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0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07화
시몬은 천천히 눈을 떴다.
풍경이 바뀌어 있었지만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그럭저럭 익숙한 실내.
몇 번 와본 적이 있는 이곳은 교내 병동이었다.
‘……언제 여기 실려왔지?’
분명, 마누스로 만든 카오스 듀라한의 힘으로 1위를 거머쥐고, 조원들과 얼싸안고 기뻐한 건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시몬이 일어났다!”
“시몬!”
병실에 있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달려온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시몬의 손을 맞잡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몸은 좀 어때?”
“아, 로레인.”
현기증에 머리가 몽롱했지만, 그래도 견딜 만했다. 시몬은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난 괜찮아. 시험은 어떻게 됐어?”
“당연히!”
같이 있던 에슈가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네가 1등이야 시몬! 덩달아 우리 10조랑 4조도 최고점수! 정말 대단해!”
“……하하.”
시몬이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멋져! 미쳤어! 미친 거 아니니? 넌 영웅이야 시몬! 여기서 확 침대째로 헹가래라도 올릴까?”
“에슈.”
로레인이 지그시 응시하자, 에슈는 두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린 채 물러섰다.
“다행이야, 시몬.”
토토는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퀭한 얼굴이었다. 시몬이 쓰게 웃었다.
“얼굴이 핼쑥하네. 걱정시켜서 미안해, 토토.”
“아, 아냐! 네가 무사했다면 됐…….”
“아무리 그래도 1만 마리는 너무 무모했어.”
로레인이 짐짓 화가 난 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붙잡은 손은 놓치지 않고 있었다.
“어쩌려고 그런 생각을 했니?”
그 목소리에 진심 어린 우려의 감정이 느껴져서, 시몬은 살짝 가슴이 울렁이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모든 게 너무 빠르고 격정적으로 지나가서. 하지만-”
시몬이 웃었다.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어.”
로레인이 못 말린다는 듯 웃었다.
“바로 그 점이 무모하단 거야.”
그녀의 그 미소가 잠시 눈이 부시다고 생각했다. 그때 제일 뒤에서 주춤거리고 있던 4조 조장이 다가왔다.
“정말 미안하다, 회장.”
그가 고개를 숙였다.
“내가 제대로 점수를 뽑았으면, 뒤 차례인 네게 부담을 주지 않았을 텐데.”
“내가 말했지.”
시몬이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고. 그냥 그렇게 했을 뿐이야.”
4조 조장은 멋쩍게 웃으며 뒷목을 긁적였다. 그때 팔짱을 끼고 있던 에슈가 장난스럽게 히죽 웃었다.
“회장, 그 발언 쫌 재수 없는 거 알아?”
아하하하!
비로소 병실에 웃음소리가 나오며 경직된 분위기가 풀렸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열렸다. 하얀 가운을 휘날리며 키젠 측 병동의사가 걸어왔다.
“눈을 떴군요. 다행입니다. 환자분의 상태를 봐야 하니 학생들은 이만 교실로 돌아가세요.”
“넵!”
조원들과 4조 조장이 물러났다. 로레인은 두 손을 곱게 모으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시몬을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물론이죠.”
병문안 왔던 학생들이 모두 물러나고, 문이 닫혔다.
병실에 둘만 남게 되자, 의사는 시몬의 옆에 걸터앉으며 불쑥 말했다.
“그럼 이제 웃통 까세요.”
“네?”
뜬금없는 지시를 들은 시몬이 눈을 끔뻑거렸다.
“진찰을 해야 하니까요.”
“아, 네.”
시몬은 긴가민가한 얼굴로 환자복의 단추를 풀었다.
“몸 상태는?”
“몸에 힘이 없고 정신이 몽롱한 것만 빼면 괜찮아요.”
병동의사는 진찰기구도 없이 맨손으로 시몬의 몸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뭔가 슬슬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려고 하는데, 시몬의 복부를 만지는 손길에서 묘한 사적인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에르제.”
시몬이 불쑥 말하자, 병동의사가 멈칫하며 손을 멈췄다.
그 반응을 본 시몬은 거의 확신하며 말했다.
“나 화낸다. 여기서 뭘 하는 거야?”
병동의사가 물끄러미 시몬을 응시하더니, 이내 눈부신 빛이 번쩍였다.
