, 딕은 돈 굴러가는 구조를 알고 있었다.
“이런 거 말고도 사실 학생회에 들어오는 돈이 꽤 많거든? 잘만 처리하면 졸업 전에 각자 배 한 척도 뽑아낼 수 있…….”
“야! 벌써 공금횡령 생각하냐? 이게 죽을라고 진짜!”
“자산관리의 효율성을 논했을 뿐인데.”
또 싸우는 메이린과 딕을 보던 시몬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카미는 뭐 하고 있어?”
“……아.”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노트를 들어 보였다.
“회의록 작성 연습이에요!”
“역시 우리 서기!”
메이린이 카미바레즈를 꼬옥 껴안았다.
“누구랑은 다르게 학생회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
“부회장의 임원 차별을 규탄한다!”
“싸물어, 평민.”
시몬이 웃었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다들 학생회 활동을 좋아해 줘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과제가 도입되는 2학년 이후로도 자주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네 사람은 한참 학교를 바꿀 꿈에 부풀어 이야기했다.
“저기.”
그때 메이린이 슬쩍 시몬의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왜 그래? 메이린.”
“그…….”
갑자기 부끄러워졌는지 몸을 배배 꼬던 그녀는 카미바레즈의 회의록 노트를 들어서 붉어진 뺨을 살짝 가렸다.
“아까 말했던 그 입학식 안건은 어떻게 생각해? 회, 회장님…….”
시몬이 희미하게 웃었다.
“무안하게 왜 그래? 그냥 평소처럼 불러.”
“푸하하하하하하!”
딕이 테이블을 연신 내리치며 대폭소했다.
“와, 오늘 술자리 대박인데! 메이린 수줍보스 사건 하나 갱신했고요!”
딕이 빈 접시를 들어서 얼굴을 살짝 가리는 시늉을 하고는, 어눌한 여자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안건은 어떻게 생각해요? 회장니임~”
“야!!! 내가 언제 그랬는데!”
귀 끝까지 시뻘게진 메이린이 딕의 접시를 빼앗아 얼굴에 내던졌다.
딕이 뚜훏!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고,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시몬이 우리 상관이니까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잖아!!”
메이린이 흥분하며 소리쳤다. 앙 쥐어진 두 주먹이 부끄러움에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시몬이 입을 열었다.
“그냥 하던 대로 불러줘. 학생회장은 길어도 몇 년이지만, 우린 계속 친구잖아.”
“……오호.”
접시에 맞아 쓰러져 있던 딕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와인 한잔 먹었다고 오늘 무슨 오글대회하냐? 시몬의 영원한 우정 선언!! 이건 귀하군요!”
“……그냥 쟤 지금이라도 자르면 안 돼?”
* * *
다음 날.
과도한 열정으로 밤을 새운 네 사람이 깨어난 시점은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대였다.
숙소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대여해둔 전통의상으로 갈아입은 네 사람은 다시 파로나 반도의 시내로 넘어왔다.
“어제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졌어요!”
카미바레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말대로 사람들이 길거리에 쫙 깔려서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었다.
“내일은 더 많을 거야, 카미.”
딕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왜요?”
“내일이 바로 파로나 반도의 진짜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는 시간이거든!”
파로나 반도는 대륙에서 혹처럼 삐쭉 튀어나온 지형이다. 그 아래에는 파로나 섬이라는 곳이 있는데, 두 영토를 통틀어 파로나 지방이라고 부른다.
파로나 반도와 파로나 섬은 다리로 이을 수 있을 만큼 가깝다. 그리고 바로 이 두 지역의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닷길을.
“2년에 한 번! 언제나 일정한 시간대에 고래 몬스터 ‘데이모스’와 해양생물들이 통과해!”
시몬이 깜짝 놀라 말했다.
“잠깐만. 데이모스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그 데이모스 맞지?”
“어, 바로 그거야!”
