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4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45화
웅성 웅성 웅성 웅성!
배신의 군단이 돌아왔다는 네프티스 발표에, 폐막식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관중들은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네프티스 님……!’
무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시몬도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크흐흐흐! 저 여자가 또 성대하게 터뜨렸군!]피어의 분신은 껄껄 웃고 있었지만, 시몬은 어쩐지 웃을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이 관중들 쪽으로 향했다.
놀라고 충격받은 사람들.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
흥미로움에 눈을 빛내는 사람들.
그리고, 분노하는 사람들.
“배신의 군단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니!”
“당장 찾아내 없애야만 하오!”
몇몇 성격 급한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까지 하고 있었다.
반면 키젠 학생들은 배신의 군단 사태를 직접 겪지 못해서인지, 흥분한 관중들의 모습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히.”
네프티스의 말에 단번에 좌중의 소란이 가라앉았다.
“관리자 피어는 이미 정체불명의 인물을 자신의 계약자로 선택했어. 7군단은 돌아왔고, 군단장은 암흑연합의 뒤편에서 암암리에 활약하고 있었지.”
그녀가 문서를 펼쳐 들었다.
“이번 암흑제 테러뿐만 아니라, 작년에 있었던 성녀 사태.”
성녀 사태라는 말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외에도 혈천교, 결사, 펜타모니엄을 습격했던 매그너스까지. 그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보루트를 이용해 암흑연합의 수많은 적들과 맞서 싸워오고 있었어.”
예상치 못한 흐름에 관중들은 적막 속에서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가 구해낸 생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고, 아무런 대가도 취하지 않았지. 따라서 나는 암흑연합의 총수로서 선언하겠어.”
서류에서 눈을 뗀 그녀가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 네프티스 아크볼드의 이름으로, 제7군단에 대한 암흑연합 적색 수배령을 해제하겠다.”
웅성 웅성 웅성 웅성!
흥분한 기자들이 메모리얼 수정구를 작동시키고, 마력 촬영기의 셔터를 눌러댔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었다.
“제7군단장. 지금 이 자리에 있겠지?”
그녀가 관중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관중들은 흠칫하며 괜히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나는 전쟁이 아닌 대화를 원해. 이 자리에 나타나도록 해.”
수만 명이 운집해 있는 이 폐막식 광장에서 지독한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무대 뒤편에 있는 시몬은 덜덜 떨며 입술을 깨물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훑으며 내려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로 날 부르는 건가?
지금이 정체를 밝힐 시점이 맞나?
네프티스 본인이 몇 년은 걸린다고 했는데,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닌가?
‘나는……!’
그때 네프티스의 살랑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망설였다면.]시몬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무대 뒤편을, 정확히는 시몬의 눈을 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그 말에 시몬은 쥐 죽은 듯이 멈춰 섰다. 앞머리를 타고 이슬처럼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바닥에 닿았다.
“역시.”
네프티스가 다시 앞을 보았다.
“나올 리가 없겠지. 알아. 아직은 우리를 믿을 수 없다는…….”
“네프티스 님!”
한 관중이 바닥을 박차고 강단 위로 뛰어 들어왔다. 하수인들이 다급히 그의 양팔을 붙잡아 끌어내리려 했지만, 네프티스가 손을 세워 막았다.
“누구?”
“드레스덴 왕국, 발롯에서 온 코리노라고 합니다!”
그가 하수인들을 떨쳐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네프티스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친애하는 코리노. 할 말은?”
“7군단의 적색 수배령을 해제하겠단 말씀을 물러주십시오!”
그가 충혈된 눈으로 제 가슴을 주먹으로 쾅쾅 때렸다.
“저는 그 끔찍한 배신의 군단의 창칼에 아내를 잃었습니다!”
“…….”
“저와 제 딸아이의 가슴에는 깊은 상처만 남았습니다. 그 저열한 배신의 군단은 이 세상에 흔적도 남김없이 지워야 합니다! 그들은 연합을 배신하고! 프리스트를 위해 수년간 함께 싸워왔던 동료들을 죽였습니다!”
그가 눈물을 쏟아냈다.
“암흑연합 초창기부터 존재했던 단 하나의 원칙이지 않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결코, 배반의 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커다란 고함과 함께 동조하는 소리가 일었다.
“나는 친구를 잃었소!”
“고향이 불탔었습니다!”
“배신의 군단에 완전한 소멸을!”
