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48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485화
칠흑역학과 건물 앞 공터.
화르르륵!
화륵!
온몸이 화염으로 이루어진 몬스터, ‘무스펠’들이 연달아 불을 내뿜었다. 시몬은 요리조리 공격을 피해 다니며 공터를 활보하다가 걸음을 멈췄다.
“웃차!”
그의 주위에는 다섯 개의 두개골들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에메랄드 빛깔의 클라우드로 몸을 감싸고 있는 ‘스컬 드론’이었다.
“지금이야, 쏴!”
해골 머리들이 입을 벌리더니 물대포를 발사해 무스펠들을 가뿐히 꺼트려 버렸다.
식어버린 무스펠을 지나 앞으로 몇 걸음 더 가기 무섭게, 이번에는 벌레잡이 꽃처럼 생긴 식물형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스컬드론들이 워터 볼트를 쏴댔지만, 식물형 몬스터는 그것을 맞으면서 가뿐히 전진해 오고 있었다.
[크흐흐! 은근히 까다로운 시험이군!]‘괜찮아요, 피어.’
시몬이 스컬 드론들을 앞세우고 두 팔을 펼쳤다. 그의 눈동자가 강한 집중력으로 번들거렸다.
스켈레톤 메이지와, 이를 기반으로한 스컬드론은 한 번에 한 계통의 흑마법만 쓸 수 있다. 시몬이 개발한 마기브 시스템은 그것에 변화를 주는 흑마법이다.
허공에 펼친 마법진과, 스컬드론에 내장된 마법진이 클라우드로 이루어진 선으로 연결된다. 현재 스컬드론에 등록된 기술인 칠흑수류계의 워터 볼트를.
‘칠흑화염계의 ‘다크 블레이즈’로 변경한다.’
시몬이 중앙의 마법진을 조작하자, 동시에 스켈레톤 메이지의 두개골에 새겨진 마법진들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허공에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듯 빠르게 스켈레톤 메이지들의 사용 마법을 변경한 시몬은, 그 즉시 공격명령을 내렸다.
“다크 블레이즈!”
이번에는 스컬드론들이 입을 벌리고 화염을 발사했다. 아까 고전했던 게 거짓말처럼, 식물형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불살라져 새까만 잿더미가 됐다.
시몬은 잽싸게 전장에서 빠져나왔다.
‘스켈레톤 메이지를 배워둬서 정말 다행이야.’
칠흑원소계 마법의 숙련도가 떨어지는 시몬이었지만, 그에게는 스켈레톤 메이지가 있었다. 칠흑역학 시험에서 어떤 속성의 몬스터가 나와도 능히 대처할 수 있었다.
[이제 다 왔군, 소년!]‘네.’
이제 바로 앞에 칠흑역학과 건물이 보인다.
시몬은 딕으로부터 건네받은 지도를 펼쳤다.
‘딕이 여기도 빠르게 통과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벌써 정문 쪽은 학생들의 와글와글한 목소리, 흑마법이 펑펑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시몬은 지도를 보고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공터에 낡은 벤치 두 개.’
그의 눈이 바쁘게 움직이며 주위의 환경들을 캐치했다.
‘동백나무 앞.’
시몬은 나무가 건물을 마주 보는 방향으로 섰다. 바로 여기였다.
제자리에서 가볍게 톡톡 뛰며 워밍업을 한 다음, 건물을 향해 달렸다.
탓-
두 발에 칠흑을 일으킨 채 건물 벽을 디디고 올라갔다. 그러다 경사면에 몸이 기울어지려고 하자 잽싸게 팔을 뻗어 벽에 튀어나온 부분을 붙잡았다.
“역시!”
옛날 선배들이 흑마법으로 벽돌을 튀어나오게 한 지점이 있었다.
시몬은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린 꼴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른 애들이 보면 공격할지도 모른다.
침착하게 두 발을 벽 끝에 붙인 다음, 천천히 벽면을 짚고 올라갔다.
‘근데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이러면 굳이 정문에서 박 터지게 싸울 필요 없이, 누구나 다 벽으로 기어 올라올 텐데 말이다.
[크하하! 키젠이 낸 시험을 치르면서 모든 것에 의심하는 건 좋은 습관이지!]피어의 분신이 히죽 웃었다.
[오른쪽을 봐라!]피어의 외침에 시몬의 시선이 돌아갔다. 벽틈에 꽂혀 있는 카드 한 장이 보였다.
‘이런!’
화아아아아악!
카드가 빛무리를 일으키며 시몬의 몸을 새로운 공간으로 집어삼켰다. 중력이 변환되며, 벽을 타고 오르던 시몬이 바닥에 기어가는 모습이 되었다.
중력이 바뀌며 벽이 바닥이 된 것이다. 시몬은 온전하게 벽을 딛고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전면에는 대형 카멜레온의 형상을 한 몬스터가 나타났다.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고, 피부는 흰색이었다.
