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4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47화
-우우우우우우우우!
어둠을 밝히며 밀려오는 여명과 함께, 뱃고동 같은 울음소리가 파로나 반도에 울려 퍼졌다.
“뭐야 뭐야?”
메이린이 깜짝 놀라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움직였다.
그들이 있는 파로나 반도 끝자락과, 건너편의 파로나 섬.
그 사이의 좁은 바다를.
쏴아아아아아아아-
무수히 많은 해양생물 무리가 통과하고 있었다.
“설마!”
딕의 입이 딱 벌어졌다.
“데이모스다!”
“그럴 리가 없잖아 밥팅아! 그 괴물 고래는 오후에나 온다며?”
“데이모스가 아녜요!”
카미바레즈가 그렁그렁 이슬이 맺힌 눈으로 소리쳤다.
“시몬이에요!”
“뭐?!”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무리의 선두. 무수히 많은 해양생물을 이끄는 것은 뼈만 남은 언데드 데이모스.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타 있는 건 팔짱을 낀 푸른 머리의 소년이었다.
“시몬! 시몬이다!”
“시모온!”
시몬은 동료들 쪽으로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다시 진지한 표정이 되어 앞을 보았다.
스으읍.
크게 숨을 들이마신 그가 눈을 번뜩이며 절대명령을 내렸다.
[이곳의 모든 나가를 제거해.]그리고 사념과 연결된 데이모스가 턱뼈를 벌리며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모든 해양 몬스터들이 그 명령에 복종했다.
‘돌진!’
해안가로 들어오려던 나가 무리는 곧 무수한 해양생물과 맞닥뜨렸고.
콰콰콰콰콰쾅!
이내 해일에 박살 나는 댐처럼 진형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문어 괴물이 촉수로 나가 다섯 여섯 마리를 휘감고, 이빨이 난 몬스터들은 나가를 통으로 씹어먹었다.
위험도 3급에서 4급이 넘는 개체들도 있다. 머릿수만 많지, 평균 2급 몬스터인 나가들이 바다에서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으적!
꽈드드드득!
나가들의 몸에 구멍이 뚫리고 촉수에 휘감겨 목뼈가 부러졌다.
그리고 바다를 통제하며 고고하게 군림하고 있는 시몬의 모습.
모두가 눈을 떼지 못했다.
단번에 전세가 뒤바뀌고 있다.
“우와! 우와! 미쳤다! 으와아야!”
딕은 연신 감탄사만 쏟아냈다.
“시몬 이 자식! 진짜로 데이모스의 병사들을 빼앗아 온 거야?”
“힘내요 시몬!”
“다 죽여 버려어!”
카미바레즈와 메이린은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또 한 명.
“아아.”
덜덜 떨리는 눈으로 그 화려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기자가 마력촬영기를 꺼냈다.
딱 마지막 한 장만 찍을 수 있는 마나만 남겨둔 상황.
‘이건 내 인생 최고의 특종이야.’
덜덜덜.
그가 떨리는 팔로 마력촬영기를 들어 데이모스에 올라타 있는 시몬의 모습을 비추었다.
‘키젠 학생, 그것도-’
“잘한다 우리 회자아앙!!”
감격에 젖은 메이린의 외침을 들으며 기사는 셔터를 눌렀다.
‘새로운 키젠 학생회장의 데뷔전!’
마력촬영기가 번쩍 플래시를 터뜨리며, 데이모스를 타고 몬스터들을 지휘하는 시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 * *
시몬의 등장으로 전세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참 늦게 들어올 예정이었던 데이모스를 ‘슬립’으로 재워 버리고, 그 군사들을 탈취해 나가들을 쓸어버리는 대활약. 사실상 시몬의 원맨쇼였다.
이번 일은 단순한 승리를 떠나, 시몬이 학생회장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셈이 됐다. 커리어의 시작부터 한 지역을 몬스터들로부터 구해낸 커다란 성과였다.
그나마 유일한 걱정거리는, 미처 영주성으로 대피하지 못하고 흩어져 숨어 있던 사람들의 안위였지만, 사태가 끝나고 그들 모두 무사히 영주성으로 돌아왔다.
