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5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2화
시몬의 군단이 오크가 바글거리는 산맥 하나를 다 털어먹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이틀 정도에 불과했다.
“피어! 1시 방향에 대장 몬스터를 정리해 주세요!”
[크흐흐! 간다!]“에르제베트. 송장거미 10기를 이끌고 부락지 뒤편 도주로를 차단해요.”
[명에 따르겠사옵니다.]시몬은 이곳에서 새로운 기분을 느꼈다.
언데드 대군을 이끌고 능수능란하게 지휘하며, 전체적인 대국을 읽고, 상대의 움직임을 간파해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는 지휘관의 기분을.
이게 바로.
‘네크로맨서구나.’
군단의 포위 공세로 오크 부락지가 불타는 광경을 바라보며 시몬은 가슴이 뛰었다.
마침내 모든 전투가 끝나고, 시몬은 부락지 안으로 들어왔다.
에르제베트가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고, 피어는 대검을 바닥에 박은 채 낄낄 웃고 있었다.
[군단장님의 좋은 지휘 덕분에 승리했사옵니다.]“에르제와 피어가 다 했죠 뭐.”
그때 에르제베트가 눈을 부릅떴다.
[지, 지금 뭐라고 하셨나이까!]“으, 응? 다 했다는 거요?”
[그전에!]“에르제?”
[아아……!]그녀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드디어 제게 애칭을 하사하시는 겁니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옵니다! 우리는 이제 더욱더 친해졌군요!]……호칭이라기보단, 긴박한 전투의 특성상 호출명으로 써본 것뿐인데.
그래도 굳이 그녀의 즐거움을 깰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자, 이제 네가 일할 차례다!]피어가 한 쪽 방향을 가리켰다. 전투 중에 죽은 그레이 오크들의 시체가 한쪽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
[전부 스켈레톤으로 만들도록! 이걸로 군단은 더더욱 강해질 수 있다!]“…….”
시몬은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냥 불태울까요?”
[미친놈! 병사로 만들라니까!]“……아, 그러고 보니 저 아직 그거 못 배웠어요.”
[그거?]“시체를 일으키는 흑마법이요.”
지금까지 시몬은 전부 시중에서 파는 ‘스켈레톤 세트’를 조립해서 사용해 왔다. 물론 스켈레톤 세트의 두개골 안쪽에는 소환마법이 이미 그려져 있는 상태였다.
피어의 능력도 소환형 언데드나 자연형 언데드들을 ‘군단화’시키는 거였으니, 시체를 바로 일으켜 군단으로 만드는 건 능력 외였다.
[……하, 참. 가끔 네가 키젠 1학년이라는 사실을 깜빡깜빡하는군.]피어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래도 시체가 돈이 되는 시대지 않사옵니까.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고 생각합니다.]결국 시몬은 영주성에 서한을 보내 수습을 부탁했다.
시몬의 연락을 받자마자 깜짝 놀란 영주 레이먼드는 직접 말을 타고 산맥으로 올라와 상황을 확인했고, 시몬이 머무는 숙소까지 찾아와 감사를 표했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골을 썩이던 놈들이었습니다! 영지민들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레이먼드는 이번 일을 ‘정식 의뢰’로 바꾸어 시몬에게 추가 포상금을 지급했고, 오크들의 시신은 잘 처분해서 그 안에서 나오는 수익을 온전히 시몬에게 보내주기로 했다.
[크윽! 내 병사들이……!]피어는 못내 아까운 듯 투덜거렸지만, 시몬이 이 돈으로 새로운 언데드들을 살 거라고 말하자 조금 기분이 풀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시몬은 일찍 여관을 나섰다.
[비. 좁. 다아아아!]“조금만 참아요.”
시몬은 피어와 에르제베트, 서른 기 정도의 송장거미들을 전부 아공간에 쑤셔 박고 처음 텔레포트로 넘어왔던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채 시체처럼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시몬이 가까이 다가갔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주섬주섬 키젠 학생증을 꺼내 그에게 내밀어 보았다.
‘깜짝이야.’
