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2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27화
시몬과 카쟌, 그리고 네프티스를 따르는 최측근 네크로맨서들은 다시 그레리온 교수의 동굴로 돌아왔다.
시몬은 다소 퀭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수확의 성녀. 턱과 아랫니를 남겨둔 채 깨끗하게 절단되었고, 남은 윗니부터 머리는 보존 마법진 위에 올라가 있었다.
‘이스라필 이모가 보낸 분이 이렇게…….’
무릎에 올려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우리가 남았어야 했어.’
물론 수확의 성녀 본인이 시몬과 카쟌을 보낸 거지만, 시몬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추격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성녀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았어야 했다.
“안심하게.”
그때 네프티스의 측근인 까마귀 요원, 알레이스터가 다가왔다.
“검사 결과 그녀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사람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고 생명 활동도 진행 중이다. 사망한 게 아니라 일종의 식물인간처럼 변한 정도에서 그쳤다.
“에버 키레의 짓이겠군요.”
동굴 벽에 기대어 있던 카쟌이 말했다.
“그녀의 이능이라면 이런 현상도 가능합니다. 결국, 우리가 이번에 붙잡은 프리스트도 에버 키레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대체.”
시몬이 카쟌과 알레이스터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에버 키레가 가졌다는 그 이능이 뭐죠?”
“그녀가 가진 힘은 아직 규정된 바가 없네.”
알레이스터가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쟌이 했던 것과 비슷한 대답이었다.
“인류의 역사상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이능일세. 이능이라고 부르는 것도 우리가 편의주의적으로 그렇게 부르고 있을 뿐, 제4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네.”
“표현하자면.”
카쟌이 눈 밑의 흉터를 슥슥 긁었다.
“자신의 소원을 이루는 이능이다.”
물질을 바꾸고,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한다. 돌덩이를 황금으로 만들고, 종이를 병장기로 만든다. 에버 키레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진다.
그야말로 ‘신’에 가까운 힘.
카쟌의 설명을 들은 시몬이 얼떨떨한 소리를 흘렸다.
“그런…… 게 가능해요?”
카쟌이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수확의 성녀가 당한 것만 봐도 그렇잖나?”
“……아.”
“어쩌면 이 세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이능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용에 제한이 있단 점이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런 거짓말 같은 이능에 제한이 없다면, 진작 암흑연합은 에버 키레의 손에 멸망했으리라.
“하지만 카쟌.”
이번엔 알레이스터가 말했다.
“그 제한도, 그녀가 성장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바뀌고 있질 않나.”
“예.”
카쟌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발견 초기에는 본인이 손을 댄 대상만 바꿀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손이 닿지 않은 곳도 바꿀 수 있습니다. 초기엔 물질의 강도를 바꾸는 정도의 능력이었지만, 지금은 섬유를 강철로 바꿀 수도 있죠.”
시몬은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로 한마디로 딱 정의할 수 없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카쟌이 다시 시몬을 보았다.
“그녀의 이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단 하나. 발견 초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유일한 규칙이 있지.”
“그게 뭔가요?”
카쟌의 부리부리한 눈이 일그러졌다.
“이능의 효과에 지속시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녀가 소원을 빌어서 ‘조작’된 모든 물체와 생명체는, 결국 일정 시간 뒤에는 원래대로 돌아온다.”
시몬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성녀님도……!”
“그래, 이능 사용자인 에버 키레가 쓰러지거나, 그냥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시몬은 에버 키레의 보고서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17세. 수확제 때 이능반 학생들에게 음식을 대접. 내가 그동안 너무 민감했다며 학생들에게 사과. 학생들도 사과를 받아들이며 식사.
-17세. 다음 날, 이능반 학생들, 정신을 차리니 사육장에 키우던 토끼를 생으로 스테이크 칼로 썰어 먹고 있다는 걸 깨닫고 혼절. 에버 키레는 그것이 수확절 전통이라고 주장.
사육장에 키우던 토끼를 음식으로 바꾸어 대접했으나, 시간이 지나 이능이 풀리고 토끼의 모습으로 드러났으리라.
그 아이들이 느꼈던 충격을 헤아릴 수 없었다.
“물론, 그것도 이제 옛이야기일세.”
알레이스터가 아공간에서 1급 기밀인 검은 서류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던 그 규칙도, 이제는 변화했네.”
“……!”
시몬과 카쟌은 급히 그 서류봉투에서 기밀자료를 꺼내 읽었다.
-신고자, 아일리 본트몬. 22세 여성.
-지금껏 두 부모를 여의고 독신으로 살아왔다고 여김.
-그러나 갑자기 발작 증상을 일으킴. 울면서 내 고향과 가족이 사라졌다고 주장.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임. 세 차례의 자살 시도.
