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8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80화
“본 드래곤. 네가 언제쯤 이걸 다룰 수 있을까?”
주황색 낙엽 속에 숨어 있던, 뼈만 남은 드래곤의 아름다운 자태에 시몬은 넋을 잃고 말았다.
시몬은 1학년 때 리치를 만드는 것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이제 2학년, 아론은 ‘듀라한’ 제작을 목적으로 설정했지만.
“2학년이 끝나기 전까지.”
시몬의 입가에 벅찬 미소가 걸렸다.
“만드는 걸 목표로 하겠습니다. 아니, 반드시 만들어 다뤄 보이겠습니다.”
주먹을 움켜쥐며 결의하는 시몬의 뒷모습을 보며, 네프티스는 방긋 웃었다.
“응. 힘내, 우리 학생회장!”
* * *
다음 날 아침.
아론의 중급 전공 소환학 수업이 시작됐다.
아론은 첫날 스켈레톤 나이트의 제작에 이어서, 둘째 날에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운용과, 사용 기술인 ‘배쉬’에 대해 실습했다.
수업 장소는 야외 훈련장이었다.
학생들은 넓게 공간을 벌리고 어제 만든 스켈레톤 나이트와 함께 섰다. 학생들의 스켈레톤 나이트가 한 검 한 검 힘차게 허공에 휘두르고 있었다.
“소환 마법진의 칠흑을 흘려보내서 검으로 집중시켜라.”
아론은 뒷짐을 지고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지도하는 중이었다.
“스켈레톤 나이트의 주재료 몬스터들은 모두 생전 오러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 굳이 마법진을 쓸 필요는 없다. 언데드가 생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자연스럽게 기술을 재현하도록 유도하도록.”
아론이 등을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일검.”
부웅!
모든 나이트들의 검이 내려왔다. 그중 몇 기의 나이트들의 검은 까맣게 물들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성공한 학생들이 기쁨의 탄성을 터뜨렸다.
“잘했다.”
아론이 말했다.
“오러는 마나를 검에 심는 기술로, 옛날 기사들의 상징과 같은 힘이다. 그것을 언데드의 칠흑으로 구현한다고 생각해라.”
“네!”
“다시 일검.”
이후의 전체 진행은 수석조교에게 맡기고, 아론은 학생들을 둘러보며 한 명 한 명 코멘트해 주었다.
“알리바란 피네스. 네가 검술에 조예가 있는 건 알겠다만, 나이트의 자세에 집착하지 마라. 나이트가 생전 가장 편하게 휘둘렀던 검로를 찾는 게 이 훈련의 목적이다. 검로가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배쉬도 나오기 시작할 거다.”
“네, 감사합니다!”
“헥토르 무어. 너무 경직되어 있다. 네 의지는 너무 강력해서 어제 만들어진 나이트로는 움직임이 따라가지 못해. 템포와 강약을 조절해라.”
“예.”
하나둘 학생들을 교정해 주던 아론이 고개를 돌렸다.
‘시몬 폴렌티아.’
이 녀석은 벌써 ‘배쉬’를 성공시켰다.
스켈레톤 나이트의 검에 검은 기운이 일렁이다 못해, 꽤 오랜 시간 붙잡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기합이 들어가 있지?’
앞을 바라보는 시몬의 두 눈동자는 연신 진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아론은 저 눈이 뭔지 알고 있었다.
남들 스켈레톤 메이지를 만들 때, 홀로 리치를 생각하던 바로 그 눈이다.
저 녀석이 ‘발동’이 걸리는 건 학과생활이 조금 더 진행된 뒤라고 생각했는데,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니면 심경의 변화라도?
내심 궁금해진 아론이 그에게 다가갔다.
“시몬 폴렌티아.”
이름을 불렀지만, 시몬은 바로 옆에서 들린 말도 알아듣지 못할 만큼 집중하고 있었다.
아론은 가만히 기다려 주었고, 수석조교의 ‘일검’이라는 외침과 함께 시몬이 조종하는 나이트의 검이 내려왔다.
부웅!
깨끗하게 그어지는 궤적이 보기 좋았다.
허리가 불량인 나이트라서 완벽한 자세는 아니었지만,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보이고 있었다.
마침내 집중 상태에서 벗어난 시몬이 ‘후우’ 하고 이마의 땀을 닦는 모습이 보인다.
“시몬 폴렌티아.”
시몬이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 네! 교수님!”
