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52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29화
바힐의 연구실에서 새로운 저주를 배우다 보니, 시간은 쑥쑥 지나갔다.
이제는 두 사람 다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했다. 시몬은 바힐에게 공손히 인사하고는 저주학과 건물에서 나왔다.
“…….”
빨리 강의실로 돌아가야 하는데, 손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바힐이 보여준 도식과 기호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잠깐 해보지 뭐.’
나무 앞에 멈춰선 시몬은 후읍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감았다. 매번 써오던 슬립 마법진이 손바닥에 깔끔하게 펼쳐진다.
이어지는 바힐의 어드바이스.
기존의 수식에 더해, 새로운 기호와 도형들을 그린다. 마법진의 중심과 연결되는 또 다른 마법진을 펼치고, 회전각과 패턴값에 변화를 준다.
‘핵심은 룬어의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방출형태.’
‘직렬 수식에서 서클에 가까운 형태로.’
‘유효 마법값을 인위적으로 끄집어 올린다.’
바힐의 포인트들을 하나하나 떠올린 시몬이 눈을 번쩍 떴다.
샤아아아아악-
마법진을 발동시키자 손바닥에서 회색 연기가 주위로 퍼져 나갔다.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뭔가 됐다. 성공한 건가?”
시몬이 긴가민가한 반응을 보이는 그때.
투둑.
툭.
나무에 앉아 있던 새들이 풀밭에 떨어졌다. 시몬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이 새들 모두 잠들어 있었다.
‘성공이야!’
주위의 모든 대상에게 공평하게 슬립 1스택씩 먹이는 범위 슬립.
물론 기존에 쓰던 슬립에 비해 효력과 지속시간은 현저히 약하지만, 첫 시도에 이 정도면 대단한 성과였다.
‘근데 좀 미안하네.’
시몬이 쑥스럽게 웃으며 손뼉을 짝! 쳤다.
풀밭에 누워 있던 참새들이 눈을 말똥거리더니 자리에서 휙휙 일어났다. 그러다 가까이 있는 시몬을 보고는 놀라서 푸드득 날아갔다.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던 시몬은 등을 돌려 소환학과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그리고 저주학과 건물 4층.
이 모습을 지켜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즉석으로 범위 마법진을 짜내는 교수나, 그걸 홀라당 받아먹고 한 번 만에 성공시키는 학생이나.”
저주학 수석조교 체헤클이 팔짱을 꼈다.
“역시 대단하네요, 천재들은.”
바힐은 조용히 창문에 등을 기댔다.
“그러는 당신도 대단한 재능의 소유잡니다. 체헤클.”
“엎드려 절받는 기분이네요.”
“아무튼.”
바힐이 중절모를 붙잡아 꾹 눌러썼다.
“나의 시몬을 빼앗긴 새로운 학기 초, 시작이 좋군요.”
“……제발 앞에 그 더러운 수식어는 좀 빼세요. 누가 들을까 봐 무서우니까.”
바힐은 그 말은 가볍게 무시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아론 선배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화이트라는 소문의 편입생 말씀이신가요?”
“맞습니다.”
체헤클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제5군단장, 매그너스의 키젠 학생 시절 이야기는 제대로 들은 적 없네요.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 그 사람과 화이트 학생이 닮았다는 것만으로도 학교가 들썩거릴 정도인가요?”
바힐이 고개를 들어 창밖의 하늘을 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300년이 넘는 키젠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
그의 눈매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학생의 키젠 교수 살해 사건이니까.”
* * *
다음 날 아침.
중급 전공 소환학 수업.
타악-
탁- 탁-
분필이 칠판 위에서 거칠게 춤을 춘다. 아론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수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
다만. 수업을 듣는 시몬이 느끼기에는 달랐다. 평소의 설렁설렁하고 한 템포 여유를 가져가며 나른한 목소리로 이어나가는 그의 수업방식이 다소 격정적으로 변했다.
마치 일에 몰두해서 억지로 뭔가를 잊으려는 사람처럼.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소환학과 학생들은 바뀐 아론의 스타일에 오히려 좋아했다.
이쪽이 집중하기는 더 좋았으니까. 학생들은 평소보다 빠른 템포로 노트에 필기 내용을 받아적는 중이었다.
시몬은 고개를 돌려 제일 뒷자리에 자리 잡은 화이트를 보았다. 그냥 다른 학생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필기하는 모습이다.
“이론은 여기까지.”
탁-
분필을 내려놓은 아론이 성큼성큼 걸어가 교탁에 놓여 있는 출석부를 들었다.
“호명하는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라. 코이터 피즌.”
코이터라는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교수님!”
