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5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57화
털이 수북한 북부인이 다짜고짜 앞을 막아섰다.
얼굴이 익숙했다.
오늘 아침에도 시비를 걸면서 부딪혔던 녀석. 옆에는 동료로 보이는 북부인이 세 명 보였다.
“이야, 진짜 사내놈 맞아? 고놈 얼굴 참 곱다 고와.”
그가 입을 씰룩거릴 때마다 얼굴을 뒤덮은 갈색 수염이 흔들렸다.
“딱 봐도 잘 먹고 잘 씻고 하신 고귀한 분께서 이 누추한 곳까진 웬일이실까.”
“뻔해. 북부에 뭔가 또 수작이 있겠지.”
시몬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무슨 용건 있습니까?”
“으하하하하! 용건? 용건이라! 계집처럼 도도하게 굴긴.”
그가 우악스럽게 발달한 어깨로 시몬의 어깨를 툭 쳤다.
“네가 침대 위에서 내는 소리가 궁금해서 온 것도 용건으로 쳐주나?”
“크흐흐흐흫!”
저속한 부랑배들. 너무 질이 낮아서 상대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몬은 무시하고 걸어갔다.
“어이쿠, 그냥 가는 거냐?”
남자들이 껄껄 웃으며 시몬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그렇게 도망만 치니까 안 되는 거야! 아침에 대공께 접근하다가 까인 거 다 봤지!”
“하하하하!”
너무 격이 떨어져서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저런 것들을 또 욱해서 두들겨 패면 같은 급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냥 길에서 똥 밟았다고 생각하는 게 낫다.
“주인님!”
그런데 뒤에서 시몬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에르제베트가 와인병과 과일이 담긴 봉투를 든 채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어이쿠, 실례!”
수염남이 앞으로 튀어나오며 에르제베트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그 바람에 그녀가 안고 있던 봉투가 떨어졌다.
봉투에 담긴 과일들이 쏟아지고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와인이 깨져 길바닥이 자줏빛 액체로 흥건해졌다.
“이야~ 여기 진짜 아가씨가 있었잖아.”
“뭐예요? 이거 놔요!”
차마 정체를 밝힐 수 없던 에르제베트가 소리쳤지만, 남자들이 히죽거리며 둘러쌌다.
“저 녀석의 하인이야? 저딴 쭉정이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다니, 남쪽 놈들의 삶도 참.”
“어이, 이것 봐.”
또 다른 남자가 그녀가 입은 로브를 강제로 들췄다. 에르제베트의 노출 많은 갑옷 차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푸하하하하! 이거 X발 가관이네!”
“북부에 왔다고 이런 차림으로 돌아다닌 거야? 놀 줄 아는 아가씨였구만?”
꾸우욱.
반대쪽 남자가 에르제베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너 마음에 들었다. 우리랑 질펀하게 한번 놀아볼…….”
으드드득!
“음?”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
남자가 고개를 내렸다. 에르제베트를 붙잡은 그의 손이 반대로 꺾여 손등이 손목에 맞닿아 있었다.
“끄, 끄아아아아악!”
털썩!
그가 제 손목을 붙잡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어느새 그와 에르제베트의 사이에 서 있는 푸른 머리의 소년이 안광을 번뜩이고 있었다.
“이 새끼가!”
“쳐!”
손목이 부서진 남자가 바로 반대쪽 손으로 주먹을 내질렀으나.
쩍!
시몬의 무릎에 강타당해 코가 흉악하게 찌그러졌다. 피로 원을 그리며 뒤로 나동그라진다.
부아아아앙!
이번엔 반대쪽 남자가 거칠게 훅을 내질렀지만, 시몬은 손바닥을 내미는 것만으로 가볍게 흘려낸 다음, 그의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쩌어어억!
시퍼런 섬광이 하늘로 그어지는 듯하더니, 남자의 턱에 시몬의 신발이 닿아 있었다.
두 발이 공중으로 떴다가 내려오는 남자의 뒤통수를 붙잡고 강하게 바닥에 내리찍었다.
남자는 바로 눈을 까뒤집으며 축 늘어졌다.
“이 새끼가!”
등 뒤에서 날아오는 스트레이트. 시몬은 물 흐르듯이 무게중심을 왼발로 옮기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회피하는 동시에, 눈 옆으로 뻗어 나오는 거친 팔뚝을 잡아채고는 그대로 허리를 틀어 그를 바닥에 메다꽂았다.
꽝!
바닥에 금이 쩍쩍 갈라지며 자갈이 튀어 올랐다.
거의 수 초 안에 세 명의 장정들이 바닥에 퍼질러져 있었다.
“오? 너 뭐야.”
처음에 시비를 걸었던 수염남이 흥미롭다는 듯 뿌득뿌득 손가락 관절을 풀었다.
“겉보기엔 비실비실한데, 싸울 줄 아는 놈이었잖아.”
그가 두 주먹을 세워 들었다. 손에 거무스름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걸 본 시몬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칠흑?’
“그래, 사내놈들끼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파앙!
그의 신형이 거칠게 쏘아져 나갔다. 마치 짐승의 도약과도 같았다.
