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2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22화
시몬과 카쟌은 한적한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인적이 없고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좁고 어두운 골목길.
카쟌은 벽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시몬도 생각이 복잡했다.
‘여기서 카쟌이 나타나다니.’
성녀 사태, 그리고 혈천교 사태까지.
지금까지 학교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카쟌이 관여해 수사하고 있었다. 그만큼 네프티스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었고, 그만큼 이번에도 위험천만한 일일 가능성이 컸다.
“사건이라니, 무슨 일 있어요?”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시몬이 먼저 물었다.
“……아직 실질적인 증거는 없다만.”
카쟌이 스르륵 눈을 떴다.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는 오늘따라 더더욱 날이 선 느낌이었다.
“정보길드들을 움직여 여러모로 알아본 결과, 나는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다.”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도울게요.”
“고맙다.”
카쟌의 그 대답에, 시몬은 살짝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은 자신이 돕겠다고 말해도, 너는 일반 학생이라느니 학교생활을 즐기라느니 철저하게 선을 긋던 카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카쟌이 먼저 시몬에게 도움을 청해왔다.
나도 이제는 한 사람의 전력으로 인정받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간질간질했다.
“사건에 관해서다만.”
드디어 카쟌이 입을 열었다.
“신성연방의 광신도 하나가, 암흑제에 흘러 들어왔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시몬은 순간 전신의 털이 쭈뼛 솟는 것을 느꼈다.
“광신도요?”
“그래. 그것도 1급 위험인물이다.”
전쟁이 끝난 뒤, 평화의 시대를 사는 암흑연합의 주민들에게 있어 가장 공포의 대상은 신성연방에서 넘어온 광신도들이었다.
그들은 종잡을 수 없는 테러리스트였다.
평소에는 선량한 주민처럼 위장하고 있다가, 광장에 폭발을 일으키고, 마을에 불을 지르고, 온갖 묻지 마 살인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하고 엽기적인 행각들을 저질렀다. 그들이 지나는 곳에는 끔찍한 비극만이 남았다.
이유 없는 살인이 가장 무섭다던가.
오로지 ‘여신의 뜻’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무수한 파괴행각을 저지르는 광신도들의 행동을, 주민들은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테러가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암흑연합에는 광신도에 대한 공포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광신도가.
‘……이 섬 어딘가에 있다고?’
시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암흑제를 잠깐 돌아다녀 봤지만, 어딜 가도 사람이 많았다. 특히 경기장에서 폭발물이나 신성력을 이용한 파괴마법이 터져난다면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리라.
“과거에도 이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카쟌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며 말을 이었다.
“암흑제 기간 동안은 온갖 사람들이 흘러들어오니까. 하지만 모두 키젠의 수사망에 걸려 미수에 그치거나, 경미한 피해에 그쳤다.”
“다행이네요.”
“하지만 올해는 정말로 위험해.”
카쟌이 뿌득 이를 갈았다
“1급 위험인물이고, 자신을 숨기는 데 극도로 능한 자다. 그가 일으킬 수 있는 사태의 파란도 짐작할 수 없을 정도지.”
“1급 위험인물이면, 얼마나 위험한 건데요?”
카쟌이 시몬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성녀.”
“……!”
“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신성연방의 일곱 성녀와 같은 등급이다. 이 정도면 설명은 됐겠지.”
예전에 겪은 ‘성녀 사태’를 떠올린 시몬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자가 암흑연합의 심장부인 로크섬 한복판에서, 그것도 암흑제 도중에 테러를 일으킨다면…….”
“그래.”
카쟌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이다.”
전쟁.
그 말의 무게에 시몬은 목구멍이 울렁이는 것을 느꼈다.
“그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요!”
시몬이 얼른 골목 밖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당장 암흑제를 중단시켜야 해요! 신성연방의 광신도가 들어왔다면 축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말하지 않았나.”
카쟌이 고개를 저었다.