“나이트가 사용하는 ‘배쉬’는, 칠흑을 선으로 모아 한 번에 폭발시키는 타격기다. 넌 지금 배쉬가 아니라 인챈트에 가까운 기술을 나이트에게 시키고 있어.”
“아, 그게…….”
시몬이 뒷목을 긁적였다.
“실은 제 나이트에 가장 어울리는 궤적을 찾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아론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다른 누구의 조언도 없이, 자체적으로 창의적인 방향을 잡아간 건가.
이내 다시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온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면 됐다.”
“?”
아론은 더 말하지 않고 옆으로 걸어가, 토토가 다루는 나이트의 검술을 교정해 주었다.
* * *
실습이 끝나고 3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훈련장 의자에 걸터앉아 있던 아론은 묘한 눈으로 시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쯤 되면 너무 열심히 해서 무서울 정도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휴식시간에도 시몬의 훈련은 계속되었다. 시몬이 스켈레톤 나이트에게 회전을 명령하자, 나이트의 몸이 팽이처럼 돌아갔다.
거기에 배쉬의 효과도 들어갔는지 이번에는 새까만 팽이였다.
토토가 그 위로 돌 하나를 던졌는데, 파각! 소리와 함께 돌이 갈려 나갔다. 시몬과 토토가 환호하며 손바닥을 맞부딪히는 모습이 보였다.
“참, 토토! 이것도 봐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봤거든.”
“뭔데 뭔데?”
“아직은 실험단계지만.”
시몬이 전방을 향해 아공간을 열었다.
쇄애애애애액!
아공간이 열리기 무섭게, 그 안에서 세 기의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대기를 갈기갈기 찢으면서 지나갔다.
첫 스켈레톤 나이트처럼 단순히 허리만 뱅그르르 돌아가는 수준이 아니었다. 발끝부터 상체까지, 전신이 돌아가고 있었다.
“대, 대단해!”
토토가 소리를 질러댔다. 각자의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학생들도 눈을 빛내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직 멈춤 동작은 완벽하지 않은 듯, 회전과 동시에 나이트들의 몸이 박살 나서 주위로 날아다녔다. 시몬이 조각들을 주우러 뛰어다녔고, 토토도 그것을 도와주었다.
“시몬! 나이트가 세 기나 더 있었던 거야?”
토토가 뼈를 품에 안고 달려오며 물었다. 시몬은 슬쩍 아론이나 다른 조교들의 눈치를 보다가 귓속말로 말했다.
“실은 어제 로체스트에서 사 왔어. 이 기술 실험해 보려고.”
“아하!”
“기술 이름도 대충 정했어. 블레이드 스톰?”
“훨윈드는 어때?”
멀찍이 지켜보고 있던 아론은 이마를 덮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미친놈.’
그리고 잠시 후.
시몬과 토토가 화장실에 간 사이, 본인의 스켈레톤 나이트를 회전시켜보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전공 소환학 시간에 이상한 유행이 돌고 있었다.
* * *
아침 실습은 여기까지. 아론은 학생들을 데리고 강의실로 돌아왔다. 스켈레톤 나이트 연습도 좋지만, 교과서 진도는 진도대로 나가야 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몇몇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받은 질문이 있었다.”
아론이 분필로 칠판을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3티어 언데드 목 없는 기사 ‘듀라한’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이때 나오는 ‘티어’라는 용어가 무슨 의미냐는 질문이었지.”
아세라즈와 헥토르 같은, 선행학습을 해온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시몬은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데.’
“조용히.”
아론의 말에 다시 주위가 정적에 휩싸였다.
“1학년 소환학 과정에는 다루지 않은 개념이니 모르는 학생이 당연한 거다. 설명하지.”
그가 칠판에 티어(Tier)라는 글자를 썼다.
“너희도 알다시피, ‘단계’나 ‘급’을 뜻하는 용어다.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많이 쓰이니 짚고 넘어가마.”
아론이 쥔 분필이 이리저리 칠판에서 춤을 추었다.
“소환학에서의 티어는 ‘등급’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너희들 모두, 한 번에 동시에 컨트롤 할 수 있는 언데드 숫자의 최대치가 있을 거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몬의 경우 군단장의 힘을 쓰지 않으면, 현재 8기의 소환형 언데드를 동시에 다룰 수 있었다. 8기를 달성한 건 1학년 2학기 즈음이었는데, 여기서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물론 교차운용으로 더 많은 수의 언데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었고, 클라우드를 동원해 ‘친위대’ 기술을 사용하면, 24기의 언데드와 그 이상도 다룰 수 있다.