‘이번엔 칠흑 밟기.’
지척까지 단숨에 거리를 좁힌 수염남이 주먹을 미친 듯이 쏟아부었다. 시몬은 뒤로 물러나면서 어깨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피해냈다.
‘심지어 마투까지.’
기본기라고 할 건 없었지만 철저히 실전으로 다져진 격투술이었다. 그는 시몬이 피할 공간을 점유해 가며 벽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하하하! 언제까지 그렇게 피하기만 할 거냐!”
그가 우악스럽게 웃었다.
“같잖은 기술 말고 사내라면 제대로…… 뚜훑!”
쩌어어억!
시몬의 주먹이 그의 안면에 꽂혔다. 남자의 몸이 섬광처럼 뻗어 나가 벽에 처박혔다.
“??!”
펄럭!
한껏 치솟았던 시몬의 겉옷이 서서히 내려온다. 다리의 각도, 어깨의 움직임, 적절하게 뻗은 팔. 이상적일 만큼 완벽한 스트레이트 자세를 그린 시몬이 천천히 팔을 늘어뜨렸다.
“같잖은 기술을 부리는 건 그쪽이야.”
시몬의 주먹에 검푸른 힘이 휘감겨 있는 걸 본 남자의 인상이 진지해졌다.
“……역시 네크로맨서였나.”
후두두둑!
뿌옇게 올라온 흙먼지 속에서 수염남이 피를 줄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던 그는 충격이 컸던 건지 다시 휘청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웨에엑!”
피를 뱉어 바닥에 뿌렸다. 그가 큭큭 웃으며 손을 움직여 피로 마법진을 그렸다.
“그래, 그래. 제대로 놀아보자고.”
키이이이잉!
피의 마법진이 작동하자, 그의 전신의 옷이 찢어지듯 벗겨지며 커다란 문신들이 튀어나왔다. 검은 문신들이 피처럼 붉게 변했다.
“몬스터가 아닌 사람을 상대로 이걸 쓰게 될 줄이야!”
츠즈즈즈즈!
그의 등 뒤로, 시뻘건 피의 상어 지느러미 같은 게 생겼다. 두 눈도 붉게 물들었다.
“마음 단단히 먹어라! 눈 깜짝할 틈도 없을……!”
실제로도 그랬다.
으적!
뒤통수에 충격이 일며 전사의 얼굴이 바닥에 파고들었다. 흙냄새와 더불어, 아까 에르제베트가 흘린 와인이 콧속으로 들어갔다.
“커흑!”
어디 산책이라도 나온 듯 주머니에 손을 넣은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전사의 뒤통수를 지그시 짓밟고 있었다.
‘……이, 이게 아닌데?’
“미안, 못 들었어.”
시몬이 말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뭐라고?”
수염남의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크오오오오오오!”
그가 등 뒤의 상어지느러미를 키우며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쩌어어어엉!
“어어어억!!”
다시 짓밟혔다. 시몬이 한심하다는 듯 눈을 비비적거렸다.
“크오오 뭐? 다시 해봐. 뭔가 하려고 했잖아.”
수염남은 뒤늦게 깨달았다.
뭔가.
아니 심하게 잘못 걸렸다는 걸.
“자.”
시몬은 친절하게 뒤통수를 짓밟은 발을 치워주고는 걸어갔다. 그러곤 조금 거리를 둔 채 뒤를 돌아보며 두 팔을 벌렸다.
“할 거 해봐.”
뿌득!
수염남의 이마에 혈관이 뭉쳤다.
전사로서 도끼를 든 뒤로 6년.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
“남부이이이이인!”
그의 등 뒤로 어느 때보다 거대한 지느러미가 솟구쳤다. 전신에 칠흑이 샘솟는 걸 느낀 그가 지면을 박차고 돌진하여 주먹을 내질렀다.
아마도 이게 인생 최고의 펀치라고 확신하였으나.
텁.
“!”
시몬이 뻗은 가느다란 검지 하나에, 투박한 주먹이 막혀 있었다.
“끝났어?”
시몬이 지루하다는 듯 중얼거리며 로브 주머니에 숨겼던 반대쪽 손을 꺼냈다. 그러고는 그의 이마에 대고.
쩌어어어어어엉!
딱밤을 날렸다.
한 톨의 위력도 흘리지 않는 정확한 타격.
수염남은 그대로 눈을 까뒤집은 채 입에 거품을 물고 풀썩 쓰러졌다.
“이, 이럴 수가……!”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던 전사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코어를 개방한 전사를 저렇게 가지고 놀다니.
“북부에서는 승자가 뭐든지 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시몬이 손을 툭툭 털며 웃었다. 전사들은 그 웃음이 악마 같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선 분질러 놓고 싶지만, 대공님의 얼굴을 봐서 여기까지 할게. 가자, 에르제.”
발개진 얼굴로 지켜보던 에르제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인님!”
에르제베트가 시몬의 팔에 착 매달려 헤헤 웃었다.
“역시 역시~ 구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네가 나섰으면 몸 한 군데는 잘랐을 거 아냐.”
“어머, 들켰사와요?”
