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58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89화
“……어, 어땠는데.”
뭐야, 이 이야기.
왜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
갑자기 미래의 제 모습을 두고 그녀들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으려니, 괜히 시몬만 민망해지고 있었다.
“근사했죠.”
세르네가 두 뺨을 감싸며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그 강함, 그 지성, 그 진중한 무게감. 그분이 얼마나 절 귀여워해 주시던지. 우후후.”
시몬의 얼굴이 해괴하게 일그러졌다.
내가 세르네를 귀여워했다고? 그 반대라면 모를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한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기도 했어요.”
이건 맞는 말이었다.
-네 뿌리를 찾고 싶다면, 신성연방의 ‘가휀’이라는 사람을 찾아!
그녀의 뿌리는 신성연방에 있는 걸까.
상아탑주는 세르네를 어디서 데려온 걸까.
너무 어린 시절이라, 세르네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물론―”
흥미롭게 듣고 있던 로레인을 보며, 세르네가 도발하듯 입꼬리를 올렸다.
“당신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 하던데.”
찰나의 순간 로레인의 어깨가 찔끔했지만, 이어지는 포커페이스가 그 뒤를 받쳤다.
“네가 옆에 있었으니까 네 이야기를 했겠지. 그걸 그렇게 의미부여 할 정도로 급한가 보네?”
“급하다니 뭐가요?”
“상아탑의 위기를 인선으로 극복하려는 네 처지는 이해해. 하지만 앞뒤 맥락 다 자르고 대뜸 영입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학업과 수행평가에 집중하고 있는 시몬에게 부담만 줄 뿐이야.”
로레인은 평소 차분하던 모습이 잠시 가시고, 여제 같은 카리스마 있는 얼굴이 드러났다.
“모든 건 내년의 시몬이 결정할 문제야.”
“아, 그건 그렇죠.”
두 소녀의 살벌한 눈빛이 시몬에게 쏠렸다. 중간에 낀 시몬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전원 기상! 전원 기상!”
마침 밖에서 조교의 외침이 들렸다.
“몬스터의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전원 출전 준비하세요!”
* * *
실내에서 쉬고 있던 학생들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커다란 보름달이 뜬 밤. 쌀쌀한 밤바람에 로브 자락을 여미며 학생들은 전투를 준비했다.
-학생 지휘관인 헥토르다.
학생들이 하나씩 지급받은 통신수정구에서 헥토르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전원, 미리 정해둔 방어 지점으로 이동해라. 아무리 자유 전투라지만, 최소한 본인의 담당구역은 지켜라. 담당구역이 뚫린 새끼는 내가 쳐죽인다.
통신을 듣고 있던 시몬이 쓰게 웃었다.
어쩐지 헥토르다웠다.
-특히 가디언을 봤다고 자기 구역을 이탈하는 새끼는, 내가 직접 그 자리까지 가서 죽인다.
“어우, X벌. 몬스터보다 지휘자가 아군 다 죽이겠네~”
한 남학생이 킥킥거리며 말했다.
“야. 웃냐?”
헥토르의 파벌인 여학생이 째려보자, 남학생은 휘파람을 불며 모른 척 걸어갔다. 시몬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헥토르는 철저하게 자기 전략 위주로 지휘하고 싶겠지만…… 통제가 쉽지는 않겠지.’
학생들은 요새를 지키는 것 이전에, 최고의 듀라한 재료인 ‘가디언’을 손에 넣으러 왔다. 가디언은 이곳 프리고드 자치구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 몬스터다.
가디언을 죽이고 그 시체를 프리고드 밖으로 가져오는 것 자체가 심각한 협정 위반이기에, 암시장이면 모를까 연합의 네크로맨서 상점을 다 뒤져도 가디언 듀라한을 파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돈을 아무리 줘도 못 사는 언데드.
그걸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그레리온이 마련해 주었다. 소환학과 학생들은 사실 전투는 뒷전이고, 눈에 불을 켜고 가디언을 찾으려 할 것이다.
“영리하네요~ 시몬.”
세르네가 나란히 걸으며 말했다.
“번거로운 지휘관 직책 따윈 줘버리고, 가디언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는 거죠?”
