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1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15화
시몬이 확성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이름을 밝히는 것만으로 커다란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좌측에 있는 1학년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학생회장 선배니임―!”
“여기에요!”
무슨 우윳빛깔 어쩌고 하는 글귀가 적혀 있는 현수막까지 들어서 휘날리고 있었다.
저쪽이 너무 열정적으로 환호해 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시몬은 슬쩍 손을 흔들어주자, 아까의 몇 배나 되는 폭탄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 광경에 구경하던 관람객들도 웃음 지었다.
“하늘이 맑습니다.”
마침내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훌륭한 교수님들, 늘 도움을 받는 동기들, 존경하는 선배님들, 뛰어난 후배님들, 그리고 이렇게 암흑연합의 주민 여러분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몬이 빙긋 미소 지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무사히 암흑제가 열릴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쁩니다.”
연설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빠르게 빠져들어 갔다.
흡입력 있는 문장,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 좋은 목소리.
누가 봐도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반듯한 학생회장의 모습이다.
뒤에서 시몬을 지키듯 서 있는 학생회 멤버들도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을 느꼈다.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는 눈을 마주하며 생긋 웃었고, 딕도 자신이 연설문에 추가해 준 문장을 시몬이 읽는 순간에 입꼬리가 승천했다.
맑은 하늘.
완벽한 축제의 시작이었지만.
“좋아 죽는구만, 좋아 죽어.”
이런 광경이 영 불편한 사람도 있었다.
3학년 전체 12위, 윌 더글라스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입학식에 이어서 암흑제까지 저것들이 해 먹네. 관람객들은 죄다 2학년이 왜 학생회장이냐는 반응이고. 아, 뭔 말이라도 해봐! 레오나드.”
3학년 소환학과 학생들 중, 가장 앞에 서 있던 레오나드가 희미하게 웃었다.
“좋은 날에 그렇게 인상 쓰지 마, 월. 이번 축제에서 시몬 폴렌티아는 같은 편이잖아.”
“같은 편인 건 상관없어! 중요한 건 2학년이 저 자리에 서 있다는 거지! 사람들이 우리 기수를 어떻게 보겠냐고!”
“에이젤이 돌아오면 분위기가 바뀌겠지.”
“아으, 진짜! 그놈의 에이젤! 에이젤!”
벅벅 거칠게 머리를 긁어대던 윌이 조금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 자식, 죽었다는 소문이 있어.”
“…….”
원래 학생회장이 됐었어야 할 남자.
에이젤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키젠 본부에서는 에이젤의 임무 내용은 물론 생사여부에 관한 것까지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었기에,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만 무성했다.
에이젤이 임무 도중 죽었다느니, 실종됐다느니, 신성연방 측에 사로잡혀서 키젠과 몸값 협상을 벌이고 있다느니,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냥 그 자식이 판타서스를 따라 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고!”
에이젤은 재능 있는 학생이다.
명실상부 현 키젠 최강이고,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키젠 역대의 학생회장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인 판타서스를 의식하면서 불행에 빠졌다.
전대가 판타서스였기에 비교가 되는 건 필연이었다. 에이젤은 자신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1년 전 판타서스가 도전했던 것과 같은 난이도의 장기 임무를 하겠다고 나섰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의문 어린 시선들을 스스로 정면 돌파하고 싶었던 것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 거지.]레오나드와 윌의 고개가 돌아갔다.
다크서클이 아니라, 판다처럼 눈 주위가 새까만 남자가 망토자락을 휘날리며 서 있었다.
사령학과 대표이자 전체 6위, 소타 프쉬케였다.
“소타.”
레오나드가 그를 돌아보았다.
“외부인도 많은 행사 도중에 무슨 짓이야? 너희 학과로 돌아가.”
소타가 뒤를 가리켰다.
[이미 돌아가 있는데.]사령학과 줄에 소타가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 앞에서 말하는 이 녀석은 흐릿했는데, 마치 소타의 몸에서 삐쳐나온 영혼과도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역시 대단하군.’
지켜보던 윌이 식은땀을 흘렸다.
혼령화 최고기록이 한 시간이라던데. 3학년 학과대표급은 역시 격이 달랐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소타가 눈꼬리를 붙잡아 쭉 늘어뜨렸다.