-그녀는 자신이 ‘볼렌디 마을’에 살았다고 주장.
-수십 년간 이 근방에 살았던 토박이들도 볼렌디 마을을 알지 못함. 이상함을 느낀 지방 관리들이 신고자가 말했던 볼렌디 마을이 있다는 곳으로 이동.
-아무도 몰랐던 폐허가 된 마을이 존재. 마을 내의 지붕과 벽면 등에 사람의 신체가 건축자재처럼 뒤섞여 있는 것을 발견.
시몬은 괴기한 공포 소설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카쟌도 인상을 쓰며 알레이스터를 보았다.
“이 마을을 말살하고, 존재 자체를 없앤 게 에버 키레의 짓이라는 겁니까?”
“그래. 이것도 벌써 2년이 지났네.”
알레이스터가 굳은 얼굴로 수염을 매만졌다.
“사용된 이능의 흔적이나 버릇, 습관은 에버 키레의 소행일 확률이 높다고 본부에서는 판단하고 있네. 만약 이게 정말로 에버 키레의 짓이라면 경우의 수는 둘이라네. 첫째, 소원을 빌어 조작한 시간을 2년 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거나.”
시몬이 말을 받았다.
“지속시간이라는 제한을 없애고, 조작된 현실을 진짜 현실이 되게끔 할 수 있게 됐다는 건가요?”
“그래. 바로 그 점일세.”
알레이스터가 머리가 갈라진 수확의 성녀를 응시했다.
“다행히 에버 키레는 그녀의 죽음을 ‘현실’로 바꿀 여유는 없던 모양이더군. 전문가가 수확의 성녀에 남아 있는 이능의 소진량을 분석한 결과, 4일 뒤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추측했네.”
“……4일 뒤라면.”
암흑제가 끝난 뒤였다.
그리고 만약 에버 키레가 이번 암흑제에서 소원을 빌어 현실을 조작하고, 그 조작된 결과를 진짜 현실로 바꾼다면.
‘파국 정도로는 안 끝나.’
시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알레이스터 님!”
그때 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이쪽으로 뛰어 들어왔다.
“붙잡은 프리스트의 심문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고했네.”
새로운 1급 기밀 서류가 배달되었다. 알레이스터는 이번 임무에 공을 세운 카쟌과 시몬에게도 함께 보자고 제안했다.
검은 서류의 보안을 풀자, 마법진이 그려진 빈 종이 하나뿐이었다. 알레이스터가 그 마법진을 건드리니 마나 스크린이 펼쳐졌다.
-나는 아니야! 내가 한 짓이 아니야!
수갑을 찬 그녀가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내가 왜 로크섬에 있는 거야? 나는 누구지? 나는……!
스크린에서는 그녀가 발작을 일으키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알레이스터는 그 뒤편의 서류를 읽다가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엔디엘. 최전선 국경에서 활약하던 우수한 프리스트였다고 하더군. 어떤 전투를 기점으로 부대에 복귀하지 않아 전사처리 됐지만.”
그가 서류를 내렸다.
“그녀는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었네. 자신이 무슨 짓을 한지도 모르고, 모든 행위를 부정하고 있네.”
시몬이 손가락 끝을 깨물었다.
“에버 키레에게 조종당한 거예요. 그럼 아직도 이 섬 어딘가에 진짜 에버 키레가 돌아다니고 있단 건가요?”
“앉아 있을 시간도 아깝다. 조사를 계속하지, 시몬.”
“네!”
시몬과 카쟌은 바로 동굴을 나섰다. 알레이스터가 말했다.
“자네들에게 계속 신세를 지는군. 에버 키레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공유하겠네.”
“부탁드립니다!”
* * *
그러나.
카쟌과 함께하는 공동수사는 10분을 넘지 못했다.
-여기 회장 찾았다!
-잡아!
광장을 순찰하고 있는데, 갑자기 소환학과 학생들이 달려들어 시몬을 붙잡았다.
-회장!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경기 15분 전이야!
-자, 잠깐만 얘들아!
-달려!
그렇게.
와아아아아아아아!
정신을 차리니 시몬은 배리어 슈트를 입고 경기장 한복판에 서 있었다.
오늘도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었다.
“…….”
잠시 멍하니 있던 시몬이 이마를 짚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시몬 폴렌티아.”
뒤통수가 따가웠다.
뒤를 돌아보니, 배리어 슈트 차림의 헥토르가 눈을 사납게 부라리고 있었다.
“경기에 집중해라.”
헥토르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사람처럼 코끝을 찌푸리고 있었다.
딴생각을 하고 있던 건 사실이었기에, 시몬은 순순히 인정하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하루에 한 경기 나가는 건 약속했으니까 어쩔 수 없어.’