그런데 거미줄을 벗는 게 아니라, 백조가 털갈이하듯 하얀 깃털을 흩뿌리고 있었다.
“이게 그런 기분이려나요?”
빛이 천천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세르네가 토라진 듯 입술을 삐쭉인 채 앉아 있었다.
“내 남자가 잠꼬대로 전 여친 이름으로 불러서 싸해질 때?”
“세, 세르네?!”
당황한 시몬의 얼굴이 벌게졌다. 세르네는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에르제는 누구? 어떤 여자예요?”
그녀의 백금발 머리카락이 시몬의 얼굴로 흘러내렸다. 향긋한 향수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아 참, 생각났다. 시몬이 가진 에이션트 언데드의 애칭이었죠? 그 언데드가 시몬에게 이런 짓도 하는 거예요?”
세르네가 진찰기를 흉내 내듯 제 손바닥으로 시몬의 몸을 슥슥 더듬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게졌다.
“하, 하지 마!”
“후훗.”
세르네가 혓바닥을 달싹였다.
“어제 피에 절어서 1만 마리를 무차별로 베어 넘기던 그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가, 지금은 꼼짝도 못 하고 이런 표정을 보여주다니. 그 차이를 생각하면 간질간질한 기분이…….”
“세르네!”
“농담이에요.”
세르네가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아무튼 키젠 총장의 딸에게 시몬을 부탁한다는 말도 들었으니, 진찰을 계속해 볼까요?”
시몬은 아까 의사에게 인사하던 로레인을 떠올리며 입을 벌렸다.
“차기 총장의 명령이니까.”
그녀가 폭포수 같은 상앗빛 머리카락 안으로 손을 넣어 털더니, 깃털을 하나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붕대로 감싸진 시몬의 몸 위에 올리고 조금씩 움직였다.
깃털의 부드러우면서도 간질거리는 감각.
기분이 아찔한 동시에 어쩐지 이상했다.
“왜 이러는 건데!”
시몬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진찰이라니까요? 나중에 시몬이 다 나아서 건강해지면-”
녹은 사탕처럼 끈적이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을 이었다.
“똑같이 나한테 복수해도 좋아요.”
“뭐, 뭔 소리를……!”
덜컹!
그때 병실 문이 세차게 열렸다. 제일 먼저 들어온 하늘색 머리카락의 메이린이 다급히 소리쳤다.
“시몬! 다쳤다며! 괜찮아?”
그런 그녀의 얼굴이 ‘핫!’ 하고 붉어졌다.
병실침대에 환자복 단추를 푼 채 누워 있는 시몬, 그리고 그 옆에 앉아서 깃털로 간질간질 간지럼을 태우고 있는 세르네의 모습.
벌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없이 얼굴만 벌게져 가던 메이린이 이내 꽤액 소리 질렀다.
“병동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아아악!”
누가 말릴 틈도 없이 메이린이 흑마법을 사용했다. 푸르스름한 광채가 번쩍이고, 순식간에 병실이 겨울 나라가 된 것처럼 얼어붙고 눈이 내렸다.
“흐흐흥.”
공격을 피해 얼른 창가에 걸터앉은 세르네가 시몬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나중에 또 올게요~ 시몬. 그리고 또 만나, 메이린!”
세르네가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메이린이 열화 같은 분노를 터뜨리며 따라갔지만, 여기는 6층이었다.
“너 진짜아아아-!”
뒤따라온 딕과 카미바레즈는 다소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그때 두 사람의 사이로 진짜 병동의사가 나타났다.
“끙, 어제 너무 무리했나. 갑자기 졸음이…… 음?”
그가 뒤늦게 눈을 떠서 병실을 보았다.
깨어난 환자.
열려 있는 창문.
그리고 겨울 나라처럼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변해 버린 병실과, 그 앞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나 범인이요’ 하고 죄지은 표정으로 눈치를 보는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보였다.
“죄, 죄송합니다…….”
* * *
시몬의 병실은 더 크고 깨끗한 곳으로 옮겨졌다. 메이린은 자기가 벌인 일을 수습한 뒤, 몇 번이고 병동 관계자들에게 사과한 뒤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행히 병동 측에서 학교나 학과에 연락하는 불상사는 면했다.
“이야, 진짜 큰일 낼 사람이네.”
간만에 건수를 잡은 딕이 실실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지 빡친다고 다짜고짜 얼음폭탄을 퍼뜨리는 사람이 어딨냐? 나중에 커서 불륜현장이라도 덮치면 아주 세상을 멸망시키겠네.”