“역시 카드가 지키고 있었구나.”
그래도 몬스터 하나 잡고 이곳을 그냥 지나갈 수 있다면 이득이다.
시몬은 즉시 아공간에서 스컬드론을 꺼냈다. 저 카멜레온은 북방에 사는 몬스터인지 전신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칠흑역학 측의 시험 테마는 ‘속성’과 ‘상성’. 빙속성 몬스터라면 운 좋게 마법을 변경할 필요도 없이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컬드론들의 입이 열리고 화염을 발사하는 순간, 카멜레온 몬스터의 외형이 변했다. 얼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더니 전신이 찰랑이는 물로 뒤덮인 형태로 변했다.
‘?!’
퍼어어엉!
퍼엉!
화염구는 카멜레온 몬스터를 파괴하지 못하고 그냥 물속에 파묻혀 꺼져 버렸다.
“뭐야 이게.”
시몬은 당황하면서도 마기브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다크 블레이즈를 물 속성 공략에 적합한 다른 흑마법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츠스스-
카멜레온 몬스터의 외형이 또 변했다. 이번에는 전신이 진흙으로 뒤덮였다.
츠스스-
이번에는 전신이 불처럼 이글이글 타올랐고.
츠스스-
다시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모습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속성을 마음대로 바꾸는 몬스터.’
학생들이 왜 벽으로 올라오지 않고 다른 길을 찾으려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저걸 잡으려면 골치 아팠다.
‘출제자의 의도는 이중 속성이겠지.’
메이린처럼 칠흑화염계와 칠흑빙결계를 동시에 다루는 네크로맨서라면, 두 기술을 동시에 쓰는 것으로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시몬이 생각하는 공략법은 조금 달랐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속성 같은 걸 무시할 만큼.’
파직 파직!
시몬의 허리에서 자색의 창이 검처럼 뽑혀 나오고 있었다.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칠흑 마법!’
시몬이 꺼내는 자색의 창을 본 카멜레온 몬스터가 눈동자를 빙빙 굴렸다. 정신없이 신체의 속성을 휙휙 바꿔가고 있었지만, 이 기술 앞에서 어떤 속성으로 맞서야 할지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흐읍!”
시몬이 강하게 발을 내디디며 창을 던졌다.
자색의 창이 번개 같은 궤적을 남기며 쏘아져 나가 카멜레온 몬스터의 입안으로 파고들었고, 완벽하게 관통했다.
퍼엉! 하는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몬스터의 몸이 살점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휘날렸다.
단 한 방이면 충분했다.
“아.”
미리 두 번째와 세 번째 창까지 꺼내고 있던 시몬이, 본인의 공격에 놀라며 중얼거렸다.
“뭐, 첫 발이 당첨이었네.”
주위의 검게 물든 공간이 무너져 내리며 다시 현실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한발 늦게 시몬은 눈치챘다.
중력이 원래대로 되돌아오며.
자신이 지금, 벽을 딛고 서 있다는 사실을.
“!”
뭐라도 손써볼 틈도 없이, 시몬의 몸이 그대로 중력에 의해 벽에서 떨어져 내렸다.
“잡았어!”
터업!
그때 3층 창문에서 누군가의 손이 불쑥 튀어나와 시몬을 붙잡았다. 시몬은 그 손에 붙들려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었다.
고개를 드니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린 채 씩 웃고 있는 여학생이 보였다.
“반장!”
제이미 빅토리아였다.
“글쎄, 이제 반장 아니라니까아!”
그렇게 소리친 그녀가 낑낑대며 시몬을 올려주었다. 시몬은 3층 창문으로 넘어와 숨을 헐떡였다.
“고, 고마워.”
제이미가 쿡쿡 웃었다.
“이걸로 BMAT 때 도와준 빚은 갚은 거다?”
그녀는 그 말만 남기고 계단을 내려갔다. 시몬이 말했다.
“잠깐만! 너 제인 교수님 수강신청은 어쩌고?”
“난 벌써 하고 내려오는 중이야! 빨리 가봐!”
제이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정원은 한두 명 정도밖에 안 남았을 테니까!”
그 말에 시몬은 식겁하며 계단을 올랐다.
타닷!
제인의 교수 연구실이 있는 4층까지 한 번에 올라갔다. 계단에 몬스터들의 시체가 있었는데, 마침 딱 제이미가 제거해 준 것 같았다.
시몬이 올라가기 무섭게, 간발의 차이로 그 자리에 새로운 몬스터들이 엔돌라스 보드빌의 카드에 의해 재소환되는 모습이 보였다.
‘큰일 날 뻔했다.’
시몬은 전속력으로 복도를 가로질렀다. 마침 한 학생이 제인의 연구실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터엉!
