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56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66화
벽면에서 두 개의 손이 튀어나와 시몬의 입을 틀어막았다.
“?!”
[조용히!]하지만 그냥 유령의 팔이었기에, 시몬의 입을 봉하지는 못하고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유령의 팔이 앞을 가리켰다.
[저쪽 벽일세! 저기로 붙게!]‘시간의 유령!’
시몬은 그 말대로 달려가 벽에 등을 붙였다.
촤르르르륵!
그러자 벽이 회전문처럼 돌아갔고, 시몬은 새로운 장소 안으로 넘어왔다.
놀란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흘흘흘! 시간의 탑에는 숨겨진 비밀통로나 미로가 많지!]뒤이어 벽을 통과해 나타난 시간의 유령이 유쾌하게 웃었다.
[이곳에서 300년간 살아온, 나만이 알고 있는 통로일세!]“아,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시몬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고 벽에 귀를 댄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쿵- 쿵- 쿵-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내 다른 층으로 올라간 걸까. 기르돈의 기척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다음 도착지는 10호 방이겠군? 이쪽일세!]“이제는 뭐, 척하면 척이네요.”
10호 방은 바로 옆방이었다.
이번에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시몬은 서류가방을 펼쳐놓고 아티팩트를 작동시켰다. 흐릿한 회색 그림들이 연이어 뒤섞이고 합쳐지길 반복한다.
[그럼, 이번에도 준비됐나?]“네.”
아티팩트 스캔 작업이 끝나고, 이번에도 과거를 볼 차례였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지?]“메이린과 세르네의 과거를 보는 게, 정말로 이번 사태에 도움이 되나요?”
[흘흘! 내가 말했지 않나.]그가 두 손을 펼쳐 보였다.
[자네는 이미 모든 걸 가지고 있고, 모든 걸 할 수 있네. 앞으로 필요한 건 그저, 진실을 알았을 때의 자네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동기뿐이야.]“마치, 그.”
시몬이 턱을 괴며 웃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라는 말씀처럼요.”
[이해가 빠르군! 역시 현역 학생이야.]그가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그럼 시작하겠네.]* * *
상아탑주와 세르네의 이야기를 훔쳐 들은 메이린은, 그날 이후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약속할게. 내가 널 상아탑주로 만들 거야.
-메이린은 그럴 실력이 안 돼요! 제가 상아탑주가 될 거예요!
두 가지 이야기.
두 얼굴의 세르네.
과연 어느 쪽이 거짓이고, 어느 쪽이 진실일까.
메이린은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주위의 모든 것들은 세르네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었다. 특히 어른들은 늘 메이린과 세르네를 불러서 앉혀놓고 두 사람의 흑마법을 비교하곤 했다.
어느 쪽이 뛰어난지 결과는 뻔했고, 세르네를 향한 일방적인 찬양과 환호가 쏟아졌다.
어른들은 찾고 있었으리라.
탑의 법률을 바꾸면서까지 상아탑주를 세르네로 세워야 하는 당위성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죄의식과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라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세르네에게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 속에서, 메이린은 그저 죄인처럼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괜찮아.
그때마다 세르네는 조용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어른들이 뭐라 하든, 상아탑주는 너야. 메이린.
아직 메이린은 세르네에게 자신이 본 것들을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 한마디에 눈이 뒤집히려는 분노를 느꼈다.
결국 마법 시연이 끝나고, 메이린은 둘만 아는 장소에 세르네를 불러냈다.
쿵!
“다 들었어, 세리.”
메이린이 세르네를 거칠게 벽으로 밀어붙이며 말했다.
“왜, 왜 그래? 메이린. 무서워.”
세르네가 겁먹은 눈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메이린은 그런 그녀의 모습조차 가증스럽게 느껴져서 화가 치밀었다.
“일주일 전에, 심부름하러 왔다가 우연히 너랑 상아탑주님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
“……!”
“그대로 읊어줄게. 이거 보세요! 제가 빙제의 구슬을 이만큼 얼렸다구요! 메이린은 이렇게 못 해요!”
창백해진 세르네의 얼굴 앞에 대고, 메이린이 차갑게 내뱉었다.
“제가 상아탑주가 될 거예요!”