“그런 이유로 넘긴 건 아냐.”
시몬이 말했다.
“이런 상황에선 나보단 헥토르가 지휘관으로서 더 적격이라고 생각해.”
“세르네 아인다르크!!”
성벽 위로 올라오니, 오우거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마침 헥토르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다가오고 있었다.
“11조인 네가 왜 여기 있나! 담당구역으로 이동해라.”
“어머나.”
세르네가 무섭게 웃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예요?”
“지휘권은 내가 쥐고 있다.”
헥토르가 쿵! 쿵! 걸어와 세르네의 앞에 섰다.
다른 학과생들도 지켜보고 있는 상황. 여기서 그녀를 꺾어야 지휘관으로서의 면이 선다.
“담당구역으로 돌아가라, 세르네 아인다르크.”
그가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예쁘게 눈웃음을 흘리고 있던 세르네의 동공이 싸늘하게 변했다.
“싫은데.”
“세르네.”
시몬이 한숨을 쉬며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시작부터 왜 또 트러블을 일으키고 있어? 빨리 자리로 돌아가.”
이어서 시몬이 작은 목소리로 ‘한 번만 봐줘’ 하고 말하자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내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흐으응, 뭐 시몬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세르네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떠났다.
“…….”
헥토르가 인상을 와락 구기더니 시몬을 보았다.
“너 이 새끼. 아까부터 뭐 하는 짓이냐.”
“뭘?”
“이게 뭐 하는 수작이냐고 물었다.”
명령을 거부하는 세르네를 대할 때보다 더 화가 난 표정이었다. 같은 조원인 피에르 버클러는 슬그머니 헥토르의 뒤로 들어와 뜯어말릴 준비를 했다.
“너.”
시몬은 태연하게 말했다.
“지휘해 보고 싶어 했잖아.”
“…….”
시몬은 그 말만 남기고 등을 돌려 10조 조원들에게 돌아갔다.
싸움이 일어나면 말리려고 준비하던 로레인이 빙긋 웃었고, 토토는 분위기에 쫄아 있었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에슈는 홍조 띤 얼굴로 헥토르의 구겨진 표정을 보고 있었다. 시몬이 돌아오자마자 그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
“회장! 회장! 너 헥토르랑 쫌 친해 보인다?”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헥토르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할 것 같은데.”
“에이, 딱 봐도 사이좋은 것 같은데! 나 좀 소개해 줄 수 있어?”
이번 일로 토토와의 사이가 좋아지긴 했지만, 단지 그것뿐.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건 여전히 헥토르인 모양이었다.
“아니,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
그렇게 말하던 시몬이 움찔했다.
저 뒤에 토토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인 모습이 보였다.
“같은 A반이면 친한 거지 뭘! 아 참, 데스나이트 소년도 1학년 때 같은 A반이라고 했지?”
에슈가 그렇게 말하며 토토에게 다가가자, 시몬이 아찔한 표정을 지었다.
“으, 응. A반이었어.”
“진짜? 대박! 대박! 그럼 혹시 헥토르한테 내…….”
“에슈!”
“에슈!”
시몬과 로레인이 동시에 외쳤다.
에슈가 물음표를 띄우며 그들을 돌아보았고, 시몬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로레인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때와 장소를 가려줘.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아.”
이곳은 성벽이었고, 눈앞에 몬스터 군대가 진군하고 있었다.
“아, 미안해요. 로레인 님. 전 그냥 분위기를 띄우려고…….”
시몬이 속으로 안도했다.
나이스 타이밍.
로레인이 고개를 돌려 따끔하게 말했다.
“토토, 너도 정신 차려.”
“으, 응!”
시몬은 눈동자만 굴려서, 시무룩하게 서 있는 에슈를 보았다.
‘얘도 참 여러 의미에서 대단하다니까.’
그녀와 대화하다 보면 지금이 무슨 상황이든 간에 다 잊고 빨려 들어간다. 사실 그녀는 눈앞에서 마나폭탄이 터져도 농담부터 훅훅 던질 스타일이긴 했다.
치직!
-여기는 아론이다.
