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0화
“오.”
상점 주인이 팔짱을 끼며 미소를 지었다.
“신입생 아니에요? 벌써 스켈레톤 아처를?”
“네. 도전해 보려고요.”
스켈레톤에는 여러 포지션이 존재한다.
스켈레톤 아처.
스켈레톤 메이지.
스켈레톤 라이더 등등.
그리고 ‘스켈레톤 아처’는 간단히 말해 활을 주무기로 다루는 스켈레톤이다.
처음에 시몬은 아일랜드 랫맨 스켈레톤에 활을 쥐여주고 활쏘기를 시켜보았는데,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시위를 당기긴커녕 화살을 제대로 거는 것도 못했다.
그래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교과서를 뒤적거려보니, 스켈레톤 아처에 적합한 스켈레톤 종류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
“초심자가 스켈레톤 아처에 입문할 거면, 역시 사피로스가 가장 무난하죠. 이쪽으로 오세요.”
시몬과 상점 주인은 널찍한 중앙 홀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시몬의 눈이 정신 사납게 휙휙 움직였다. 도저히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나중에 시간 나면 여기 와서 구경이나 하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피로스의 뼈는 이쪽입니다.”
상점주인이 한쪽 무릎을 꿇고 선반 아래 칸에 담긴 박스를 꺼냈다.
후! 하고 먼지를 불어내자 검정 바탕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로고 글씨가 보였다. 무척 고급스러운 외형이었다.
“내부도 한번 보여드릴까요?”
“네!!”
시몬이 거의 소리 지르듯 대답했다. 상점주인은 귀여운 후배를 보는 눈으로 웃으며 상자를 개방했다.
“와……!”
상자 안은 고풍스러운 붉은 천이 깔려 있었고, 중앙에는 뿔 두 개가 삐쭉 튀어나온 사피로스의 두개골이, 그리고 그 주위의 상자 칸마다 척추뼈, 팔뼈, 다리뼈 등이 종류대로 담겨 있었다.
“스켈레톤은 바닐라 브랜드가 가장 품질이 좋죠.”
상점주인이 팔뼈를 꺼내 손가락으로 튕기며 말했다.
“퉁. 하는 소리가 들리죠? 제대로 냉조 처리가 됐다는 뜻입니다. 스켈레톤 아처로 쓸 아이들은 팔의 관절 부위가 중요하거든요. 아! 물론 두개골에 그려진 마법진도 이렇게.”
상점주인이 두개골을 조심스럽게 들어서 안을 보여주었다.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 칠흑 마법진이 보였다.
“프로 네크로맨서들이 한땀 한땀 정성껏 새겨넣은 마법진입니다. 불량률이 현저히 낮고, 혹시나 불량이 있어도 브랜드 차원에서 AS 처리가 되죠. 가게로 가져오면 새것으로 바꿔드립니다.”
시몬의 입장에선 황홀할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입꼬리의 미소는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어, 엄청 비싸겠네요?”
“한 박스에 30골드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바닐라 브랜드인 만큼, 그 가치는 하죠.”
30골드!
시몬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소환학이 돈 많이 든다는 건 알았지만 역시 장난 아니다.
물론 군단장인 시몬은 관계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사용기간이 짧은 스켈레톤의 특성상 한 기에 30골드는 소름 끼치게 비싸긴 했다.
“조금 더…… 저렴한 건 없나요?”
“물론 있습니다! 보여드리죠.”
상점주인이 몸을 일으키며 박스들을 쭉 살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박스 몇 개를 슥슥 꺼내 시몬의 앞에 내려놓았다.
“오른쪽에서부터 27골드, 24골드. 22골드입니다.”
아직 언데드에 대해 잘 모르는 시몬이 봐도, 뼈의 퀄리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조잡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무명 네크로맨서가 만든 20골드짜리도 있죠.”
그가 대충 끈으로 묶은 박스를 열자, 퀴퀴한 냄새가 나며 뼈들이 엉망으로 난잡하게 섞여 있는 박스가 보였다. 뼈들을 뒤적거리던 그가 두개골을 꺼내 마법진을 보였다.
“그래도 마법진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만, 불량품일지 아닐지는 복불복이겠네요.”
저건 걸러야겠다. 시몬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박스를 바라보았다.
[뭘 고민하느냐 소년!]‘까, 깜짝이야.’