“그 광신도가 로크섬에 들어왔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아직은 정황과 의혹뿐이야.”
시몬이 걸음을 멈춰 세웠다.
“키젠 본부에서는 어지간한 이슈가 아니라면 암흑제를 강행할 거다. 이미 성녀사태로 1년을 미룬 암흑제를, 또 신성연방 이슈 때문에 중단하게 된다면 키젠의 명성은 땅에 떨어지게 되겠지.”
“……그렇겠네요.”
“의혹만으로는 모자라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해.”
시몬의 손에 힘이 꾸욱 들어갔다.
“최선은 우리가 광신도를 잡는 거고, 차선은 광신도의 정체를 밝히고 증거를 찾아내서 암흑제를 중단시키는 거네요.”
“그래.”
카쟌이 골목 뒤편을 가리켰다.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를 더 공유하겠다. 이동하면서 이야기하지.”
시몬도 학교의 학생회장인 이상, 이번 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아니, 이런 사태를 막으라고 학생회장이 있는 거였다.
시몬은 고개를 끄덕이며 결의를 다졌다.
* * *
덜컹 덜컹!
시몬과 카쟌은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마차 안에는 방음 마법진을 비롯한 각종 보안 관련 마법진들이 새겨져 있었고, 마부 또한 일반인이 아닌 카쟌과 같은 네크로맨서 요원이었다.
절컥!
카쟌은 무릎에 올려둔 새까만 서류 가방의 봉인을 해제하고, 그 안에서 검은 서류봉투를 꺼냈다.
저 봉투는 본 적이 있었다.
‘상아탑 파견에 가기 전에, 본부 직원이 내게 줬던 1급 기밀문서.’
상아탑주 베르무드가 키젠을 노리고 있다.
그것과 거의 동급의 이슈라는 의미였다.
“읽어라, 시몬.”
카쟌이 봉투를 내밀었다. 시몬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었다.
“당연하지만 외부 발설은 금지다.”
“알겠습니다.”
“학생회 멤버들은 물론 교수들과 까마귀, 키젠 본부 측도 마찬가지다.”
“그, 그렇게까지요?”
카쟌이 피곤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암흑연합 체계의 단점이지. 누가 정보를 흘리는 스파이일지 모르니까.”
시몬은 다소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교수님들까지 접근 못 하는 정보를 저한테는 왜…….”
“네프티스 님의 지시다.”
카쟌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네프티스 님께서 넌 믿을 수 있는 아군이라고 판단하셨다.”
“아……!”
살짝 감동한 시몬은 얼른 서류의 봉인을 풀었다.
자신을 믿어주는 네프티스와 카쟌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나왔다.’
시몬이 문서를 팔랑이며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
그녀의 사진이 있었다.
흑백 사진이었는데, 사진만 봐도 심장이 저릿할 만큼 공포스러웠다.
퀭한 눈으로 상대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는 무표정의 여인.
‘……이 사람이 신성연방의 광신도.’
팔락.
시몬이 문서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에버 키레. 출생지 관련 정보 없음.
-7세에 첫 신성 적합도 검사, 결과는 부적합.
-10세까지 세 차례의 신성 적합도 검사 모두 부적합.
-16세. 늦은 나이에 신성을 발현.
-16세. 단 한 번에 19고행 및 신성관 통과. 입안자의 의견, 가히 초월적인 정신력과 믿음.
-17세. 에프넬 입학.
시몬의 입이 벌어졌다.
‘에프넬 출신이구나!’
팔락―
다음 장으로 넘기니 레테가 자주 입고 다녀서 익숙한, 바로 그 순백의 에프넬 교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첫 장에서 본 그 무시무시한 여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17세 또래인 평범한 소녀.
에프넬에 입학한 직후인 듯, 합격을 축하한다는 화환을 사이에 두고 친구들과 함께 V자를 그리며 웃고 있었다.
팔락―
대체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시몬은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17세. 입학 검사 결과 이능이 발견됨. 에프넬 내 이능반에 합류.