“…….”
“네가 했던 말 맞지?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보시지?”
겁먹은 듯 움츠려 있던 세르네가, 갑자기 ‘하아’ 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고는 얼음장처럼 싸늘한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
“들켰으면 어쩔 수 없네.”
메이린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그녀조차 처음 보는, 세르네의 가면 뒤 모습이었다.
“그래, 맞아. 내가 상아탑주가 될 생각이야.”
차라리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주길 바랐다.
구차한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또 속이고 이용해도 좋으니까.
“너 그럼 날 상아탑주로 만든다고 했던 그 말은, 약속은……!”
“그걸 믿었니?”
세르네가 냉소했다.
“적당히 걸러 들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법실력도 그렇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답이 없구나, 너.”
메이린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그, 그럼 그동안 왜 나랑 친하게 지낸 건데? 우리들이 같이 보낸 시간은……!”
“응, 재밌었지. 즐거웠어.”
세르네가 비릿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뿐이야. 그리고 상아탑 후계자랑 친하게 지내면, 자연스럽게 어른들도 나를 그 동급으로 보는 이미지가 생기게 되거든. 지금도 너랑 친하게 지낸 이유는 사실-”
세르네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네가 온전히 내게 상아탑주 자리를 바쳤으면 했으니까. 그게 그림이 좋잖…….”
짜악!
세르네의 고개가 돌아갔다.
메이린은 충혈된 눈으로 펼친 손바닥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어머.”
세르네가 벌겋게 달아오른 뺨을 매만지며 웃었다.
“그래도 욱하면 때릴 줄은 아는구나.”
“세르네에에에……!”
메이린이 달려들려는 그때.
“무슨 일이야!”
소란을 들은 주위의 어른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당황한 메이린이 눈알을 굴리며 손바닥을 뒤로 숨겼다.
“사실은.”
세르네가 손을 휘저었다.
“네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더 있어.”
메이린은 보았다.
그녀가 손짓하자, 이질적인 하얀 깃털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그리고.
“…….”
“…….”
어른들은 멍하니 제자리에 못 박힌 채 서 있다가, 두 사람을 혼내거나 말리지도 않고 저벅저벅 왔던 길로 돌아갔다.
어른들의 뒤통수에는 하나같이 하얀 깃털들이 꽂혀 있었다.
“사실 나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 그게 내 이능인데,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거든.”
“너……!”
충격적인 사실에 메이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설마 그 힘으로 탑의 사람들을 움직여서 탑의 법률을 바꾼 거야?”
“글쎄.”
상앗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뒷짐을 지고 걸어가던 세르네가 여우처럼 웃었다.
“그건 네 상상에 맡길게?”
* * *
모든 건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결정되어 갔다.
수백 년간 유지되어 온 탑의 법률은 지엄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어른들의 가르침과는 다르게, 그들은 손바닥 뒤집듯 법을 바꿔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이 바로, 세르네의 ‘공식 후계자 임명식’이었다.
“…….”
메이린은 문 뒤에서 이를 갈고 서 있었다.
문 너머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가득했다. 술에 흠뻑 취한 탑의 귀족들은 가까운 미래에 키젠을 뛰어넘게 해줄 새로운 상아탑주 후계자에 푹 빠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오늘의 주인공.
예쁜 옷을 입고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세르네의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지금 이 자리에서 명확히 말할 생각이었다.
세르네는 자신의 이능으로 이곳의 사람들을 조종해 왔다고, 모두 저 애한테 속고 있을 뿐이라고.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가 거칠게 문을 열고 앞으로 나왔다.
“잠깐만요, 여러분!”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술에 취해 떠들던 귀족들도 메이린을 보았다.
“저는 원래 상아탑 후계자였던 메이린 빌렌느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걸어가 세르네의 앞에 섰다.
“저는……!”
그 순간.
메이린의 동공이 흐릿해졌다.
그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니 하인들의 품에 안겨 병동으로 옮겨지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덜덜 떨며 말했다.
“아까 무슨 일 있었…… 어요?”
하인들은 메이린이 아까 했던 말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저, 메이린 빌렌느는 후계 자리를 깨끗하게 포기하겠습니다.