지하실이나 숲, 동굴 등 숨어 있는 장소는 달랐으나 그들은 하나같이 ‘로브를 걸친 금발 소년’의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렇게 날이 완전히 밝고, 해역을 점거한 나가들이 사라지자 파로나에 선박들이 들어왔다. 관광객들은 이 배들을 타고 안전하게 섬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시몬 일행은 전투의 피로로 탈진에 가까운 상태였기에, 잠시 파로나에서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그리고.
「 새로운 키젠의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 파로나를 구하다!」
시몬은 눈을 뜨자마자 파로나 측에서 건네준 다소 낯간지러운 신문 기사를 보게 됐다.
“윽!”
시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기사 사진에는 데이모스에 올라탄 채 엄청나게 근엄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이러고 있었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옆의 딕은 기사의 사진을 보고 이미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하하! 시몬! 표정이 너무 진지해요!”
카미바레즈가 눈꼬리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야! 너 사실 기자 있는 거 알고 이런 포즈 취한 거지?”
메이린이 팔꿈치로 시몬의 팔을 툭툭 쳤다. 시몬은 그저 손바닥으로 이마를 덮었다.
“끅끅! 큭! 축하한다! 파로나의 영웅!”
딕이 유쾌하게 웃으며 시몬의 등을 세차게 때렸다.
“아! 이게 파로나 지역지라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네! 좀 더 메이저한 신문사였으면 시몬의 이 당당한 모습이 전 대륙으로…….”
“제발 그만해.”
시몬은 수치사 직전이었다. 메이린이 달래듯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신문에 나오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아니? 이게 다 스펙이고, 평판이고, 자산이야.”
“암, 신문에 나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랭거스틴 대극장의 자랑! 천상의 목소리, 메이린 빌렌느!”
“야!!!”
얼굴이 붉어진 메이린이 와악 소리 지르며 달려들었다. 딕이 날렵한 움직임으로 피했다.
“실내에서 뛰면 안 돼요!”
카미바레즈가 두 사람의 싸움을 말렸다.
“으아악! 잠깐, 잠깐!”
결국 메이린에게 머리끄덩이를 붙잡힌 딕이 다급하게 말했다.
“이럴 때가 아냐! 급한 문제가 하나 있어!”
“헛수작 부리지 마.”
“진짜야!”
딕이 시몬 쪽을 보며 말했다.
“우리 바로 내일이 개학이잖아! 다들 잊었어?”
세 사람 동작이 우뚝 멈췄다. 메이린도 그제야 딕의 머리카락을 놓았다.
“개학식에 맞춰서 가려면 지금 출발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정규 배편은 다 끊겼을걸?”
“크, 큰일이네요.”
메이린이 시몬을 보았다.
“시몬. 네 데이모스 타고 가면 안 돼?”
“……내 데이모스는 1인용이야. 그리고 오늘 싸움으로 너무 지쳐 있어서.”
네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로크섬에 갈지 고민했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카미바레즈가 ‘네에~’하고 달려가 문을 열어주자, 로브를 입은 낯선 얼굴의 여자가 걸어왔다.
“누, 누구세요?”
이내 그녀가 후드를 벗으며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2학년 여러분. 본교에서 보낸 하수인입니다.”
그녀가 키젠의 문양을 보이자, 네 사람은 비로소 안도했다.
“본교에서는 여러분의 인상적인 활약을 보고 받았습니다.”
그녀가 문양을 품에 넣고는 말을 이었다.
“대단히 수고 많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내일 여러분의 편안한 복귀를 위해 파로나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나이스 타이밍!”
딕이 큰 소리로 환호했다.
시몬도 비로소 안도의 미소를 지었고,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도 손바닥을 맞부딪혔다.
“텔레포트 기술자들이 와 있으니, 내일 새벽까지는 무리 없이 완성할 겁니다. 마음 놓고 편하게 쉬시라는 말씀 드리려 찾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그녀가 슬쩍 웃으며 문 뒤쪽을 가리켰다.
“이건 제 개인적인 제안입니다만, 지금 ‘고래의 언덕’에 가시면 멋진 경치를 구경하실 수 있을 겁니다.”
