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5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54화
“시, 시몬! 아니. 우리 학생회장님! 혹시 나한테 좀 앙금 같은 거 남아 있는 것 같…… 냐?”
“뭐?”
그 말에 무게를 잡고 있던 메이린은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역시 이 녀석은 뼛속부터 정치가 집안이었다.
“넌 어쩜 학기 첫날부터 라인 탈 생각만 하냐?”
“아! 나 진지해!”
“나도 몰라. 직접 물어봐.”
“아아아~”
평소와 달리 혀 짧은 소리까지 내며 들러붙는 엘리사를, 메이린은 귀찮다는 듯 떨어뜨렸다.
“넌 1학년 내내 시몬에게 당하기만 했잖아. 네가 시몬한테 앙금이 있으면 있지, 시몬은 그런 거 없을걸?”
“지, 진짜지? 다행이…….”
“놀고 있네.”
두 사람의 고개가 돌아갔다.
실내 한복판에서도 선글라스를 쓴 여학생이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메이린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석차 6위, 메르디아나.’
벌써부터 맹독학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여학생이었다.
별명은 여왕벌.
물론 그녀가 사용하는 흑마법의 종류 때문이었다.
“이번에 시몬 폴렌티아가 학생회장이 된 건 시사하는 바가 커.”
그녀가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키젠은 철저한 실력 지상주의니까. 다른 2학년들도 시몬을 꺾으면 충분히 학생회장이 될 수 있단 거지.”
“하.”
메이린이 차갑게 냉소했다.
“샤텔도 못 이긴 시몬을 네가 어쩔 수 있을 것 같냐? 한번 해보든가.”
“부회장님 말이 옳소! 시몬 엄청 세!”
바로 박쥐처럼 메이린의 옆에 들러붙은 엘리사였다. 메르디아나의 고개가 돌아갔다.
“정치꾼. 그쪽도 줄 잘 서는 게 좋을걸.”
“응?”
“얼마 안 가 학생회장 자리는-”
그녀의 고개가 연단으로 향했다.
“아세라즈가 빼앗아오게 될 테니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별야의 함성이 들렸다.
“석차 5위! ‘아세라즈 미켈’의 선택은 소환학과다!”
깜짝 놀란 메이린의 고개가 연단으로 돌아갔다.
아세라즈가 소환학과라고? 칠흑역학과나 저주학과일 줄 알았는데?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소환학과는 난리가 났다.
석차 1위, 석차 3위, 석차 5위가 모두 소환학과.
사실상의 싹쓸이였다.
‘……이것들,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심각해진 메이린의 시선이 연단으로 올라가는 6위 메르디아나에게로 향했다.
* * *
‘아세라즈 미켈.’
홀로 테이블 뒤편에 앉아 있는 시몬은, 턱을 괸 채 그녀가 소환학과 선배들의 환영을 받는 모습을 보았다.
별로 아는 건 없다.
그나마 아는 건, 아래 석차에서부터 시작해서 특례 입학생들 다 누르고 혜성처럼 5위에 안착한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무려 메이린을 필기로 1학기 2학기 모두 꺾고 전체 1위를 기록한 학생이라는 것 정도.
그녀도 특별취급인지 헥토르처럼 3학년들 곁에 앉았고, 레오나드와 윌이 질문공세를 퍼부어댔다.
“…….”
그때 선배들의 이야기를 받아주던 그녀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그녀는 시몬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쩐지 서늘한 감각을 느꼈다. 한이 서린 듯한 뭔가가 몸으로 훅 밀려드는 기분.
시몬이 시선을 피하지 않자, 그녀는 이내 고개를 되돌려 다시 선배들의 이야기에 답했다.
그러는 사이 다음 Top 10의 학과선택이 빠르게 빠르게 이루어졌다.
6위 여왕벌 메르니다아는 맹독학과로.
7위 유령선 엘리사는 사령학과로.
두 사람 모두 선배들에게 ‘간판’ 취급을 받으며 2학년 학과대표가 되었다.
“키젠의 부회장! 석차 8위 메이린 빌렌느는 칠흑역학과로 간다!”
메이린은 당연히 칠흑역학과를 선택했다. 제인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악수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학생회 멤버들은 동아리 회장, 학과대표 등, 다른 직위의 겸업이 불가능하기에 메이린은 학과대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칠흑역학과의 3학년 대표는 어떻게든 거인혼혈 샤텔에게 학과대표를 시키고 싶어 했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석차 9위! 엘리시아 로젠펠트는 혈류학과!”
