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55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59화
“누가 시켰어?”
메리다가 다시 슬립을 장전하며 말했다. 그녀의 손끝에 피어오른 저주를 본 미르드는 숨 멎는 소리를 내며 몸부림쳤다.
“나, 난 진짜 몰라!”
“대답해.”
“근데 니들 지금 날 고, 고문하는 거야? 그것도 상아탑 세력권 한복판에서? 니들 진짜 미쳤지?”
그녀가 쥐어 짜내듯 소리쳤다.
“지금 이러는 거 상아탑주님이 아시면 전쟁……!”
메리다가 다시 슬립을 걸었고, 미르드의 말도 끊겼다.
잠든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몸을 뒤트는 모습을 지켜보며, 메리다는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냥 지나가는 벌레 보는 듯한 눈이었다.
딱!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발작하듯 몸을 비틀던 미르드가 비로소 풀썩 등을 바닥에 댔다. 하악 하악 하고 거친 숨결이 튀어나왔다.
“말해.”
“X까는 소……!”
미르드의 몸이 지체 없이 솟구쳤다. 지켜보던 시몬이 당황하며 말했다.
“잠깐, 메리다!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아?”
“우리.”
메리다가 고개를 들어 시몬을 보았다.
“아까 죽을 뻔했어.”
“…….”
물론 시몬은 믿는 한 수가 있었지만, 메리다는 그 거대한 열차가 눈앞으로 밀려드는 순간 진심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녀는 말했다.
이대로는 임무를 할 수 없다고. 목숨이 걸린 일이니 반드시 흑막을 알아내고 가겠다고.
그녀는 미르드의 슬립을 계속 풀었다 걸기를 반복했다.
“너억!”
털썩.
“그마안!”
털썩.
“이거억!”
털썩.
이대로는 미르드의 정신이 망가질 것 같았다. 보다 못한 시몬이 메리다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제 그만해. 학생회장으로서의 명령이야.”
“…….”
그녀가 손가락을 멈췄다. 그러고는 왜 말려? 하는 눈으로 빤히 시몬을 보았다.
“대체 미르드에게 무슨 끔찍한 악몽을 보여주는 건데?”
“끔찍한 거 아냐. 애초에 판타서스류 슬립은 악몽 같은 거 못 보여줘.”
메리다가 손가락을 내리며 말했다.
“그럼?”
“그냥 자신의 모습.”
메리다가 말했다.
“미르드는 잠이 들었다가 우리 앞에 깨어나는 모습. 계속 그 꿈을 꾸는 거야.”
그렇다.
현실혼동.
미르드는 자신에게 걸린 게 ‘슬립’이라는 걸 알고 있다. 꿈에서 뭘 보더라도 이것이 저주고, 인위적인 악몽이라는 생각을 하면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리다의 방식은 특별했다. 그녀는 방금처럼 미르드가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꿈’을 무한히 반복해서 꾸게 하고 있다.
이제 현실이겠지. 하고 깨어났는데, 사실은 깨어난 상황 그 자체가 꿈이었다.
뒤이어 이번에야말로 현실이라 확신하고 깨어났는데 그 또한 꿈이었다.
그녀는 몇 번이고 꿈에서 깨는 꿈을 꾼다.
희망을 품고, 짓밟히고, 또 희망을 품기를 되풀이한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것 같은 지옥.
그녀는 수천, 수만 번을 자고 일어났다고 느꼈으리라.
미르드는 꿈속에서 절규했다.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하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꿈속의 메리다는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게 다 꿈일 뿐이었다.
“만약 쟤가 상아탑주에게 일러바쳐서 붙잡히게 되면, 나는 날 죽이려 했던 미르드에게 슬립을 일곱 번 걸었다 풀었을 뿐이라고 진술할 거야.”
메리다가 손을 들어 올렸다.
“사실이니까.”
따악-!
메리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털썩! 하고 미르드의 등이 바닥에 닿는다.
“@#%^*&! 그마아아아안! 제바 그마아안악!”
다급했던 그녀의 입에서 아무 말이나 막 튀어나온다.
금방 또 잠이 들 거라고 생각했는지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번에는 꿈이 아니었다.
미르드는 그 사실에 감격하듯 펑펑 울면서 광인처럼 튀어나갔다. 이내 메리다의 발밑에 엎드리고 드레스 자락을 붙잡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만! 제발 그만해 주세요! 으흑! 뭐든! 뭐든지 다 말할게요!”
메리다가 음. 하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르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누가 시켰어?”
“이, 이, 일단 진짜예요! 진짜로 누가 시킨 게 아니라 제가 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상아탑주님이!”
