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8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81화
오늘도 하루 일정이 끝났다.
오후 전공수업까지 모두 끝마친 시몬은 터덜터덜 학생회실로 향했다.
가는 길에 학생회관 건물을 청소하던 직속 하수인들이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시몬도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잠시 후, 학생회장실 앞에 도착했다.
똑똑.
“나왔어. 얘들아.”
시몬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보였다. 두 소녀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가며 ‘시몬~’하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왔섭!”
저 멀리서는 딕이 손을 휙 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는 팔을 쓱 돌려 시몬의 학생회장석을 가리켰다.
“왔으면 저기 서명 좀 부탁해!”
“알겠어.”
오늘은 학생회장 업무가 있는 날이다.
시몬은 교복 재킷을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놓은 후, 앞서 걸려 있던 학생회장 코트를 걸쳤다.
‘역시 좋다.’
권력의 상징이자, 키젠 학생 최고의 명예.
아직도 이 코트를 처음 입었을 때 신입생들의 눈을 잊을 수가 없었다. 고급스러운 원단의 착용감도 기분 좋았다.
딕 또한 그 모습을 부러운 듯 보고 있었다.
“히야, 간지 나네 진짜. 나라면 그거 화장실 갈 때는 물론, 잠잘 때까지 입고 다녔다.”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도 꺄르르 웃었다. 시몬은 기꺼이 코트를 벗어서 딕에게 건넸다.
“그럼 한번 입어봐.”
“진짜?”
“응.”
딕은 거절하지 않았다. 바로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는 거울을 보며 온갖 호들갑을 떨어댔다.
여학생들도 관심이 갔는지 다가왔고, 잠시 후 메이린이 나도 입어볼 거라며 생떼를 썼다. 딕은 필사적으로 코트를 사수하며 도망쳤다.
“웃차.”
시몬은 셔츠차림으로 드넓은 학생회장 자리에 앉았다. 학생회장이 서명할 때 쓰는 깃펜 또한 극도로 고급스러웠는데, 깃털이 무슨 사람 팔뚝만 했다.
‘해볼까.’
시몬은 학생회에 들어온 다양한 문서들을 확인하고 서명해야 했다.
아직은 업무 초기라 그런지 복잡한 양식의 문서는 없었다. 학생들의 건의사항이나 불편사항 정도가 다였다.
‘실외 훈련장 뒤편에 간이 화장실 설치? 이건 정말로 필요해.’
시몬도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았다. 훈련하다가 볼일이 마려우면 근처 건물까지 30분을 걸어야 했다.
시몬은 그 문서에 사인을 했다.
‘입구 근처에 카페 사업 허가. 이건 좀 애매하니까 보류.’
마음 같아선 전부 해주고 싶지만, 너무 예산이 많이 들거나 현실성이 없는 사안은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학생회에서 허가해도 학교에서 보류해 버릴 가능성이 크고.
밸런스가 중요했다.
두 개의 안건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빈 부지에 무엇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안건 같은 것들이 그랬다.
‘재밌어.’
뭔가 학교의 안건들을 처리하고 있으니 시몬은 정말로 학생회장이 됐다는 실감이 났다.
그렇게 즐겁게 오늘 일들을 마무리하고는 등받이에 몸을 폭 기대어 눈을 감았다.
‘방과 후에 딱 이런 업무 강도였으면 좋겠는데.’
“시몬.”
시몬이 눈을 떴다.
기어이 학생회장 코트를 어깨를 걸친 메이린이 쑥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잘 어울려 메이린! 진짜 학생회장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메이린도 웃으며 장난을 받아주었다.
“흥, 그럼 바꾸시등가? 네가 부회장 해.”
“그것도 좋지.”
“아, 장난은 됐고. 이것도 좀 봐줘.”
그녀가 바스락거리며 서류를 꺼내 두 손으로 내밀었다. 시몬이 그것을 받아 읽었다.
“어, 이 식당평가제. 전에 말했던 그거 맞지?”
“맞아!”
메이린이 구체적인 설명을 늘어놓았다.
이건 넷이서 다 같이하기로 결정한 거였으니까. 시몬은 망설임 없이 서류에 서명했다.
“아싸, 허락하는 거지? 땡큐!”
메이린이 서류를 품에 안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때 그녀의 어깨에 있던 회장 코트가 샤락 하고 빠져나갔다. 메이린이 등을 홱 돌리며 ‘야!!’하고 외쳤다.
“이런 건 카미도 입혀봐야지. 자.”
“귀여우어어어! 꼬마 대장님 같애!!”
시몬은 화기애애한 학생회 분위기에 만족하며 웃었다.
이 녀석들과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 키젠 생활에 정말로 큰 활력소였다.
그렇게 잠시 소파에 둘러앉아 차 한잔하면서 전공수업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노는 것도 좋지만, 이제 우리도 슬슬 이거 짜놔야지 않겠냐?”
딕이 빈 표를 내밀었다. 시몬의 학생회장 코트에 쏘옥 들어가 있던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게 뭐예요? 딕?”
“시간표야. 그리고 바로 내일이 수강신청이지!”
‘내일이구나.’
