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7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71화
삼형제가 파괴된 뒤로, 북부에 매일같이 벌어지던 언데드들의 공격은 사라졌다.
-북신도 이제는 남은 병력을 끌어모아 방어전을 준비하는 모양이군.
대공은 그렇게 분석했다.
물론 아직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하이브 개체인 삼형제들이 파괴당하고, 그 지휘체계에 속해 있던 언데드들이 북부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중에서는 새로이 무리를 형성한 개체들도 있었다.
언제 인간을 공격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 무엇보다 북신이 접촉해서 전력으로 끌어들이기 전에 빠르게 각개격파해야 했다.
시몬은 이번엔 아케뮤스와 헤르세바를 데리고 북부를 순회했다.
-끼이이이이익!
스컬윙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언데드들을 유린하고 있는 사이, 시몬은 뒤에서 지휘하면서 아케뮤스를 보았다.
‘아케뮤스의 게하임, 궁금하긴 하지만…….’
시몬은 아케뮤스야말로, 에르제베트나 프린스보다 더 알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아케뮤스는 군단에서 가장 충직한 언데드이고, 아케뮤스가 시몬을 따르는 이유 또한 ‘충심’이다.
그게 끝이다. 두 사람의 의지와 이해관계는 맞아떨어졌고, 게하임이 있다면 진작에 발현되어야 했다.
“아케뮤스.”
[예, 도련님.]군신 관계.
아케뮤스와 시몬처럼 심플한 관계는 없다.
하지만 여기에 뭔가 더 있다면?
아직 모든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거라면?
“아케뮤스는 왜 저를 따르는 거예요?”
가장 원천적인 질문부터 시작한다.
이에 아케뮤스는 웃었다.
[충심에 이유는 필요하지 않습니다.]맹목적인 충성.
아케뮤스다운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유는 필요하지 않더라도, 내게 그런 맹목적인 충심을 보이는 계기는 있어야 해.’
사실 그 계기는 짐작하고 있었다.
7군단장이기 때문에?
아니다.
섬기고 싶은 군주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였기 때문에?
아니다.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이죠?”
아케뮤스는 시몬을 ‘주군’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도련님’이라고 부른다.
시몬은 아케뮤스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감격한 얼굴로 자신을 붙잡고는 얼굴을 구석구석 살폈었다.
-리처드님과 꼭 빼닮으셨습니다.
-불충을 용서하십시오 도련님! 소신 아케뮤스, 7군단의 합류가 너무나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시몬의 아버지, 리처드의 그늘은 시몬의 삶 곳곳에 짙게 내려와 있다.
군단장 시절, 원체 대단한 사람이었던 탓이다.
그것은 때로는 행운과 새로운 만남으로, 때로는 장애물로도 작용한다.
아케뮤스의 경우는 어떨까.
[도련님은 소신이 섬기던 주군의 아들이십니다. 거기에 7군단을 물려받으신 후계자이기도 합니다.]아케뮤스가 한쪽 무릎을 꿇고 시몬과 눈높이를 맞췄다. 충의로 일렁이는 맹렬한 눈빛이 보인다.
[소신이 목숨과 영혼을 바쳐 섬길 분으로 부족함이 없으십니다.]“…….”
시몬은 눈을 감았다.
아케뮤스의 충의는 맹목적이고 거대하다. 한번 충성을 바칠 대상이 정해지면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주군의 아들이라서 자신을 섬긴다고 말한 아케뮤스의 충의는, 자신을 향한 걸까. 아버지를 향한 걸까.
-끼에에에에에!
[도련님! 우측의 적이 새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시몬은 그 점까지는 물어보진 못했다.
* * *
[너랑 같이 다니는 이유?]이번에는 헤르세바의 미라 부대로 언데드 잔당을 상대하고 돌아가던 중, 헤르세바에게 그렇게 물었다.
공중에서 둥둥 떠다니는 지팡이 위, 금빛 모래로 이루어진 여성이 깔깔 웃었다.
[그야 당연히 꼬맹이 네가 날 만들었잖아! 아니, 되살렸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같이 다니는 거지.]“음.”
