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7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78화
쐐애애애애애애액!
쐐애애애액!
대공의 활 끝에서 검은 죽음이 날아간다.
일격에 수백에 달하는 언데드가 사라지고, 그 너머의 산이 깎인다. 저 멀리 어비스의 언데드 둥지가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압도적인 위용.
그녀의 활대가 당겨질 때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망자들이 가루가 되어 휘날린다. 단신으로 군세를 압도하고 있었다.
[와라, 헤이트.]그녀가 손짓하자 2군단의 관리자인 헤이트가 나타났다. 목 없는 기사는 그녀를 말에 태웠고, 자신의 몸은 변화시켜 광풍의 활을 휘감았다.
기기기기기기기!
변화된 활의 시위가 한계까지 팽팽히 당겨지자, 망령이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녀가 하늘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쏘아 올리자, 눈보라 내리는 회색 구름이 도넛 모양으로 구멍이 뻥 뚫렸다. 이내 하늘에 멍이 든 듯 검은빛이 꿀렁이더니 새까만 화살비가 일제히 쏟아졌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검은 비가 쏟아져 적을 심판하고 있다. 언데드들의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리며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대, 대단해!”
“역시!”
“우리에게는 대공이 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언데드가 된 왕국군의 등장으로 바닥을 기던 북부군의 사기가, 대공의 독주로 단번에 상승했다. 그녀는 말을 타고 질주하며 화살을 난사했다.
‘엄청나네.’
시몬도 그저 입을 벌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뭣들 하느냐!”
대장군 가니로가 소리쳤다.
“언제까지 대공께서 홀로 싸우시도록 내버려 둘 것이냐! 대공의 뒤를 따르라!”
오오오오오오오오!
북부군의 깃발이 나부끼고, 전사들이 저마다 격렬한 고함을 질러대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북부의 해방을 위해!”
“개 같은 새끼들!”
“전부 죽여!”
살벌한 기세로 들이닥친 북부군이 언데드가 된 왕국군을 말 그대로 도륙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기세를 탔다.
“대공.”
대장군 가니로가 대공에게 달려갔다.
“고생하셨습니다. 여기선 저희를 써주십시오. 북신과의 결전에 대비해 힘을 아끼셔야 합니다.”
[알겠다.]그 말에 비로소 대공이 말에서 내렸다. 활과 말의 안장과 갑주가 변모하며 다시 헤이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공세를 멈추지 마라.]“예. 뒤는 저 가니로에게 맡겨주십시오!”
북부군이 전면에 나서고, 2군단과 7군단도 양옆으로 들이닥쳐 왕국군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한바탕 힘을 쏟아부어 적을 꺾어낸 대공은 지휘로 돌아섰다.
[좌홍기를 내려 측면의 공격을 대비하도록 하라. 궁수 부대는 10보 후퇴. 3조의 기수들이 너무 앞서나간다. 발을 맞춰라.]그녀는 북부군을 지휘하면서도, 동시에 사념으로 2군단을 디테일하게 컨트롤하고 있었다. 착착 발을 맞춰가며 적진을 무너뜨려 가는 모습.
시몬도 질 수 없었다.
‘에르제! 물러서서 상대를 거미줄로 유인해. 프린스! 왕관으로 11시 방향의 좀비들을 멈춰줘!’
[네, 군단장님!] [알겠어!]대공과 시몬의 활약으로, 북신이 준비한 새로운 삼형제라는 장벽이 서서히 공략되고 있었다.
그러나.
키이잉-!
키이이이잉!
하늘이 붉어졌다. 언데드의 몸에 불그스름한 기운이 물감처럼 물들며 더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하하하하하!]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대공의 화살에 맞아 너덜너덜해진 크로노스가 다시 나타나 웃고 있었다. 가슴 위로는 좀비의 형상이었지만, 그 아래는 스켈레톤처럼 뼈로 급히 몸을 맞춰서 온 모습이었다.
[너희는 결코 위대한 북신을 이길 수 없다!]하늘에 붉은 달이 연달아 떠올랐다.
크로노스의 특기가 발휘되자 언데드들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전사 한 명이 어렵지 않게 쓰러트리던 언데드들이, 갑자기 전사 셋 넷이 붙어도 이기지 못할 만큼 강력해졌다.
“좀비가 괴물처럼 커졌어!”
“뭐야 저건!”
크로노스의 초광범위 저주. 아군의 언데드를 강화시키는 동시에, 북부군은 약화시키고 있었다.