상아탑주가 언급되자 메리다와 시몬이 바짝 집중했다.
“우리한테 기르돈이 온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기르돈이요! 상아탑주님은 그자가 키젠에 원한을 가지고 있고, 축제의 초대객 중에 키젠이 있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그걸 듣고 제가 그, 그, 계획을 꾸민 거예요!”
“…….”
메리다가 침묵을 지키자, 미르드는 극도로 불안해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진짜예요! 다만! 다만! 상아탑주님은 평소에도 계속 우리와 키젠을 비교했어요! 들이는 돈은 키젠의 다섯 배인데 너희는 왜 그 아이들을 뛰어넘지 못하냐고! 쓸모없다고! 계속 그렇게 말해왔어요! 그러다 이번에 키젠 애들이 파견 오고, 저를 그 애들 안내역으로 쓴다는 말에 눈깔이 확 뒤집혀서……. 제,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그래서 우릴 죽이려고 한 거야?”
메리다의 물음에, 미르드는 고개를 미친 듯이 내저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진짜 진짜 아니에요! 그냥 골탕 먹일 생각일 뿐이었어요! 그렇게 막 연회장에서 대놓고 흑마법까지 쓸 줄은 몰랐어요! 진짜예요!”
으헝헝헝헝!
그녀가 눈물 콧물 줄줄 쏟아내며 외쳐댔다. 메리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이번 일은 우리만의 비밀이야.”
“네!네!네!네!네!네!네!네!”
미르드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안 말할게요! 죽어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무덤까지 갖고 갈게요!”
“네 꿈속에 트리거를 심었어.”
메리다는 마치 총구를 겨누듯, 검지 끝을 미르드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미르드는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눈 뜨는 순간이 두려웠지?”
“……!”
며칠이 지났는지.
몇 달, 몇 년이 흘렀는지.
일어나면 무슨 꼴이 되어 있을지.
영원히 눈을 못 뜨는 게 아닐지.
그녀는 꿈속에서 계속 공포에 떨었다.
“만약 내가 죽으면.”
메리다가 최면을 걸듯, 차분하고 단조로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넌 영원히 꿈에서 깨어나지 못할 거야.”
앞으로 미르드는.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마다 그녀의 말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 * *
그렇게 미르드를 보내고, 시몬과 메리다는 지정받은 숙소 방으로 들어왔다.
시간의 탑 내에서 던전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 공간인 ‘숙소’는 매우 귀하다. 50층에는 숙소가 하나뿐이고, 좁은 방에 모르는 사람 두세 명씩 자는 게 기본이었다.
“역시 이번 일은 너무 지나쳤어, 메리다.”
숙소 문을 열고 들어온 시몬이 한숨을 푹 쉬었다.
‘흑막’을 찾고 싶다면 내게 맡겨달라며 자신 있게 말하길래 해보라고 했는데, 설마 붙잡아서 저주로 고문을 할 줄이야.
“어중간하게 하면 더 위험해.”
메리다는 당돌하게 대답했다. 그러다 갑자기 ‘아!’하고 눈을 빛내더니 후다닥 달려가 침대 위로 퐁 하고 다이빙했다.
“아늑해.”
그녀가 무릎을 모으고 몸을 웅크린 채 말했다. 애묘가들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고양이 식빵 굽는 자세’였다.
시몬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너, 엄청 자연스럽게 침대를 차지하네.”
메리다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뺨에 두 손을 갖다 붙이더니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너무나도 믿기 힘들지만. 설마 지금 귀여운 척하는 건가?
“알았어, 알았어.”
메리다를 상대로 잠자리를 양보받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해 보였기에, 시몬은 금방 체념했다. 그녀는 웅크린 자세 그대로 노곤노곤 눈꺼풀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벌써 자면 안 돼. 오늘 할당량은 하고 자야지.”
시몬이 냉정하게 말했다. 메리다는 토라진 표정을 짓더니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시몬도 적당히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확인해 보니 숙소 안에 특별히 감청 마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축제에는 워낙 실력 있는 네크로맨서들이 많을 테니, 어중간하게 그런 장치를 해뒀다간 문제만 커질 것이다.
“아까 흑막 이야기.”
메리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상아탑주가 우릴 죽이려고 한 걸까?”
“그렇게 딱 꼬집어 말하긴 애매해.”
시몬이 팔짱을 꼈다.
“그 사람이 아카데미의 상아탑 키즈들을 부추긴 낌새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엄연히 미르드 본인의 의지로 한 일이니까. 무엇보다 상아탑주는 동기가 부족해.”
“동기?”
“응.”
시몬이 팔을 펼쳤다.
