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5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48화
“……앞으로는 그냥 몰리라고 불러주시면 안 될까요?”
시몬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왕족이신…….”
“신분을 따지기 전에, 저는 키젠의 네크로맨서예요.”
그녀가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나와 가슴에 손을 올렸다.
“같은 키젠으로서 대해주세요.”
“그,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크흠.
시몬은 괜히 민망해서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 몰리. 우리 동아리에는 무슨 일로 왔어요?”
“존댓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아, 알았어.”
비로소 몰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사실 저 학생회장 선배님의 동아리에 입부하고 싶…… 우붑!”
갑자기 옆에서 입부 신청서가 날아와 그녀의 얼굴에 철썩 들러붙었다.
“꼴값 떨지 말고, 그거나 써.”
바로 그 종이를 날린 옆 테이블의 사샤가 말했다.
“……너!”
몰리가 종이를 붙잡아 내리며 버럭 화를 냈다. 그러다 옆에 시몬을 보고는 ‘핫!’ 하고 얼굴을 붉히더니, 입부 신청서로 얼굴을 살짝 가렸다.
“자, 작성하고 오겠습니다.”
“응, 천천히 해.”
도망치듯 옆 테이블 자리로 가서 앉은 몰리가 깃펜을 들고 입부 신청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미 이름칸에 뭔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신청자 이름 : 막차공주.]“이게 무슨 짓이야!”
몰리가 시뻘게진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샤는 ‘헹’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뭐가?”
“너! 언제까지 날 괴롭힐 셈……!”
“시끄럽다. 1학년들.”
피츠제럴드가 퀭한 눈으로 말했다. 두 소녀가 즉시 ‘죄송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이며 다시 입부 신청서를 작성했다.
북북.
몰리는 여전히 화끈거리는 얼굴로 ‘막차공주’ 낙서에 두 줄을 그은 다음, 그 밑에 왕족다운 위엄 있는 필체로 본인의 이름을 써내려갔다.
‘글은 쓸 때마다 긴장하게 되네.’
한편 사샤는 깃펜을 움직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고아로 중립지대에 살면서 대륙어를 완벽히 익히지 못했기에, 입학 전까지 펜타모니엄 측에서 글자를 빽빽하게 가르쳤다.
학교에서 글 못 쓰는 걸 들키면 또래 애들에게 무시당할 거라는 게 큰 이유였다. 이름 뒤에 ‘앤드라실’이라는 성을 붙인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래도 열심히 배운 보람이 있었다. 저 막차공주가 ‘어머, 글도 모르는 인간이 있다니!’ 하면서 빈정댔을 걸 생각하면 머리가 들끓었다.
먼저 작성을 마친 사샤가 내심 뿌듯한 심정으로 입부 신청서를 가지고 왔다.
“여기 두고 가면 되나요?”
피츠제럴드는 여전히 멍하니 앞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블에는 이미 작성된 입부 신청서가 놓여 있었는데, 바람 때문에 살짝 어질러져 있었다.
그녀가 대충 수습해서 정리하고 있는데.
‘아.’
사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얘는 또 왜 여깄는 건데.’
사샤는 본인의 입부 신청서 위에 그의 입부 신청서를 올려놓고는 시몬에게 걸어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서 말이야?”
시몬이 키득거리며 옆을 가리켰다.
“저거 20분 동안 혼자 쳐다보고 있다가 입부하겠다던데.”
시몬이 가리킨 곳을 보니, 여섯 개의 팔로 공을 던지며 묘기를 부리는 세이렌 키메라가 보였다.
‘……구려.’
사샤가 그렇게 생각했다.
‘기분 나빠.’
뒤따라 입부 신청서를 제출한 몰리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마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번뜩이는 피츠제럴드의 눈이 움직이자 소녀들은 얼른 시선을 피했다.
-아아.
그때 동아리 부스에서 방송음이 울려 퍼졌다.
-전파합니다. 10분 후 동아리 시즌이 종료됩니다. 1학년들은 모두 기숙사로 돌아가 주시고, 동아리 부원들은 주위를 깨끗하게 정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드디어 동아리 시즌이 끝났다.
시몬도 손뼉을 쳤다.
“자, 이제 1학년들 모두 기숙사로 돌아가. 입부 신청서를 바탕으로 내일모레 간단한 면접으로 부원을 뽑을 거야.”
“네, 선배님!”
사샤와 몰리, 그리고 입부를 신청한 학생들이 와글와글 떠났다. 사샤가 손을 흔들었다.