데이모스는 특수 언데드인 ‘황천고래’를 만들 수 있는 거대한 고래 몬스터다. 특별한 파장을 일으켜 해양생물들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에 ‘바다의 지배자’라는 이명도 있었다.
시몬도 황천고래까지는 아니지만, 죽은 새끼 데이모스를 언데드 재료로 구해서 소환수로 쓰고 있었다.
“진짜 개쩔 것 같지 않냐?”
심취한 표정의 딕이 침을 튀기며 말했다.
“그 좁은 바닷길을 데이모스랑 셀 수도 없이 많은 해양생물들이 통과한다고 생각해 봐! 대륙 어디에도 없는 초대형 오션쇼라고!”
“알았으니까 좀 걸어! 뒷사람들한테 민폐야!”
메이린이 핀잔을 주었고, 다시 카미바레즈가 물었다.
“그런데 딕. 내일 데이모스가 온다면 오늘은 어디 가는 거예요?”
“데이모스 박물관에! 파로나 반도의 필수코스지.”
쿠르르-
그때 뒤를 주시하고 있던 시몬은 말없이 카미바레즈의 어깨를 살짝 감싸더니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
카미바레즈가 시몬에게 콕 붙었고, 그 옆으로 커다란 마차가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모래 먼지가 휘날리며 주변 사람들이 모래를 그대로 뒤집어썼다.
“쿨록 콜록! 아니,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이런 곳에 마차를 끌고 오고 싶나?”
메이린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한편 카미바레즈는 얼굴을 붉힌 채 시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시몬이 조용히 말했다.
“잘못하면 미아 되겠다. 사람들 많으니까 잘 따라와.”
카미바레즈는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몬!”
* * *
이내 인파를 뚫고 네 사람이 도착한 곳은 파로나 반도의 데이모스 박물관이었다.
딕의 말대로 이곳도 파로나 관광의 필수코스로 통했다. 크고 쾌적한 실내에 들어오자, 턱 막힌 숨이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반갑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안내해 드릴 일일 가이드…….”
박물관의 규모가 워낙 컸기에, 20분에 한 번씩 가이드가 와서 관람객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안내했다.
시몬 일행도 적당히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들었다.
“옆의 지도를 봐주세요!”
가이드가 확성 수정구를 들고 말했다.
벽 전체가 지도였는데, 파로나 지방과 주변 해역을 넓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지도의 바다 쪽에 뭔가 반짝이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이건 데이모스의 현재 위치를 표시해둔 거랍니다. 파로나에서는 행사 한 달 전부터 데이모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죠! 이 속도를 계산해 본다면, 내일 오후에는 데이모스가 자신의 권속들을 데리고 지나가겠네요.”
관람객들은 데이모스를 볼 생각에 들떠서 웅성거렸다.
‘흠.’
특히 시몬은 직접 데이모스를 소유했으니 관심이 많았다. 누구보다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혹시 여기서 질문 있으신가요?”
가이드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때 가이드의 손이 시몬에게로 향했다.
“그럼 여기서 가장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는 소년!”
시몬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지금 본인을 가리키고 있는 당신이요! 뭐 질문할 거 없나요?”
“아, 음…….”
시몬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데이모스가 이곳을 지나간다고 하셨잖아요.”
“네!”
“혹시 그 데이모스를 잡아도 되는 건가요?”
잠시 정적이 일었다.
그러다가 가이드를 비롯해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 사실 꽤 좋은 질문이에요! 데이모스 사냥이 금지된 건 아니지만, 지금껏 인류에게 잡힌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사례가 적답니다. 그중 한 분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네크로맨서, ‘죽음의 마녀’님이시죠! 키젠의 신입생들을 태우는 황천고래 이야기는 들어보셨나요? 바로 그 황천고래가 데이모스로 만들어졌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시몬은 더더욱 성체 데이모스를 가지고 싶었다.
