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7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72화
전령으로부터 소식을 들은 시몬과 대공은 급히 빌케노스의 남문으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칼로스 왕국에서 군대를 파견했다고?’
시몬이 진땀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필이면 대공의 에이션트 언데드가 밖에 나가 있을 때……!’
[초조해할 필요 없느니라.]대공의 투구 속에서 일렁이는 안광은 차분했다.
[놈들이 당장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터이니.]말을 타고 정신없이 달리는 도중, 저 멀리 군대가 진군하는 광경이 보인다. 활짝 열린 성문으로 아직도 대규모 병사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길의 좌우로는 북부인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뭘 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기어들어 와?”
“말로 할 때 남쪽으로 꺼져라!”
주민들의 분위기는 극도로 험악했는데, 전혀 왕국군을 환영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당장에라도 돌팔매질부터 시작할 기세였다.
전사들은 골목에서 무기를 뽑은 채 서 있었고, 지붕에 올라가 있는 궁수들은 화살을 시위에 매긴 채 대기했다.
전운이 흐른다.
사실 북부인들의 성향이라면 진작에 치고받고 싸우고도 남았겠지만, 대공의 명령 때문에 대기만 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리고 칼로스 왕국군의 정면.
캉! 캉! 캉! 캉!
기후에 맞지 않는 거대한 ‘게’ 언데드에 올라탄 남자가 보인다. 움푹 파인 게 껍데기 위에는 카페트가 깔려 있었으며, 그 위로 보라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두 팔을 거만하게 늘어뜨린 채 앉아 있다.
마치 왕의 행차 같았다.
위에는 햇빛을 막아주는 양산이 설치되어 있었고, 손에는 칵테일을 들고 있다.
캉! 캉!
하늘로 솟구친 게의 거대한 두 집게가 연신 금속음을 터뜨리고 있다. 몇몇 주민들은 위협을 느끼는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보인다.
“환영인파 한번 살벌하네~”
그가 빨대로 칵테일을 쭉 들이마시며 말했다. 어두운 빛의 동공이 주위를 훑었다.
“북부를 구원하러 온 영웅들한테 불손하게 말이야. 그냥 다 찢어놔 버릴까?”
칼로스 왕국 공인 전쟁 네크로맨서.
크로노스 슈틸츠헨.
“진정해라, 크로노스.”
그리고 크로노스의 옆에는 군마를 타고 당당하게 왕국군을 이끄는 남자가 보인다. 산만 한 덩치에 전신은 극도로 호화로운 번쩍번쩍한 황금 갑주로 무장하고 있었다.
새까만 피부와 짙은 송충이 눈썹, 전체적으로 굵직굵직한 얼굴선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서 왔다. 함부로 날뛰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북동부 전선 사령관, 로마리오 소컨.
사령관 로마리오와, 전쟁 네크로맨서 크로노스가 이끄는 왕국군이 북부의 심장에 무혈입성했다.
그때 크로노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드디어 오셨군. 인류의 영웅.”
검은 풀 플레이트 아머, 북부의 상징이 새겨진 붉은 망토, 그리고 커다란 활.
확실했다.
그 유명한 북부대공 진 아르스칼트였다.
크로노스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
“정말 정말 만나고 싶었어. 난 옛날부터 대공의 팬이었다고!”
두두두두두!
그녀의 등장에 도시 곳곳에서 장군들이 부대를 끌고 나타났다. 기수들 또한 북부의 깃발을 휘날리며 합류했다.
시몬과 함께 달려가던 대공이 속도를 줄이며 멈춤 지시를 내렸다. 사령관 로마리오 또한 뒤쪽으로 주먹을 쥐어 정지 신호를 내렸다.
두 군대가 서로 멈춰 섰다.
시몬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장군들은 하나같이 눈이 벌게진 채 격노한 표정이었고, 다른 기수들이나 전사들도 싸울 채비를 마쳤다.
일촉즉발의 상황.
다그닥, 다그닥.
대공과 로마리오가 서로의 말을 움직여 다가왔다.
“오랜만에 뵙겠소, 대공.”
로마리오가 투구를 벗고 살짝 묵례했다.
[로마리오 사령관.]대공은 투구를 벗지 않았다. 턱을 치켜든 채 흉흉한 안광을 뿜어냈다.
[아무런 보고도 기별도 없이 다짜고짜 군을 이끌고 북부에 들어오다니, 정녕 죽여달라는 뜻이더냐?]“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소.”
로마리오가 태연하게 말했다.
