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3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31화
새하얀 에프넬 교복으로 갈아입은 레테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회색 섞인 잿빛 머리도, 이제는 눈처럼 새하얀 순백의 머리카락으로 돌아와 파도치고 있었다.
“호위, 잘 부탁해요.”
잠시 멍하니 지켜보던 시몬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맡겨줘.”
별부림을 쓰는 동안 그녀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동안 레테를 지키는 게 시몬의 역할이었다.
레테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허둥지둥하는 꼴 보니까 영 못 미더운데요.”
시몬이 흠흠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걱정 마.”
“네.”
레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크섬의 야경을 한번 눈에 담은 다음 숨을 들이마셨다.
“믿을게요.”
옅은 숨을 내쉰 그녀가 두 손을 꼬옥 모아쥐고는 눈을 감았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시몬은 생각했다. 늘 냉정하고 틱틱거리던 그녀지만, 기도할 때만큼은 완전히 분위기가 바뀐다.
싸아아-
풀밭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위대한 만물의 어머니시여.”
기도문을 하나씩 읊을 때마다 그녀의 발아래에 하얀 마법진이 펼쳐졌다. 마법진이 실시간으로 겹쳐지며 주위가 온통 백색 글자들로 가득해졌다.
이내 손을 떼어낸 그녀가 밤하늘을 향해 팔을 들어 올리며 천천히 검지를 움직였다.
‘별들이……!’
그녀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늘에 고정되어 있던 모든 별들이 긴 빛의 꼬리를 남기며 뻗어 나갔다.
별들의 행진.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시몬은 그저 와 하고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별들이 남기는 빛의 꼬리가 장엄한 장관을 일으켰다.
우우웅!
그녀가 밟고 있던 마법진들이 공명했다. 별로 하늘에 지도를 그리면, 그것은 정확히 레테의 마법진에도 재현되었다.
성녀의 힘으로 사용하는 별의 권능은 그 수식이 마치 별자리처럼 보였다.
‘대단한데.’
백마법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진 않지만, 시몬은 이 모든 별자리들에 마법적 의미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살랑 살랑.
눈을 감은 레테가 기분이 좋은 듯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손끝으로 별들을 지휘했다. 눈발 같은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둥근 어깨는 좌우로 가볍게 흔들리며 운율을 맞춘다.
극도로 아름다운 광경.
별들이 노래한다.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져요.”
레테의 입가에 즐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암흑연합의 사람들도 별을 보고 소원을 비나 봐요.”
“아, 응. 그렇지.”
“어디 사는 사람들이든, 비슷비슷하네요.”
기분 좋게 손을 흔들던 레테가 이내 두 팔을 모아 하늘로 쭉 뻗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별자리의 형태로 그려진 모든 회로들이 하나의 원으로 모이고 있다.
레테가 밟고 있는 원이다.
이내 회로들이 레테의 마법진을 중심으로 맞닿는 순간.
‘아.’
밤하늘이 열린다.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신 별빛이 이 세상에서 레테만을 비추었다. 빛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레테는 풀밭에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는 기도문을 읊었다.
우우우우웅!
마지막으로 마법진이 눈부신 빛을 쏟아냈다. 그녀를 방해할 수 없었던 시몬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마침내.
스르르르르르!
레테가 밤하늘을 가지고 만들었던 마법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별들도, 은하수도, 유성우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늘에 떠오르듯 나풀거리던 레테의 머리카락이 서서히 어깨로 내려앉고, 그녀도 모아쥔 두 손을 풀어서 무릎에 가지런히 얹었다.
마침내 그녀가 눈을 뜨며 찬란한 황금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하아 하고 입가에는 옅은 입김이 흘러나왔다.
시몬이 얼른 다가갔다.
“괜찮아?”
“예, 뭐. 전 괜찮슴다.”
태연하게 그렇게 말한 그녀는 생각이 복잡해 보였다.
“수고했어.”