8급 위험도의 몬스터를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라도…….
“하지만 파로나 해역으로 들어온 데이모스를 공격하면 범죄자가 되어 즉각 체포되니 조심하세요! 축제 중에 데이모스를 자극하면 대형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니까요!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만 해야 합니다! 다들 아셨죠?”
역시 안 되는구나.
“못 말려.”
메이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
그 밖에도 데이모스에 대한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들을수록 신기하네.’
데이모스는 2년에 걸쳐 대륙의 해역을 빙빙 도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루트로만 이동하는데, 그 루트가 다른 데이모스와 겹치는 경우, 서로가 거느리는 해양생물들이 격돌하는 커다란 바다전쟁이 벌어진다.
가이드는 전쟁의 상황을 마력 촬영기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끝도 보이지 않는 시뻘건 피바다, 그리고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허연 배를 드러낸 채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난 뒤, 이긴 쪽이 진 쪽의 해양생물을 정신지배로 데려가 세력권을 흡수한다. 만약 승부가 수컷과 암컷이었다면, 죽이기 전에 일방적인 짝짓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둘 중 한쪽은 죽고 데이모스의 새끼들이 태어나는 거랍니다! 몬스터의 세계는 무시무시하죠?”
메이린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딕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한데.”
“제발 대가리 깨져서 죽어. 미친놈아.”
그렇게 가이드를 따라 박물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시몬 일행은, 마지막 코스로 넘어왔다.
“그럼 저희 데이모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 데이모스의 실물 크기 뼈 구조물입니다!”
곳곳에서 관광객들의 탄성이 튀어나왔다.
층 하나에 이 뼈 구조물이 꽉 들어차 있었는데, 그럼에도 비좁아서 꼬리 부분은 따로 떼어내서 아래에 전시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 크기와 규모에 압도되었다.
“가이드 님!”
시몬이 참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네, 열정적인 파란 머리 학생!”
“혹시 이거 진짜 뼈인가요?”
가이드는 대답 대신 가볍게 윙크했다.
시몬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래, 진짜일 리가 없지.’
진짜였다면 네크로맨서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져가서 황천고래나 언데드 재료로 써먹었을 테니까.
“하지만!”
가이드가 위를 가리켰다.
“여기 이 머리 부분만큼은 실제 데이모스의 뼈가 맞습니다!”
시몬과 관람객들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확실히 고래 머리뼈 부근은 색상과 크기 등이 몸통 쪽과는 달랐다. 이빨은 금빛으로 번쩍였고, 주위의 조명도 머리를 집중적으로 비추고 있었다.
“가치를 매기기도 힘든 어마어마한 고생물학적 자산이라고 해요! 이빨은 손상되어 박물관장님께서 실제 금으로 채워 넣으셨죠! 오로지 저희 파로나 반도의 데이모스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걸작이랍니다!”
시몬은 바로 데이모스의 머리뼈를 관찰했다.
정말로 머리만큼은 진짜인 것 같았다. 곳곳에 냉조처리 같은 네크로맨서들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
“헤이, 회장! 어디 가냐?”
“잠깐 구경하러.”
시몬은 뼈를 다각도에서 바라보며 정밀하게 관찰했다.
‘이런 걸 구하려면 대체 얼마나 필요할…… 음?’
그때 시몬의 눈이 한 관람객에게로 향했다.
평범한 갈색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한 사람. 로브 끝에 금빛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흔들리고 있었다.
‘으으음.’
시몬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그 사람 또한 시몬을 발견했다. 그의 눈이 확 커지더니, 주춤하며 뒷걸음질 쳤다.
시몬이 성큼성큼 다가갔다.
“저기, 실례합니다만 혹시…….”
그 관람객은 등을 홱 돌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시몬도 바로 뒤쫓아갔으나.
“거기 서어!”