[그런 건 갑자기 왜 물어봐?]“아, 아니 그냥.”
시몬이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헤르세바와의 만남을 생각해 보면, 1학년 때의 치기 어린 도박이었다.
리치를 만들겠다고 소환학 교수 아론에게 호언장담했고. 기왕 리치를 만들 거면 제대로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려 2만5천 골드짜리의 심장을 구매해서 제작하고, 군단화 과정을 거치고, 여러 우연과 행운이 여럿 겹친 결과가 지금의 헤르세바다.
그런데 헤르세바는 군단의 대장이긴 해도 엄밀히 말하면 ‘에이션트 언데드’는 아니다. 백 년을 존재하긴커녕,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그런 헤르세바로도 게하임을 쓸 수 있을까?’
시몬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헤르세바. 혹시 언데드가 되기 전의 일들이 생각나?”
헤르세바가 푸핫 웃었다.
[그럼 꼬맹이 넌 태어난 직후의 일들이 생각나냐? 어떻게 태어났고 주위에 누가 있었는지?]“……아니.”
[나도 마찬가지야.]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만 드문드문 기억나는 건.]“!”
시몬이 고개를 바짝 기울이며 집중했다. 그런 시몬의 반응이 마음에 드는 듯 헤르세바가 두 팔을 벌렸다.
[난 왕이었어!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왕이었지!]“오호.”
[근데 내가 어떻게 왕이 됐는지, 왕이 되기 전에는 무엇이었는지,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아무것도 안 떠올라. 그냥 군림했어. 그러다 갑자기 기억이 끊기고.]그녀가 인상을 굳히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무래도 죽은 것 같아. 눈을 뜨니까 뼈만 남아 있었고, 네 얼굴이 보였지. 그뿐이야.]헤르세바는 죽기 전에 ‘던전주’였다고 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심장과 두개골도 무지막지하게 비쌌던 거였고.
[그래도 난 지금이 더 좋아!]그녀가 쿡쿡 웃었다.
[언데드가 되고 군단에 들어오니 시끌벅적하고, 하루하루가 웃기고, 주위 동료들도 재밌고. 뭐 그래.]“그렇구나. 혹시 뭐 고민 같은 거 없어?”
[없는데!]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렵네. 감도 안 잡혀.’
어쩐지 에르제베트와 프린스가 너무 쉽게 풀린다고 했다.
비교적 최근에 군단에 합류한 아케뮤스와 헤르세바는 조금 더 알아갈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 *
시몬은 북신의 언데드 잔당을 빠르게 정리하고, 마찬가지로 반대편에서 출정해서 언데드들을 쓸어버리고 온 대공과 합류했다.
급한 일만 우선적으로 처리한 뒤, 대공의 군단장 수업이 시작됐다.
그런데.
[…….]수업 내내 대공의 상태가 이상했다.
사실 오늘 아침부터 쭉 그랬다.
대공은 교육만 시작하면 악마가 된다. 실수만 하면 칼집으로 뒤통수를 후려치고,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리고, 주로 귀족 자제들을 가르치는 키젠에서는 상상도 못 할 무지막지한 교육방식을 구사했다.
그런데 그녀는 오늘, 시몬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
‘아, 놓쳤다!’
진형을 제대로 굳히지 못해 빠져나가는 언데드들을 본 시몬이 식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칼집이 뒤통수에 꽂히든 발차기가 등에 작렬하든 뭔가 날아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대공은 플레이트 아머 차림으로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였다. 아무런 폭력 없이 사념으로 휘하의 팬텀 듀라한들을 보내 시몬의 실수를 커버했다.
이쯤 되니 시몬은 오히려 두려워졌다.
‘진짜 화나셨나 보다.’
오늘 아침부터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잘 안 하고, 심지어 때리지도 않는다.
시몬이 돌아보면 그저 휙휙 고개를 돌려 버리기 일쑤였다.
‘볼드몬트 백작을 만난 것 때문이겠지? 아니, 그런데 그건 다 사실대로 말했고 대공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시몬의 머리가 가열차게 돌아갔지만, 도저히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대공의 눈치를 보는 와중에 잔당 언데드는 모두 7군단의 좀비부대에 전멸했다. 시몬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대공. 끝났습니다.”
