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7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78화
철컹! 철컹! 철컹!
열차를 타고 내려가는 동굴은 상당히 깊었다. 지금 그 끝이 어딘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로크섬 안에 이런 장소가 있었구나.’
그리고 깊이 내려갈수록 눈 뜨고 보기 힘든 괴상한 것들이 보였다. 밧줄에 연결된 몬스터의 머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거나, 긴 괴물의 위장 같은 것이 뱀처럼 똬리를 튼 채 움직이는 것도 있었다.
“힉!”
단단히 겁에 질린 토토는 시몬의 팔을 꽉 붙잡은 채 연신 괴성을 흘리고 있었다.
“……시, 시몬. 이 수업이 끝나면 우리 무사히 햇빛을 볼 수 있을까?”
“걱정 마. 괜찮을 거야.”
시몬이 태연하게 웃으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토토는 여전히 작은 소리에도 움찔움찔 놀랐다. 그 옆의 헥토르는 심드렁하게 턱을 괸 채 앉아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
그런데 앞서 출발한 열차 쪽에서 커다란 비명이 들렸다. 그 비명은 순식간에 멀어지며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앞에 또 뭔가 있나 봐!”
토토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끼긱- 끼기기-
시몬은 철로의 소리와 경사의 변화를 캐치하고는 다리를 쭉 펴서 열차 끝에 닿게 했다. 헥토르도 눈치챘는지 두 팔로 열차를 붙잡아 단단히 자신을 고정했다.
“토토.”
“응?”
“꽉 잡아.”
토토가 뭐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그의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 뒤에 보이는 건, 어둠을 향해 급경사로 떨어지는 철로였다.
촤아아아아아아악!
난데없이 열차가 고속하강하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악!”
토토를 시작으로 학생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몸집이 작은 토토가 날아갈 듯 덜렁거리자 시몬이 그의 왼팔을, 헥토르가 인상을 구기며 오른쪽 어깨를 붙잡았다.
“으어엏! 아아아아악!”
“조금만 더 버텨! 토토!”
끼긱- 끼기기기-
이내 열차의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더니 멈췄다. 소환 재료학의 조교들이 말했다.
“자, 학생 여러분들. 내려오시겠습니다.”
학생들이 비틀거리며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몬은 혼이 나간 토토를 부축했고, 헥토르는 쌩하고 홀로 걸어가 버렸다.
‘여긴 어디지?’
서사 속에서나 등장하는 어둠의 제단 같은 장소였다.
원형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중앙에는 커다란 제단이 놓여 있고, 그 주위를 빙 둘러싼 테이블이 있다. 그곳에는 각종 언데드 재료들이 놓여 있거나, 천장과 연결된 긴 고리에 매달려 있었다.
벽에는 촛불이 켜져 있고, 바닥에는 지하수가 졸졸 흐르는 얕게 판 수로가 있다. 틈이 좁아서 잘못 발을 내딛다가 신발이 젖을 염려는 없었다.
이런 장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떤 수업이 진행될지, 시몬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내 마지막 열차까지 도착해 학생들이 내렸다. 하나같이 동굴의 음침한 경관을 보며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자, 학생들.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지시겠습니다.”
조교들이 나서서 학생들을 통제한 다음, 벽에 붙어서 두 손을 공손히 모았다.
“그레리온 교수님께서 입장하십니다.”
학생들이 있는 제단에서 조금 떨어진 곳, 조명이 없어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푸른 섬광이 한번 번쩍 튀었다.
시몬은 그게 텔레포트 마법진의 빛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쿠웅-
쿠웅-
육중한 발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진다. 학생들은 어둠 속에서 어떤 커다란 형체가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내 곳곳에서 숨죽인 비명이 튀어나왔다.
상체를 드러낸 근육질의 남자가 어깨 위에 산더미만 한 피투성이의 멧돼지 몬스터를 짊어진 채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저 사람이…….’
‘교수라고?’
쿠웅-
쿠웅-
분위기에 압도당한 학생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가 가까워질 때마다 동굴의 울림도 커진다.
이내 남자가 제단에 몬스터를 내려놓자 쿵!! 하고 동굴 전체가 뒤흔들렸다.
시몬의 눈이 진지해졌다.
‘전투의 흔적이 보여.’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는 직후까지 싸우고 있었던 걸까. 그의 피부에 자잘한 상처가 나 있었다. 몬스터도 완전히 숨통이 끊어진 게 아닌지 다리가 간헐적으로 꿈틀꿈틀 흔들렸다.
척!
그레리온은 등을 돌려 동굴 벽에 매달려 있는 두 개의 해체용 칼을 들었다.
칼끼리 부딪쳐 스릉스릉 쇳소리를 내더니, 그중 하나를 들고 꿈틀대는 몬스터에 다가왔다.