“먼저 원군을 요청한 건 북부였지 않소? 우리는 지원에 응했을 뿐이오.”
[원군이라고?]투구 속 대공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녀가 시선을 돌리자, 집사 고드릭이 급히 팔로 X자를 그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잠깐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원군이라 함은, 설마 2년 전에 요청했던 그 원군을 말하는 게냐?]“그렇소. 이제야 도착하게 된 걸 부디 용서하시오. 군을 움직이는 건 중한 일이라 많은 절차가 필요하기에…….”
“로마리오오오!”
그때 대공 진형 쪽에서, 한 남자가 화산 같은 분노를 터뜨리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왔다.
북부의 대장군 가니로였다. 그는 모욕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목 아래까지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그 가증스러운 입으로는 오줌밖에 싸질 못하는 것이냐! 그 얼굴로 나불거릴 때마다 복창이 뒤틀린다! 당장 네놈의 창자를 뽑아내 입가에 물려주마!”
스릉!
가니로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로마리오의 뒤에 있던 크로노스는 흥미로운 웃음을 흘리며 검지를 뻗었다.
검지 끝에는 저주가 일렁이고 있었다.
[진정하거라, 가니로.]대공이 팔을 틀어막았다. 가니로는 감히 대공의 팔을 넘어가지는 못했지만, 한번 터진 분노는 멈출 줄을 몰랐다.
“네놈들의 수작을 모를 줄 아느냐! 우리가 2년 전에만 원군을 요청했겠나! 5년 전에도, 7년 전에도, 그리고 20년 전에도! 정작 북부가 위험할 때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꼼짝도 하지 않던 네놈들이 갑자기 왜 이틀 만에 기어들어 왔을까!”
그의 목에 핏발이 섰다.
“삼형제가 죽었다는 사실을 들었겠지! 삼형제가 죽고 북부가 평정되려고 하니 숟가락 얹으려는 그 간사한 수작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사방에서 북부인들의 살벌한 시선들이 꽂혔다.
“당장 북부에서 꺼져라!”
“간악한 놈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억측은 삼가시오.”
로마리오는 눈 한번 꿈쩍하지 않았다.
“본군의 출정은 6개월 전부터 준비되고 있었소. 북신은 북부의 적이고, 북부의 적은 왕국의 적이기도 하오.”
그가 말고삐를 당겨 말을 움직이더니, 칙서를 대공에게 내밀었다.
“국왕폐하의 칙서요. 폐하께서 이번 원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오.”
대공이 칙서를 확인했다. 투구로 얼굴을 가린 그녀는 어떤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미리 써둔 건가.’
착착 계획대로 움직였다는 느낌.
칼로스의 왕족과 귀족들은 늘 북부를 경계했다. 북부대공, 진 아르스칼트는 무력으로나 영향력으로나 지나치게 대단한 존재였으니까.
그들에게 있어 가장 좋은 상황은 현상 유지. 인류의 영웅인 2군단장이 북신에 얽매여 언제까지고 북부에 처박혀 있기를 바랄 뿐이다.
북신이 죽고 북부가 평정되어, 대공이 중앙에 관심을 가지는 게 귀족들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북신을 지탱하는 삼형제는 죽었고, 이제 대공은 북신과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왕국에서는 군을 파견했다.
‘이들의 목적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 건 예상 밖이었다.
삼형제가 죽었다지만, 지나치게 빠르다.
그녀가 칙서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그렇소. 북부군을 도와 북신을 척결하고 북부를 해방하는 데 우리들의 목숨을 바칠 것이오.”
[그렇다면 지금부터 왕국군은 오로지 나의 지시만을 따라야 할 것이다.]그녀가 투구 속에서 안광을 빛냈다.
이곳은 북부였고, 북부에서 대공의 명령은 칼로스의 국왕보다도 위에 있다.
[북신 공략에서, 그대들은 어떤 가혹한 명령이든 따라야 한다. 맹세하겠느냐?]로마리오는 눈 한번 꿈쩍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 로마리오 소컨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소.”
[대기하라.]그녀가 말머리를 돌렸다.
[제장들과 이야기해 보겠다. 그대들이 보고 없이 들어와 병력을 먹고 재울 곳은 없으니, 근처의 빈 공터에 야영하라.]“기다리고 있겠소.”
* * *
곧장 대공의 회의장에 북부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집결했다.
“대공 각하! 어째서 그들을 빌케노스에 머무르게 둔 겁니까!”