“석차 10위! 쥴 빈체레는 마투학과를 선택했다!”
이번에 새롭게 9위에 올라선 엘리시아는 혈류학과의 학과대표로, 마검 사용자 쥴 빈체레는 마투학과의 학과대표가 되었다.
이걸로 Top 10의 학과선택이 끝났다. 동시에 모든 학과의 2학년 대표도 정해졌다.
‘잘 알아둬야겠지.’
시몬은 셔츠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그들의 이름을 기입하고 있었다.
학과대표들은 앞으로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고, 협조를 구하고, 혹은 부딪히게 될 사람들이다. 학생회장으로서 자세히 알아두는 건 당연하다.
저주학과 : 메리다 휴 이켈
칠흑역학과 : 샤텔 마에르(추정)
소환학과 : 헥토르 무어
사령학과 : 엘리사 셀린
혈류학과 : 엘리시아 로젠펠트
맹독학과 : 메르디아나 앤 서든데스
마투학과 : 쥴 빈체레
‘아니, 무슨.’
메모를 마친 시몬이 헛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무난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있지?’
학과대표들과의 논의는 난관이 예상된다. 정말로 만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시몬이 소속되어 있는 소환학과마저 대표 자리는 헥토르가 차지해 버렸다. 시몬을 적대하는 중인 엘리사도 사령학과 대표가 됐다.
그나마 대화가 통할 것 같은 사람은 마검 사용자 ‘쥴 빈체레’ 정도. 싸울 때 호전적으로 변하는 것만 빼면, 사람 자체는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4위 메리다, 6위, 메르디아나, 9위 엘리시아.’
시몬이 수첩에 나온 세 사람의 이름을 북북 원으로 그려 강조 표시를 했다.
‘이 뉴페이스들이 어떻게 나올지가 핵심이겠네.’
시몬이 학교 운영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 학생들의 선택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전체적인 양상은 제인이 담당하는 칠흑역학과의 압도적인 우세. 60명은 금방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 아래에 저주학과가 바짝 쫓고 있는 양상이다. 키젠의 스타교수, 바힐이 직접 참가하지 않았다는 점이 미묘하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
“40위! 신디 비바체는 사령학과로!”
“62위! 사브리나 쥬세페는 맹독학과로!”
사령학과와 맹독학과도 빠르게 정원이 채워지는 중이다. 맹독학과가 한 명 한 명 불릴 때마다 400위의 딕도 덩달아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으으으으, 크으읍! 허으윽!”
딕이 온몸을 비틀며 수명 떨어지는 소리를 냈다.
“아, 심장 떨려서 못 듣겠네! 이럴 줄 알았음 공부 좀 해둘걸. 이렇게 다 업보가 돌아오는구나! 크흑!”
“힘내세요 딕! 분명 자리가 날 거예요!”
카미바레즈가 작은 주먹을 꼬옥 쥐며 웃어 보이고 있는데, 조교의 외침이 들렸다.
“90위부터 100위까지! 연단 아래에서 대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카미바레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이만 갈게요! 딕!”
“……으, 응. 고마워. 카미.”
딕이 몇 년은 더 늙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잠시 후.
“석차 95위! 카미바레즈 우르슬라는 혈류학과로!”
왼쪽에서 다섯 번째 테이블에서 오랜만에 시원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르슬라! 우르슬라가 왔어!!”
“언니가 격하게 아낀다!”
“어서 와! 꼬마 뱀파이어!”
카미바레즈는 3학년 선배들의 예쁨을 잔뜩 받으며 혈류학과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격하게 반응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카미바레즈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카미는 빨리 적응하겠다.’
혈류학과 선배들에게 예쁨받는 카미바레즈의 모습을 보며 시몬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석차는 100위대를 넘어 200위대로 향했다.
“석차 280위! 세르네 아인다르크는 소환학과로!”
어느 때보다 큰, 폭발 같은 환호성이 소환학과에서 터져 나왔다. 소환학과 3학년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 소환학과 미친 거 아냐?”
“상아탑 후계자가 왜 소환학과에 가는 건데!”
내심 기대하고 있던. 아니, 자기들 쪽으로 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던 칠흑역학과 선배들은 충격을 받았다.
세르네가 상앗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소환학과 테이블로 걸어오자, 하늘 같은 3학년 선배들이 후다닥 달려왔다. 몇몇 남학생들은 에스코트하겠답시고 손을 뻗었지만 세르네는 웃으며 지나쳤다.