시몬도 키젠의 수강신청에 얽힌 악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2학년의 필수 전공과목은 정해져 있지만, 일반과목은 아니다. 시몬은 저주학, 칠흑역학, 사령학, 혈류학, 맹독학, 마투학 중에 최대 네 가지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최소 세 가지는 들어야 했다.
반드시 시간표에 포함해야 하는 ‘필수과목’의 경우는 칠흑역학이다. 그리고 이번에 네프티스의 지시로 새롭게 추가된 ‘신성 방어학’도 필수가 됐다. 프리스트 측과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참고로 신성 방어학은 학과별로 알아서 정해지니 수강신청과는 상관없다고, 딕이 말했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다들 난리일걸? 자, 내가 또 리스트 쫙 뽑아왔지!”
앉아 있던 세 사람이 눈을 빛내며 리스트를 보았다. 시몬이 턱을 쓸었다.
“이거 꽤 복잡한데.”
“미세한 것까지 신경 쓰면 그렇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결국 우리가 선택할 건 어떤 교수님의 어떤 수업을 듣느냐니까.”
1학년 때는 시간표의 변동사항이 심각하게 많다면, 2학년 때의 시간표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한 주의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전공수업만 하고, 넷째 날과 다섯째 날은 일반수업만 하는 느낌이다. 셋째 날은 이 둘의 혼합. 대충 무슨 요일에 어떤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중급 일반 칠흑역학 – 제인 올리비아 교수 / A」
“근데 여기 과목에 붙어 있는 ‘A’라는 건 뭐지?”
시몬이 물었다.
“으음-”
메이린이 귀밑머리를 넘기며 인상을 썼다.
“제인 교수님의 수업이니까 ‘A급수업’이란 거 아닐까?”
“틀렸어. 그냥 이건 ‘시간대’야.”
딕이 고개를 저으며 다른 과목을 예를 들었다.
“여기, 별야 교수님의 ‘중급 일반 맹독학’도 A라고 붙어 있지? 같은 시간대 수업이란 거야. 즉, 같은 A라인의 수업은 중복해서 신청할 수 없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단 거지.”
“아!”
“이때 꼭 맹독학을 듣고 싶다면, 같은 A라인의 별야 교수님 수업 말고 크로울리 교수님의 맹독학을 들어야겠지? 이건 D라인이니까.”
“이제 알겠어.”
시몬도 흥미를 가지고 리스트를 훑어보았다.
저칠소 사혈맹투 외에도, 역사나 경제학, 외국어 같은 교양과목들도 있었다. 이런 과목들은 성적에 별로 반영되지 않지만, 말 그대로 부담 없이 교양으로 익힐 수 있었다.
“딱 나왔네! 너무 쉬운데?”
메이린이 빈 종이에 글을 써내려갔다.
「중급 칠흑역학 – 제인 올리비아 교수 / A」
「중급 저주학 – 바힐 교수 / C」
「중급 마투학 – 홍펭 교수 / D」
“일단 이렇게 세 과목은 무조건 확정이지! 어때?”
딕이 얼빠진 웃음을 흘렸다.
“미친 듯이 호화로운 라인업이네. 뭐, 올해도 이렇게 들을 수만 있다면야 생각만 해도 행복하겠지만.”
“문제는-”
시몬이 검지를 척 세웠다.
“다른 애들도 전부 이렇게 시간표를 짰을 거란 거지?”
“정답이야, 시몬.”
딕이 고개를 끄덕이며 혀를 내둘렀다.
키젠을 대표하는 스타 교수들인 제인, 바힐, 홍펭의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는 시간표.
“이건 너무너무 이상적이기만 한 시간표야.”
“뭐 어때? 목표는 크게! 꿈은 원대하게!”
메이린이 시원스레 웃으며 말했다. 카미바레즈가 딕을 보았다.
“그런데요 딕. 수강신청은 정확히 어떻게 하는 거예요?”
“아, 그걸 빼먹었구나. 설명할게.”
수강신청 자체는 쉽다. 교수에게 찾아가서 정원이 다 차기 전에 수강신청서를 제출하고 서명을 받아내면 끝이다.
하지만 악명높은 키젠에서 이걸 그렇게 간단히 허용할 리가 없다. 교수에게 찾아가는 길목에 수많은 몬스터나 장애물 등 위험한 것들을 깔아두는 게 보통이다.
“작년에는 2학년 캠퍼스 전체에 몬스터를 가득 풀어놨대. 수강신청 하려면 목숨을 걸고 밖으로 나가야 했단 거지.”
“……어휴, 역시 키젠.”
메이린이 치를 떨었다.
“요약하자면, 수강신청도 경쟁이란 거네.”
시몬이 팔짱을 꼈다.
“키젠에서 몬스터를 풀어놓을지, 장애물을 설치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다른 애들보다 빠르게 통과하면 더 좋은 과목들을 차지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바로 그거야!”
딕이 예리하게 눈빛을 번뜩이며 검지를 척 세웠다.
“그러니까 계획을 진짜진짜 잘 짜야 해. 일단 처음으로 신청할 수업을 정하자. 처음에 들를 곳은 아마 어지간하면 들을 수 있을 거야.”