“면접 때 봐! 시몬 오빠!”
“잠깐! 그렇게 버릇없게 학생회장 선배님을 부르지 말라니까!”
하하.
시몬은 웃으며 두 사람에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여장한 토토가 역력히 지친 얼굴로 돌아오고 있었다.
“드디어 끝났다아. 10분, 10분만 더 버티면 돼.”
“수고했어, 토토.”
여전히 좌절 중인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시몬, 부장인 내가 1학년들에게 할 이야기를 가로채다니.”
“아하하, 미안.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난 피츠제럴드가 입부 신청서를 정리했다.
무려 16장이었다.
“그래도 너와 딕 덕분에 많은 인원을 확보했으니 용서하지. 벤야 선배님을 볼 면목이 생겼다.”
“응. 다행이네.”
동아리 시즌 3일 중에서 피츠제럴드와 토토가 모은 인원은 0명, 그리고 마지막 날 시몬의 합류와 딕의 컨설팅으로 16명을 모았다.
피츠제럴드가 입부 신청서를 훑어 넘겼다.
“특례 입학생이 세 명.”
“진짜? 대박!”
토토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제 우리 동아리도 강해지는 거야?”
“네년엔 확실히 그렇겠지. 그리고-”
피츠제럴드가 고개를 들어 시몬을 다소 못마땅하게 보았다.
“여학생들이 많군.”
시몬은 그저 민망한 웃음을 흘렸다.
“아무리 네가 1학년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도, 이 동아리의 리더는 나다.”
“알지, 알아. 부장.”
“……흠흠, 알면 됐다.”
피츠제럴드가 입부 신청서를 내려놓았다.
“시즌이 끝나는 대로 우리도 뒷정리를 시작하자.”
저벅-
그때였다. 1학년들이 떠난 돌연변이 동아리 부스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 입부자인가?’
여자 가발을 벗어뒀던 토토가 얼른 머리 위에 뒤집어썼고, 피츠제럴드도 안경을 고쳐 쓰며 앞을 보았다.
저벅-
불어오는 바람 사이로, 탈색된 것처럼 이질적으로 새하얀 머리카락의 소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세 사람의 동공이 동시에 커졌다.
저벅-
하얀 머리의 소년이 부스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스윽.
본인이 품에서 꺼낸 종이를 입부 신청서 뭉치 위에 올렸다.
“입부.”
그렇게만 말한 그가 눈동자를 굴려 시몬을 보았다.
시몬은 당황했다.
‘왜…… 저 녀석이?’
휘이이잉-!
갑자기 세차게 불어오는 돌풍과 함께 소년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돌연변이 멤버들 모두 멍한 표정으로 남아 있는 입부 신청서를 보았다.
[신청자 이름 : 화이트.]-현 시간부로 동아리 시즌이 종료되었습니다. 1학년들은 즉시 기숙사로 돌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현 시간부로…….
“자, 잠깐만! 이래도 돼?”
토토가 가발을 벗으며 말했다.
“화이트는 2학년이잖아!”
“……사실 문제는 없다.”
피츠제럴드가 굳은 표정으로 턱을 짚었다.
“동아리가 없는 2학년들이 동아리 시즌 때 새로 가입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으니까.”
그 말이 맞았다. 동아리 시즌이 반드시 1학년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몬은 기분이 뒤숭숭했다.
모이란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쟤랑 같은 학과로.
소환학과에 들어오는 것까지.
그리고 이번엔 시몬이 속해 있는 돌연변이 동아리에 들어오려 하고 있다.
‘…….’
기분이 복잡미묘했다.
* * *
다음 날 아침, 마투학 수업.
“엉?”
시몬의 맞은편에서 스트레칭하고 있던 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화이트가 돌연변이에 입부 신청을 했다고?”
“응.”
“봐봐! 걔 역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니까! 뭔가 이상해!”
카미바레즈와 함께 스트레칭 중인 메이린이 말했다. 뒤로 팔짱을 낀 그녀가 몸을 굽히자 가벼운 카미바레즈가 휘익 올라왔다.
“이상한 것까진 아니지 않을까요?”
카미바레즈가 다시 두 발이 바닥에 닿자 입을 열었다.
“화이트는 2학년이지만, 편입생이라서 동아리가 없잖아요. 입부 신청 자체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메이린이 팔짱을 풀며 하늘색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모이란에서 저주학과였던 화이트는 굳이 시몬을 지목하면서 같은 학과에 가겠다고 선언했어. 이번에도 굳이 시몬이 있는 동아리에 따라 들어왔지. 쫌 이상하지 않아?”