통신수정구에서 아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든 학생들이 행동을 멈추고 통신에 집중했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다. 샤헤드 측에서 예측했던 것 이상으로 몬스터의 수가 많다.
학생들이 성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하얗게 뜬 달밤 아래로 새까만 병력이 전진해 오고 있었다.
척! 척! 척!
몬스터 군대의 공격이라고 해봐야 막 괴성을 지르며 돌진하는 것들만 봐왔는데, 흉내잡이들의 전진은 인간의 군대를 연상케 할 만큼 질서정연했다. 손에는 횃불을 들고 있었고, 인간처럼 깃발을 휘두르거나 뿔피리를 부는 자들도 있었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성벽에 올라온 학생들도, 이제야 표정이 굳었다.
“……사, 사소한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너무 많잖아!”
-물론 그레리온 교수님의 말씀대로, 키젠의 이름으로 이곳에 온 이상 후퇴는 있을 수 없다.
다시 통신구에서 아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키젠 본부는 학생들만으로는 이번 전투가 쉽지 않다고 판단. 추가 지시를 내렸다. 나와 그레리온 교수님도 이 전투에 적극 개입할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학생들의 커다란 외침에, 성벽에서 화살을 준비하던 가할족들이 깜짝 놀라며 무슨 일인가 싶어서 돌아보았다.
“교수님들이랑 같이 싸우다니!”
“너무 좋아!”
학생들에게 ‘키젠 교수’라는 존재는 신화나 다름없었다.
허연 달밤 위로, 아론을 상징하는 거대한 언데드 전함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흐흠.”
그리고 성벽 아래의 건물 위, 그레리온이 서 있었다.
“본부 놈들. 후배들이나 양성하면서 말년 편하게 지내라더니, 꼭 이렇게 부려 먹는단 말이야.”
그의 앞에는 여섯 개의 서류 가방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생긴 건 ‘가방’이었지만 하나같이 불끈불끈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가방의 겉면이 뛰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네가 날뛰고 싶은 게냐.”
가방 겉면에, 괴상한 곤충 날개가 붙어있는 가방이 자신을 어필하듯 폴짝폴짝 뛰었다. 그레리온도 히죽 웃으며 그것을 골라 들어 올렸다.
찰칵!
봉인을 해제하고 가방을 펼치자, 그 안에 치솟아 오른 생물체의 장기들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잠시 흐뭇하게 그것을 바라보던 그레리온은 망설임 없이 펼친 가방을 그대로 자신의 몸에 틀어박았다.
꾸드드득!
까드득!
가방이 그레리온의 몸에 들러붙었다. 가방의 무수한 신경들이 그레리온의 피부를 뚫고 체내에 진입했다.
“끄으윽!”
그의 동공에 흰자가 드러나며 침을 줄줄 흘렸다. 전신의 혈관이 검게 물들더니, 가슴에 생명체의 눈동자들이 박혔다.
가방에서 흘러나온 살점은 그레리온의 등 뒤로 집중되어 서로 다른 종류의 여섯 개의 날개가 솟아오르고, 그레리온의 팔 위로 새로운 키메라의 팔이 장착되었다.
마치 대형 키메라를 등에 업은 듯한 형상.
“크하하하하하!”
터어어엉!
그레리온이 바닥을 딛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키젠의 네크로맨서들은 모두 들어라!]여섯 개의 날개를 펼치며 내지른 그의 외침에, 학생들은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대륙에서, 우리의 출전은 언제나 승리의 약속이어야만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철저하게 이겨라!]그의 괴물 팔이 펼쳐지더니, 중앙으로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압축된 반원 모양의 기술이 형성되었다.
달밤 아래에, 새로운 달이 떠올랐다.
[흐합!]그레리온이 그대로 반원을 던졌다. 그것은 요새를 넘어 바닥에 틀어박히더니 앞으로 전진하며 반경 몬스터를 깔끔하게 청소해 버렸다.
우와아아아아아!
일격에 500기. 그 이상의 몬스터가 깨끗하게 증발했다.
바닥에 틀어박힌 달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전장의 흥분을 느끼며 그레리온이 외쳤다.
[전투를 시작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