옷 아래로 흘러서 바닥에 떨어지는 하얀 깃털이 보였다.
마지막까지, 세르네는 메이린을 기만했다.
* * *
시몬은 최악의 기분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그나마 돌아가는 길은 시간의 유령이 알려준 통로를 통해 수월하게 올 수 있었다.
코오- 코오-
메리다는 침대에 누워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이쪽 방은 침대가 두 개였기에, 시몬은 반대편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뒤숭숭하고 복잡했다. 속이 울렁였다.
당장은 두 사람의 과거와, 그녀들의 행동에 대해 그 어떤 판단도 내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에 대해 생각했다.
남은 시간은 이틀.
이제 곧 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아직 시몬은 두 사람이 싸운 것 외에 어떤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유일한 수확은 키젠 측에서 보낸 메시지지만, 이것도 키젠 본부에 가져가서 해석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본부와 단독으로 연락하고 싶어도, 애초에 키젠이 직접 나설 만큼 결정적인 정보도 없을뿐더러, 시간의 탑 외부에 펼쳐진 결계 때문에 외부와의 통신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군단의 힘을 써서 결계를 찢기라도 하면, 상아탑 측은 바로 알아챌 것이다.
‘복잡하네.’
머리는 복잡했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워낙 피로가 쌓여 있었다. 시몬은 내려오는 눈꺼풀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이틀은 더 시간이 있으니까, 오늘은 컨디션을 회복하자.’
그렇게 날이 채 밝기 전인 이른 새벽, 시몬은 메리다가 날리는 저주 때문에 몸을 뒤척이다가 눈을 떴다.
‘……!’
잠에서 깬 시몬은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숙소의 천장에 시간의 유령이 쓰는 토끼 가면이 붙어 있었다.
‘뭐야.’
가면 옆에 글자가 그려져 있었다.
[심각한 문제가 생겼네!]시몬이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시몬의 시선을 인지한 건지, 글자가 바뀌었다.
[미래가 바뀌었어. 외부에서 탑으로 들어온 누군가가 사태에 간섭한 모양이야! 시간이 더 앞당겨졌네! 탑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건 내일모레가 아닐세!]시몬의 시선이 마지막 문장으로 향했다.
[바로 오늘이야! 지금 당장 거기서 탈출하게!]똑똑똑.
그 메시지를 보기 끝나기 무섭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상아탑입니다! 파견생 시몬 학생, 메리다 학생. 문 좀 열어주십시오!”
시몬은 식은땀을 흘리며 옆을 보았다. 메리다는 여전히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상아탑주가 보낸 사람들, 절대 따라가면 안 돼!’
일단 메리다부터 이곳에서 빼돌려야 했다. 시몬은 살금살금 침대로 걸어가 그녀에게 슬립을 연달아 걸어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미안해.’
쾅! 쾅! 쾅!
“시몬 학생! 메리다 학생! 문 여십시오!”
이미 노크의 수준이 아니었다. 주먹으로 거칠게 문을 두들기거나, 발로 문을 걷어차고 있었다.
‘얼마 못 버텨!’
시몬은 급히 메리다를 안아 들고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아공간에서 아케뮤스를 불러냈다.
‘아케뮤스. 일단 메리다를 안전한 숙소 방에 놓고 돌아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도련님.]시몬은 옷에서 수첩과 깃펜을 꺼내 휘갈기듯 대륙어를 쓰고는 메리다의 주머니 깊은 곳에 넣었다.
‘조금 이따 합류하죠. 가세요!’
[예!]쾅! 쾅! 쾅! 쾅!
문밖에서의 소음이 더 커졌다. 거친 욕설과 함께 문을 부수겠다는 외침이 들렸다.
창밖으로 나간 아케뮤스가 벽면으로 낮게 비행하며 이동했고, 시몬은 바로 창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콰아앙!
숙소 문이 박살 나며, 지팡이를 치켜든 상아탑의 경비들이 우르르 숙소 안으로 침입했다.
“으으음.”
그리고.
침대에 누운 채, 잠이 덜 깬 표정의 시몬이 눈을 비비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소란이에요?”
경비가 냉랭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다.
“어째서 문을 열지 않은 겁니까.”
“아.”
