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5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52화
저주학의 학과 담당 교수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키젠이 자랑하는 최고의 스타교수 중 하나. 젊은 나이에 현역 까마귀라는 압도적인 재능.
프로페셔녈한 강의와 높은 참여도를 끌어내는 수업방식, 젠틀한 매너와 학생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학생들이 키젠에서 가장 본받고 싶은 교수 1위.
바힐 아마가르.
그런데.
“저주학과에는 공지사항이 하나 있다.”
심상찮은 별야의 발언에 장내가 술렁였다.
“……흐음, 이걸 뭐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별야가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방송 하수인도 아닌 키젠 본부의 직원이 직접 뛰어 올라와 그녀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래, 어. 니들도 예상하다시피 저주학과 담당은 바힐 교수님이다. 다만, 이번 개학식에는 참가하지 않으셨다.”
학생들이 웅성거렸고, 딕은 눈가를 좁혔다.
“이유는 설명 안 해주시네. 그냥 단순히 행사에 빠진 건가?”
메이린이 한심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그럼 뭐, 키젠을 그만두시기라도 했겠냐? 그 바힐 교수님이?”
“조금 개인적인 사정이 있나 봐요.”
“그런가? 시몬, 넌 뭐 좀 짐작 가는 거 없냐?”
“…….”
시몬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는데.”
“그래?”
세 사람이 다른 화제로 넘어가는 사이, 시몬은 조용히 이마를 짚었다.
‘……설마.’
시몬은 1학년 마지막 날에 각 과목 교수들을 찾아뵙고 간단한 인사를 드렸었다.
그런데 저주학의 바힐만은 만나지 못했다. 그의 연구실에는 수석조교 체헤클만 남아 있었다.
시몬은 그때 그녀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바힐 교수님이 시몬 학생의 병실에 병문안 다녀온 뒤로, 좀 이상해졌어요. 그러다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더라구요.
-자, 잠적이요?
-혹시 병실에서 교수님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그때 시몬은 잠깐 고민했었다.
체헤클에게 전부 다 말해도 될까? 콤펠로니아의 비밀과, 세계에 저주를 건다는 바힐의 야망까지. 하지만 시몬은 아직 체헤클이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다.
-그 인간이 할 말이야 뻔하죠.
그런데 시몬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체헤클이 먼저 선수를 쳤다.
-직속제자 제안, 그리고 저주학과로 오라고 했겠죠?
그 말도 사실이었기에 시몬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체헤클은 ‘에휴~’하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어차피 신학기가 시작되면 돌아올 인간이니까.
시몬은 그 말을 믿고 레스힐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직도 키젠에 안 돌아오신 거야?’
연단 뒤편에 각 학과의 교수들이 앉아 있는 가운데, 저주학 교수석에는 체헤클이 대신 앉았다. 그녀의 난처한 표정을 본 시몬은 걱정이 몰려올 수밖에 없었다.
내일, 아니면 오늘이라도 일정에 여유가 생기면 체헤클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가장 인기 많은 칠흑역학과다. 많이 기대했지?”
네에에에!
수많은 학생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린은 손을 덜덜 떨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에릭 아우라 교수님 제발……!”
“뒷반의 타일러 교수님도 만만치 않다던데. 인기 많아.”
이론파 에릭과, 실전파 타일러의 승부.
진 쪽은 교수 커리어에서 막대한 핸디캡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연 누가 2학년의 칠흑역학과를 담당할 것인가.
“흠!”
그때 별야가 서류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좋아, 발표한다 이것들아! 2학년 칠흑역학 담당교수는 에릭 아우라 교수님―”
와아아아아아아아!
메이린을 포함한, 앞반의 학생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이.었.지.만!”
별야가 뒷말을 붙이자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개학 나흘 전, 에릭 아우라 교수님이 돌연 은퇴를 선언하셨다.”
웅성 웅성 웅성!
강당 전체가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였다. 뒷자리의 3학년들도 에릭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많았기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고나 이상한 일에 연루된 건 아니고, 교수님 본인이 후임 양성보다는 조금 더 학문과 이론에 집중하길 원한다고 밝히셨다. 이제는 교수가 아니라 전업 학자로서 펜타모니엄에 들어갈 거라고 하신다.”
놀라운 이야기였지만, 시몬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에릭은 이론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학자 타입이다.
하지만 키젠의 교수로 재임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론보다는 실용.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는 흑마법 위주로 가르치면서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앞길을 응원할게요. 에릭 교수님.’