푸욱!
그러고는 배 위에 칼을 박아넣었다.
쫘아아아아악!
그대로 아래로 움직여 배를 갈라냈다. 수증기 같은 것이 뿌옇게 흘러나오며 피 냄새가 확 올라오자 학생들이 움찔했다.
이어지는 해체쇼.
그레리온 교수의 해체칼이 거침없이 움직였다. 칼을 움직이고 손을 안에 넣고 빼낼 때마다 박동하듯 뛰고 있는 장기기관이 꿀렁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스으으으으!
그의 몸 뒤에서 칠흑이 뿜어져 나왔다. 칠흑은 공중에 마법진을 그려나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재료 곳곳에 마법진을 새겨넣기 시작했다.
처억! 척!
크기와 용도가 각기 다른 해체칼들이 그레리온 교수의 칠흑을 따라 움직이며 회전하다가, 그가 손을 뻗으면 원하는 것들만 척척 내려왔다.
놀라운 멀티태스킹이었다.
“키메라, 아간데로.”
그가 몬스터의 몸에서 막 빼낸 재료에, 천장에 달려 있는 몇 가지 재료를 끼우고는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눈이 달린 장기가 스스로 움직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키메라, 워잭.”
“키메라, 어드모.”
방금 사냥한 몬스터의 재료를 이용해 직접 키메라를 만들고 있었다.
신체 결손에 있는 좀비에 다리를 달아주기도 했고, 속이 텅 빈 언데드에 내용물을 더해 움직이게 만들기도 했다.
처억!
척!
학생들 모두 혼미한 표정으로 크고 작은 키메라들이 바닥에 쌓이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다리는 자기들끼리 움직이고, 팔은 검은 액체에 휩싸여 몬스터의 꼬리가 됐다. 다른 몬스터들의 장기끼리 붙여서 움직이는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을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멧돼지 몬스터의 머리를 베어낸 다음, 두 개의 머리가 달린 몬스터에 세 번째 머리를 달아주었다. 트리플 헤드 키메라를 만들어낸 그가 얼굴에 튄 피를 닦으며 칼을 내려놓았다.
몬스터의 시체 하나로 순식간에 탄생한 12기의 키메라들.
작업이 끝났지만, 분위기에 압도당한 학생들은 박수를 치지도 못했다.
“나는 그레리온이다.”
마침내 그의 입이 열렸다.
“너.”
그레리온이 손을 뻗었다. 하필이면 또 지적당한 토토가 딸꾹! 딸꾹질을 하며 몸을 뻣뻣하게 세웠다.
“네, 네에! 토토 아모리입……!”
“키메라가 뭔지 말해봐라.”
토토가 바짝 굳은 얼굴로 머리를 굴렸다.
“두, 두 개 이상의 생물체가 결합된 존재를 뜻합니다……!”
“가장 흔하게 말하는 정의지. 그럼 너!”
이번에는 그 옆으로 지목당한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네크로맨서가 인위적인 접목을 통해 만들어낸 다수의 힘을 가진 언데드예요.”
그레리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홱 움직여 시몬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키메라는 극도의 실용생물이다.”
그의 안광이 무섭게 빛났다.
“네크로맨서는 손에 두 종류 이상의 생물이나 언데드가 있다면, 그 어떤 극강의 괴물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소환수가 빠르게 소모되는 소환술사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지.”
그가 뿌득 거리는 목을 붙잡고 좌우로 가볍게 흔들었다.
“현역 시절에, 소환수가 떨어진 나는 영지 외곽에 있는 목장을 털고 그곳의 돼지 10마리를 조립해 성 하나를 몰살시킨 적도 있다.”
“……!”
“네크로맨서에겐 그런 싸움도 있는 법이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수업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
“소환 재료학입니다!”
“정규 교과 과정이니 어쩔 수 없지만, 나는 그 과목명은 좋아하지 않아.”
그가 학생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키메라 설계론이라고 해두지. 재료학 공부는 물론, 그것을 이용해 강력한 키메라를 만들어내는 법까지 너희들에게 알려주겠다. 내 수업의 재료학 지식은 모두 강력한 키메라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그가 아직도 꿈틀거리는 몬스터의 살점을 바닥에서 주워들며 음침하게 웃었다.
“금단의 영역에 온 걸 환영한다.”
* * *
소환학을 전공하는 현대의 소환술사에게 있어, 키메라 제작은 빼놓을 수 없는 학문이었다.
한때 ‘키메라 시대’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네크로맨서들의 키메라 제작 기술은 고도로 발달되어 있었다. 키메라에서 파생된 온갖 룬어와 수식, 기술들이 거의 모든 소환마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즉, 키젠 2학년부터는 키메라 관련 기술을 모르면 쓰지 못하는 소환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론의 중급 전공 소환학과 맞물리는 셈이다.