시몬의 손에서 학생증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학생증에 검사 마법을 사용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몬 폴렌티아 님.”
“아, 넵.”
역시 키젠의 하수인이었구나.
시몬이 민망한 웃음을 흘리며 학생증을 돌려받았다.
“이쪽으로. 지금 바로 유도를 시작하겠습니다.”
“네.”
하수인이 흑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바닥에 선명한 텔레포트 마법진이 그려졌다.
“무사 복귀를 축하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감사합니다.”
의뢰도 성공했고, 학교생활에서 쓸 여유자금도 많이 벌었다. 시몬은 기분 좋게 마법진을 밟았다.
‘돌아가자. 키젠으로!’
* * *
그렇게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로크섬에 복귀한 시몬은 무사히 키젠 교정까지 도착했다.
‘하아아.’
시몬은 크게 한번 숨을 들이마셔 보았다.
‘오랜만이다 키젠!’
눈에 익은 학교 건물들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뭔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자리 비웠다고 여기가 애틋하게 느껴지다니.
하루 일찍 와서 그런지 학교는 조용했다. 가끔 수다를 떨며 지나가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이 몇 명 보였다.
‘환경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확 와닿네.’
임무에 나가 있을 때는 시몬 혼자서 키젠이었고, 사람들에게 대접받았지만, 여기서는 아니었다. 이곳의 학생들 모두가 키젠이고 그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도 이제 각오는 되어 있다. 시몬은 빨리 친구들과 재회하고 다음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소년! 무슨 감상에 그렇게 오래 빠져 있나? 빨리 유적으로 가자!]‘하하, 알았어요.’
시몬이 금지된 숲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였다.
“시모온!”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서 카미바레즈가 손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었다.
“카미!”
시몬도 환하게 웃었다. 며칠 안 봤다고 그녀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어려운 임무를 맡으셔서 걱정했어요.”
“여러모로 운이 좋았어.”
카미바레즈는 시몬과는 반대로, 로크섬 의뢰를 맡아서 빠르게 끝내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시몬 시몬! 이거 봐요! 짠~”
그녀가 빙글 돌아서 등을 보였다. 키젠 교복 뒤에 앙증맞은 박쥐 날개가 팔랑거리고 있었다.
“교복 수선받았어요! 헤헤.”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교복은 자랑하는 모습에, 시몬은 절로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전보다 훨씬 낫네.”
“그쵸 그쵸?”
“응. 그보다 저기 매점에서 커피 한잔 마실래? 내가 살게.”
“네? 아, 괜찮아요. 저는 제 돈으로…….”
시몬이 씩 웃었다.
“내가 살게. 임무로 돈 많이 벌었거든.”
의뢰로 번 돈으로 동급생에게 생색도 한번 냈다.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는 카미바레즈에게 손을 흔들어준 시몬은 키젠 정문을 나서서 금지된 숲으로 들어왔다.
[군단장님. 아까 그 여자는 누굽니까.]“앗, 깜짝이야.”
언제 아공간에서 나왔는지 에르제베트가 시몬의 뒤에서 걷고 있었다.
“그냥 같은 반 친구예요.”
[그냥 같은 반 친구치고는, 군단장님을 볼 때 짜증 나는 눈빛을 하고 있었습니다.]시몬의 인상이 살짝 굳어졌다.
“우리 조약 기억나죠? 내 허락 없이…….”
[사람들한테 손대지 말 것. 물론이에요. 소녀는 군단장님이 보러 오실 때까지 조용히 피어와 함께 유적에서 기다릴 것이옵니다.]너무 고분고분하게 따르니 오히려 불안해질 정도였다.
그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 네. 그렇다면 뭐…….”
시몬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가 금지된 숲이라지만, 가끔 파수꾼이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해. 에르제는 아공간에 있는 게 좋겠어.”
[사람들의 눈이 문제라면, 이렇게 하면 되지 않겠사옵니까?]그녀가 손끝으로 가슴을 톡 건드렸다. 그러자 입고 있던 와인색 드레스가 거미줄로 바뀌었다. 마치 나체에 거미줄로 꽁꽁 뒤덮인 모습이었다.