시몬은 숨이 턱 막히고 목구멍이 꿀렁이는 걸 느꼈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망설였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네프티스는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친애하는 코리노.”
네프티스가 입을 열었다.
“딸아이는 이 섬에 있어?”
“예, 저와 함께 암흑제에…….”
“아이러니한 일이네.”
그녀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7군단에 아내를 잃은 건 유감이지만, 오늘 너와 딸의 목숨은 7군단이 구했어.”
“그게, 무슨……!”
“모두 들어라. 로크섬에 들어온 그 현실을 왜곡하는 광신도는 우리가 해결한 게 아니라, 그의 군단과 조력자들이 해결했다. 7군단이 없었으면 지금쯤 로크섬은 바다에 가라앉았겠지.”
그녀가 저벅저벅 걸었다.
“친애하는 인민들아. 네크로맨서에게 언데드란 도구이니라. 도구에는 죄가 없거늘, 단지 도구를 다루는 사람을 보아야 할지어다. 칼은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여기나, 의사가 잡으면 사람을 구하는 수술도구로 쓰이고, 요리사가 잡으면 사람을 먹이는 도구로 쓰이니라.”
평소답지 않은, 세련되고 고풍스러운 말투로 말한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팔을 펼쳤다.
“신성연방은 끝없이 강해지고, 그들의 신비는 하늘에 닿을 정도이며, 그들의 신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은 갈수록 악착같아지고 있으니. 고작 광신도 하나에 로크섬 전체가 위기에 빠진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녀가 작은 주먹을 쥐었다.
“흔히 말하기를 프리스트는 ‘심판의 날’을 기대하며 사후 미래를 보고, 네크로맨서는 ‘죽은 시체’를 만지며 과거를 본다고 하지. 과거에만 얽매이면 도태된다. 신성연방뿐만 아니라 혈천교 같은 제3의 세력도 존재하지. 우리는 이전보다 더 강해져야 하고, 어느 때보다 많은 강자들이 필요해. 7군단장에게 고한다.”
그녀가 손을 내렸다. 마지막에는 다시 본래의 말투로 돌아왔다.
“빠른 시일 내에 대화할 수 있길 기원할게!”
그때 뒷자리에 앉아 있던 암흑연합의 원로들이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이런 자리에서 하다니! 무슨 속셈이오? 총수!”
“우린 아무런 보고도 못 들었소만!”
“그치만~”
뺨에 손을 올린 네프티스가 귀여운 척 눈을 깜빡거렸다.
“내가 너희들한테 일일이 보고할 짬밥은 아니잖아?”
“네, 네프티스 님!”
“흘려들을 수 없는 건 하나 더 있소!”
또 다른 키 큰 장로가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왔다.
“그 광신도 때문에 로크섬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고 했지 않소. 이는 신성연방의 침공이자, 중대한 도발이오!”
그가 꽥 소리를 질러댔다.
“저들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오! 울분의 전쟁을 펼쳐야만 하오!”
옳소!
신성쟁이들을 죽여라!
광신도들의 시체를 욕보여라!
동조하는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네프티스는 동요하지 않고 빙긋 웃었다.
“헤헤, 나랑 모래성 쌓고 놀다가 들꽃을 뽑아서 고백하던 파릇파릇한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로버트.”
노인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무, 무슨 말씀을!”
“어느새 턱살과 뱃살이 늘어지고, 주름과 욕망만 그득해졌네. 전쟁을 간단히 말하지 마.”
그녀가 빙글 등을 돌렸다.
“이제 살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암흑연합의 영광을 재현하겠답시고 젊은이들을 보내고, 자기는 뒤에서 전황이나 보고받는 전쟁놀이를 생각하는 거라면~ 내가 친히 너희들을 갑옷 입혀서 제일 최전선에 박아넣을 거야.”
노인의 주름살 가득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네프티스는 콩콩 걸음을 옮겨 다시 관중들을 보았다.
“자세한 건 추후 알릴 예정이지만, 이번 광신도의 공습은 신성연방과는 별개의 사태야. 오히려 신성연방 측의 이름을 밝히지 못할 인물이 광신도를 찾고 쓰러뜨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어.”
프리스트가 조력했다는 말에 관중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네프티스가 만인 앞에서 거짓말을 할 사람도 아니었기에 그 혼란은 더했다.