시몬은 숨을 헐떡이며 닫히려는 문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이마의 땀을 한번 훔친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아!”
서류철을 품에 안고 있던 제인의 수석조교가 환하게 웃었다.
“학생회장님! 아, 아니. 시몬 학생!”
시몬은 수석조교에게 밝게 인사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제일 끝 좌석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앉아 있는 제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차분하게 눈을 내리깐 채 서류작업을 하고 있었다.
밖에서 학생들이 전투를 벌이고 난리 난 것과는 완전히 대비된 모습. 이곳은 다른 세계처럼 평화로웠다.
“늦었네요.”
그녀의 목소리에 시몬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메이린 학생도, 카미바레즈 학생도, 딕 학생도. 그 외에 A반의 주역들은 대부분 왔다 갔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시몬과 눈을 마주쳤다.
“시몬 학생의 첫 번째가 내 수업이 아니라니, 의외로군요.”
시몬은 석화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전신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뒤통수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제, 제인 교수님! 저는……!”
“농담이에요.”
그녀가 흔치 않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시몬 학생이 내 수업의 마지막입니다.”
“아……!”
시몬은 비로소 안도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진짜 아슬아슬했구나.’
마침 수석조교가 연구실 문밖에서 학생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학생들의 경악과 절망 가득한 외침이 마구 아우성치고 있었다.
“여기! 수강신청서입니다!”
혹시라도 그녀의 마음이 바뀔까 봐, 시몬은 잽싸게 수강신청서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
제인은 그것을 받아든 다음 깃펜으로 멋들어진 서명을 마치고 옆에 놓여 있던 서류뭉치에 올려두었다.
“이번 학기도 잘해보죠.”
“네, 교수님! 잘 부탁드립니다!!”
시몬이 꾸벅꾸벅 고개를 숙인 다음, 날 듯한 걸음걸이로 제인의 연구실을 나섰다.
‘제일 큰 산은 넘었다!’
이제 마지막 한 과목만 남았다.
* * *
-홍펭 교수님의 마투학 수강신청은 진짜 악명이 자자해! 모든 수업 통틀어서 제일 어렵거든.
시몬은 2학년 캠퍼스를 빠져나가며 딕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키젠의 일반과목 수강신청은 교수들에게 찾아가 수강신청서를 제출하는 게 기본적인 룰이다.
하지만 ‘홍펭’만큼은 교내에 없다. 그녀에게도 주어진 연구실과 숙소는 있지만, 언제나 교외의 오두막에서 잠을 자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하는 수업이 모두 야외수업이기도 한 이유다.
즉, 그녀를 찾으려면.
‘로크섬 전역을 뒤져야 한다는 거지?’
하지만 시몬이 1년 동안 겪은 홍펭이란 교수는 그렇게 대책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초원 출신에 어눌한 대륙어를 쓰고 이국적인 인상이 강하지만, 그녀는 늘 똑똑하고 현명했다.
우선 키젠 교정을 빠져나와 주위를 쭉 둘러보니 바로 수상한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로크섬에서 한 지역. 마치 비가 내릴 것처럼 우중충한 기후에 심상치 않은 붉은 안개가 맴도는 곳이 있었다.
시몬은 바로 그곳으로 이동했다.
‘아.’
주위는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둡고, 불그스름한 안개가 숲을 자욱하게 뒤덮었다.
-크륵!
어두운 곳으로 들어오자 오크 계통의 몬스터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로크섬에 사는 몬스터는 아니다. 딱 봐도 시험용으로 쓰기 위한 몬스터.
‘이 범위 안에 홍펭 교수님이 계시고, 찾아내야 한다 이거지?’
-크라라락!
오크가 도끼를 쥐고 시몬에게 달려들었다. 시몬은 아공간을 열었다.
‘어?’
아공간이 열리지 않는다. 뒤이어 칠흑을 짜내 마법진을 펼쳤지만, 저 붉은 안개의 효과인지 마법진이 그려지지 않고 와해되어 흩어진다.
‘그렇구나.’
시몬은 빙긋 웃었다.
역시 마투학의 시험은-
쩍!!
시몬의 주먹이 오크의 안면을 강타했다. 오크가 크게 밀려나 바닥을 나뒹굴었다.
“마투로만 싸우기.”
시몬이 손을 탁탁 털며 몬스터에게 다가갔다. 오크뿐만 아니라, 각종 숲의 몬스터들이 눈을 번뜩이며 으르릉거리고 있었다.
이내 다섯 마리가 앞으로 먼저 튀어나왔다.
시몬이 가볍게 팔을 긋자, 그 방향으로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일직선으로 갈라졌다. 뒤따르려던 몬스터들이 움찔하는 게 보였다.
-홍펭 교수님의 마투학 수강신청은 진짜 악명이 자자해! 모든 수업 통틀어서 제일 어렵거든.
딕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시몬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 정도면 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