그녀는 고개만 끄덕이고는 투구를 쓴 시선을 돌렸다. 시몬이 움찔하다가 이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돌아가지.]“이번 제 지휘에 뭔가 고칠 만한 부분은 없었나요?”
[없느니라.]“아까 전에 실수한 건…….”
[네 실수가 한두 번이느냐? 가자.]이런 살얼음판 흐르는 분위기는 정말 어색해서 싫었다.
시몬이 주먹을 꽉 쥐더니 이내 외쳤다.
“이럴 거면 차라리 평소처럼 때려주세요!”
대공이 흠칫했다.
그러나 뒤로 파밧 하고 물러섰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게냐!]“계속 눈만 피하시고, 안 하던 행동을 하시고…….”
그러나 대공의 시몬의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때려주세요!
때려달라니!
다짜고짜 그게 무슨 요구란 말인가. 어제 침실 어쩌고 하는 것도 그렇고, 역시 그 요나의 아들이 틀림없다.
‘크흠.’
요나의 아들이란 걸 자각한 뒤부터, 좀처럼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이 녀석의 얼굴만 보면 요나의 얼굴이 겹쳐 떠올랐다. 아니, 뭐든 사소한 행동이나 말까지 요나와 연결지어졌다.
그냥 시원하게 물어보고 싶었다.
네가 정녕 요나의 아들이냐고, 어머니는 누구냐고.
요나는 지금도 살아 있냐고.
그런데 왜 입이 떨어지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네가 잘못한 건 없다.]“그러면…….”
[네 착각일 뿐이니라. 가자.]대공과 시몬은 다시 말을 타고 이동했다.
평소라면 장난도 주고받고, 이런저런 잡담을 했을 터인데 할 말이 없었다.
대공도 잡담을 나누지 않으면 광풍의 활을 쏘거나 했겠지만, 지금은 또 북신이 모든 언데드를 물린 뒤였기에 활을 쏠 일도 없었다.
어색한 정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흠.]드디어 대공이 용기를 냈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아버지는 누구시냐.]“네?”
뜬금없는 질문에 시몬이 눈을 깜빡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말을 걸어준 게 기뻤던 시몬은 흔쾌히 대답했다.
“리처드 폴렌티아. 볼드윈 왕국의 남작이세요.”
투구 속 대공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요나의 실명인가. 어쩐지 이름이 조금 이상하다 싶더니, 당연히 요나는 가명이었겠지.’
리처드 폴렌티아.
그 이름을 각인하듯 머릿속에 넣은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대공 각하!”
언데드들을 이끌고 돌아가던 대공과 시몬 앞으로 전령이 말을 타고 뛰어왔다. 그녀가 말고삐를 잡아당겨 멈췄다.
[무슨 일이냐?]“크, 큰일 났습니다!”
전령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 또한 안색이 파랗게 질리더니, 즉시 말을 박차며 전속력으로 빌케노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쿵!
지면이 울린다.
쿵! 쿵!
장창이 맞닿는다.
하늘은 수많은 깃발들이 휘날리고, 지면엔 군화가 박자에 맞춰 소리를 낸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군이 진눈깨비를 뚫고 행군하고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설원에 무수한 발자국들이 찍혔다.
“여기가 북부로군.”
부대의 선두, 큼지막한 군마를 타고 번쩍이는 갑주를 입은 검은 피부의 남자가 주위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로마리오. 칼로스 왕국군의 북동부 전선 사령관이었다.
“어휴, 춥다, 추워. 이런 곳에 사람이 살 수나 있는 거야?”
언데드를 타고, 온몸이 문신과 피어싱으로 뒤덮인 남자가 투덜댔다.
칼로스 왕국의 악명높은 전쟁 네크로맨서, 크로노스였다.
두 남자가 이끄는 칼로스 왕국의 대군이 빌케노스로 올라오고 있었다.
빌케노스의 성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앞으로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북부의 감시자.
볼드몬트 백작이 입꼬리를 올리며 두 팔을 좌우로 벌렸다.
“북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