암흑제는 빠르게 해치우고, 다시 에버 키레를 찾으러 나갈 생각밖에 없었다.
-네! 다음 차례는 아마도 가장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던 소환학과입니다!
사회자가 큰 소리로 분위기를 띄웠다.
-지금까지 참전한 경기마다 1위를 달성한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 그리고 석차 3위이자 학과대표인 헥토르 무어 학생! 다섯 명이 출전하는 팀게임이지만, 이번엔 단둘이서 출연했습니다! 과연 이번 장애물 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펄럭!
심판이 깃발을 내리며 호루라기를 불었다.
삐이이이이익!
-시작됐습니다!
파밧!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시몬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빨리 끝내야 해!’
슈슈슈슈슉!
슈슈슈슉!
사방팔방에서 독 묻은 화살들이 날아온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화살 피하기는 마투학 시간에서 몇 번이나 해서 익숙했다.
‘카쟌의 움직임을 본받아서.’
시몬은 최소한의 흐느적거리는 움직임만으로 화살을 피해냈다.
휙!
휘릭!
방어도, 공격도 하지 않았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날아오는 화살들의 진행 방향을 뇌에 박아놓고 회피는 몸에 맡긴다. 마치 화살들이 알아서 시몬을 비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와아아아아!
-역시 학생회장! 기본기가 탄탄해서 맞질 않습니다!
시몬의 시선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버저로 향했다.
장애물들을 피해 버저를 누르면 이 경기는 끝난다.
가장 빠른 기록은 마투학과의 16분 14초.
‘16분도 너무 길어!’
시몬이 빗발치는 화살비 속으로 몸을 던졌다.
‘10분! 아니 5분 만에!’
시몬의 머릿속에 얼굴이 갈라진 ‘수확의 성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빨리!’
퍽! 파악!
허벅지와 팔뚝에 화살이 부딪쳤다.
‘더 빨리!’
1학년 성녀 사태 때, 불타던 키젠 교정의 모습이 떠올랐다.
‘더 빠르……!’
“지금 뭐 하는 거냐!”
덥석!
순식간에 뒷덜미를 붙잡힌 시몬이 강제로 당겨졌다. 바닥 아래에서 화염이 쏟아지며 시몬이 있던 자리를 불태웠다.
“헥토르!”
“이 머저리가! 화살 다음은 불꽃이라고 그 안경 놈이 몇 번을 설명했나!”
헥토르가 두 손을 복잡하게 꼬더니 옆으로 퍼뜨렸다. 사방에서 수백 조각의 검은 비늘들이 두 소년을 보호하듯 회전하면서 화살을 튕겨냈다.
“네놈의 배리어 게이지를 봐라!”
“!”
벌써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하마터면 버저를 누르기도 전에 탈락할 뻔했다. 비로소 정신을 차린 시몬이 숨을 골랐다.
‘오늘 집중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집중력의 방향이 어긋났었다. 시몬은 경기가 아니라, 에버 키레에 대한 정보에 집중하고 있던 거였다.
“달려라!”
화염 함정이 끝나자마자 헥토르가 뛰었다. 시몬도 바로 뒤따랐다.
촤라라라라라락!
수백 개의 비늘들이 모여들더니, 마치 검은 커튼처럼 펄럭이며 허공을 뒤덮었다. 그때마다 화살이나 창 따위가 부딪히며 튕겨 나갔다.
-커어엉!
-크르르륵!
이번에는 몬스터들이 쏟아진다. 네 발로 달리는 개과 몬스터, 날카로운 발톱과 호전적인 성향을 가진 ‘헌터 놀’이다.
이를 상대하는 헥토르의 볼이 불룩해졌다.
화아아아악!
순식간에 화염을 지면에 깔아 벽을 만들고.
반대편에는 피어를 담은 함성을 내질러 놀들의 움직임을 공포로 봉쇄했다.
“후읍!”
그가 시작 장소 쪽으로 팔을 뻗었다. 대기하고 있던 ‘듀라한’의 몸이 일어나더니 공중으로 떠올랐다.
“일해라!”
주변에서 화살을 막고 있던 비늘들이 듀라한에 뒤덮이더니, 저번 수행평가에서 봤던 비늘 듀라한으로 변했다.
거대한 대검을 휘둘러 참격을 일으켜 연신 몬스터들을 베어냈다.
‘대단해!’
시몬도 발차기로 헌터 놀의 턱을 부수며 뒤를 돌아보았다.
‘대체 몇 개의 작업을 한 번에……!’
“이젠 진절머리가 난다!”
헥토르가 여러 소환체들을 동시에 컨트롤하며 버럭 외쳤다.
“갑자기 경기에 못 나가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네놈의 행동이!”
헥토르의 주먹이 풍압을 일으키며 몬스터들을 연달아 날려 버렸다.