[이게 ‘첫째’가 된 내 진가다.]하늘에 무수한 달이 떠올랐다.
[나는 절대로 지지 않는 대륙 최강의 군대를 거느릴 것이다!]쐐애애애애애액!
즉각 대공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녀가 하늘에 펼친 붉은 달을 깨트릴 때마다 언데드에 걸린 강화저주도 사라졌다.
[끝까지 나를 방해하는구나! 대공!]크로노스가 다시 달을 펼쳤다.
[흥, 누가 이기나 해보자꾸나.]대공도 웃으며 활을 움직였다.
달을 펼치고, 달을 떨어뜨리는 두 강자의 전투는 극도로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뭘 하는 거냐! 둘째야!]크로노스가 괴성을 터뜨렸다.
[어서 저 여자의 목을 가져오거라!]퍼어어어어어엉!
선두에서 적을 맞서고 있던 북부군 무리에서, 갑자기 분수가 솟구치듯 전사들이 나뒹굴었다.
“음?”
“뭔가 온다!”
두두두두두!
지축을 뒤흔드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목구멍에 팔이 튀어나온 남자가 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앙!
검을 휘두른 방향으로 참격이 가시처럼 솟구치며 전사들이 꿰뚫려 즉사했다.
[죽여줘…… 죽여줘…… 죽여줘……!]언데드가 된 사령관 로마리오였다.
그의 몸 곳곳에 더 많은 팔들을 일어났다. 괴로워하는 로마리오의 감정 상태를 대변하듯, 팔들은 하나같이 비틀리고 꼬인 채 고통스럽게 휘젓고 있었다.
[죽여줘……!]그가 두 손으로 검을 쥐더니 아래로 그었다. 바닥에서 새까만 ‘가시산’이 일어나고 전사들의 몸이 벌집이 되었다.
“커헉!”
“쿨럭!”
전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콰쾅!
로마리오가 말을 탄 채 거칠게 진군했다. 누구도 막지 못했다. 전사들의 창격이나 화살은 몸 곳곳에 자라난 손들이 붙잡아 막아내고 있었다.
“제기랄, 더럽게 강해!”
“왕국군의 사령관이 삼형제가 되다니!”
로마리오가 속도를 올렸다. 그의 목적은 대공기가 있는 방향.
바로 대공이었다.
그가 다가오는 모습을 본 대공 또한, 크로노스에 대한 견제를 멈추고 로마리오에게 활시위를 겨누는 모습이 보였다.
[죽여줘어어어어어!]로마리오가 도달하려는 그때.
까아아아아앙!
벼락같이 뛰어들며 검을 휘두른 남자가 있었다. 얼마나 강력한 일격인지 로마리오의 거체가 말과 함께 밀려났다.
“네 상대는 나다! 로마리오!”
가니로가 눈을 부릅떴다.
[죽여줘! 죽여줘! 죽여줘!]로마리오의 사념상태도 거칠게 날뛰었다.
“대체 그게 무슨 꼴이냐! 로마리오! 꼴사납구나!”
채애애앵!
두 전사가 거칠게 검을 주고받으며 싸웠다.
* * *
“하아, 하아.”
지휘를 하는 시몬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생각보다 적의 숫자가 훨씬 많아!’
언데드가 된 왕국군이 다가 아니었다. 북신도 새로운 지원병력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산맥에서 끝없이 언데드들이 내려온다. 거대한 예티 좀비들과, 스켈레톤까지. 크로노스의 붉은 달에 영향을 받아 훨씬 흉포해지고 빨라졌다.
쐐애애애액!
쐐애애애애애애액!
대공의 화살이 연신 크로노스의 달을 꿰뚫고, 네임드들을 사냥하고 있었지만 적 군세는 끝이 없었다.
그녀의 칠흑은 무한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녀는 2군단을 통제하면서 활을 쏘고 있는 거였다.
‘여유가 있는 우리 군단이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해.’
시몬이 팔을 휘둘렀다.
‘아케뮤스! 북쪽 산맥에서 내려오는 적을 막아줘요!’
[예! 도련님!]‘피어는 우회해서 후방을 부탁해요!’
[크흐흐! 알겠다 소년!]시몬은 각지에서 몰려드는 언데드를 막으면서 왕국군의 포위망을 좁혀나가고 있었다. 북신도 이 전투의 중요성을 알았는지, 본진인 어비스에서까지 더 많은 병력을 보내고 있다.