[당연히 제일 비싼 바닐라 브랜드를 골라야지! 네가 다른 네크로맨서처럼 스켈레톤이 망가지면 못 쓰는 것도 아니고! 다 군단의 전력이 되지 않느냐!]‘그건 그렇지만…….’
시몬은 심사숙고하며 상자들을 바라보았다. 피어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기왕 사는 거면 역시 품질 좋은 걸 고르는 게 맞지 않을까?
“……바닐라로 세 세트 주세요.”
“오우, 통이 크시네요! 알겠습니다.”
상점주인이 휘파람을 불며 은빛으로 바닐라라고 적혀 있는 박스 두 개를 추가로 꺼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시몬이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말했다.
“근데 왜 언데드 제품 브랜드명이 바닐라예요?”
상점 주인이 뼈 하나를 꺼내 킁킁 냄새를 맡았다.
“뼈에서 바닐라 향이 나거든요.”
“…….”
“농담입니다. 브랜드 창업자의 성이 바닐라입니다. 자, 카운터로 가시죠.”
“아! 잠깐만요 선배님.”
시몬이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한 가지 더 사고 싶은 게 있는데…….”
시몬의 이야기를 들은 상점주인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오우, 그건 진짜 장난 아니게 비쌀 텐데…… 안내해 드릴까요?”
[이런 미친! 이봐, 정신 차려! 임무로 번 돈 죄다 거기에 꼬라박을 생각이냐?]시몬은 등판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탁드립니다.”
* * *
“다음에 또 이용해 주세요~!”
상점 주인이 허리 숙여 인사했고, 시몬은 홀가분한 미소와 함께 네크로맨서 상점을 나섰다. 서비스로 스켈레톤 아처들이 쓰는 활도 세 개나 받아왔다.
[쯧쯧. 그렇게 좋으냐?]피어가 툴툴거렸다.
[결국 그 비싼 걸 질러 버렸군.]“아하하…… 상의 없이 돈을 막 써버려서 미안해요 피어.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늘 구매한 물건들은 아공간에 넣었지만, 괜히 다시 열어보고 만져보고 싶었다.
“이번 결투평가를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음, 그게 군단장의 판단이라면 나도 더 할 말은 없다. 기왕 샀으니 후회 없이 쓰도록 해라!]“네!”
더 늦기 전에 키젠으로 돌아가야 했다. 후드를 꾹 눌러쓰고 걸음을 옮겼다.
네크로맨서 상점에서 너무 오래 지체했는지, 밤은 깊어 있었고 길가에도 인적이 뚝 끊겨 있었다.
시몬이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고 있는 그때.
‘아……!’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본 시몬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렸다. 즉시 등을 돌려 건물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음? 뭐냐! 무슨 일이냐!]“아는 얼굴이에요.”
시몬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로브를 걸쳤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얼굴과 하얀 복장은, 키젠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인물이었다.
“바힐 교수님? 로체스트엔 왜…….”
[문제 있느냐? 일 끝나고 한잔 걸치러 왔나 보지.]“으음.”
하긴, 퇴근한 교수의 사생활까지 시몬이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다.
시몬은 바힐이 반대쪽 거리로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가, 골목에서 빠져나와 키젠 쪽 방향으로 달렸다.
* * *
“하아아, 도착이다.”
다행히 별일 없이 기숙사에 도착했다. 중간에 키젠 주위를 정찰하던 파수꾼에게 들킬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별 탈 없이 넘어갔다.
안락한 보금자리인 409호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언제나 다를 것 없는 광경이 보였다.
딕은 잡지를 보며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었고, 카쟌은 언제나처럼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린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어, 돌아왔네! 시몬.”
딕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오늘 파수꾼이 정찰하는 날인데, 별일 없었어?”
시몬이 어깨를 으쓱했다.
“마주칠 뻔했는데 무사히 도망했지.”
“흐흐! 넌 간도 크다 진짜. 반에선 성실한 이미지면서 툭 하면 일탈에, 로체스트 탈주에. 요즘은 나보다 더 자주 나가는 거 아니냐?”
시몬은 대충 웃음으로 무마하며 교복을 벗어서 옷장에 걸어두었다. 가벼운 반팔 차림으로 갈아입고는 방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또 어디가?”
“스켈레톤 만들러.”
“이 밤에 갑자기……? 뭐 만들 건데?”
“스켈레톤 아처.”
그 말에 딕이 침대에서 스프링처럼 벌떡 튀어 올랐다.
“와! 와! 벌써 스켈레톤 아처를 쓰려고? 이번 결투평가에서?!”