“무엇보다 기껏 나와놓은 한 경기도 집중 못 해서 얼 타는 네놈의 모습이!”
그가 몸을 돌리자 등에 달라붙은 시룡의 날개가 칼날처럼 회전하며 몬스터들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나는 지금 여기서 싸우고 있다, 시몬 폴렌티아! 네놈은 어디에 있나!”
그 한마디에.
시몬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정신이 바짝 드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경기를 뛰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내가 있을 장소는 여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전부 같잖은 오만이다!”
처억!
헥토르의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 시몬의 앞으로 다가왔다.
“말해라!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얼빠져 있는지!”
그의 눈빛이 흉포하게 번뜩였다.
흔들리는 동공으로 헥토르를 응시하던 시몬이, 이내 옅게 미소 지었다.
퍼억!
헥토르가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목을 노리던 놀 한 마리가 자줏빛 창에 꿰뚫려 축 늘어진 모습이 보였다.
“집중하라며?”
카오스 스피어를 든 시몬이 웃으며 말했다. 헥토르가 날개로 몬스터들을 쳐냈고, 두 소년은 서로를 향해 등을 맞댄 채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주시했다.
시몬이 허리춤에서 한 번에 다섯 자루의 창을 손가락 사이로 잡고 꺼내 하늘로 날렸다.
자기 멋대로 움직이는 자색의 번개들이 콰릉! 콰릉! 소리를 내며 몬스터들을 없앴다.
모든 비늘과 날개를 받아들인 헥토르가 검은 용으로 변신해 몬스터들을 짓이겼다.
퍼억! 쩍! 으적! 빠직!
두 소년이 버저를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화살도, 화염도, 저주도, 그리고 몬스터까지. 모두 두 사람의 돌진에 와해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석의 열기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이제야 볼만한 얼굴로 돌아왔나!]헥토르가 발길질로 놀을 걷어차며 외쳤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 헥토르!”
시몬이 양손에 든 카오스 스피어를 붕붕 돌리며 소리쳤다.
“만에 하나 우리 학교에 위험이 닥친다면, 우리 학과생들과 동기들이 위험해진다면.”
시몬의 측면으로 몰려들던 몬스터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자줏빛 벼락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네가 나서줄 수 있을까?”
[그딴 건!]헥토르가 공중으로 치켜 올라 브레스를 쏘아냈다. 주위가 온통 불바다로 변했다.
[네놈 따위가 부탁하지 않아도 내가 할 일이다! 나는 2학년 학과대표다!]시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가 지면을 밟고 강하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목표는 버저였다.
[계속 가라!]헥토르가 공중에 연달아 칠흑 화염계 마법을 만들어, 질주하는 시몬에게 날아오는 투사체를 쳐냈다.
이번엔 헥토르가 전신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를 취하자,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비늘과 날개와 발톱들이 쏜살같이 날아가 뛰어나가는 시몬을 휘감았다.
시몬은 일체의 방어를 포기하고 속도를 높였다.
등 뒤의 날개가 날갯짓하며 시몬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무수한 투사체들이 쏟아졌지만 비늘에 부딪혀 튕겨 나간다.
오-!
흥분한 관중들이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쏟아지는 공세에 검은 비늘이 점점 더 벗겨지며 시몬의 몸이 드러났지만, 시몬은 멈추지 않았다.
‘피츠제럴드가 말했었어. 버저 앞에는 분명!’
쿠웅!
레버의 앞에 중형 몬스터, 수문장 ‘샤프로스’가 소환되었다.
놀들을 이끄는 대장격의 몬스터. 최소 5분 이상 시간을 끌게 하던 가장 강력한 장애물.
샤프로스가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장거리를 주파한 시몬이 아꼈던 칠흑을 사용했다.
시몬의 그림자에서 파도처럼 솟구친 탈을 쓴 망령이 경쾌하게 보랏빛 낫을 휘둘렀고.
쩌어어억!
문지기 따위는 가볍게 반으로 갈라졌다. 시몬은 그 틈을 타 뛰어가 버저를 누르며 바닥을 거칠게 한 바퀴 굴렸다.
-경기 종료! 경기 종료! 경기 종료오오오!
사회자가 침을 튀기며 외쳤다.
-1등은 역시!
[1위 : 소환학과 : 08분 56초.]-가히 말도 안 되는 호흡을 보여준 시몬, 헥토르 학생의 소환학과입니다!
사방에서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거지!”
소환학과 학생들이 부둥켜안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곳곳에서 시몬의 이름이 연호되고 있었다.
‘후우.’
땀을 뚝뚝 떨어뜨리던 시몬이 비로소 고개를 젖혔다.
복잡하던 머릿속이 한결 명쾌해진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