“죽은 구울의 체내에서 채취한 혈흔 반응이 푸른색일 때, 네크로맨서가 사용해야 할 서먼 구울의 체인 수식을 설명해라.”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코이터의 동공이 흔들렸다. 음- 음- 하고 시간을 끌며 머릿속을 쥐어 짜내던 그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광란-결속-수축-격골 입니다!”
“그건 노란색 반응일 때다. 벌점 1점이다. 라우벨 브엔머스.”
다음 학생이 ‘네! 교수님!’ 하고 대답하며 벌떡 일어났다.
“푸른색.”
“광란-결속-근축-응혈입니다!”
“결속과 근축의 순서가 바뀌었다. 벌점 1점이다. 피에르 버클러.”
아론은 계속해서 학생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제대로 암기했는지 철저하게 점검했다. 난데없는 벌점 폭탄에 학생들은 다급히 교과서를 뒤적거렸지만 조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돌아다니다가 그들의 책을 덮었다.
“이 공식은 철저하게 머릿속에 박아넣어라.”
아론이 자신의 이마를 손끝으로 두들기며 말했다.
“급박한 현장에서도 한순간에 떠올릴 수 있도록.”
그렇게 학생들의 테스트가 끝난 뒤에는, 바로 실습이었다.
아론은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조건이 적힌 리스트를 제공했고, 그 조건에 맞는 구울 마법진을 만들어야 했다.
52명의 학생들이 낑낑거리며 구울 마법진을 조립했다.
“오늘 안에, 너희들은 구울을 마스터하게 될 거다.”
아론이 뒷짐을 진 채 주위를 돌아다니며 말했다.
“내 수업에 이어서 2교시는 소환 재료학, 3교시는 소환 장송학. 전공이 연달아 있는 걸로 안다. 장담하지만, 오늘의 커리큘럼을 모두 통과하면 너희들은 구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될 거다.”
오늘 하루 안에?
파격적인 이야기였기에 마법진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일.”
아론이 선언했다.
“구울을 이용한 실전 수행평가에 들어간다.”
* * *
아론의 수업으로 이론과 소환 마법진은 철저하게 익혔고, 바로 다음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레리온의 소환 재료학. 학생들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수업장소로 이동했다.
오랜만의 야외수업이었다. 어딘지도 모를 드넓은 암벽지대 아래였다.
“전원 주목!”
머리는 빡빡 밀고 괴상한 의상을 입은 소환 재료학 조교들이 다리를 벌리고 팔짱을 낀 독특한 포즈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바지만 입은 채 상의는 우락부락한 근육질을 드러내고 눈에는 선글라스를 낀 그레리온이 등장해 조교들과 똑같은 포즈로 팔짱을 꼈다.
“어, 어쩐지 그레리온 교수님은 볼 때마다 벌크업이 더 되는 것 같아.”
시몬의 옆에 있던 토토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시몬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자세한 사항은 아론 교수에게 들었을 거다! 마음 같아선 키메라 진도를 계속 나가고 싶지만, 교과과정이니 어쩔 수 없지.”
그가 팔짱을 낀 우락부락한 팔을 풀어 양 허리에 얹었다. 움직일 때마다 부담스럽게 근육이 꿈틀댔다.
“오늘! 너희들의 손으로 직접 생생한 구울의 재료를 구하러 갈 것이다!”
그레리온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얼마나 목소리가 컸는지 암벽 위에서 후두둑 하고 파편이 떨어졌다.
한 여학생이 저요저요 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에슈 젤루아입니다, 교수님! 그냥 로체스트에서 사 오는 거 아닌가요?”
“당연히 아니다!”
그레리온이 근육질의 팔을 뻗어 주먹을 움켜쥐었다.
“스켈레톤 계열이라면 모를까. 구울처럼 기존 신체와 근육을 이용한 몬스터들은 언데드 공장이나 네크로맨서 상점에서 구매했을 때 그 품질이 떨어지기 일쑤다. 구울은 네크로맨서가 현지에서 직접 잡는 게 최선!”
그가 손가락을 뻗었다.
“너!”
“네, 네네넷! 토토 아모리입니다!”
토토가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왜 또 나야!’ 하는 표정이었다.
“구울의 주재료를 설명해라!”
“래, 랫쳐입니다!”
“그렇지!”
그레리온이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랫쳐는 위험도 3급의 일반 몬스터다! 그 외에도 궁귀, 그렘린, 리돈도 구울로 만들어 사용했지만, 현재의 네크로맨서계에는 94% 이상의 구울이 랫쳐가 베이스다. 드리온 선생의 구울 수식이 규격화되어 널리 알려진 이후, 랫쳐 구울이 모든 개체의 상위호환에 해당하며, 사실상 현대 소환계에서는 랫쳐를 좀비화한 개체가 구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구울을 만들기 위해 좋은 랫쳐를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그레리온은 난데없이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책상도 없이 허겁지겁 노트를 펼치고 그의 말을 받아 적었다.
