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1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19화
경기장 관중석.
그곳에는 티끌 하나 없는 깨끗한 하얀 정장을 입은 남자, 바힐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근처에는 저주학과 3학년들도 함께였다.
“저희 전략대로입니다! 교수님! 메리다와 학생회장이 붙었습니다!”
“그것도 무아몽중 상태로요!”
“그렇군요.”
바힐이 턱을 짚으며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고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주학과 3학년들은 뒤에서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했고, 바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번 패배가 당신을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겁니다. 시몬 폴렌티아.’
* * *
덜컹! 덜컹! 덜컹!
궤도 위로 기차가 달리고 있다. 시몬은 그 기차에 올라타 있고, 하늘에는 메리다가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시몬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시작됐다!’
메리다가 사용하는 무아몽중은, 오빠인 판타서스의 무아몽중과 그 효과가 사뭇 달랐다.
잠에 깊이 빠져들어 무방비 상태가 되는 대신, 어마어마한 칠흑 운용력과 저주 연산속도를 바탕으로 수백 종류의 저주를 무한정 펼쳐서 쏟아내는 강력한 저주포대로 변한다.
어느새 하늘은 세기말 세계처럼 흑빛으로 물들었고, 각양각색의 저주들이 곡선처럼 휘어져 시몬이 타고 있는 기차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크윽!’
시몬이 몸을 날렸다. 곧장 저주들이 무차별적으로 기차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
얼마나 빼곡하게 떨어지는지, 마치 폭우가 내리는 정글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1스택만 쌓여도 치명적이야!’
시몬은 정신없이 저주를 피해 다니면서 팔을 뒤로 뻗었다.
‘그나마!’
미리 열차에 붙여둔 뼈 몇 개가 공중으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본 스피어’의 형태로 조립되어 쏘아졌다.
하지만 메리다의 고도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높았다. 본 스피어는 얼마 날아가지도 못하고 저주에 부딪혀 격추당했다.
퍼버버버버버버벙!
각양각색의 저주가 기차와 레일에 부딪힌다. 신들린 듯한 움직임으로 저주를 피해 나가던 시몬은 뒤늦게 발이 느려지는 걸 깨닫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
저주가 닿자 기차가 흑색으로 물드는 구간이 있었다. 거기에 발을 올리기만 해도 시야가 뒤틀리고 속이 매스꺼워지는 저주효과를 받았다.
‘공간 장악계 저주!’
공간과 장소에 거는 저주는 전공자들이라도 2학년 후반대나 3학년 때나 배우는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시몬은 중간고사 때, 바힐이 부정행위를 잡으려고 교실 자체에 걸어버린 그 저주를 떠올렸다.
‘피할 곳이 없어!’
기차 전체가 저주로 물들고 있었다.
도망치는 시몬의 움직임은 점점 느려지는 반면, 이불에 올라타 있는 메리다는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폭격을 퍼부어댔다.
‘윽!’
알지도 못하는 사이 이미 몇 대의 저주에 맞았다. 온몸에 열이 차올라 이마가 불덩이 같았고, 호흡도 가빠진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 모든 걸 덮는 커다란 졸음이 시몬의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효과의 모든 저주들은 결국 ‘피로’의 형태로 시몬을 괴롭혔고, 슬립에 걸리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역시 메리다.’
이게 바로 저주학과 대표의 실력이었다.
메리다가 학생회장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자 관중들의 환호성도 점점 더 커져갔다. 특히 저주학과 우승에 건 사람들이 많은 만큼 메리다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잘한다! 이대로 쓰러트려!”
“저 아이, 판타서스 휴 이켈의 여동생이라던데?”
“아, 그래? 어쩐지!”
사회자도 흥분하며 소리쳤다.
-아!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저 정도의 맹공이면 일단 기차를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왜 포기하지 않는 걸까요?
메리다가 한번 ‘무아몽중’ 상태에 들어가면, 상대가 그 누구라도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결투평가가 아니다. 네크로맨서들 간의 싸움에 있어, 상대가 가장 강한 타이밍에 싸워주는 건 미련한 짓.
게다가 시몬은 기차에 있는 것만으로도 저주가 걸린다. 기차 하나 정도야 빠르게 저주학과에 양보하고 다른 기차를 찾아다니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겠지만, 시몬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캬하하하! 저 녀석은 하나도 안 변했네!”