-17세.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는 종류의 이능이라고 에프넬의 교수들이 보고.
‘이능 사용자라.’
시몬이 체크표시를 하듯 손끝을 움직이고는 시선을 내렸다.
-17세. 중간고사 성적은 중상위권. 성령학과 신성역학에 강점을 보임.
-17세. 학교 생활과 수업에 다소 적응을 못 하는 것으로 보임. 늘 여신을 봤다. 천사를 봤다며 이상한 소리를 반복해서 중얼거림. 친구들은 소름 끼친다고 증언.
-17세. 이상할 만큼 교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임. 수업에서 흥분하며 교수의 가르침이 틀렸다고 반박. 여신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다며 눈물을 쏟으며 항의.
-17세. 수확제 때 이능반 학생들에게 음식을 대접. 내가 그동안 너무 민감했다며 학생들에게 사과. 학생들도 사과를 받아들이며 식사.
덜컹!
“도착했습니다!”
막 몰입해서 읽고 있는데 마부가 마차를 세우며 소리쳤다.
카쟌이 빠르게 문을 열고 뛰어나가며 말했다.
“내용은 나중에 다시 확인해라. 현장에 왔다.”
“아, 네.”
시몬은 검은 서류를 가방에 넣고, 아공간에 잘 보관한 다음, 카쟌과 빠른 걸음으로 뛰쳐나왔다.
“여기다.”
바닷가 근처의 노점이었다.
주위의 노점은 텅 비어 있었고, 한 사람만이 노점에 남아 있었다. 노점 주인은 부산스럽게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실례하겠다.”
카쟌이 대뜸 툭 내뱉으며 다가갔다.
“응, 어서 와.”
노점 주인이 말했다. 카쟌의 신호를 받은 시몬이 메뉴판을 보며 말했다.
“녹차 두 잔 주시겠어요?”
“오이구, 그래, 그래.”
노점 주인이 자세를 낮추며 음료를 만들러 갔다.
시몬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냥 평범한 노점인데?
“어이쿠, 어서 와. 언제 왔어?”
그때 그가 고개를 들었다.
“아까 왔잖아요?”
“그래. 그래. 뭘 줄까?”
“녹차 두 잔…….”
“그래.”
그가 자세를 낮추더니 몸을 번쩍 들었다.
“아이구, 어서 와.”
“?”
어서 와. 어서 와. 어서 와. 어서 와.
그는 계속 같은 인사를 반복하며 버벅거렸다. 마치 몸에 오류가 발생한 것처럼 계속 그렇게 ‘어서 와’를 반복하고 있었다.
살짝 소름이 끼친 시몬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건…….”
“그래.”
카쟌의 표정도 차가워졌다.
“광신도가 이곳을 지나간 것 같다.”
아니, 뭐에 당하면 사람이 이렇게 변한단 말인가?
시몬이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 광신도에게 이능이 있다고 했죠?”
“그래.”
“보고서를 읽는 도중에 뛰쳐나와서 제대로 확인 못 했는데, 무슨 이능인데요?”
카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명하려면 길다. 암흑연합은 물론, 신성연방까지 여전히 그녀가 가진 힘을 규정하지 못했다.”
“……네?”
시몬은 얼른 다시 아공간에서 서류를 꺼내 뒷부분을 읽어보았다.
-17세. 수확제 때 이능반 학생들에게 음식을 대접. 내가 그동안 너무 민감했다며 학생들에게 사과. 학생들도 사과를 받아들이며 식사.
-17세. 다음 날, 이능반 학생들, 정신을 차리니 사육장에 키우던 토끼를 생으로 스테이크 칼로 썰어 먹고 있다는 걸 깨닫고 혼절. 에버 키레는 그것이 수확절 전통이라고 주장.
-17세.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한 동급생 중 세 명이 자퇴.
‘…….’
뭔가.
대단히 위험한 일에 휘말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