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6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66화
쐐애애애애애액-!
7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아케뮤스가 한 쌍의 날개를 펼치며 고공으로 치솟았다.
바로 그 아래로 북부의 비행형 언데드들이 바짝 뒤쫓고 있었다.
부리가 비틀리고, 눈구덩이는 엉망으로 파였으며, 듬성듬성 빠진 깃털 대신 뼈마디가 튀어나와 있었다.
[북부의 새들은 끔찍하기 그지없군.]촤악!
태양을 가리며, 최고 고도에 다다른 아케뮤스가 두 쌍의 날개를 더 꺼내 도합 세 쌍의 날개를 펼쳤다.
뒤쫓아오던 비행형 언데드들은 날개에 투과된 태양광을 정면으로 내리쬈다.
까드득!
까득!
언데드들의 피부가 현무암처럼 굳어지기 시작했다. 가까워질수록 그 증상은 강해졌고, 결국 단 하나의 언데드도 아케뮤스에게 닿지 못하고 허무하게 추락해 갔다.
[같은 언데드라도 격이 다르거늘.]아케뮤스가 하늘에서 위풍당당하게 전장을 굽어보고 있는 그때.
[!]등 뒤로 그늘이 드리워지며, 아케뮤스보다 훨씬 거대한 비행형 언데드가 후방에서 나타났다.
‘이 내가 뒤를 잡히다니!’
북부의 네임드 언데드 ‘밤파수꾼’.
그 언데드는 즉시 두 다리로 아케뮤스의 어깨를 붙잡은 채 끌고 가 산맥에 처박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케뮤스의 몸을 산맥에 갈아붙이며 가속했다.
[끼에에에에에에에!]괴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밤파수꾼’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칫했고, 그 틈을 타 아케뮤스가 빠져나와 몸통을 들이받았다.
꽝!
밤파수꾼과 아케뮤스가 거리를 벌렸고, 이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중에서 치달아 꽝꽝 부딪혀 댔다.
화력 차이는 명백했다. 밤파수꾼의 몸이 순식간에 박살 나고 있었지만, 밤파수꾼만 한 또 다른 비행형 네임드들이 아케뮤스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단번에 1:5의 상황이 되었다.
‘하늘을 도맡느라 고생하네요, 아케뮤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한 언데드.
북신 언데드 진형의 한복판에서, 한 여성체 좀비가 어슬렁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 정체는 변신한 에르제베트였다. 그녀는 주위를 슬쩍 살피다가 손끝을 움직였다.
팽팽-
그녀의 손끝에는 실이 걸려 있었다. 에르제베트가 실을 가지고 적진 깊숙이 가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지만 문제는 저쪽.’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셋째와 싸우고 있는 프린스, 그리고 셋째의 저주와 부상까지 겹쳐 골골대는 시몬의 모습이 보였다.
‘저 두 사람이 무사히 셋째를 잡아줄 수 있을까요?’
* * *
[제기랄!]프린스가 거칠게 욕지거리를 뱉으며, 이마에 흐르는 검은 피를 반대쪽 손으로 거칠게 닦아냈다.
쿵! 쿵! 쿵!
이 군대의 우두머리이자 삼형제의 한 축, ‘셋째’는 프린스에게 대단히 집착하고 있었다.
히죽-
셋째가 프린스를 발견하고는 흉측한 웃음을 흘리더니, 발바닥이 하늘로 향하는 경박스러운 뜀박질로 돌진해 왔다.
[에라이!]프린스가 당겨둔 주먹을 내질러 충격파를 보냈지만, 셋째는 즉각 공중으로 덤블링해서 피했다.
하지만 이번엔 프린스도 셋째가 공중으로 피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반대쪽 주먹으로 충격파를 날려 보냈다.
‘이건 절대 못 피하……!’
스륵!
이에 셋째의 허리가 기이하게 꺾이며, 엉덩이가 등에 철썩 붙었다. 프린스의 충격파가 간발의 차이로 지나갔다.
[말이 되냐고 저게!]뒤이어 용수철처럼 셋째의 허리가 돌아와 프린스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망치처럼 내리꽂았다.
꽝!!
상성이 좋지 않았다.
아홉 개의 목숨, 견고한 내구력, 그리고 느리지만 한 방 한 방 강력한 화력으로 정직하게 싸우는 프린스에게 저런 변칙적인 타입의 적은 최악의 상성이었다.
[시몬!]그때 프린스가 바닥에 메다 꽂힌 채로 소리쳤다. 입가에 칠흑을 줄줄 흘리면서도 두 팔로는 셋째의 머리를 붙들었다.
