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51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12화
볼드윈 왕국, 포에타 대삼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파도처럼 부서지는 이곳은, 대륙의 허파라는 별명이 붙은 광활한 숲이었다.
바로 이곳에, 3대 네크로맨서 학교 중 하나인 ‘알란드’가 있다.
알란드를 향하는 시몬과 제인은 나란히 숲길을 걷고 있었다.
‘기, 긴장되네.’
시몬은 곁눈질로 제인을 살폈다.
그녀와 단둘이 걷는 건 또 처음이다. 시릴 듯하게 차가운 얼굴로 앞만 보는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기분인지, 알 겨를이 없었다.
시몬을 비롯한 모든 2학년 학생들은 제인을 존경하는 동시에,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부총장이라는 직위도 그렇고, 그녀가 쌓아온 압도적인 명성과 업적도 그렇지만, 그녀는 학생들에게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특별히 누군가를 친근하게 대해주지도 않았다.
냉정하며 엄격하고, 화가 나면 정신이 나갈 것만큼 무섭다는 정도.
‘제인 교수님 앞에선 뭐든 실수하지 말자.’
괜히 호흡이나 걸음걸이 하나하나도 의식하게 된다.
“학생회장.”
문득 그녀의 입이 열렸다. 시몬이 바짝 긴장하며 대답했다.
“예, 교수님!”
“차렷.”
시몬은 영문을 몰랐지만 즉시 부동자세를 취했다.
제인이 그의 앞으로 슥 다가와 하얀 손바닥으로 시몬의 몸을 짚었다.
“턱을 당기고, 배에 힘을 주세요.”
시몬의 얼굴이 벌게졌다.
“어깨는 최대한 펴고, 시선은 정면. 두 손은 가볍게 주먹을 쥐세요.”
제인은 시몬의 코트를 매만지고 주름을 펴주고 셔츠의 깃을 정돈하고, 넥타이도 한 번 더 말끔하게 고쳐주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키젠을 대표해 알란드에 가는 겁니다. 학교를 대표하는 만큼 결코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명심하겠습니다!”
“가끔 다른 학교의 교수님들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떠볼지도 모릅니다. 제왕학 시간에 예법은 충분히 배웠죠? 배운 대로 침착하게만 대처하면 됩니다.”
예법은 고리타분하지만, 귀족들에 있어서 기사의 검이라고 표현할 만큼 중요하다.
예법이 어긋나면 ‘예의 없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데, 귀족에게 있어서 이런 평판은 치명적이다.
“당당해지세요. 당신은 키젠의 학생회장입니다.”
시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긴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그의 옆으로 왔다.
“계속 가죠.”
“네!”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전투할 때보다 몇 배는 더 긴장되는 기분이다.
그렇게 잠시 후, 주위의 수림이 이상할 만큼 빼곡한 지점이 나타났다. 나무와 가시덩굴이 마구 얽혀 있어, 사람 한 명 지나갈 틈도 없었다.
‘이게 알란드의 결계구나.’
외부인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학교 안으로 바로 들어갈 수는 없다. 약간의 절차가 필요하다.
제인은 익숙하다는 듯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곤 허공에 대고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키젠의 제인 올리비아입니다. 편입생 인솔 건으로 알란드에 방문했습니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르륵-!
그녀가 소리내어 말하자, 이에 응답하듯 숲이 움직였다. 주위의 나무들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깨끗한 오솔길을 만들어냈다.
제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죠.”
“아, 네!”
시몬은 작게 감탄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제인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학생회장. 3대 네크로맨서 학교들의 편입전통을 알고 있나요?”
“아, 아뇨.”
원톱.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암흑연합 최고의 교육시설 ‘키젠’이 꼭대기에 있다면, 바로 그 아래에 3대 네크로맨서 학교라고 불리는 세 공립학교가 있다.
알란드, 시에라, 모이란.
이 학교들은 1년에 한 번, 2학년으로 진급한 전교생 가운데 가장 우수한 3명을 선정해 키젠에 편입 보낼 수 있다.
사실상 이 키젠 편입이, 3대 네크로맨서 학교 학생들이 그리는 최선의 미래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다.
전략적으로 처음부터 3대 네크로맨서 학교부터 시작해서 수석을 거머쥐고, 키젠 2학년 편입을 노리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다.