“만약 아까 연회 때 키젠인 우리가 죽거나 다쳤다면? 시간의 축제는 확실히 끝장났을 거야.”
그렇게 되면 사실상 상아탑주 스스로 제 목을 죄는 일이었다.
“시간의 축제가 시작된 지금도 마찬가지야. 기르돈의 공격으로 피해자가 발생하면 상아탑 차원에서 보상하겠다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상아탑주는 굳이 본인의 자리까지 걸었어.”
결론을 말하자면, 상아탑에서 시몬이나 메리다가 죽으면 상아탑주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심지어 두 사람도 상아탑 측에서 초대받아서 왔다. 그런데 상아탑 내에서 두 사람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무수한 음모론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상아탑주의 자리가 문제가 아니다. 여론을 등에 업은 키젠의 분노가 내리꽂힐 테고, 상아탑은 조직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그런 리스크를 안고 굳이 시몬과 메리다를 해칠 이유가 뭐가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는…… 내 말 듣고 있어?”
꾸벅꾸벅 졸던 메리다가 눈동자를 굴려 시몬을 보았다.
“응.”
“…….”
“졸고 있어도 다 들려.”
시몬이 헛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섣부른 추측은 자제하고, 조심해서 행동하는 게 좋겠어. 일하러 가자.”
“응.”
* * *
시몬과 메리다는 불편한 턱시도와 드레스를 벗었다. 배리어도 있고, 그나마 전투에 적합한 키젠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숙소를 나왔다.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니 공기부터 달라졌다. 탑의 색깔도 약간 회색으로 흐릿흐릿한 느낌이다.
시몬과 메리다는 신중하게 걸음을 옮겼다.
‘시간의 탑이라.’
수백 년 전 이곳에 나타난 ‘던전’은 상아탑의 2,000년 세월을 홀라당 집어삼켰다.
한때 상아탑이 역사와 기록에 집착했던 것처럼, 이곳의 던전 또한 삼킨 것들의 영향을 크게 받아 기상천외한 이상현상들을 일으킨다.
바로 앞에도 그런 이상현상 중 하나가 있었다.
-대단하군! 이 물건은 혁명이오!
-돌에서 목소리가 나오다니!
다소 올드한 복식의 중년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파란 돌을 귀에 대보거나 입에 대고 소리치는 등 유난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이 기술이라면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법사들도, 일반 가정도, 모두가 마법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오!
발표자가 돌을 높게 들어 올렸다.
-이 발명품의 이름은!
지금으로부터 330년 전, ‘통신 수정구’의 개발 광경이었다.
이 인간들의 모습 모두 빛바랜 사진처럼 흐릿했고, 노이즈처럼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이게 던전이 보여주는 과거의 재현이구나.’
괜히 관여해서는 안 된다. 시몬은 메리다를 보며 손짓했다.
“조용히 지나가자.”
“응.”
역사적인 광경이지만 여기에 정신 팔려 있을 틈은 없었다. 시몬과 메리다는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근데 저 사람.”
메리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금도 통신 수정구는 비싸서 고위귀족들만 쓰는 걸 알면…….”
-거기 두 명!
시몬과 메리다가 움찔했다.
역사적 광경 속의 마법사들이 모두 시몬과 메리다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박사가 중대발표를 하고 있잖소!
-중요한 순간에 어딜 가는 거요?
들켰다.
시몬은 심장이 철렁했지만 애써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 하하!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두 사람은 후다닥 달려와 학자들 곁의 자리에 앉는 시늉을 했다. 물론 의자 따윈 없이 허공에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를 든 자세였다.
‘윽, 힘들어.’
이미 이 던전은 300년 전에 공략됐다.
상아탑에서 던전의 규칙을 공지했고 시몬과 메리다도 그것을 숙지했다.
그중 하나.
만약 그들이 자신들을 이루고 있는 세계가 ‘거짓’이고, 자신들이 있는 시점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라는 걸 깨닫는 순간.
폭주해서 공격해 올 것이다.
‘여기서 이럴 시간이 없는데.’
시몬은 긴장한 얼굴로 마법사들의 발표 장면을 응시했다.
누군가 말을 걸어서 소속 같은 걸 물어보기라도 한다면 끝장이다. 300년 전에는 어떤 가문이 있는지도 잘 모르니 제대로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메리다, 내가 신호를 보낼 테니까…….”
시선을 돌려보니 메리다의 고개가 꾸벅꾸벅 내려가고 있었다.
이 와중에 그녀는 자고 있었다.
‘으악, 도움이 안 돼!’
이번 무사히 파견을 마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시몬은 걱정이 무럭무럭 차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