시몬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까처럼 손을 내치려던 레테가, 서서히 속도를 낮췄다. 그러고는 시몬의 손바닥 위에 검지와 중지만 톡 올린 채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뭔가 알아냈어?”
시몬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물었다. 레테는 고민스러운 얼굴로 긴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관측 결과, 이 섬에서 신성을 가진 자는 나 외에 아홉 명.”
마법진의 방향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그녀가 사뿐하게 걸어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서쪽 방향에 여섯 명이 있네요. 이 사람들은…….”
“응. 파라한 교수님과 조교분들이야.”
키젠에 정식으로 소속된 ‘신성 방어학’을 가르치는 전향자들이다. 레테가 손가락을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남쪽 동굴에 한 명.”
“남쪽이면 그레리온 교수님의 동굴이네. 여기엔 수확의 성녀님이 계시고.”
“맞슴다. 그리고 북쪽 기지에 네크로맨서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 명.”
시몬은 바로 떠올렸다.
“북쪽 기지? 그러면 이번에 우리가 붙잡은 프리스트야.”
“네, 그럼 남은 한 명은-”
레테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하며 손끝을 들어 올렸다. 시몬이 침을 꼴딱 삼키며 다음을 기다리는 그때.
토옥-
레테가 검지로 시몬의 이마를 짚으며 해맑게 웃었다.
“당-신.”
시몬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손가락을 내린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고는 팔짱을 꼈다.
“아무래도 그거네요.”
“잠깐, 그러면……!”
“네, 네.”
레테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이 섬에 에버 키레는 없슴다.”
* * *
시몬은 별부림을 마친 레테를 태우고 산을 내려갔다.
다행히 몬스터나 파수꾼들과 마주치지는 않고 무사히 안전지역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시몬은 조금 더 이동해서 베이스 캠프인 그레리온의 동굴까지 레테를 데려다주었다.
-여기 내려주면 될까?
-네,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두 사람이 붙어 있는 게 알려져서 좋을 건 없었기에, 시몬은 그 길로 바로 기숙사로 돌아갔고 레테는 홀로 동굴로 걸어갔다.
-성녀님!
네크로맨서 요원들도 하늘의 별이 흔들리는 걸 봤기에, 그녀가 별부림을 썼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동굴로 들어가 네프티스 측 요원들에게 즉시 결과를 보고했다.
관측 결과는 아홉 명.
물론 레테는 관측 결과에 시몬을 빼고, 자신을 포함해서 보고했다. 신성이 감지된 대상은 파라한과 조교들, 이번에 붙잡은 프리스트. 그리고 수확의 성녀.
그 외에 신성 사용자는 없다. 즉, 에버 키레는 이 섬에 없다는 결론이다.
-정말로 에버 키레가 부상을 입고 탈출한 건가.
-불행 중 다행이군.
신성에 대해선 성녀인 그녀가 대륙 최고 권위자고, 그녀 자체를 의심하지 않는 한 발언의 힘은 강력했다. 키젠에서도 에버 키레가 없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걸로도 안심할 수 없다면, 내일 저녁에 한 번 더 해보겠슴다.
어차피 레테도 수확의 성녀가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는 로크섬에 머물러야 했다. 이능에 당해 잘려져 있는 수확의 성녀가 공간 마법에 타는 건 너무 위험했으니까.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요원들의 보고를 들었는지, 네프티스의 새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로크섬에 에버 키레가 없다는 걸 성녀가 확인했으니 넷째 날부터는 모든 배의 통행을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다시금 로크섬 인근의 해안이 높은 파도가 일렁이고, 강력한 조류가 휘몰아쳤다.
-이런 법이 어디 있소!
-다시 들어갈 수 없다고요?
잠시 볼일 때문에 섬 밖으로 나가 있던 관람객들이나, 물품들을 싣고 들어오려는 상인들은 키젠의 결정에 당황하며 항의했지만, 키젠은 보안 문제상 어쩔 수 없다며 적절히 보상하고 돌려보냈다.