“어허, 놈들을 방심시키고 야습하려는 대공의 깊은 뜻을 어찌 모르는가.”
“어찌 됐던 이대로 외부인들을 방치할 수는 없소!”
회의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대공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시몬이 걱정스럽게 그녀를 보았다.
“대공.”
“난 괜찮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제장들을 돌아보았다.
“제장들에게 묻겠노라.”
모두의 입이 다물어지며 대공을 주시했다.
“우리의 주적은 누구인가.”
“북신입니다!”
“그렇다.”
그녀가 손에 찬 건틀릿 끝으로 의자 팔걸이를 툭툭 두들겼다.
“감정에 휩쓸려 저들을 치라는 의견이 많으나, 저들 2만은 선발대에 불과하다. 저들을 어찌어찌 치운다고 해도 다음엔 왕국의 본군이 올 거다. 5만이고 10만이고 계속 상대해야겠지.”
그녀가 두 손을 깍지꼈다.
“수백 년간의 악연을 종결짓고 북신을 없앨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에, 왕국군 따위의 방해를 받을 수는 없다.”
“하오나 대공!”
왕국군의 등장에 누구보다 극도로 반발했던 가니로 대장군이 몸을 일으켰다.
“잊으셨습니까? 중앙은 늘 우리를 눈엣가시처럼 여겼습니다!”
칼로스의 귀족들은 먼 옛 전설처럼 여겨지는 북신보다, 오히려 북부 대공을 더 두려워했다.
진 아르스칼트가 괜히 인류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국민들에게 있어 그녀의 인기는 국왕을 넘어설 정도였고, 심지어 그녀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었다.
북신이 사라지면 그녀의 주가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틀림없이 무슨 수작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러니 우리의 명령만을 따르라고 못 박지 않았더냐.”
대공이 턱을 괴었다.
“지금 이들을 치는 건 하책이다. 북신과의 결전 전에 왕국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놈들도 급하게 달려오느라 충분한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지. 저들은 내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고, 나는 북신전에서 그들의 병력을 최대한 손실시킬 것이니라.”
“그럼 북신을 잡은 뒤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듣다 못한 한 장군이 소리쳤다.
“삼형제를 잡고 지금의 기회를 잡은 건 우리입니다! 만약 북신을 잡았다고 한들, 외부인 놈들은 프로스트 필드의 권리를 요구할 겁니다! 공을 나눠 가져야겠죠! 분명 그 백작 놈이 군대를 불러들인 걸 겁니다! 프로스트 필드를 나눠 갖는 그런 꼴은……!”
그때 대공이 주먹을 번쩍 들어 올렸다.
꽝!
그녀의 주먹 한 번에 원탁이 갈라졌다. 모든 제장들이 즉시 입을 다물었다.
“머저리 같은 것들.”
그녀의 눈이 서슬 퍼렇게 변했다.
“벌써 북신을 잡은 뒤의 일을 걱정하고 있느냐.”
곳곳에서 꿀떡꿀떡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상대는 천 년 넘게 북부를 괴롭혀 온 언데드다. 원군이 온 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르지. 그들과 손을 잡아도 북신을 잡는 데 힘이 모자랄지도 모른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쓸데없는 건 생각하지 마라. 지금은 어떻게 원군을 써먹고, 어떻게 북신을 잡을지, 그것만 생각해라.”
* * *
회의는 결국 혼란을 거듭하다가 끝났다.
완전히 결론이 내려진 건 아니고, 내일 다시 회의가 열린다는 것 같았다.
‘복잡하다, 진짜.’
시몬은 숙소인 여관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냥 북신과 언데드만 잡으면 끝일 줄 알았는데, 이해관계가 너무 많이 얽혀 있어.’
백작. 그리고 칼로스 왕국까지.
눈앞에 닥친 사람들 잡아먹는 언데드보다, 같은 인간이 더 무서웠다.
시몬은 바람을 쐬며 천천히 걸어서 여관에 도착했다.
덜컥.
여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늘 저녁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바글거려야 할 여관이 텅 비어 있었다.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딱 두 명의 남자가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 안녕! 여기서 이렇게 만나네.”
목덜미와 손목에 문신이 드러나는 남자가 유쾌하게 손을 흔들었다.
“난 크로노스라고 해. 네 선배 격이지!”
그 옆의 까만 피부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전선 사령관 로마리오라고 하네. 잠시 이야기 괜찮겠나.”
시몬은 속으로 쓰게 웃었다.
‘다들 왜 이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