“그쪽도 아직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 대화가 오가고 이성이 광기를 억누르는 한, 전쟁은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신성연방과 적대세력이 강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고, 힘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암흑연합이 위험에 빠지는 것도 엄연한 현실.”
그녀가 팔을 뻗었다.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건 힘뿐이야. 과거는 필요 없어. 쓸모가 있으면 뭐든지 취한다. 그게 설령.”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배신의 군단이라도 말야.”
* * *
암흑제 폐막식에서 네프티스의 연설은 암흑연합을 발칵 뒤집었다.
곧장 암흑연합의 모든 신문사들이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고,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신문이 나왔다.
[배신의 군단이 돌아왔다!] [베일에 싸인 제7군단장은 누구인가?]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네프티스가 암흑연합 전체에 내려진 적색 수배령을 해제했지만, 4대 왕국 중에 직접 그 사태에 피해를 본 드레스덴 왕국과 샤헤드 왕국은 극단적으로 반발했다. 두 왕국은 연합의 지침과는 별개로 왕국 차원에서의 수배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이때를 틈타 힘이 쭉 빠져 있던 반 키젠파들도 일제히 들고일어나며, 과거를 잊고 배신의 군단을 옹호하는 노망난 네프티스가 주도하는 연합에서 탈퇴해야 한다며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정치색을 빼더라도, 일반 주민들의 의견도 반으로 갈렸다.
여전히 그 끔찍한 배반의 죄는 사라지지 않으니 7군단은 발견 즉시 폐기해야 한다는 사람들과, 네프티스의 말대로 언데드는 도구이니, 사용자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는 사람들.
그나마 네프티스가 발표 이전에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온건한 여론을 만들려고 노력했기에, 이 정도로 반반 여론이 형성된 거였다.
직접 그 사태를 겪지 않은 키젠 학생들의 반응은 조금 더 7군단에 우호적이었다.
키젠에서 지내면서 실력만능주의 성향도 깊었기에, 배신의 죄고 뭐고 잘 싸우고 프리스트 잘 잡으면 그만 아니냐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물론.
“용서 못 하지.”
“배신의 군단이잖아?”
부모 세대가 직접 피해를 받은 학생들은 제7 군단장이 원수나 다름없었기에 이를 갈았다.
그중에서는 헥토르도 있었는데, 무어 가문도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과대 표정 왜 저래?”
“이번 군단장 일 때문이겠지. 괜히 잘못 걸리지 말고 비켜서.”
학생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시몬은 퀭한 얼굴로 허공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안 나가길 잘했다.’
헥토르뿐만 아니라, 꽤 친하거나 얼굴을 아는 학생들이 7군단장을 없애겠다느니 하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당장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밝히기엔, 아직 세상이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군.]피어가 말했다.
‘네, 그러게요.’
비록 자신이 직접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해도, 시몬은 기꺼이 감내할 생각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칠흑과 신성을 같이 쓰지도, 레테와 이스라필 같은 소중한 인연을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몬이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가운데.
“에이젤이 군단장인 게 틀림없어!”
3학년을 중심으로는 아주 묘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럼 그럼! 에이젤이라면 그럴 만하지!”
“늦게 들어오는 이유가 있었구나! 에이젤은 완성형 네크로맨서니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시몬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하하하하!”
특히나, 군기반장인 윌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렇게 판타서스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떠들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 비밀 미션이 이거였나!”
그가 시몬을 보며 눈썹을 들썩였다.
“이제 곧 에이젤이 돌아온다! 네놈이 군단장을 감당할 수 있겠나? 하하하하!”
“……어, 음.”
시몬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얘들아!”
그때 문밖에서 에슈의 외침이 들렸다.
“놀지만 말고 좀 도와줘!”
“?”
시몬이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소환수들로 커다란 장작들을 옮기는 중이었다.
“뭐 하는 거야?”
“뒤풀이 파티 준비!”
그녀가 눈을 찡긋했다.
“그리고 야간 파티하면 당연히 캠프파이어 아니겠니?”
중앙에 커다란 장작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상당히 성대하게 진행할 모양인지, 사람 팔뚝만 한 커다란 새우들이 놓였고, 와인이 든 오크통까지 대굴대굴 굴러오고 있었다.
“내일이면 정상수업이잖아! 축제의 마지막 밤을 불태우자!”
“당연하지!”
다른 학과생들이 신이 나서 우르르 몰려나갔다. 시몬도 기꺼이 팔소매를 걷어붙이며 마당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