[에이젤은 죽었어.]“…….”
[그러니 이제 우리도 행동해야 해. 교수들도, 1학년들도, 이제는 외부인들까지 시몬 폴렌티아에 만족하고 있어. 저 2학년 놈이 2학기도 학생회장을 해 먹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그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죽은 에이젤을 믿고 있다간 아무것도 안 돼.]“대표들끼리 이야기하는 중에 미안한데, 저길 봐.”
윌이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켰다.
그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
철제 마스크를 쓴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맹독학과 대표이자 3학년 차석, 발락은 라이벌인 에이젤을 강하게 의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오나드와 소타는 한 걸음씩 더 가까이 다가왔다.
“계획은?”
레오나드가 은밀한 목소리로 물었다.
[암흑제를 개판 쳐야지.]소타가 답했다.
[암흑제를 관리하는 건 학생회야. 암흑제 내에서 학생들 간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터져 나온다면, 시몬 폴렌티아의 리더쉽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야.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지.]“글쎄.”
레오나드가 빙긋 웃었다.
“암흑제를 개판 치든, 사고를 내든 상관 안 할게. 대신 이번 학과 우승은 우리 소환학과야. 그건 양보 못 해.”
[너는 그래서 문제야, 레오나드.]소타가 한숨을 쉬었다.
[네 사람들을 너무 아끼지. 하지만 지금은 더 큰 그림을 그릴 때야.]“…….”
[올해가 끝나면 우리도 키젠에서 나가야 한다는 걸 명심해.]그의 혼령화가 서서히 풀리며 몸이 점점 더 흐릿해졌다.
[생각이 바뀌면 찾아와.]* * *
암흑제 보일스톤 경기장.
“와아아아아!”
이곳은 무려 3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경기장이었다.
자리를 꽉 채운 관중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그들 모두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회자 콘라드 하야본입니다! 보일스톤 경기장에서 오후 2학년 경기를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이 경기장에 ‘지면’은 없었다.
허공에 얽히고설켜 있는 사슬들이 유일한 발디딤대였는데, 그 위로 학생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사슬의 아래는 시뻘건 용암이 바글바글 끓고 있었다. 떨어지면 두말할 것 없이 탈락이다.
-케에에에!
심지어 몬스터도 있었다. 용암에 몸을 담그고 있는 초대형 몬스터, 샐러맨더 스네이크.
그것은 꼬리를 휘둘러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고 학생들은 쉴 틈 없이 달리며 몬스터의 공격과 튀어 오르는 용암을 피하고 있었다.
-이번 종목은 풍선 탈취! 경기장 곳곳에 떠 있는 풍선을 회수해 정상에 있는 바구니에 가장 많이 집어넣은 학과가 승리합니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어느 학과가 될 것인가!
사방에서 응원의 열기가 대단했다.
“힘내라아! 저주학과!”
“글렉 크로우! 실력을 보여줘!”
“거기! 거기 잡아야지! 그렇지!”
일단 눈에 띄게 활약하는 쪽은 전장에 적응이 빠른 마투학과 학생들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사슬 위에서 중심을 잡는 것조차 힘들어하는데, 육체능력이 탁월한 그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다녔다.
“훗차아!”
마침 한 마투학과 학생이 사슬에서 힘껏 뛰어올라 공중에 떠오른 풍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걸로 풍선 세 개째……!”
화르르르르르륵!
그러나 시뻘건 불꽃이 풍선을 집으려는 학생의 몸을 집어삼켰다. 학생의 배리어 게이지가 순식간에 0%가 되어버리며 경기장 밖으로 강제 텔레포트 되었다.
-또 나타났습니다!
크워어어어어어!
새까만 용이 사슬 위에 앉아 포효했다.
광범위 저주인 ‘드래곤 피어’가 작렬하며, 학생들의 동작이 움찔하며 멈췄다. 그사이 뱀 몬스터의 꼬리가 나타나 그들을 날려 버렸다.
-소환학과는 이번 경기에 무려 ‘학과대표’를 내보냈습니다! 2학년 3위 헥토르 무어! 역시 강력합니다!