“목 뒤에 붉은색이 도는 랫쳐는 피해라! 노환의 증세다. 젊은 놈이 근육도 탄탄하고 구울로 만들어 쓰기에 좋다!”
“화살이나 검을 쓸 때는 목을 노려서 맞춰라. 목을 떨어뜨려도 좋다만, 다리나 팔의 근육에 무기가 박히면 품질이 격하된다!”
그레리온은 털 달린 랫쳐의 시체를 들고 노려야 하는 포인트를 착착 설명했다. 학생들도 2학년답게 과감하게 가까이 다가와 살폈다.
“적절한 해체법 또한 필요하다!”
쿵!
그레리온이 테이블에 랫쳐의 시체를 올려놓았고, 시체칼을 꺼냈다.
“사실 몬스터를 죽인 뒤, 바로 소환 마법진을 새겨도 쓰는 데는 큰 지장 없다! 하지만 너희들은 대륙 최고의 엘리트인 키젠이다! 완벽에 가까운 구울의 성능을 끌어내는 데 필요한 기술이지!”
그가 랫쳐의 장딴지를 가리켰다.
“다들 가까이서 와라! 이 부위 보이나?”
“예!”
“이 부분에 7호 이하의 작은 칼로 칼집을 낸다.”
스르륵-
그가 칼로 종아리를 그었다.
“칠흑이 통과하는 길을 내라.”
“그, 근육을 쓰는 언데드인데 구멍을 뚫어요?”
“언데드의 운동능력은 살아 있는 생물과는 다르다! 언제나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하고 비상식을 받아들일 공간을 확보해라! 다음은 이곳!”
쩌어억!
그가 어깨뼈 근육을 손 아귀힘만으로 벌려내자 곳곳에서 어깨가 움츠려졌다.
“피하지 마! 특히 앞에 여학생! 두 눈 뜨고 잘 봐라!”
그레리온이 버럭 소리 질렀다.
“몬스터로 만든 소환수 하나하나의 성능이 너희들의 목숨,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된다!”
“네!”
“준비가 중요하다. 언데드는 한번 완성하면 거기서 절대적인 성능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 만들 때가 가장 중요하다! 알겠나!”
“예!!”
그의 칼질은 거침없었다. 무겁고 불필요한 지방 덩어리, 운동에 거슬리는 내장기관 등을 제거한 그가 흑마법을 발동시켜 랫쳐에 구울 마법을 새겼다.
-게르륵!
구울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아라!”
그레리온이 손짓하자, 구울이 바닥을 맹렬하게 지면을 박차고 뛰어나가 팔을 휘둘렀다. 학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이 이상적인 구울의 움직임을! 소환 마법진도 평범하게 썼다!”
자유자재로 턴하고, 뛰어올라 공중제비도 돌았다. 방금만 해도 죽어 있던 시체라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역동적이고 화려한 동작을 보이고 있었다.
몬스터 시절보다 역으로 운동능력이 크게 향상되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체는 살아 있는 생명체보다 더 생명력이 넘쳐 보였다.
“잘 봤을 거라고 믿으마!”
그레리온이 시체칼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실습이다! 이곳 라마칸 암석지대에는 랫쳐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너희들은 이번 수업 동안 최소 9기 이상의 구울을 확보해야 한다!”
그가 두꺼운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이번 실습은 점수 등급이 없는 대신, 심플하게 ‘PASS or Fail’이다! 9기의 구울재료를 확보하지 못하는 학생은 내일 실전에서 자동 ‘F’ 평가를 받고, 다음 장송학 수업을 들을 자격도 박탈된다! 준비물 부족이니까 말이다!”
학생들이 급격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구울을 준비하지 못하면 자동 ‘F’. 즉, 내일 시험에 응시할 자격 자체가 박탈당한다는 소리였다.
쿵!
그레리온이 커다란 두 주먹을 중앙에서 맞부딪혔다.
“이번 시간에 너희들이 직접 확보해 손질한 구울로! 다음 수업과 실전 수행평가까지 써먹게 될 것이다! 수석!”
“예.”
수석조교가 타이머를 들어 올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두 시간 안에 9기의 구울 재료를 가져와라! 9기를 다 못 채운 학생들은 실격이다! 내 판단으로 품질이 상식 이하인 재료를 가져와도 실격이다! 가혹하다고? 무얼! 너희들은 키젠이다!”
찰칵!
수석조교가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구울 보급 작전, 개시다!”
그 말에 소환학과 학생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칠흑을 밟고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