그 관람객을 뒤쫓는 건 시몬뿐만이 아니었다. 측면 복도 쪽에서 난데없이 빨간머리의 소년이 불쑥 튀어나왔다.
쿵!
시몬과 빨간머리의 소년이 중간에 얽혀 부딪히고, 그사이 로브를 입은 사람은 잽싼 몸놀림으로 도망쳐 버렸다.
“크윽!”
또 부딪혀 넘어질 것 같았지만, 시몬은 발뒤꿈치에 힘을 주고, 칠흑을 분배해 버텼다. 간신히 넘어지는 걸 면한 시몬이 앞을 보았다.
“저, 정말 죄송합…… 어어?”
빨간머리 쪽도 시몬을 바라보았다.
“어제 부딪혔던 그……!”
시몬도 기억났다. 어제 부딪혀서 엉덩방아를 찧게 만들었던 그 빨간머리 소년.
하필 또 이 사람이랑 부딪히다니.
“두, 두 번씩이나! 아아아아! 정말로 죄송합니다!”
소년이 굽신굽신 허리를 숙였다.
“진짜로 고의가 아니었어요! 소매치기나 수상한 사람도 아니고, 일부러 한 게 아녜요! 진짜예요! 제발 믿어주세요! 제가 좀 덤벙대서……!”
그냥 연기라고 의심하기엔 적나라한 반응. 심지어는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시몬!”
“무슨 일이야?”
메이린과 딕, 카미바레즈가 얼른 달려왔다. 시몬이 손을 들어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별거 아냐. 그냥 달리다가 부딪혔어.”
“정말 죄송합니드앗! 크흡!!”
몇 번이고 굽신굽신 허리를 숙인 그가 시몬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사죄의 의미로 이거 드릴게요!”
“……네?”
“여기 시장에서 샀는데, 가지고 있으면 바닥에 떨어진 동전이 눈에 확 들어오는 아티팩트예요!”
소년이 강제로 시몬의 손에 쥐여 준 건 작은 열쇠고리였다.
이게 아티팩트?
그냥 기념품 같은데. 마법적 효력은 아무리 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 전 일이 있어서 이만! 정말 정말 죄송합니닷!”
그러고는 후다닥 도망치듯 사라졌다.
시몬은 수상쩍은 눈으로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 * *
허억! 허억! 후우!
헐레벌떡 데이모스 박물관에서 빠져나온 갈색 로브의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어째서……!”
정신없이 달리느라 그의 로브는 벗겨져 있었고, 금빛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그의 정체는 말콤 랜돌프였다.
“왜 하필 시몬 그 자식이 여기에……!”
뿌드득.
이가 절로 갈렸다.
키젠 석차 1위.
그리고 말콤 본인에게는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던 바로 그놈이 파로나 반도에 들어와 있었다.
‘어쩌지? 계획을 바꿔야 하나?’
타다닷.
그때 멀리서 발소리가 들린다.
설마 시몬이 뒤쫓아 온 건가? 급히 뒤를 돌아보니 발소리는 거짓말처럼 멎었다.
“…….”
숨 막히는 긴장감이 치밀었다.
그러다.
탁-
말콤이 보고 있는 반대쪽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말콤의 고개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등 뒤에 검을 찬 빨간 머리카락의 소년이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후우! 하아! 드디어 찾았네요!”
소년은 수배서 같은 그림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림의 얼굴과 말콤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소년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음 아니, 역시 맞아! 랜돌프 갱단 보스의 아들, 말콤 랜돌프!”
“…….”
말콤이 자세를 낮추며 경계했다.
“누구냐.”
촤아아악!
말콤이 눈을 부릅떴다. 어느새 그의 어깨에 핏줄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펄럭!
소년이 등에 메고 있던 것을 감싼 보자기가 하늘로 날아갔다. 예리한 검 한 자루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그렇게 덜렁대던 소년이, 검을 앞세우며 낮게 깔린 어조로 말했다.
“다음엔 머리를 날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