[지금이야!]군단을 지휘하느라 정신없던 시몬도, 그 말을 들은 즉시 팔을 프린스 쪽으로 뻗었다. 준비해 둔 마법진이 작동하며 프린스의 몸에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타이밍은 완벽해!’
지금이라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체……!’
퍼억!
그러나 셋째가 즉시 손가락을 내질러 프린스의 가슴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프린스가 커헉!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시체 폭발도 취소되며, 시몬도 칠흑역류로 인한 타격을 받고 비틀거렸다.
-께리리리리링!
이번에도 프린스가 사라지고 남은 건 다른 좀비의 시체뿐.
셋째는 화를 내며 그 좀비를 던져 버리고, 또 프린스가 나타나는 걸 기다리는 듯 주위를 휙휙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프린스!”
시몬이 좀비의 몸에 손을 올려 다시 프린스를 소환했다.
“나중에 북신과의 전투에 대비해서 목숨을 아껴놔야 해! 조금만 더 신중하게 싸워!”
[쳇!]다시 돌아온 프린스가 지면을 박차고 쇄도했다.
[너야말로 폭발 타이밍 잘 맞춰!]빛살처럼 날아간 그가 이번에는 셋째의 머리를 가격해 갚아주었다. 셋째의 거대한 몸이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르며 나가떨어졌다.
[내가 놈에게 붙기만 하면 바로 터뜨려 버려! 알았지?]“알았어!”
척.
시몬이 미리 팔을 뻗어 프린스에게 집중했다.
[소년! 뒤다!]“!”
프린스에게 신경을 쏟고 있으려니, 네임드 언데드인 ‘처형자’가 날카로운 발톱을 꺼낸 채 시몬에게 달려왔다.
촤아아아아악!
그 즉시 피어가 시몬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본인이 직접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처형자’는 검이 휘둘러지는 방향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쓰러졌다.
[저주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군.]평소의 시몬이라면 나오지 않을 실수였다.
어느새 그의 피부에 반점이 생기며, 눈 밑이 새까매졌다. 열이 오르고 호흡도 거칠었다.
[이번 전투에서는 따로 싸우지! 내가 호위할 테니 지휘에만 집중해라, 소년!]“고마워요!”
피어는 파멸의 대검을 짊어진 채 몸을 날렸다. 그러곤 시몬에게 다가오는 네임드들을 순식간에 썰어나갔다.
시몬은 안심하고 다시 프린스 쪽을 보았다.
‘이렇게 된 이상 프린스가 셋째를 잡아줘야 해!’
다시 한번 시체폭발 마법진을 준비하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동시에 대공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조건이 다 갖춰지지 않은 모양이니라.
조건.
프린스로 시체폭발을 쓸 수 있는 조건.
우선 의지의 문제는 해결한 것 같았다. 이제 프린스는 셋째를 이기기 위해 스스로 시체폭발을 쓰라고 말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됐어!]프린스가 훌쩍 점프해서 셋째의 등에 들러붙었다.
[터뜨려!]타이밍은 지금까지의 시도 중에서 가장 좋았다. 시몬이 즉시 마법진을 발현하며 주먹을 서서히 움켜쥐었다.
‘시체……!’
부들부들-
그러나 주먹이 움켜쥐어지지 않았다. 마법진의 칠흑 흐름도 애매하다. 아까 같은 상황이 아니다.
뭔가 ‘조건’이 맞지 않다.
터엉!
그리고 셋째는 등 뒤에 프린스가 붙은 걸 알고는 공중으로 치솟았다. 프린스가 붙은 등을 중심으로 관절이 형성되어 몸이 굽혀지더니, 이내 창처럼 길쭉하게 변했다.
마치 생체 창과도 같은 모습. 등을 붙잡은 프린스는 졸지에 창끝에 붙어 있는 형태가 되었다.
꽈아아아아앙!
셋째의 몸이 바닥에 닿았고, 프린스의 몸이 구멍이 뚫렸다.
‘!’
그러자.
의지가 맞춰지고, 칠흑이 회전하고, 마법진이 발현되며, 타이밍을 좇는 주먹이 쥐어졌다.
‘시체폭발!’
꾸욱!
이번에는 제대로 마법을 발동했으나.
츠르르르르-!
한발 늦었다. 프린스가 목숨이 다해 먼저 사라졌다.
‘아깝다!’
정말로 간발의 차이였기에, 시몬은 아쉬움에 몸서리쳤다.
그런데.
펄쩍!
셋째의 반응이 유별났다.