물론 그런 교과적인 이유 외에도, 시몬은 키메라 제작을 배워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접목을 시작해라.”
다행히 첫 키메라 수업부터 동물이나 몬스터를 다루지는 않았다.
학생들의 앞에 놓인 건 화분에 심어져 있는 꽃과, 수조에 들어 있는 수생식물이었다.
첫 키메라 수업은 일반적인 관엽식물에, 수생식물의 뿌리를 합쳐야 했다. 이를 이용해 물에 올려놔도 멀쩡히 잘 자라는 꽃을 만드는 게 목표.
두 식물의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물 위에서 죽지 않고 잘 자라는 수생식물의 장점까지 동시에 이끌어내는 게 핵심이었다.
“두 식물의 절단면이 맞닿게 붙이고 마력 테이프를 감아 고정한 다음, 촉진 마법을 발동해라. 두 절단면이 아물게 되면 물과 양분, 그리고 식물호르몬이 두 식물 사이에 전달된다.”
시몬은 침착하게 꽃과 수생식물을 연결한 다음, 수조에 띄워보았다.
옆에 있는 토토는 똑같이 시도했다가 꽃이 곧 죽어버리고 뿌리도 물에 가라앉았지만, 시몬의 꽃은 오히려 멀쩡하게 잘 살아 있었다.
‘성공이다!’
식물에 손을 뗀 시몬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키메라 제작이라. 이 수업도 재밌네.’
키메라는 두 종의 장점을 동시에 발휘하게 된다.
단순한 접붙이기로도 뿌리에는 감자가 자라고, 줄기에는 토마토가 자라는 식물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흑마법을 이용하고, 그 이어 붙이는 재료가 언데드라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이나믹한 변화도 가능하다.
생물체 키메라는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유사한 종끼리 접붙여야 하지만, 언데드는 무엇이랑 섞어도 그런 거부반응이 적거나 없기 때문.
물론 사용시간과 수명은 장담하지 못한다.
‘이제 진짜 전공자가 된 느낌이긴 하네.’
역시 2학년에서 배우는 기술의 깊이는, 1학년 때 기껏해야 스켈레톤이나 좀비를 다루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키메라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레리온이 설명했다.
“이 세상에 완전히 동일한 키메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몬스터 두 종류로 1,000기를 제작해도, 사용되는 수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키메라를 제작하는데 무엇보다 필요한 건 센스 이전에 재료로 쓰이는 생물에 대한 완벽한 이해다. 지금부터 내는 유인물을 모조리 암기하도록.”
곳곳에서 학생들의 곡소리가 튀어나왔다.
* * *
학생들이 모두 돌아간 뒤, 조교들이 뒷정리를 시작했다.
거대한 몬스터를 해체하느라 주위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레리온 또한 조교들과 함께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의 지시에 키메라들이 질퍽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여 동굴의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팟!
그때 동굴 끝에서 푸른빛이 번뜩였다. 텔레포트 마법진이 발동하는 소리였다.
그레리온은 몸을 일으켜 손님을 맞이했다.
“왔나. 아론.”
아론이 긴 더벅머리를 쓸어넘기며 걸어와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교수님.”
“풋내기였던 네가 2학년 소환학 담당교수라니.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구나.”
그레리온이 흘흘 웃었다. 아론은 자리에 앉아 피곤한 한숨을 흘렸다.
“아이들은 어떠셨습니까?”
“이번에 학과에 인재들이 많이 왔다고 하던데, 확실히 눈에 띄는 얼굴이 꽤 있더군.”
헥토르, 아세라즈, 로레인, 세르네. 그리고 현역 학생회장인 시몬까지.
“시몬 폴렌티아는 어땠습니까?”
“그리 눈에 띄진 않았는데.”
그레리온이 담백하게 답했다.
“이제 첫 시간이고, 고작 식물을 붙여본 정도니 뭘 판단하기도 그렇겠지. 조교! 시몬의 작품을 가져와라!”
“예!”
한 조교가 수조에 담긴 시몬의 식물을 가져왔다. 두 교수가 그것을 살폈다.
“완성은 했지만 평범하군. 키메라 쪽은 재능이 아닌가.”
그가 수조에 담긴 식물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휘감은 테이프를 풀었다.
“……!”
그의 눈이 커졌다.
절단면이 거의 완벽하게 붙어 있었다.
“내가 가르쳐 준 흑마법 외에, 다른 걸 썼군.”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며, 아론이 웃었다.
“그 녀석답네요.”
“뭐?”
“스켈레톤 메이지를 가르칠 때, 리치를 만들던 놈입니다.”
흠- 하고 그레리온의 눈이 빛났다.
“그렇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