시룡이 입에서 불꽃을 뿜을 때마다 학생들이 낙엽처럼 사슬에서 떨어져 갔다. 그사이 회수를 맡은 아세라즈가 스켈레톤의 팔들을 움직여 풍선들을 낚아채고 있었다.
-거기에 전체 5위의 아세라즈 미켈까지! 소환학과는 Top10을 한 경기에 무려 두 명이나 냈습니다! 이 경기는 무조건 접수하겠다는 뜻! 제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봅니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죠!
하지만 한 세력이 독주하는 걸 가만히 내버려 둘 키젠 학생들이 아니었다. 다른 학과생들도 견제를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무어 가문 놈부터 막아!”
반대쪽 사슬을 타고 미끄러져 온 저주학과 학생들이 헥토르에게 연신 저주를 날려댔다.
헥토르가 비늘 사이로 튀어나오는 알레르기 반응에 괴로워했지만, 갑자기 저주학과 학생들의 등 뒤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저 소환수는!
스릉!
스릉!
검격이 이어지며, 저주학과 학생들의 배리어 게이지가 순식간에 0이 되었다. 술사가 전장에서 이탈하며 헥토르에게 걸린 저주도 풀렸다.
철커덩!
사슬이 검을 휘두른 거체를 중심으로 무겁게 기울어졌다.
거대한 무게를 자랑하는 이 존재는 한 손에는 대검,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자신의 목을 들고 있었다.
-듀라한! 듀라한입니다!
사회자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사슬위를 뛰어다니고 있는 여섯 기의 듀라한들이 다른 학과 학생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경기 초반에 소환학과 학생들은 다소 몸을 사린다고 했더니, 듀라한을 준비하고 있었군요! 저게 다 몇 마리죠? 대단합니다! 소환학과 학생들은 전부 듀라한을 소환할 수 있는 걸까요?
듀라한 특강을 거친 소환학과 학생들의 약진.
거기에 Top10 두 명의 대활약.
1위 소환학과 : 35점.
2위 마투학과 : 20점.
3위 저주학과 : 18점.
첫 경기 풍선 쟁탈, 2등인 마투학과의 점수 차이는 두 배 차이로 벌어지고 있었다.
“이 경기는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겠네.”
관중석에 앉아서 지켜보던 시몬이 웃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응. 다들 잘해.”
옆에 로레인도 손뼉을 치며 동기들을 응원했다.
경기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었다. 하지만 시몬은 관중석에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빨리 자신도 경기에 나가서 활약하고 싶었다.
“힘내라아아! 소환학과!”
소환학과의 응원을 주도하는 건, 역시 에너지가 넘치는 에슈였다. 그녀는 응원도구를 흔들며 모두의 환호를 끌어냈다.
“과대 잘한다!”
“아세라즈! 계속 침착하게!”
소환학과 학생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그럴까. 반대쪽 좌석에 앉은 혈류학과 학생들도 맞불을 놓았다.
“우우우!”
“거지들 왔냐! 공원에 산딸기 작작 뜯어 먹어라!”
“니들 우리 학과에 전과해도 안 받아준다!”
하하하하!
혈류학과 학생들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을 들은 에슈의 이마에 빠직 하고 혈관이 뭉쳤다.
“으아아아악! 감히! 헌혈은 꿈도 꾸지 마라! 이 피쟁이들아!”
“철분제는 먹고 왔냐! 심부전! 부정맥! 탈모!”
“니 장래희망 혈천교!”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고 있다.
울컥한 학생들이 벌떡벌떡 일어났다.
“탈모랑 혈천교는 너무 심하잖아 이 미친놈들아!”
“지들이 먼저 전과 운운했으면서 무슨!”
너무 분위기가 끓어오르자, 결국 조교들과 하수인들이 학생들을 자제시켰다.
이런 것도 암흑제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시몬.”
2학년 일정을 짜는 데 관여하고 있는 피츠제럴드가 다가왔다.
“곧 네 경기다.”
“아, 그래? 시간 진짜 빠르네.”
시몬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했다.
“부담을 주고 싶진 않지만.”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다음 경기에 우리 학과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산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지?”
피츠제럴드의 말에, 시몬이 씩 웃으며 답했다.
“100%. 이기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