이 전투가 중요한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삼형제 중 ‘첫째’가 된 크로노스는 상상 이상으로 골치 아픈 적이었고, 절대로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됐다. 지금 여기서 잡아야 한다.
‘내가 직접 갈게!’
힘을 아껴놓으라는 대공의 지시가 있었기에, 피어를 입고 싸우지 않고 지휘에 전념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시몬은 직접 앞으로 뛰쳐나가며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우웅!
우웅!
공중으로 솟구치던 청록빛 칠흑이 시몬이 아공간에서 꺼낸 스켈레톤에 깃들었다. 검이 형광빛으로 일렁이고, 청록빛 망토가 휘날렸다.
‘가자!’
머리 위에 관을 꾹 눌러쓴 시몬이 직접 친위대들을 이끌고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베어 넘겼다.
크로노스의 저주가 계속해서 바뀌는 건지, 언데드의 효과는 계속 달라졌다. 뼈와 살이 튼튼해지기도 하다가 속도가 극도로 빨라지기도 했다.
물론 효과가 일어나는 족족 대공이 화살로 달을 떨어뜨려서 무력화시키고는 있지만 말이다.
[포기를 모르는구나! 대공!]저 멀리서 크로노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막내, 셋째야! 너만 남았다! 드디어 준비가 되었느냐?]“!”
그 말을 들은 시몬이 멈칫했다.
그리고 보니 아직 ‘셋째’가 등장하지 않았다.
‘생각해. 첫째가 크로노스고, 둘째가 로마리오라면, 셋째는 누구지?’
시몬은 입술을 깨물고 주위를 훑었다.
왕국군 중에서 셋째가 될 만한 인물.
빠르게 주위를 살피던 시몬은 순간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역시!’
볼드몬트 백작.
좀비가 된 그가 ‘어어어’하고 멍한 눈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시몬이 입술을 꾹 깨물고 돌진했다.
‘나를 따르라!’
볼드몬트 백작이 셋째일 가능성이 컸다.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지금 없애놔야 했다.
시몬이 뛰어들고, 친위대들이 뒤를 따랐다.
청록빛 검광이 번뜩일 때마다 좀비들의 머리가 숭숭 날아갔다.
-케에에!
-키이이!
마치 셋째를 지키려 하는 듯, 좀비들이 동시에 전면으로 달려오며 시몬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촤아아악!
형광색 검광이 허공에 수없이 그어지며, 좀비들이 고깃조각이 되어 나뒹굴었다.
시몬이 틈을 비집고 도약했다. 공중에서 손에 쥔 친위대의 검을 빙글 고쳐 쥔 뒤.
스릉!
목을 날렸다. 좀비가 된 볼드몬트의 목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잘 가, 볼드몬트 백작.’
시몬은 그렇게 묵념을 빌며 몸을 일으켰다.
툭-
데구르르르.
좀비가 된 볼드몬트 백작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너무…… 쉬운데?’
볼드몬트는.
그냥 흔하디흔한 좀비였다.
셋째가 아니었다.
[아하하.]투욱.
그때 시몬은 자신의 어깨에 손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기척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등줄기에 소름이 쭉 돋는 것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
[오랜만이에요. 시몬.]그 언데드는 아는 얼굴이었다.
긴 머리카락에, 창백한 피부, 곳곳에 할퀴어진 상처.
그리고 큰 키의 여성 좀비.
그녀가 헤픈 미소를 지었다.
스릉!
시몬이 검을 휘둘렀지만, 그녀는 훌쩍 뛰어올라 피했다. 시몬의 팔이 덜덜 떨렸다.
“어째서…… 당신이 있는 거죠?”
시몬이 소리쳤다.
“그레이슨!”
우유장수 그레이슨이 헤픈 미소를 지었다.
[헤헤.]그녀가 두 팔을 벌렸다.
푸드드드드득!
푸드드드득!
그녀의 등 뒤에서 무수한 언데드 새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아무래도 내가 ‘셋째’인 것 같아요.]“……!”
시몬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에 잠시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다잡았다.
‘침착하자.’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냉정을 되찾았다.
‘그레이슨도 왕국군에 있었어.’
이미 벌어져 버린 사태는 되돌릴 수 없다. 문제는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피어.’
[무슨 일이냐? 소년.]시몬이 검을 앞세우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삼형제를 군단의 언데드로 들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