학교의 상층부 또한, 자신들이 키워낸 편입생들이 키젠 내에서 얼마나 통하고, 어느 정도의 석차를 유지하고 있느냐가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학교의 명예이며, 주요한 홍보수단이다.
‘편입생들이라, 절대 무시할 수 없겠네.’
그러니 지금 만나러 가는 학생들은 왕국 차원에서, 그리고 3대 네크로맨서 학교 차원에서 온 여력을 집중시켜 키워낸 인재 중의 인재들이다.
실제로 이들은 키젠에서 생활해도 중상위권의 성적이나 그 이상을 유지한다고 한다. 심지어 TOP10급이 바뀌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 그런데 교수님. 그 ‘편입전통’이라는 게 뭔가요?”
“별거 아닙니다.”
그녀가 긴 눈꺼풀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학교에 들어가면, 편입생과의 이벤트 매치가 있을 겁니다. 우리는 편입평가전이라고 부르죠.”
“네에?!”
그녀가 이마를 찡그리며 입술에 검지를 올렸다.
“품위.”
“죄, 죄송합니다!”
“뭘 그렇게 놀라죠? 키젠의 학생회장으로서 편입생에게 한 수 가르쳐 주고 오면 되는 겁니다. 3대 네크로맨서 학교는 키젠의 학생회장에게 자신의 학생들이 어느 정도 통하는지 알아보고, 키젠에서는 편입생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첫 단계로 사용하죠.”
그렇게 말하는 그녀가 아주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물론 홈 어드밴티지를 비롯해 온갖 자잘한 수작을 부릴 겁니다. 정면으로 돌파해서 그들에게 격의 차이를 보여주도록 하세요.”
시몬이 땀을 뻘뻘 흘렸다.
아니, 이걸 그렇게 쉽게 말해도 되는 건가? 왕국과 학교 차원에서 공들여 키운 네크로맨서라며?
“마, 만약에 제가 지면 어떻게 되는 거죠?”
시몬의 떨리는 그 물음에.
제인은 빙긋 미소 짓는 것으로 화답했다.
‘……!!’
등허리에 소름이 쫘아악 돋으며 오한에 몸이 떨렸다.
“무, 무조건 이기겠습니다.”
“당연하죠.”
제인이 걸으면서 팔짱을 꼈다.
“그래도 마음의 각오는 해두세요. 저들도 올해는 2학년 학생회장이니 해볼 만하다고 느끼고 거칠게 들어올 겁니다.”
“예.”
학생회장의 의무 중 하나가 외부에서 학교의 권위와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다.
만약 편입평가전에서 시몬이 패배한다면, 학생회장 자리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무조건 이겨야 했다.
숲이 움직이며 생겨난 오솔길을 통과하자, 마침내 알란드의 교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
알란드는 상당히 자연 친화적인 교정이었다.
산을 깎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서 길의 경사가 높고 울퉁불퉁했으며, 캠퍼스 전역에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벽면에는 담쟁이 넝쿨이 가득했고, 각 층마다 정원이 꾸며져 있다. 원숭이나 도마뱀 등이 휙휙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사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다.
그리고 언덕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초록색 나무와 삼림에 뒤덮인 탑이나 건물인 경우도 있었다.
“어이구, 어서 오십시오! 먼 길 오시느라 대단히 고생하셨습니다!”
머리가 벗겨지고 지팡이를 짚은 노년의 남성이 두 사람을 환대해 주었다. 그의 뒤에는 알란드의 교수들이 서 있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그리거 총장님.”
‘총장님이셨어?’
시몬은 깜짝 놀랐다. 학교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이렇게 입구부터 마중 나와 있던 거였다.
알란드의 총장은 젊은 여교수인 제인에게도 깍듯하게 낮은 자세로 악수했다.
반대로 제인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당당한 자세를 유지했다.
미소도 없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총장과 부총장과 인사하는 모습.
키젠의 힘과 권력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쪽은 처음 보는 얼굴이군요.”
알란드의 총장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시몬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키젠의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아- 키젠 학생회장의 활약은 익히 들었습니다. 올해는 소환학과에서 회장이 나왔다니, 대단히 기대가 큽니다. 저희 알란드도 소환학을 부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요.”
그가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곧 있을 승부도 기대하겠습니다.”
이어서 시몬도 제인처럼 알란드의 교수들과 인사했다.
제인이 경고했던 것처럼 왼손을 먼저 내밀거나,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악수하는 등 시몬의 예법을 시험하는 자들도 간혹 있었다.