“응. 될지 안 될진 아직 모르겠어.”
“그거 아직 우리가 조립하기엔 까다로울 텐데! 어디 브랜드인데?”
“바닐라.”
딕이 눈을 빛내며 시몬의 어깨를 텁 붙잡았다.
“아, 뭐 해? 빨리 앞장 안 서고!”
“……하하.”
두 사람은 409호를 빠져나와 탕비실로 향했다. 기숙사 자습실은 사람이 많고 정숙해야 하는 분위기라 이쪽으로 왔다.
“여기가 딱이네.”
널찍한 공간에 두 학생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말고는 다른 사람도 없었다. 시몬과 딕이 자리에 앉았다.
“빨리! 빨리 꺼내봐.”
시몬이 아공간을 열고 박스를 꺼냈다. 검은 상자에 빛나는 은색 글씨로 바닐라라고 적혀 있었다.
딕이 ‘캬하’ 하는 소리를 냈다.
“내가 열어봐도 돼?”
“얼마든지.”
딕이 상자를 열자 고급스러운 붉은 천 위에 새하얀 뼈들이 보였다.
“때깔 곱다 고와.”
옆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학생들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슬쩍 다가왔다.
“이거 뭐야?”
“사피로스 스켈레톤 아처 세트. 바닐라 브랜드래.”
“와……!”
“이게 바닐라야?”
다들 신상 제품을 보는 듯한 눈으로 상자를 살피고 있었다.
시몬은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네크로맨서 학교라 그런지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근데 조립도는 어딨지?”
“잠깐만.”
시몬은 박스를 뒤적거리다가 아래에 동봉된 종이를 발견했다. 그것을 펼쳐놓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오케이, 시작한다.”
“고고!”
시몬은 우선 두개골에 그려진 소환 마법진에 칠흑을 불어넣었다.
무색의 마법진이 검게 물들고, 룬어들이 서로 맞물리고 돌아가며 마법진이라는 생태계를 구축해 냈다.
“다 된 건가?”
시몬이 두개골을 들었다 놨다 하며 중얼거렸다.
마법진은 작동하고 있었지만 두개골에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마법진을 살펴보니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룬어들이 있었다.
“이것 봐 시몬!”
조립도를 살피고 있던 딕이 말했다.
“여기 마법진에 네 귀퉁이 보이지? 여기에 칠흑을 서클링(Circling) 처리해서 꽂아 넣어야 한대!”
“서클링이 뭐야?”
“칠흑역학에서 마법진을 제작할 때 쓰는 기법일걸. 이거 우린 아직 배우지도 못했는데.”
역시 신입생이 만들기엔 벅찬 스켈레톤인 만큼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시몬은 아공간에서 칠흑역학 교과서를 꺼냈다.
“서클링…… 서클링…….”
목차를 훑어 내려가다가 중간 즈음에 서클링 항목을 발견했다. 시몬은 해당 페이지를 펼쳤다.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들은 내용인가 싶었는데, 예전에 바힐에게 코어 운용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와 내용이 비슷했다.
칠흑의 순환.
관조.
검은 태양.
시몬이 지금 쓰고 있는 코어 운용과 거의 흡사했다. 바힐이 알려줬던 팁도 아마 이 서클링을 기반으로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시몬은 천천히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눈을 감았다.
‘변환이 아니라 순환. 순환하는 이미지.’
샤아아아-
시몬의 손바닥에서 서서히 칠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칠흑은 기억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기억 속 바힐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마치 사람의 손발과 같죠. 수백 수천 번씩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칠흑이 습득된 흐름을 재현하려고 합니다. 신기하죠?
시몬은 이를 악물었다.
중심만 잡고, 관조한다. 알아서 칠흑이 이 흐름을 기억하고 길들도록 유지한다.
촤아아아아-
칠흑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시몬의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됐다.’
이제는 살짝 다른 곳을 신경 썼다가 돌아봐도, 칠흑은 스스로 알아서 회전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서클링이었다.
시몬은 소용돌이 같은 칠흑을 작은 크기로 압축한 다음, 그대로 마법진의 네 귀퉁이 중 한 방향에 꽂아 넣었다.
우우우우웅!
귀퉁이에 불이 들어왔다. 전력을 공급한 기계장치처럼 그 주위에 멈춰있던 룬어들에 생동감이 생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너는 무슨…….”
딕이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이걸 그냥 교과서 한번 슥 보고 따라 한다고? 너 진짜 천재냐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