뒤로 펄쩍 뛰어 프린스와 거리를 벌리더니 몸을 부르르 떨거나 제자리에서 오두방정을 떨며 뒷걸음질 쳤다. 암벽에 등을 부딪치거나, 제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께르르르르릉!
마치 뭔가를 자각하고 공포에 질린 듯한 모습.
바들바들 떨던 셋째가 눈을 번뜩이며 시선을 돌렸다.
프린스의 시체폭발을 작동시키려던 시몬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께리리링!
쿵! 쿵! 쿵! 쿵!
셋째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며 입을 쩍 벌렸다.
시몬은 급히 바닥에 준비해 둔 좀비 한 구에 프린스의 소환을 시도했다. 그 즉시 셋째의 보랏빛 광선이 시몬에게 쏟아지고.
[멍청아!]검은 벼락과 함께 프린스는 소환되자마자 시몬의 허리를 붙잡고 몸을 날렸다. 광선이 주위의 언데드들 모조리 가루로 만들며 지나갔다.
“후아.”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프린스를 내려다보았다.
“프린스, 솔직히 대답해 줘.”
[뭐가!]“시체폭발 하는 거, 무섭지?”
시몬을 안은 채 북신의 언데드들을 걷어차며 달리던 프린스가 흠칫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꽥 소리 질렀다.
[무, 무서울 리가 없잖아! 나는 7군단의 유일무이한 히든카드야!]무서웠구나.
시몬이 빙긋 웃었다.
“그럼 하나 더 물을게, 네가 셋째에게 목숨을 잃는 직후. 어떤 기분이었어?”
[그,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한데!]“진짜 중요한 문제야. 이번엔 솔직히 말해줘.”
프린스는 입술을 깨물고 잠시 말이 없다가 답했다.
[분했어.]그의 목소리에 진한 감정이 흘러나왔다.
[놈에게 꿰뚫릴 때 미쳐 버릴 만큼 분했어! 죽어버리는 순간에는 영웅도, 히든카드도, 에이스도 아니었어! 그냥 졸작의 조연이었지! 내 숨을 끊는 놈의 웃음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어!]그의 입이 벌어졌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없애 버리고 싶다고!]드디어 시몬이 씩 웃었다.
“이제 알았다. 피어!”
촤르르르륵!
프린스의 어깨에 들쳐메어 있던 시몬의 몸에 피어의 본 아머가 달라붙었다.
근력이 역전되었고, 이번에는 시몬이 역으로 훌쩍 프린스를 들쳐멨다.
[이게 무슨 짓이야!]프린스가 발버둥 쳤다. 시몬은 다가오는 셋째를 향해 팔을 펼치고, 미리 시체폭발 마법을 발동시켰다.
‘시체……!’
키이이이이이잉!
어깨에 메고 있던 프린스의 몸에 광채가 일렁였다. 시몬은 시체폭발을 발동한 동시에 프린스를 힘껏 던졌다.
부아아아앙!
프린스의 몸이 셋째를 향해 투포환처럼 날아갔고, 셋째는 옳다구나 손가락을 내질렀다.
푸욱!
프린스의 복부가 셋째의 손가락에 관통되며 멈췄다. 칠흑이 피처럼 콸콸 쏟아졌다.
[크읍!]덥석!
덥석!
프린스가 검은 피를 철철 쏟으면서 셋째의 손가락을 붙들었다.
[이런 거였어?]키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프린스의 빛이 최대한으로 밝아졌다.
시몬은 그대로 주먹을 꽉 쥐었다.
‘폭발!’
눈부신 섬광이 주위를 뒤덮었다. 귀에 윙윙거리는 이명이 맴돌며, 시몬은 순간 실명이라도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내 보이는 건 거대한 구름과 폭연.
나무들이 뿌리째로 뽑혀 날아가고, 지반이 뒤집히며 산더미만 한 바위들이 공중으로 치솟는다. 언데드들이 몸을 낮추고 울부짖는다.
“크흡!”
[숙여라 소년!]피어가 스켈레톤으로 떨어져 나와 시몬의 몸을 붙잡고 강제로 숙이게 했다. 동시에 망토로 몸을 뒤덮었다.
후두두두둑!
파편이 미친 듯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시몬은 엎드린 채 멍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아.’
고오오오오오오오!
전율이 몸에서 넘쳐 흘렸다.
통째로 내려앉은 지형 너머로,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치솟은 먼지구름이 거대한 버섯 모양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게 시체폭발이라고?”
가히 암흑연합의 전술병기가 떨어진듯한 파괴력이었다.
[이게 군단이다, 소년!]피어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협곡을 쩌렁쩌렁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