“으으음.”
딕이 진중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아!’ 하고 손가락을 딱 튕겼다.
“오, 그래. 대충 윤곽이 드러나네. 난 알겠어!”
“바보 평민. 너 또 이상한 헛소리 하면 죽는…….”
“화이트는 사실 여자였던 거야.”
“병신아!!”
메이린이 돌을 주워 던졌다. 딕이 익숙한 듯 고개를 젖혀 피해내고는 말했다.
“아니, 진정하고 생각해 봐. 왜 굳이 화이트는 자꾸 시몬을 따라오려는 걸까? 화이트 걔 얼굴도 곱상하게 생긴 게 약간 중성미? 막 그런 게 있기도 하고? 솔직히 교복 스커트만 입혀 놓으면 메이린보다 잘 어울릴…….”
“나가 뒈져!!”
“아! 근데 그거 말고 설명할 만한 게 없잖아? 화이트를 여자애라고 생각하면 모든 행적이 이해돼! 부끄럽지만 ‘쟤랑 같은 학과로 해주세요.’하고 수줍게 소환학과를 고른 거고! 동아리도 용기를 내서 좋아하는 애랑 같은 걸로 고르고!”
“닥치고 니 무덤터나 골라!”
두 사람이 또 싸우는 사이, 시몬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혹시 내가 과거에 알던 사람이었을까?
아니다. 그동안 쭉 고향 레스힐에서만 살았는데, 화이트가 레스힐 사람이었다면 못 알아볼 리가 없다.
“잠깐! 시몬, 내가 결론을 내려줄게!”
딕이 풀밭을 굴러 메이린이 던지는 돌을 피하며 다가왔다. 그가 바닥에 누운 채 손가락을 척 뻗었다.
“화이트가 여자든 아니든, 네게 뭔가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려는 건 분명해.”
“자꾸 그 개소리 하지 말라고!”
메이린이 뒤에서 빽 하고 외쳤지만 딕은 가뿐히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상대의 목적을 알지 못한다면, 적어도 상대가 본인 의도대로 하지 못하게 하라.”
“…….”
“돌연변이 동아리 면접에서 화이트를 떨어뜨려. 시몬.”
딕이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어른들이 막 주시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뭔가 위험한 놈인 건 확실해.”
* * *
오늘 하루 일과가 끝났다.
시몬과 토토, 그리고 피츠제럴드는 대책회의를 위해 돌연변이 동아리실에 모였다.
“아까 ‘동아리 부장’으로서, 벤야 선배님과 이야기하고 왔음.”
피츠제럴드가 앉아서 안경을 추켜 올렸다. 시몬은 빙긋 웃었고, 토토는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동아리 방이 워낙 좁아서, 17명은 너무 많다고 하셨다.”
같은 생각이었기에, 시몬과 토토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부원으로 예산을 많이 받는 것도 좋지만, 성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앞으로는 부원의 유지와 만족도도 중요하다.
시몬이 물었다.
“그럼 벤야 선배님의 의견은 어때?”
“여섯 명.”
피츠제럴드가 손가락을 펼쳤다.
“여섯 명이 적절하다고 말씀하셨다.”
“괜찮네.”
“물론 3학년들의 명령은 절대적이지만, 결정을 내리는 건 ‘동아리 부장’인 나다.”
그가 진지한 얼굴로 손가락을 하나 더 올렸다.
“동아리 부장인 내 판단으로, 최종 일곱 명을 뽑기로 했다.”
‘……여섯 명이나 일곱 명이나.’
시몬은 속으로 쓴웃음을 흘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의 뜻이 그렇다면 따를게.”
“고맙다, 시몬.”
피츠제럴드가 그 말에 힘을 받았는지 힘차게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눈을 떴다.
“그리고 화이트의 건 말인데.”
드디어 문제의 화제다. 피츠제럴드가 시몬을 보았다.
“내가 생각해도 찜찜하긴 하다. 널 지목해서 소환학과에 들어왔고, 이번에는 널 지목해서 동아리까지 들어오려고 하지.”
“…….”
“화이트를 떨어뜨릴지 말지는 시몬, 네 결정에 따르겠다.”
역시 피츠제럴드도, 화이트가 심상치 않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시몬은 눈을 감고 고심하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