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50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05화
파멸의 대검으로 벌려놓은 공간의 틈으로, 시몬은 망설임 없이 몸을 던져넣었다.
타악.
돌바닥을 딛는 울림이 퍼져 나간다. 습기, 무거운 공기, 곰팡내와 실험약 냄새가 난다.
이곳은 동굴이었다. 검은색과 붉은색, 갈색이 어지럽게 어우러져 있다.
바닥은 단단했고, 벽면에는 삐쭉삐쭉 솟은 석순이 보인다. 어디선가 졸졸 물 흐르는 소리도 들린다.
“여긴…….”
이곳이 ‘결사’의 비밀기지.
하지만 단순한 실내공간은 아니었다.
“던전이잖아?”
[크흐흐! 과연 그렇군!]시몬의 뒤를 이어 카쟌과 세르네, 로레인과 아민 장군도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카쟌. 역시 여긴…….”
“그래.”
카쟌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수십 년 전, 타라도스에 실존했던 전설의 ‘금광던전’이 확실해 보인다.”
“옛날에 그 모험가들이 던전을 파괴한 게 아니었나 보네요.”
“그런가 보군. 결사들이 장악해서 자신의 실험실로 쓰고 있었던 것 같다.”
로레인이 팔을 슥 들었다.
“시몬, 저기 좀 봐.”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전부 ‘피’야.”
콸콸콸콸콸!
샘솟아 오르는 묽은 핏물이 강처럼 던전에 흐르고 있었다. 간혹 시체 같은 것도 떠내려가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렸다.
‘…….’
서서히 어둠에 눈이 적응하며 더 많은 게 보인다.
던전은 넓었다. 천장에 사람들의 시체가 매달려 있고, 거대한 실험도구가 작동하며 이미 죽은 시체를 쥐어짜고 있다. 꼬챙이에 꽂힌 시체, 불에 타는 시체, 시선 어느 곳을 돌려도 지옥도다.
이곳으로 끌려온 타라도스의 주민들이 모두 저런 식으로 죽어갔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더더욱 속이 매스꺼웠다.
‘어떻게 같은 인간이면서 이런 짓을……!’
[소년!]피어의 음성이 들렸다.
[침착해라! 놈들이 온다!]척- 척- 척- 척-
정면에 보이는 어둠이 꿈틀거렸다. 언데드 병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던전 밖에서 잠깐 싸웠던 언데드 병사들 무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였다. 후방에는 여러 동식물이 뒤섞인 끔찍한 형태의 중형 키메라들도 보였다.
스릉!
제일 먼저 움직인 건 로레인이었다. 손에 쥔 붉은 단검으로 허공을 긋자, 선두의 언데드 병사들이 두 동강 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잘린 단면에서 살덩이가 꿀렁거리며 올라왔다.
“역시, 밖에서 상대했던 그 언데드들과 같아.”
지금 오고 있는 언데드 하나하나가 ‘불사의 군대’였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재생속도도 던전 밖보다 훨씬 빨라 보여.”
모두가 전투 자세를 취했다. 시몬은 아민 장군으로부터 받은 지도를 펼쳐 들었다.
“계획이 조금 틀어졌어요. 아무래도 시작부터 총력전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지금 바로 역할을 나눌게요.”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세르네, 옆길로 빠져나가면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와. 거기에 붙잡힌 주민들이 갇혀 있을 거야. 네가 그들을 구해줬으면 해.”
포로탈출은 단순히 힘으로 가능한 미션은 아니었다.
지금 멤버들 중, 정신계에 특화된 세르네가 가장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세르네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에, 네에~ 시시한 일이지만, 쿠폰 두 장으로 협력하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죠.”
“시시한 게 아니라, 인명이 걸린 중요한 일이야. 잘 부탁해.”
“알았어요.”
세르네는 눈을 찡긋하고는 상앗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걸어갔다. 주위에 흩뿌려진 깃털들이 소환수 ‘깃털병사’가 되어 세르네를 호위했다.
“카쟌은 지하 2층의 실험실로 가서 ‘칼’을 구해주세요. 결사가 이 던전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칼의 능력과 관련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알겠다.”