이번 경기의 해설로 참여한 맹독학 교수, 별야가 팔로 뒷머리를 받친 채 낄낄 웃었다.
옆자리의 사회자가 얼른 그녀의 말을 받았다.
“왜 도망치지 않는 걸까요?”
“당연한 거 아냐?”
그녀가 이를 드러냈다.
“교수님의 혜안에 감복했습니다!”
“어떻게 학생회장이 기차에서 떠나지 않을 거란 걸 예상하셨습니까?”
3학년 학생들이 손바닥을 비비며 바힐에게 그렇게 묻고 있었다.
그리고.
바힐과 별야는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지기 싫을 테니까요.”
“지기 싫으니까.”
별야는 삐쭉삐쭉한 상어이빨을 드러낸 채 히죽 웃었다.
“잘 봐, 반격하려는 거잖아. 저거.”
파아아아앗!
온갖 저주에 당해 만신창이가 된 시몬이, 비로소 오른손에 준비한 마법진을 펼쳤다.
평면인 2차원의 마법진에서, 3차원의 줄기들이 튀어나와 얽히고설키며 새로운 도형과 수식들을 그려 나갔다.
마치 3차원으로 마법진의 탑을 만들어낸 시몬이, 비처럼 쏟아지는 저주를 몸으로 받으며 자신의 저주를 고공에 있는 메리다를 향해 겨눈다.
고래의 울음소리가,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암청색의 물줄기가 요동치며 뻗어 나갔고, 메리다의 저주포격을 출력으로 뚫어내며 그녀를 이불째로 명중시켰다.
“와아!”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던 시몬의 시원한 반격에, 관중들도 흥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털썩.
저주를 쏜 시몬이 휘청거리며 기차 몸체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한쪽 눈은 잘 보이지 않는 듯 질끈 감고 있었지만 입꼬리만큼은 올라가 있었다.
‘완전히 자라난 성체 데이모스마저도 재우는 원거리 슬립이야. 하지만.’
보통 학생들이라면 그대로 곯아떨어졌겠지만, 메리다에게 ‘잔다’는 건 다른 의미다.
그것도 지금 현재 자고 있는, 무아몽중 상태라면 말이다.
두둥실!
그녀의 몸이 이불에서 벗어나 공중으로 더더욱 높게 떠올랐다. 누워 있는 그녀의 전신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으-”
그녀의 이빨 사이로 고통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아아아아아아!”
퍼어어엉!
퍼어어어어엉!
그녀의 전신에서 수백, 아니, 수천의 저주들이 공중으로 마구 치솟았다. 그것들은 시몬의 기차를 넘어서 경기장 전역을 동시다발적으로 폭격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멈춰! 메리다! 우리까지 공격하잖아!”
같은 편인 저주학과 학생들까지 예외 없이 저주에 휘말리고 있었다. 영역 내에 움직이는 모든 것이 그녀의 타깃이었다.
[메리다 휴 이켈 : 17Kill / 0Point]메리다의 완전 폭주.
아무도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경기장의 마나 스크린에 보이는 그녀의 ‘킬 수’만 올라가고 있었다.
경기장 전역의 학생들은 기차고 뭐고 저주를 피하느라 정신없이 달렸고, 그사이 자유로워진 시몬은 잽싸게 기차를 탈취했다.
“뭐, 뭐 이런 막장 경기가 다 있어?”
관중들은 모두 얼이 빠졌다.
-역시 노림수가 있었습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
사회자가 벌떡 일어났다.
-메리다 학생을 폭주시켜 무아몽중의 포격범위를 경기장 전역으로 돌려 버렸습니다! 그 덕분에 같은 팀이 저주학과 학생들은 물론 거의 전 학생들이 당했군요! 대단합니다!
메리다는 거의 천 개가 넘는 저주를 한바탕 쏟아부은 뒤에야 바닥에 떨어졌다.
“……아.”
누워 있던 그녀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졸린 눈이 똥그래졌고, 피부는 반들반들했으며 머리카락은 윤기가 넘쳤다. 너무 잘 잤더니 온몸에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아니야.”
그녀는 뭔가 잘못됐다는 듯 제 얼굴을 덥석 붙잡았다.
“안 졸려. 말똥해! 평소랑 달라. 이건 내가 아니야. 이건…….”
“안녕, 메리다.”
시몬이 빙긋 웃으며 다가왔다. 메리다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잘 잤어?”
“시몬……!”
그녀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날 개운하게 만들다니! 용서 못 해!”