전사는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놈들이 북부에 왔다.
* * *
저녁에는 에르제베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쉬었고, 새벽에는 등불을 켜놓고 학교 과제를 했다.
특별수업을 받는다고 키젠의 진도가 멈춰있는 건 아니었다. 돌아가면 보충수업이 있긴 하지만, 하루하루 공부 해야 할 할당량이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 못 자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부터 드디어 대공의 ‘군단장 수업’이 시작된다. 시몬은 과제를 마무리하면서 여관에서 아침을 먹은 뒤, 내성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어쩐지 첫날보다 조금 더 친절해진 집사 고드릭의 인사를 받으며 성으로 들어왔다.
“대공께서는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으십니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시몬이 2층으로 올라와 집무실의 문을 노크했다.
“시몬입니다.”
문 너머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실례합니…… 아!”
문을 연 시몬은 깜짝 놀랐다.
이른 아침부터, 대공은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한 손은 등 뒤에 뒷짐을 쥐고, 두 손가락으로 바닥을 짚은 채 몸을 내렸다 끌어올리기를 반복했다.
후욱- 훅-
그녀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전신의 근육이 팽창했다가 수축했다.
딱 봐도 어마어마한 운동량.
하지만 그보다 시몬이 더 당황한 건.
‘옷차림이……!’
대공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검은 풀 플레이트 아머를 벗은 모습은 처음 보는 거였다.
강물이 죄다 꽁꽁 얼어붙는 이 추운 날씨에, 그녀는 극도로 짧은 반바지와 배꼽이 드러나는 운동용 상의를 입은 채로 운동하고 있었다.
“왔느냐. 건방진 것.”
그녀가 탄력 있는 동작으로 제자리에 섰다.
팔뚝과 허벅지에는 이상적일 만큼 탄탄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 존재감 확고한 일자 복부까지. 어마어마한 자기관리의 결과물이었다.
어쩐지 얼굴을 마주 보기가 힘들었던 시몬이,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조, 좋은 아침입니다.”
“그래.”
그녀가 집무실 근처에 놓인 쇠로 만든 아령을 집고는 움직였다.
“간밤에 별일 없었느냐? 외부인이 왔으니 이런저런 놈들이 시비를 걸었을 텐데.”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
시몬이 쓰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은 살짝 다툼이…….”
“그럴 줄 알았느니라. 이곳의 사람들은 남쪽의 귀족을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서 끔찍이 증오한다.”
쿵!
그녀가 아령을 내려놓았다.
“기어오르는 놈들은 실컷 줘패도 좋다. 네 힘을 보이면 알아서 짜지리라 생각한다만, 문제가 심해진다고 느끼면 내게 보고하거라.”
“넵.”
기다리고 있던 집사 고드릭이 물을 가져다주었다. 시원하게 물을 한번 마신 그녀가 시몬에게 말했다.
“우선 건방진 것. 수업 전에 몇 가지 질문을 하지. 군단장이 된 지 얼마나 되었느냐.”
“네크로맨서가 된 때와 큰 차이는 안 나요.”
“보유한 에이션트 언데드는?”
시몬은 손가락을 세웠다.
“전 7군단 소속의 에이션트 언데드는 총 4기입니다. 여기에 제가 군단화한 에이션트 언데드급 리치를 보유하고 있어요. 아, ‘전염병의 마수 칼’이라는 녀석도 있었는데 아쉽게 몸이 무너지는 바람에 피어의 대검에 흡수시켰어요.”
호오.
대공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이니라. 짧은 시간 동안 구색은 확실히 갖췄구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죠.”
“그럼 군단의 병력은…….”
다음 질문을 던지려던 대공의 표정이 매섭게 변했다. 고개를 홱 돌려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가 말을 멈추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잠시 실례하겠느니라.”
“아, 네.”
그녀는 벽에 기대어놓은 활을 들어 올렸다.
외형도 특이했다.
활대가 아닌, 살아 있는 듯한 칠흑의 불꽃이 휘감겨 있는 모습.
마치 피어의 ‘파멸의 대검’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아마도 관리자 전용 무구가 아닐까 하고 시몬은 추측했다.
스륵.
“고드릭. 10번 창문이다.”
“예!”
이제 와서 보니 대공의 집무실은 창문이 무척 많았다. 집무실은 성에 따로 떨어져나온 별관 같은 곳이었는데, 천장까지 포함해 창문이 스무 개가 넘었다.
덜컥!
집사 고드릭이 후다닥 뛰어가 창문을 열고는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대공이 손바닥을 펼쳤다.
우우우우우우우!
마치 망령이 울부짖는 듯한 음성과 함께 칠흑이 휘몰아쳤다. 그녀가 펼친 손바닥을 움켜쥐자, 칠흑이 화살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녀는 방향을 보지도 않고 심플하게 시위에 화살을 메기더니 날렸다.
후우우우우웅!
순간 주위가 새까맣게 일그러지며 뭔가 엄청난 게 날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활을 다시 내려놓고 시몬을 보았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군단의 병력은…….”
“자, 잠깐만요! 지금 뭘 하신 거예요?”
“대단한 건 아니니라.”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암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