로크섬 내의 모든 텔레포트 마법진도 당분간 허가가 중단됐다. 이 상태로 암흑제까지 끝나는 날까지 모든 외부의 침입을 차단한 채 철통 보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그레리온의 동굴로 들어온 시몬도 카쟌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그럭저럭 한숨 돌린 것 같군.”
카쟌이 눈 밑의 흉터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네, 로크섬을 봉쇄한 건 좋은 판단인 것 같아요.”
시몬도 이번 결정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에버 키레가 수확의 성녀의 반격에 부상을 입고 로크섬 밖으로 나갔다면, 다시 들어오는 게 쉽지 않으리라.
육지와 로크섬까지는 거리가 꽤 된다.
조류와 파도, 결계, 그리고 바다 전역의 감시체계를 뚫고 로크섬에 들어와야 한다.
지상에서 로크섬까지 들어오는 데 계속 현실조작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들어오기도 힘들뿐더러, 들어와도 힘을 다 소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몬이 끙 소리를 내며 팔짱을 꼈다.
“문제는 에버 키레가 섬 밖에 나가지 않았을 경우네요.”
“뭐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레테가 눈을 부릅떴다.
“내가 쓴 성녀의 권능을 못 믿는다 이검까? 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성녀님.”
레테는 다시 어제 보여줬던 그 까칠한 성녀 연기를 하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들 놈들은 이래서 문제라느니, 시체 냄새나니 가까이 오지 말라느니 욕을 찍찍하면서 세상 민감하게 구는 모습은 대단했다.
‘이쯤 되면 저게 본 모습 아냐?’
시몬은 속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상황이 전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암흑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소.”
저벅저벅.
마침 까마귀 요원이자 이곳의 책임자인 알레이스터가 등장했다.
네크로맨서 요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지만, 레테는 여전히 콧방귀를 뀐 채 본 척도 하지 않았다.
“학생회장의 말대로, 에버 키레가 자신의 이능으로 신성을 완전히 숨길 방법을 알아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성녀께서는 오늘내일 탐색에 함께해 주길 부탁드리겠소.”
“나 참. 선의로 도와주러 온 사람 드릅게 부려먹네.”
레테가 불량하게 걸터앉아 귀를 후비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까지 불안하다면 좋슴다. 대신 나도 조건이 있어요.”
“말씀해 보시오.”
“어제 그 귀족 여식인 척하는 건 그만둘 검다. 짜증 나고 번거로워.”
그녀가 근처에 입으라고 놓여 있던 드레스를 휙 던졌다.
“그리고 호위랍시고 사람들 데리고 우르르 다니는 것도 싫슴다. 시선만 더 끌어요. 에버 키레도 없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나 혼자 관람객인 척 돌아다니면서 찾아볼게요.”
레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 많은 경기장 같은 곳 위주로 구석구석 훑어보죠 뭐.”
“……으음, 그렇게라도 도움을 주신다면 고마운 일이오.”
전쟁을 막겠다는 선의로 도와주는 저쪽이니, 강압적으로 성녀에게 요구할 처지는 아니었다.
물론 키젠 측도 이제 ‘에버 키레’가 없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에, 비상사태였던 어제보다는 경계도 다소 느슨해졌다.
레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굴 밖으로 걸어갔다.
“아.”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생각해 보니 나 여기 지리 모르는데. 가이드 정도는 한 명 있으면 좋겠슴다.”
“그렇다면 요원을 한 명 붙여주겠소.”
“됐어요. 수염 난 아저씨랑 단둘이서 다니면 그림이 이상하니 됐고.”
주위를 쓱 둘러보던 레테가 ‘에휴’하고 못마땅하게 한숨을 쉬며 시몬 쪽을 지목했다.
“거기 학생.”
시몬이 당황한 얼굴로 자신을 가리켰다.
“저……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