그녀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저주를 준비했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조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저주 하나 준비하는 데 수식 실수가 몇 번이고 튀어나왔고, 결국 역산식 미스로 펑! 하고 저주가 중간에 터지고 말았다.
“…….”
실패한 제 저주를 뒤집어쓴 그녀의 몸이 석화되어 굳어지고 있었다.
시몬은 여유롭게 웃으며 손끝을 세워 들었다.
“나중에라도, 도전은 언제나 환영이야.”
뒤에서 날아온 본 스피어가 그녀의 배리어 게이지를 0으로 만들었다.
[시몬 폴렌티아 : 1Kill / 3Point]* * *
이번 열차 쟁탈전에서는, 배리어 게이지가 ‘0’이 되어 탈락하면 10분 뒤에 다시 전장에 돌아올 수 있는 룰이었다.
하지만 개운해져 버린 메리다는 돌아온 뒤에도 영 제힘을 못 쓰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위협적이고 강력했던 대상이 무력화되었고.
결국.
-경기 끝났습니다!
1위 소환학과 : 7Point.
2위 사령학과 : 5Point.
3위 칠흑역학과 : 4Point.
-이번 2학년 기차 쟁탈전 종목의 승리 학과는! 소환학과입니다!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같이 기차 쟁탈전에 참여했던 토토와 에슈, 그리고 학생들이 큰 소리로 환호하며 시몬에게 달려왔다.
시몬도 기쁨을 숨기지 않고 그들과 얼싸안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
져버렸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저주학과 3학년들은 공포에 떨며 바힐의 눈치를 보았다.
바힐은 표정을 가리듯 눌러쓴 모자챙을 만지작거리고만 있었다.
‘망했다. 이젠 다 끝이야.’
‘미치겠네, 진짜.’
그때.
바힐이 몸을 일으켰다.
3학년들이 움찔! 거리며 뒤따라 몸을 일으켰다.
“죄, 죄송합니다! 교수님!”
“부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다음에는 꼭……!”
“…….”
바힐의 눈동자가 그들에게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저주에 맞을 걸 각오한 그들이 눈을 질끈 감는 그때.
“아쉽지만, 안 풀리는 경기가 있을 수도 있지요.”
“???”
3학년들이 눈을 떴다. 바힐이 등을 돌렸다.
“돌아가지요.”
그가 구둣발 소리를 내며 걸음을 옮겼다. 3학년들이 시선을 맞추었다.
‘바, 바힐 교수님이.’
‘웃으셨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학생들은 생각했다.
* * *
열차 쟁탈전 경기가 끝난 뒤에도, 소환학과 학생들은 승리의 여운에 취해 있었다.
“대박! 대박! 저주학과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어!”
에슈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이번 기차 쟁탈전은 저주학과가 가장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종목이었다.
상대의 배리어 게이지를 0으로 만들어 아웃시켜도, 딱 10분 동안만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아웃의 리스크가 적은 경기였다.
하지만 저주학과는 그냥 상대에게 저주를 걸어서 무력화시키면 10분이 아니라 경기 내내 봉쇄해 버릴 수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몇몇 학생들을 저주에 걸어 방치하거나 나무에 매달아놓기도 했다. 다른 학과생들은 붙잡힌 동료를 구해서 저주를 푸느라 기차 쟁탈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메리다의 무차별 폭주로 상황이 완전히 뒤집어졌고, 무아몽중 뒤에도 그녀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1위가 유력했던 저주학과는 하위권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아! 여기.”
토토가 수첩을 뒤적거리며 다음 일정을 살펴보고 있었다.
“5분 후에 시작이네. 다음 우리 학과 경기를 보려면 서두르는 게 좋겠어!”
“다음은 무슨 경긴데?”
시몬이 물음에, 토토가 방긋 웃었다.
“기억나? 네가 피츠한테 제안했던 그 ‘두 사람이 한 팀’인 바로 그 경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시몬은 저만치 앞서나가 있었다.
“빨리 와! 얘들아!”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절대 놓칠 수 없었다.
* * *
세루트 경기장.
일곱 학과의 학생들이 다리를 묶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출전자 전원이 쭈뼛쭈뼛 한쪽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
“…….”
경기장 한복판에서 거대한 살의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서로의 성격처럼, 서로 대비되는 검은 머리의 소녀와, 백금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한쪽 다리를 묶은 채 서 있었다.
-그럼! 경기를 준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