물론 시몬은 오른손을 내밀 때까지 가만히 있거나, 역으로 가슴에 손을 올리는 등 그때그때 맞는 예법을 취했다. 흠을 잡으려던 사람들은 무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가시죠.”
알란드의 총장이 팔을 뻗었다.
“우리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시몬은 알란드의 총장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향한 곳은 교내에 위치한 거대한 목조 경기장이었다.
그리고 시몬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석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인파가 거대한 함성을 쏟아냈다. 시몬은 그 소리와 인원에 깜짝 놀랐다.
‘와, 전교생이 다 온 거야?’
알란드 학생들의 초록색 교복이 관중석마다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기선 제압이라도 하듯 그들 모두 핏줄을 세우고 악을 질러댔다.
이 경기장의 전원이 시몬을 보고 있었다.
“고귀하신 키젠의 도시 샌님 왔냐!”
“범생이가 주먹은 쓸 줄은 알고?”
“와아아아아아!”
유치하긴.
시몬은 슬쩍 미소 지으며 학생회장 코트를 가볍게 한번 털고는,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로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의 맞은편에는 남학생 두 명과 여학생 한 명이 보였다. 저 세 사람이 이번 키젠 편입생 같았다.
녹색 상의에, 체크무늬 바지나 치마가 인상적이다. 라이벌 학교인 ‘시에라’ 측에서는 메뚜기 교복이라며 놀리는 바로 그 옷이다.
“헤이, 시몬! 오랜만이야!”
그런데 편입생들 중 한 남학생이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해왔다.
장난스럽게 꿈틀거리는 눈썹, 구불거리는 갈색 머리에, 옆뒷머리는 짧았다.
“우리들의 모교! 알란드에 온 걸 환영한다!”
그를 본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근데 누구?”
그 말을 들은 남학생이 제자리에서 휘청했다.
“아니! 벌써 까먹은 거야? 나야! 나! 벤즈! 펜타모니엄 학술회에서 만났잖아!”
벤즈라.
미안하지만 누군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그러고 보니 3대 네크로맨서 학생들과 처음 만난 게 1학년 펜타모니엄 학술회였는데, 거기서 대충 말을 섞었던 학생 중 하나였던 것 같았다.
“아니! 왜 날 기억 못 하냐고! 진짜 기억 안 나? 펜타모니엄에서 너한테 힘줘서 악수하다가 처발렸던!”
“싸움 전에 괜한 소리 하지 마. 벤즈.”
여학생이 얼른 그의 입을 막았다.
“아무튼!”
벤즈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네가 학생회장이 됐다고 봐주는 건 없어. 시몬!”
누군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시몬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내 상대야?”
“맞아.”
벤즈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그동안 죽도록 역량을 갈고닦았지. 내 모든 걸 지금 이 자리에서 쏟아붓겠어! 알란드의 소환학을 보여주마!”
“그래, 기대할게.”
심판이 앞으로 나왔다.
“양 선수 준비.”
벤즈의 옆으로, 알란드의 소환학 교수가 코치처럼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그에게 방호 조끼를 입혀주고는 기억해야 할 포인트와 시몬의 전투스타일을 줄줄 이야기했다.
제인도 방호 슈트를 들고 시몬에게 다가왔다.
“결투평가 룰은 동일해요. 상대 안방에서 싸우는 건 처음이겠죠?”
“네.”
“홈 어드밴티지 정도는 별문제 없으리라 믿습니다.”
제인이 팔짱을 꼈다.
“키젠답게 하세요.”
“예!”
시몬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판이 팔을 세웠다.
“양 선수 악수!”
시몬과 벤즈가 악수를 했다.
“한 수 잘 부탁한다!”
“잘 부탁해.”
두 사람은 악수를 마치고는 멀어졌다.
경기장에 있는 수천 명의 알란드 전교생이 벤즈를 향해 응원의 외침을 보냈다. 플래카드를 들거나, 알란드의 마크가 그려진 깃발을 휘날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알란드에서는 이번 ‘편입평가전’이 상당히 큰 행사인 모양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알란드 대표의 벤즈 학생과, 키젠 대표 시몬 학생의 편입평가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엄청난 환호성에 귀가 터질 것만 같았다. 시몬과 벤즈가 자세를 낮추었고, 심판이 팔을 들어 올렸다.
“경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