시몬이 손바닥에 슬립 마법진을 펼쳐 보였다.
“제가 낯선 곳에만 오면 불면증에 시달려서요. 슬립을 걸어서 자고 있었거든요.”
“…….”
“무슨 일이에요?”
시몬과 메리다가 특이한 슬립을 쓴다는 건 이미 보고받은 바였기에, 경비는 크게 의심하지 않고 넘어갔다.
“파트너분은 어디 가셨습니까.”
“몰라요. 화장실 간 거 아니에요?”
다른 경비가 화장실 문을 열어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화장실에도 없습니다.”
“아, 그럼 그건가 보네.”
시몬은 여전히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메리다가 슬립에 특화된 네크로맨서라 그런지 잠버릇이 좀 고약해요. 막 자면서 허공에 저주를 쏴대기도 하고, 몽유병 같은 것도 있거든요.”
“…….”
경비가 흐트러진 숙소의 상태를 보았다. 정말로 저주가 벽면이나 바닥에 부딪힌 흔적이 있었다.
“저도 처음엔 놀랐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해요. 또 자다가 밖에 나갔나 보죠 뭐.”
“어디로 갔는지 짐작 가는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짐작이고 뭐고 그냥 이 근방에 또 멍하니 돌아다닐걸요.”
경비가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뒤에 있던 경비들이 다시 우르르 밖으로 뛰어나갔다.
“근데 무슨 일이시죠?”
시몬이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파견 요청자인 상아탑주님께서 직접 두 분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누리는 키젠 학생이라고 해도, 파견평가 시즌에는 파견생 신분이고, 파견 요청자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
경비는 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원천봉쇄하듯 그렇게 말했다.
시몬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 꼴로 상아탑주님을 뵙기는 좀…… 씻고 가면 안 될까요?”
“지금 당장. 출발하시겠습니다. 상아탑주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강압적인 목소리.
시몬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벅. 저벅.
그렇게 시몬과 경비병들은 숙소 방을 나와 걸었다.
다행히 지시에 협조적이어서 그런지, 키젠 학생회장이라는 신분 때문인지, 억지로 끌고 가거나 몸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으음, 그런데요.”
시몬은 경비병들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하품을 한번 했다.
“어제 위에 엄청 시끄럽던데, 슬립을 썼는데도 한번 깼거든요. 무슨 일 있었어요?”
경비병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70층대에 갇혀 있던 기르돈이 날뛴 모양입니다.”
“아, 설마 탈출한 건가요?”
“탈출을 시도했지만 저희가 저지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행이네요.”
그렇게 경비들에게 말을 걸면서, 슬그머니 오른손 손바닥을 펼쳤다.
‘준비 완료.’
상아탑주가 무슨 짓을 꾸미고 있다는 경고는 숱하게 들었다. 이곳은 적진이고, 적진 한복판에서 나름의 방비는 해둔 상태였다.
‘시체-’
시몬이 꾸욱 주먹을 움켜쥐었다.
‘맹독폭발!’
사방에서 연달아 폭발이 퍼어엉 퍼엉 터져 나왔다. 경비들이 식겁하며 지팡이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슨!”
“폭발이다! 조심해!”
단순한 폭발이 아니다.
카바라 독으로 만든 기체 연기가 순식간에 실내를 뿌옇게 물들었다. 그 연기 사이로 시몬이 미리 대기시켜둔 구울들이 뛰어 들어와 다시 한번 시체 맹독폭발.
순식간에 주위가 연기로 가득 찼다.
“연막을 걷어!”
“크윽, 이 연기는 뭐야? 마법진이 잘 안 펴집니다!”
“어떻게든 해봐!”
휘이이이잉!
마법사들이 낑낑대며 지팡이를 휘둘러 바람마법을 일으켰다.
연막이 걷히고 그들은 비로소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됐다.
시몬이 없었다.
치직-
경비가 다급히 통신 수정구를 들었다.
“키젠의 학생회장이 사라졌다! 반복한다! 키젠의 학생회장이 사라졌다!”
“같이 온 메리다 휴 이켈 또한 행방불명! 다른 초대객들 눈에 띄지 않도록 신속하게 찾아내!”
사태는 이제,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