“아, 미안하다고 했잖아!”
다소곳하게 과일을 깎고 있던 메이린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 질렀다. 그 말에 딕이 ‘힉!’ 소리를 내며 제 어깨를 감쌌다.
“메이린 빡쳤다! 제발 얼음동상으로 만드는 건 참아주세요!”
“야!!”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두 사람이 눈이 마주쳤고, 카미바레즈가 생긋 웃으며 날개를 파닥파닥 흔들었다.
“걱정 많이 했어요! 시몬.”
“미안해. 요즘 자꾸 이러네.”
“얼렁 나아서 복귀해, 시몬!”
딕이 다리를 꼬며 시시덕거렸다.
“조금 있으면 학생회에 큰 건 하나 온다.”
그 말에 멤버들의 시선이 딕에게 모였다. 시몬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큰 거?”
“어어, 아직 확실하진 않은 정보니까 여기서 말하긴 뭣하고. 네가 학생회에 복귀하면 그때 논의하자. 일단 회복이 먼저지.”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말하니 궁금해서 더 신경 쓰이는데.”
“곧 몰라도 알게 되니까 조금만 참아. 아! 그보다 나도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딕이 고개를 쭉 내밀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깃털 플레이는 어떤 기분이야?”
얼굴이 시뻘게진 메이린이 의자를 집어 던졌다. 뻑! 하고 얼굴에 의자 모서리가 틀어박힌 딕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굴러다녔다.
* * *
시몬은 휴식에 전념했다.
그나마 이제 곧 주말이어서 다행이었다. 평일 동안 계속 병실에서 쉬었으면 수업 진도 때문에 타격이 클 뻔했다.
아무튼,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와주었다.
벤야와 피츠제럴드를 필두로 한 돌연변이 동아리 선배들과 친구들.
사샤, 아서, 몰리 공주를 중심으로 한 1학년 후배들.
제이미 빅토리아, 클라우디아 멘지스, 신디 비바체 등 작년 A반 출신들.
소환학과 선배들과 동기들.
학생회 직속 하수인들과, 그동안 친하게 지냈었던 조교들.
심지어 교수들까지 병문안을 왔다.
신성방어학 교수 파라한이 아기 신수 고양이들을 데리고 찾아왔고, 그 뒤로 제인과 홍펭, 별야 등 무척이나 바쁜 사람들까지 시몬의 병실에 들렀다.
-고작 소환수 따위의 부작용으로 이런 천재가 이렇게 다치다니!
특히 저주학 교수 바힐은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열변을 토했다. 그가 선물로 가져온 저주학 교재들로 병실이 가득 찼다.
바힐은 면회 시간 넘어서도 한참을 버티다가 기어이 병동의사들이 잡아끌어서 떠났다.
그리고 담당교수인 아론은 늦은 저녁에 조금 수척해진 얼굴로 병실에 들렀다.
그는 긴말 하지 않았다.
-본 드래곤 수업을 준비하겠다.
시몬은 기쁨에 가슴이 터져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병실침대에서 뒹굴다가 떨어져 무릎이 까지고 말았다.
그렇게 주말이 끝나고 새로운 평일의 아침.
시몬도 무사히 퇴원해서 수업에 참가했다.
중간고사 및 듀라한 수행평가 직후였기에, 소환학 교수들은 다소 느슨하게 수업진도를 나가고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끝내주었다.
시몬은 그들의 배려에 감사해하며 가방을 챙기고, 오랜만에 학생회실에 출석했다.
“헤이, 왔냐!”
학생회실에는 벌써 딕과 메이린, 카미바레즈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몬도 학생회장 코트를 걸치고 자리에 앉았다.
바퀴 달린 칠판 앞으로 온 딕이 흠흠 헛기침을 하며 칠판을 두들겼다.
“그럼 지금부터 ‘그 이슈’에 대해 설명하겠다!”
시몬이 쓰게 웃었다.
“그동안 궁금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 빨리 말해줘.”
“오케이 오케이. 앞으로 3주 후.”
딕이 분필을 들고 빠르게 한 단어를 써내려갔다.
“5년에 한 번 있는 국가급 행사! 키젠과 암흑연합이 공동 주최하는 초대형 운동회가 열려!”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운, 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