“소환학과에 온 걸 환영해, 세르네.”
그 레오나드조차도 얼떨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호들갑을 떠는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의자에 앉아 위엄을 유지하고 있었다.
“깜짝 놀랐어. 우리 쪽으로 올 거면 미리 언질이라도 주지 그랬어?”
그녀는 대답 대신 훗 하고 웃으며 여우 같은 눈웃음을 한번 쳤다.
레오나드 뒤에 서 있던 남자 선배들의 얼굴이 펑 펑 붉어졌다. 그들의 입장에선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요물이나 다름없었다.
세르네는 도도하게 턱을 치켜세우고는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를 내며 레오나드를 지나쳤다.
“세, 세르네!”
“잠시 이야기 좀 할까?”
몇몇 선배들이 미련을 품고 세르네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눈웃음만 칠뿐, 그런 제안들을 튕겨내듯 무시해 버렸다.
“소문대로, 아니, 소문 그 이상인데.”
세르네의 걸음이 멈췄다. 12위의 윌이 그녀의 앞을 똑바로 가로막고 섰다.
“그리고, 이런 소문도 돌더군.”
윌이 세르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녀가 한쪽 눈을 감으며 윌을 올려다보았다.
“네가 직접 상아탑에 들어올 인재를 구하고 있다고. 네 매력에 꼬이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떨어뜨린 뒤 상아탑에서 채간다던데.”
그가 세르네에게만 들릴 만큼 목소리를 줄이며 이를 드러냈다.
“나는 알고도 꼬일 생각 있는데. 어디, 우리 후배님은 생각 없나?”
탁.
세르네가 어깨에 손을 치우더니 픽 웃어 보였다. 수락으로 받아들인 건지 윌도 히죽 웃었지만.
“입에서 똥내 나요. 선배님~”
이어지는 한마디에 윌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세르네는 석상처럼 굳어진 윌과 3학년들을 도도한 걸음걸이로 지나쳤다. 그러곤.
“여기 앉아도 되죠?”
홀로 앉아 있던 시몬의 맞은편 자리에 당당하게 앉았다.
그러곤 두 손을 꽃받침처럼 턱밑에 모으고는 예쁜 척, 생긋 웃었다.
“……너.”
시몬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뒷감당 괜찮겠어? 그래도 학과 선배님들인데.”
시몬의 물음에 그녀가 히죽 웃더니, 숨죽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끼. 우끼끼.”
결국 시몬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 *
그렇게 시몬과 세르네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별야의 커다란 외침이 들렸다.
“석차 287위! 로레인 아크볼드는 소환학과로 간다!”
드디어 이번 2학년 최고 관심사였던 학생의 거취가 결정됐다.
아론과 손을 맞잡고 악수한 그녀는 연단에서 내려와 소환학과 테이블로 향했다.
소환학과 3학년들의 반응은 더 볼 것도 없었다. 이제는 뭐 다들 소리를 지르다 목이 쉬어 있었다.
“어, 어서 와! 로레인!”
“반가워. 음음, 잘 부탁한다.”
다만 소환학과 선배들도 로레인을 조금은 어려워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도 그럴게, 그녀는 이 학교 주인인 네프티스의 딸이었다. 세르네처럼 온갖 난리를 치며 100% 환대하는 느낌은 아니었고,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추고 자제하는 모습이 보였다.
“와줘서 영광이야. 석차 4위 학과대표 레오나드라고 한다.”
“안녕! 벤야라고 해.”
“석차 12위, 윌이다. 하하하! 아가씨까지 이쪽으로 올 줄은 몰랐는데!”
로레인은 여타 다른 2학년 학생들과 다를 것 없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로레인 아크볼드입니다.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 게 많습니다. 부디 편하게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다른 학생들처럼 선배 앞에서 연신 굽신거리는 게 아니라, 그냥 어른스러웠다. 동등한 한 명의 사람으로서 예의를 취하는 느낌.
3학년들도 그런 그녀를 끝까지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천하의 세르네에게도 치근덕댔던 윌도 로레인만큼은 인사만 한 후 그냥 못 본 척 지나갔다.
저벅. 저벅.
이내 로레인은 선배들을 지나 똑바로 걸어가서 시몬의 앞에 도착했다.
선배들은 여전히 로레인을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로레인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세르네를 한번 보고는, 시몬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옆에 앉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