“지하 2층 전까지는 우리랑 같이 다니면 될 거예요.”
칼의 확보가 이 던전과 불사의 군대를 파괴할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시몬은 카쟌에게 칼의 분신이 든 소켓 목걸이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로레인은 나랑 같이 지하 3층까지 돌파해서 니르티를 잡고 던전의 던전주를 찾자.”
“알겠어.”
“마지막으로 아민 장군님은…….”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아민은 아직 부상이 완치된 게 아니니, 후방에 남아 ‘결사’가 보내는 병사들을 막아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
던전의 벌어진 공간 너머, 군막들이 쳐진 아군 진형 위로 거대한 괴물들이 보였다.
시몬은 얼른 달려서 던전 밖으로 나가보았다.
쿠웅- 쿠웅-
던전 밖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어지간한 대도시의 고층 건물보다 거대한 초대형 언데드 10기가 함성을 부르짖으며 천막을 부수고 가네스 길드의 도적들과 정규군들을 밟아 죽이고 있었다.
저것들이 어마어마하게 강한 언데드라는 건, 멀리서 느껴지는 칠흑의 기운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저것도 결사의……!”
[아니.]피어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군. 느껴진다! 저건 매그너스 제5군단 소속의 언데드들이다!]“매그너스라고요?”
갑자기 튀어나온 의외의 이름에 시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왜 타라도스에……!”
매그너스 군단의 언데드라면 병사들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어쩌면 에이션트 언데드까지 있을지도 모른다.
저 천막에는 리사와 그녀의 오빠, 그리고 마부 아저씨까지 있었다.
‘이대로는 무조건 전멸이야.’
시몬이 식은땀을 흘렸다.
‘어쩌지? 오늘은 매그너스 군단과 싸우고, 내일 자정에 다시 결사와 승부를 내야 하나?’
“내가 갈게.”
그때 시몬의 옆으로 로레인이 던전에서 빠져나왔다.
“너는 예정대로 결사를 상대해.”
“하지만……!”
“네 의뢰자가 말했던 거 기억나? 결사의 실험이 완성되면 대륙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고 했어. 이건 분초를 다투는 문제야.”
“저도 돕겠습니다.”
아민 장군도 던전에서 빠져나와 말했다.
“제가 데려온 병사들이니 책임이 있습니다. 병사들을 지휘해 단 한 놈도 던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겠습니다!”
시몬은 입술을 깨물었다. 걱정됐지만 지금은 로레인과 아민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무사하세요 아민 장군님. 로레인도.”
“시몬?”
쿠구구구구구구-!
그녀의 붉은 안광이 일렁이며 거대한 칠흑이 솟구쳤다. 검은 머리카락이 나풀거리며 불꽃처럼 휘날린다.
“내가 누구 딸인지 까먹은 거 아니지?”
시몬은 그녀의 힘에 전율하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걱정 해서 미안해. 나중에 보자!”
시몬은 다시 금광던전으로 들어왔다.
어느새 언데드 병사들이 진군해서 입구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카쟌이 손톱을 휘두르는 원거리 공격으로 선두의 빠른 놈들을 제거했지만, 계속 재생하고 있었다.
“시몬!”
“네. 이야기 다 끝났어요.”
시몬이 걸어와 카쟌의 앞에 섰다. 그가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는 눈치 볼 것 없이, 군단의 모든 힘을 쏟아내겠습니다.”
처억!
그의 손에 투구 형태로 변한 피어의 두개골이 잡혔다. 그것을 깊게 눌러쓰자 검푸른 마력이 눈구덩이에서 일렁였다.
처억!
차차차착!
시몬의 몸에 피어의 뼈들이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시몬은 팔을 뒤로 당기고는 공간을 찢듯 길게 벌렸다.
초대형 아공간이 열리고, 그 안에서 무수한 7군단의 망자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어어어어!
-키리리리!
스켈레톤, 좀비, 송장거미, 스컬윙, 그 외에 피어가 수집한 온갖 크고 작은 언데드들까지.