역시 에릭에게는, 교수보다는 학자가 더 맞는 옷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아아아! 그럼 누가 칠흑역학과 2학년을 담당할지 궁금하겠지?”
뒷반 학생 한 명이 큰소리로 외쳤다.
“타일러 교수님이요!”
“참고로 타일러 교수님은 올해 신입생들의 칠흑역학을 가르치기로 하셔서, 1학년 수업을 준비 중이시다. 본인도 운으로 올라가는 건 원치 않고, 이미 정해진 걸 갑자기 바꿀 수도 없어서 말이야.”
학생들은 더더욱 혼란에 빠졌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2학년들에게 칠흑역학을 가르친단 말인가?
“서론이 길었네. 그럼 소개하마!”
또각. 또각.
홀을 올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커튼을 젖히고 연단으로 걸어오는 한 여성이 있었다.
핏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검은 정장에 절제된 느낌의 단발. 차가운 인상에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눈빛.
“니들은 운 좋은 줄 알아! 부총장 제인 올리비아 교수님이 직접 2학년 칠흑역학과를 담당하시기로 했다!”
지하 강당의 천장이 터질 정도로 거대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2학년들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제인 교수님!! 우리 제인 교수님이 칠흑역학 담당이라니!”
메이린은 너무 좋아서 깡충깡충 뛰다가 옆에서 같이 뛰고 있는 카미바레즈와 얼싸안았다.
“아으응, 너무 좋아!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아!”
“축하해요 메이린!”
“……와, 이거.”
딕이 얼빠진 웃음을 흘렸다.
“칠흑역학과 개떡상인데? 올해 수강신청은 진짜 진짜 박 터지겠다.”
제인의 실력이야 유명했지만, 특히 A반 학생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제인은 14개 반 중 A반을 최고 성적, 최저 탈락자를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시몬! 시몬도 제인 교수님 수업 수강할 거죠?”
카미바레즈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물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시몬도 열의가 불타고 있었다.
학과제인 2학년부터는, 전공수업 외에도 일반수업을 수강해서 들을 수 있었다.
전공수업은 3~4개로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일반수업에서 수강신청 전쟁이 벌어지는데, 담당교수들은 모두 전공수업 외에 일반수업을 하나 이상 개설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게 기본이다.
만약 일반수업에서 제인의 칠흑역학 수강에 실패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했다.
“학과선택 고민되네.”
“어쩌지?”
게다가 안 그래도 범용성이 넓어서 인기가 좋은 칠흑역학과인데, 제인이 담당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학생들은 진지하게 자신이 생각해 둔 학과와 칠흑역학과를 저울질했다.
“자아, 교수님도 한 말씀 하시죠!”
제인도 하수인으로부터 받은 확성 수정구를 들고 학생들을 보았다.
음. 음. 살짝 허스키하면서도 가느다란 미성이 울려 퍼졌다.
“그렇게 됐습니다.”
제인의 첫마디였다.
“소문은 들었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되는 학생은 설령 3학년이라도 자릅니다. 얄팍한 생각으로 기웃거리다가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확성 수정구를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러다 ‘아’하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 앞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A반은 전원 내 수업을 수강할 것. 이상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학생들이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전 1학년 A반의 학생들이 미친 듯이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사랑해요! 제인 교수니이이임!”
메이린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시몬과 카미바레즈는 마주 웃으며 손뼉을 쳤고, 딕은 휘파람을 불었다.
“우우, A반 편애다!”
“다 같은 2학년인데.”
몇몇 학생들이 장난스럽게 투덜댔지만, A반 출신들은 이미 그런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장 감격받은 건 A반 반장인 제이미였다.
“흑흑, 저랑 결혼해 주세요! 제인 교수님!”
“어? 반장! 헥토르는 어쩌고 그쪽으로…….”
제이미가 시뻘게진 얼굴로 딕에게 사일런스 저주를 걸었다.
이내 제인도 교수석에 앉는 것으로 모든 담당교수들이 자리 잡았다.
“아, 제인 교수님이 2학년으로 가버리네.”
“제인 교수님의 고위 흑마법 수업 꼭 듣고 싶었는데.”
“키젠에서 너무 2학년만 밀어주는 거 아냐?”
3학년들은 짙은 아쉬움을 표출했다.
작년만 해도 제인은 1학년 A반만 담당하고, 3학년 수업을 몇 가지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제인을 완전히 2학년에 빼앗겨 버리는 바람에, 3학년들은 후배들의 수업을 청강하는 쪽팔린 짓을 하지 않는 이상 그녀의 얼굴을 보는 건 힘들게 됐다.