“나는 5기야.”
토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8기.”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학생들이 웅성거리고 있는데 아론이 설명을 재개했다.
“사념으로 언데드를 다룰 수 있는 최대 수치는 개인별로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예를 들어 최대 10기의 언데드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네크로맨서가 있다고 하자.”
아론의 칠판에 쓱쓱 숫자를 그려나갔다.
“이 네크로맨서는 1티어 언데드를 10기 통제할 수 있고, 2티어 언데드는 5기를 통제할 수 있다. 3티어 언데드는 3기까지 가능하지.”
‘그렇구나!’
시몬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언데드를 컨트롤하는 데 필요한 사념의 수치!’
“대충 감이 왔을 거다.”
그가 분필을 내리며 말했다.
“본인의 의지와 오리지널리티가 강한 언데드는 사념으로 조종하는 데 상당한 여력을 소모한다. 이런 언데드의 경우, 몇 기만 다뤄도 다른 언데드들은 못 다루게 된다.”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처음에 말했다시피, 이 개념과 용어를 좋아하진 않는다. 학생들에게 괜한 편견을 심어줘서는 안 되겠지. 첫째로, 티어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사념으로 언데드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정신력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똑같이 최대 10기를 다루는 네크로맨서들이 있다고 했을 때, 어떤 자는 2티어 5기를 다루고, 어떤 자는 2티어 5기에 1티어 하나를 더 다룰 수 있다. 심지어 3티어보다 4티어를 다루는 데 사념이 덜 필요한 네크로맨서도 있다.
“절대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티어가 높으면 그만큼 다루기 어렵지만 강력한 언데드라고 생각하도록. 그리고 둘째, 최대로 다룰 수 있는 언데드의 숫자가 소환술사의 강함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가 분필에 사람 이름을 써내려갔다.
“예를 들어, 현역 까마귀인 렌지 마홈스는 프로 네크로맨서이면서도 최대 3기의 언데드만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지. 그가 이끄는 ‘골렘 삼형제’는 최강의 소환수 조합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학생들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필기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셋째, 티어는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다.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리치’는 1티어 언데드다. 일반 좀비나 스켈레톤과 같은 티어라는 거다. 하지만 리치와 스켈레톤이 동급인가? 당연히 아니다.”
아론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외부에 ‘라이프베슬’이라는 심장을 둔 리치만의 특징 때문이다. 그리고 0티어 언데드도 있다.”
“0티어라니!”
“그게 뭐죠?”
학생의 물음에 아론은 씩 웃으며 일곱 글자를 써내려갔다.
“에이션트 언데드.”
“……!”
시몬은 심장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다.
“이 고대의 존재들은 네크로맨서의 사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다른 언데드를 권속으로 다룰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지. 마찬가지로.”
그 위에 ‘군단장’이라는 글자를 기입했다.
“군단장들은 이런 개념과는 상관없이 수천, 수만 기의 군단형 언데드들을 다룰 수 있다. 숫자에 구애받지 않는다.”
“와아……!”
“불공평해.”
토토의 툴툴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시몬은 웃는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다.
“물론, 군단장들도 에이션트 언데드가 이끄는 언데드 부대에 지나치게 의존하진 않는다고 하더군. 자신의 직속 소환형 언데드들을 완벽에 가깝게 다룬다고 한다.”
아론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슬슬 시간이 다 끝나가는데. 혹시 수업에 대해 다른 질문 있나?”
학생들이 조용한 가운데, 누군가의 손이 올라갔다.
시몬이었다.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아론이 고개를 끄덕이자, 자리에서 일어난 시몬이 진지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본 드래곤은 몇 티어 언데드인가요?”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멎었다. 아론은 묘한 시선으로 시몬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본 드래곤은 최소가 10티어부터 출발이다. 인간이 다룰 수 있을지 의심이 될 정도의 본 드래곤도 있다고 하더군.”
시몬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아직 만들어도, 다룰 수도 없는 초고난도의 언데드.
그게 본 드래곤이었다.
‘좋네. 확고한 목표가 생기니까 더 열의가 생겨!’
자리에 앉은 시몬이 열의에 불탔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론은 인상을 굳히고 있었다.
‘설마 저 미친놈이.’
제발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