“당연히 제인 교수님 수업이지!”
메이린이 말했다. 카미바레즈가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메이린은 칠흑역학 전공이라서 이미 듣잖아요?”
“여기 봐. 카미.”
메이린이 딕이 가져온 리스트의 다음장을 보였다.
각 과목의 수강계획서. 즉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은 수업 개요나 준비물 등이 적혀 있었다.
“칠흑역학 외에, 네크로맨서로서 알아야만 하는 필수적인 지식 습득과 역량 강화가 핵심이야. 칠흑역학 전공자도 신청해도 좋다고 적혀 있어! 뭐, 겹치는 게 없진 않겠지만 제인 교수님 수업은 많이 들을수록 이득이고!”
“오케이! 메이린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첫 과목은 제인 교수님 수업으로. 그럼 다음은?”
카미바레즈가 으음- 하고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힐 교수님 수업과 홍펭 교수님 수업! 둘 중 하나를 먼저 고르기 어려워요!”
“아, 그런데 내 정보에 따르면 홍펭 교수님의 마투학 수강신청이 제일 빡세. 홍펭 교수님을 찾으려면 2학년 캠퍼스가 아니라, 로크섬 전역을 뒤져야 하거든.”
“그럼 일단 홍펭 교수님은 세 번째에 놓고. 저주학부터하자.”
그렇게 학생회 멤버 4인의 희망 시간표와 신청 순서가 정해졌다.
처음 했던 그대로 제인, 바힐, 홍펭의 순서.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과목은 각자 개인적으로 듣고 싶은 게 있으면 듣기로 했다.
시몬은 네 번째 과목의 경우 딱히 별생각이 없었다. 이미 전공 3과목에 일반 3과목, 신성 방어학까지 총 7개 수업이다. 학생회장 일로도 바쁜데 수업이 굳이 8과목으로 늘어나는 건 조금 생각해 볼 문제였다.
그렇게 시간표는 모두 정했고, 시간이 너무 많이 끌리거나 계획이 틀어질 경우의 차선책까지 생각해 두었다.
“바힐 교수님 저주학이 좀 걸리네.”
딕이 턱을 슥슥 쓸었다.
“네크로맨서라면 저주학은 무조건 들어야 하긴 하는데, 바힐 교수님 괜찮으신 건가? 저번에 학과 선정식도 참여 안 하셨잖아.”
시몬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고, 메이린이 눈을 흘겼다.
“괜찮으시니까 이렇게 이름을 올렸겠지. 멍충아!”
“저도 저주학은 계속 바힐 교수님께 배우고 싶어요!”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건 시몬도 마찬가지였다.
* * *
그날 밤.
소환학 기숙사.
코오- 코오-
토토는 오늘 수업이 많이 힘들었는지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시몬은 자신의 책상 등을 켜고 이번에 사용하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회전 공식에 대해 고민했다.
톡.
토톡.
얼굴에 차가운 물방울이 튀는 것을 느낀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비 오네.’
쏴아아아아아아-
창밖으로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시몬은 자리에서 일어나 열려 있는 창문을 모두 닫았다.
‘날이 밝으면 수강 신청이 시작될 텐데, 그때까진 그치려나.’
시몬은 기지개를 쭉 켜고는 다시 책상에 앉아 사각사각 깃펜을 움직였다. 창밖으로 들리는 밤비 소리가 집중력을 오히려 더 올려주는 것 같았다.
‘어, 이거 좋다.’
시몬은 방금 떠오른 자신의 아이디어를 쓰고는 슥슥 밑줄을 그었다.
‘아예 회전축을 스켈레톤의 발밑에서 시작하면…….’
쿵!
시몬이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쏴아아아아아아―
분명히 가까운 곳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는데,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토토는 자고 있었고, 창밖은 빗소리뿐이다. 숨죽이고 기다려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잘못 들었나?’
시몬이 다시 공부에 집중하려는 순간.
터엉!
감각이 민감해진 시몬이 즉시 소리로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고 보고 말았다.
유리창에 찍혀 있는 선명한 사람의 손바닥 자국을.
시몬은 너무 놀라서 앉은 채로 펄쩍 뛰었다.
쿵! 쿵!
사람의 손이 연신 유리창을 두들기더니, 이내 물에 흠뻑 젖은 긴 머리카락이 유리창에 붙었다.
시몬은 숨이 멎는 공포를 느끼며 물러났다.
“누, 누구야? 토토! 토토! 빨리 일어나 봐!”
시몬이 토토를 붙잡아 흔들었지만, 이 녀석은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았다.
쿵! 쿵! 쿵!
‘어, 잠깐만.’
그때 시몬의 눈이 커졌다.
저 귀신, 어쩐지 얼굴이 익숙했다.
시몬은 침을 꼴깍 삼키고는 천천히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창문을 열었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창가가 열리면서 더 선명하게 들리는 빗소리.
그리고 2층에 매달려 있는, 비에 흠뻑 젖은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시몬은 깜짝 놀라 말했다.
“체헤클 조교 선생님!!”
그녀는 저주학 교수 바힐의 수석조교.
체헤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