“쟤들 교수진 미친 거 아니냐? 제인, 바힐, 홍펭이 다 2학년이네.”
“……에이젤만 있었다면 이런 꼴은 안 당했을 텐데.”
그저 여러 우연이 겹쳐지며 벌어진 일이었지만, 레오나드와 윌을 비롯한 몇몇 3학년들의 피해의식과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 * *
바로 이어서 오늘 행사의 핵심이자 하이라이트. ‘학과 선정식’이 시작되었다.
각 학과의 최대 정원은 60명. 석차 1위부터 400위까지 학생들이 순서대로 학과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가장 먼저 연단으로 올라올 학생은 당연히.
“2학년 석차 1위, 시몬 폴렌티아 앞으로.”
시몬이었다.
그의 등장에 키젠 교수들 사이에서도 살짝 긴장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제인은 눈을 감았고, 홍펭은 초조한 듯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올렸다. 아론은 평소답지 않게 긴장한 눈으로 더벅머리를 넘기고 있었다.
“저 아이네요.”
뒷반 출신인 사령학 교수와 혈류학 교수도 석차 1번의 등장에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이야~ 학생회장 나으리.”
별야가 삐쭉삐쭉 상어이빨을 보이며 시몬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우리 맹독학과를 짊어질 인재가 딱 여기 있네! 특히 저항계는 학년 최고 수준이지. 안 그래?”
“……아하하.”
시몬이 뻘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심기가 불편해진 듯 제인은 팔짱을 꼈고, 특히 홍펭은 표정을 바짝 굳히며 대기하던 방송 하수인에게 뭐라고 말했다. 그가 달려가 별야에게 귓속말을 하자, 그녀가 ‘알았어, 알았어. 농담이야.’ 하고 투덜댔다.
“뭐, 1학년 최고 성적자의 선택은 중요하지! 어느 학과로 갈지 나도 궁금한데. 한 말씀?”
시몬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키젠에 입학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제 마음에 불을 붙였던 공부가 있었습니다. 물론 키젠에는 정말 좋은 수업, 교수님들이 많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제 마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몬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연단 앞에 일곱 개의 제단이 보인다.
저주학과를 상징하는 밀집인형 마크.
칠흑역학과를 상징하는 마녀모자 마크.
소환학과를 상징하는 좀비마크.
사령학과를 상징하는 유령마크.
혈류학과를 상징하는 핏방울 마크.
맹독학과를 상징하는 깨진 포션병과 해골마크.
마투학과를 상징하는 반지를 낀 주먹마크.
가볍게 심호흡을 한 시몬은 이 중에서 한 제단의 앞으로 다가가 이글거리는 불꽃 속으로 손을 넣었다.
‘뜨겁지 않아.’
불꽃 속에서 만져지는 건 카드 한 장.
그것을 뽑아서 모두에게 보였다.
카드의 뒷면에는, 좀비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석차 1위, 시몬 폴렌티아의 선택은 소환학과다!”
터져 나오는 환호성과 함께 시몬은 카드의 앞면을 살펴보았다. 앞면에 불꽃이 일렁이며 자신의 이름이 적히고 있었다.
전시 지휘권을 보유한, 새로운 2학년 전용 학생증이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그거구나!’
시몬은 뽑아 든 학생증을 조심스럽게 품에 넣은 뒤, 조교들의 지시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위치는 교수석 쪽, 아론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아쉬워하는 제인이나 홍펭의 모습도 보였지만 사실 일말의 기대였을 뿐, 시몬이 소환학과를 선택하리라는 것은 교수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확정적인 사실이었다.
“잘 왔다.”
아론은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입꼬리는 살짝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시몬도 그 손을 맞잡고 밝게 웃었다.
“2학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론 교수님.”
담당교수 아론.
동시에 시몬의 직속교수가 될 인물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학과생활에서 이보다 더 든든할 수는 없었다.
“소환학과의 다른 전공 교수님들도 널 보고 싶어 하더군. 좋은 성과를 기대하마.”
“네!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아론과 악수를 한 시몬은 조교의 안내에 따라 연단을 내려왔다.
“아, 학생.”
시몬이 친구들이 있는 자리로 내려가려 했지만, 조교는 그 뒤쪽을 가리켰다.
“학과 선정이 끝난 학생은 바로 선배들이 있는 소환학과로 합류하시면 됩니다.”
그는 가장 뒤쪽에 3학년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