“!!”
그 말에 네 사람이 헐레벌떡 신발을 신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다들 달려!”
“딕, 같이 가요!”
“야!! 너 지금 내 신발 신었어 밥팅아!”
그렇게 네 사람은 칠흑까지 밟으며 전속력으로 고래의 언덕에 도착했다.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아아!”
눈앞에 보이는 꽉 찬 바다를 배경으로, 셀 수도 없을 만큼 무수한 해양 생명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첨벙! 첨벙!
마치 신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일제히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와 해양 몬스터들의 합주는 입이 딱 벌어지는 장관이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몬! 여러부운! 여기가 더 잘 보여요!”
관광객들은 모두 섬에서 빠져나갔기에, 지금 고래의 언덕을 구경하는 건 오롯이 네 사람뿐이었다.
2년에 한 번만 볼 수 있는 관광지 하나를, 네 사람은 완전히 전세 냈다. 넓고 편하게 바닥에 걸터앉아 함박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지배자님 오셨다!”
딕이 외쳤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이내 커다란 뱃고동 같은 소리와 함께, 드디어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 데이모스가 바다를 통과하고 있었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건 아니지만, 숨구멍만 수면에 놓은 채 바다를 지나가는 데 새까맣고 커다란 그림자부터가 보는 사람을 압도하고 있었다.
“대빵 커!”
메이린이 눈이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키젠의 황천고래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데?”
“대단해요!”
세 사람이 크기를 보고 놀라고 있었지만, 직접 바다 안에서 대면한 시몬은 다소 느긋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역시 내가 컨트롤하던 것과는 규모가 다르구나.’
시몬의 언데드 데이모스가 컨트롤했던 해양 몬스터들도 다시 본래 주인인 데이모스에게 복귀하는 중이었다.
그때 수면 위로 드러낸 고래의 숨구멍에서 물분수가 솟구쳤다.
쏴아아아!
숨구멍에서 쏘아진 바닷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날아갔고, 이내 정확히 시몬 일행이 앉아 있는 곳에 쏟아졌다.
“으악! 뭐야?”
“꺄아아아!”
갑자기 물세례에 맞은 네 사람이 혼비백산하는 그때.
퍼어어어어어어엉!
이번에는 데이모스가 수면 위로 솟구쳤다.
모두가 입을 딱 벌렸다. 거대한 생명체가 하늘로 비산하며 눈동자를 굴렸다. 그 눈동자는 시몬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몬도 데이모스와 눈을 마주하며 슬쩍 웃었다.
“기분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네.”
이내 다시 데이모스가 바다로 들어갔고, 그 반동으로 바다가 뒤집히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쏴아아아아아아!
반도에 커다란 비가 내렸다. 바닷물 때문에 교복이 흠뻑 젖고 말았다.
“아, 이게 뭐야! 다 젖었잖아!”
언제나 그렇듯 메이린의 툴툴대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입은 크게 웃고 있었다.
“아하하, 시몬. 비에 젖은 생쥐 꼴 됐어요.”
“카미 너도 마찬가지야.”
하하하하하하!
비록 옷은 젖었지만 네 사람은 큰 소리로 시원하게 웃었다. 그리 웃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한번 웃으니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앞에는 데이모스가 지나가는 황홀한 오션쇼.
하늘에서는 시원하게 내리는 짭짤한 바닷비.
옆에는 흠뻑 젖은 생쥐 꼴이 되어 웃고 있는 좋은 친구들.
주위를 이루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완벽했다.
“자, 드디어 내일 개학이다!”
신이 난 딕이 두 팔을 펼쳐 들었다.
“여기서 또 구호 한번 외치고 가야지!”
“구호?”
“그게 뭐예요?”
“뭐겠어.”
딕이 시원하게 소리쳤다.
“시몬의 키젠 330기 학생회! 올해도 화이팅!”
다른 세 사람도 웃음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화이팅!”
쏴아아아아아!
네 사람을 축하하듯 데이모스의 숨구멍에서 다시 한번 물줄기가 솟구쳤다. 아름다운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하늘에 그려졌다.
시몬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드디어 개학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