천 기가 넘는 언데드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며 순식간에 결사 측의 불사의 군대와 대등한 머릿수, 그 이상을 만들었다.
[소녀, 오랜만에 군단장님과 함께 출전하옵니다.]“잘 부탁해. 에르제.”
거미 부대의 대장, 에르제베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르르릉!
좀비 하나에 검은 벼락이 떨어지더니, 왕관을 쓴 도련님이 제복자락을 휘날리며 걸어왔다.
[야, 야, 시몬! 히든카드가 나올 쓸 무대는 갖춰놨겠지?]허공에 휙휙 잽을 날리며 시시덕거리는 그는 좀비부대의 대장 프린스였다.
“당연히 판 다 깔아놨지.”
시몬과 프린스가 가볍게 주먹을 맞부딪혔다.
돌격 준비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시몬이 스읍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Der König ist Zurück―!!]시몬의 입에서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장송곡이 전 군단에 퍼져 나가며 언데드들의 눈에 검푸른 빛이 일렁였다.
-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사기가 극도로 오른 거대한 망자들이 격렬한 울음소리를 내뱉자, 에르제베트와 프린스가 깜짝 놀라며 그를 보았다.
[군단장님?] [뭐, 뭐야. 뭘 한 거야?]시몬은 그저 빙그레 웃었다.
키젠에서 배운 모든 것이 내 힘이 된다. 군단장으로서의 경험이 키젠에서의 성장으로 녹아든다.
그가 대검을 앞세우며 소리쳤다.
[전군-]군단의 망자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나갈 듯 으르렁거리며 몸을 굽히고 바닥에 손을 댔다.
[나를 따르라.]시몬이 절대명령과 함께 앞으로 뛰어나갔다.
에르제베트, 프린스, 카쟌이 그 뒤를 이었고 모든 망자들이 시몬과 함께 전진했다.
-캬아아아아아악!
-키이이이이!
수천의 언데드 군단과, 불사의 군대가 정면으로 부딪친다. 최전선에 선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어어어엉!
일직선으로 전장에 기다란 선이 그어지고, 그 선에 닿은 모든 불사의 병사들이 반으로 갈아진다. 그리고 재생하기도 전에 군단의 좀비들이 앞다투어 달려와 물어뜯는다.
-키리리릭!
-키리!
송장거미들이 천장에 거미줄을 달고 날아올라 독과 거미줄과 그물을 연신 쏘아 보냈다.
푸드득!
스컬윙들이 저주의 깃털을 흩뿌리며 날아와 불사의 병사를 휘어잡고 피의 강에 빠트렸다.
[계속 가!]시몬이 외쳤다.
[Der König von Undead fiel hier nieder――!!]장송곡의 힘을 빌려, 더 강력해진 광범위 절대명령이 군단의 망자들에게 스며든다.
군단의 망자들이 강화된 힘과 속도로 불사의 병사들의 진형을 허물고 창처럼 전진하기 시작했다.
파괴되어 회복 중인 불사의 병사들은, 그저 짓밟으며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무력화됐다. 같은 언데드 군대라도 질의 차이가 엄청났다.
[크흐흐! 돌파했다 소년!]군단은 순식간에 불사의 병사들이 갖춘 포위망을 뚫어냈다. 시몬 일행과 언데드들이 물밀 듯이 우르르르 쏟아져 나왔다.
저 앞에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길목이 보인다.
“말도 안 되는군.”
카쟌이 선두에서 팔을 휘두르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군단의 힘인가.”
[질 수 없사와요!]에르제베트가 공중에서 거미줄을 펼치자 하늘을 날아오던 불사의 병사들이 거미줄에 갈가리 찢어져 파편이 되어 휘날렸다.
[히든카드 펀치!]프린스가 그 거미줄을 타고 달리다가 주먹을 내지르자, 풍압과 함께 불사의 군단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시몬도 최선두에서 연신 파멸의 대검을 휘두르며 속도를 높였다. 저 멀리 던전의 깊은 곳.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동공에 검푸른 스파크가 연신 튀어 올랐다.
‘내가 내려간다. 니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