‘저거 옷이 아니라 다 거미줄이었구나.’
시몬은 새삼 놀랐다. 그녀가 한 번 더 거미줄을 터치하자, 거미줄의 색상과 재질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얀 블라우스 위로 레드톤 넥타이와 검정 재킷, 스커트와 신발까지. 완벽하게 키젠 여학생 교복을 재현해냈다.
그녀가 거품 같은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넘기며 웃었다.
[만족하시나요?]“……확실히 완성도는 높네.”
[키젠에 왔다 갔다 할 심부름꾼이 필요하면 소녀를 불러주시와요. 그 어떤 감시마법도 저를 포착할 수 없습니다.]에르제베트는 스파이 역할에 특화되어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건 물론, 감시마법에 벗어날 수 있는 독자적인 스텔스 기술을 보유했다.
그래서 유일하게 유적과 키젠을 오갈 수 있는 언데드이기도 했다. 물론 그녀가 이끄는 거미 군단도 기습과 매복에 특화되어 있다.
‘군단에 데려오길 잘했어. 생각할수록 쓸모가 많긴 하네.’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에르제베트가 거미줄을 더 뽑아내 자신의 머리까지 뒤덮었다. 호기심이 생긴 시몬이 이번엔 뭘 하나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런 모습은 어떤가요?]“……!”
시몬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에르제베트가 카미바레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강아지 같은 순둥순둥한 눈웃음과, 삐쭉 나와 있는 뱀파이어 일족 특유의 송곳니까지 완벽했다.
[흠, 흠.]목소리는 에르제베트 그대로였지만 그녀가 목을 풀기 시작했다.
[캬학! 키이익! 케엑!]“…….”
목을 푸는 단계가 다소 난잡했다.
그러다 잠시 후, 그녀가 빙글 등을 돌리며 말했다.
“시몬 시몬! 이거 봐요! 짠~”
“……!!”
에르제베트가 등 뒤의 박쥐 날개를 흔들며 카미바레즈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얼굴이 시뻘게진 시몬이 팔을 마구 휘저으며 말했다.
“그만! 그만! 실력은 충분히 봤으니까 이만하면 됐어!”
“후후.”
그녀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 힘을 사용하면, 군단장님께 여러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 시끄럽다! 이것들아!]시몬의 교복에 매달린 피어의 분신이 소리쳤다.
[그만 놀고 빨리 좀 가자니까! 거미 새끼들이 자꾸 내 몸에 달라붙어서 찡찡거린단 말이다!]“피어 화났네. 얼른 가요.”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에르제베트는 시몬의 부끄러워하는 반응을 즐기는 듯, 여전히 카미바레즈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에르제.”
“네~ 주인님~”
“……카미 목소리로 주인님이라고 하지 마.”
[알겠사와요.]그녀가 본래 목소리로 돌아와 쿡쿡 웃었다. 즐기는 게 틀림없다.
“군단 이야기나 해. 지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송장거미가 서른 기 정도뿐이지? 숫자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해? 대륙에 나가 거미들을 더 수집해야 한다거나…….”
[걱정 마시와요. 여왕거미인 제가 알을 낳으면 되니까요.]시몬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뭐, 뭐라고……?”
[제가 알을 낳으면 됩니다.]그녀가 갑자기 얼굴을 붉게 물들이더니, 손끝으로 치맛자락을 붙잡아 올리는 시늉을 했다.
[알을 낳는 모습은 부끄럽지만, 주인님이라면 보여 드릴 수…….]“으아아악! 아악! 당장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명령이야!”
한바탕 난리가 난 모습을 본 피어의 분신이 쯧쯧 혀를 찼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지금의 시몬에게 에르제베트는 너무 자극이 심할 줄 알았다.
시몬은 결국 아공간을 열고 에르제베트에게 안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그녀가 세상 불쌍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았다.
“……아, 잠깐만.”
얼굴이 시뻘게져 있던 시몬의 표정이 진지하게 굳어졌다.
“에르제.”
[예, 군단장님.]“혹시…….”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시몬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프리스트로 변할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