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9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90화
하늘에서, 대공이 힘을 쏟은 최후의 일격이 시몬의 유도에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시몬과 자이로스의 눈에 동시에 불똥이 튀었다.
‘움직여!’
‘움직여!’
시몬은 피어의 본 아머를 디테일하게 컨트롤해서 자신과 자이로스의 몸을 더더욱 단단히 밀착시켰다.
뒤이어 자이로스가 시몬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본 아머 때문에 움직임이 여의치 않았다.
‘외골격 안까지 뼈를 쑤셔 넣다니!’
콰르르르르릉!
이내 어비스의 벽면 한쪽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며, 대공의 검은 화살이 그 흉포한 모습을 드러냈다.
타깃은 자이로스의 코어에 닿은 시몬의 손등.
이대로 화살이 날아오면 손등과 동시에 그의 코어까지 화살에 꿰뚫릴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던 자이로스가 급히 두 팔을 들어 올렸고.
콰아악-!
간신히 검은 화살을 붙들었다.
[크으으!]어마어마한 출력에 화살을 붙든 자이로스의 살갗이 벗겨지고 있었다. 바닥을 디딘 두 다리는 점점 뒤로 밀려 나간다.
딸칵! 딸칵!
이 틈을 타 시몬이 본 아머를 움직여, 바닥에 떨어진 파멸의 대검을 들어 올리려 했다. 자이로스의 시퍼런 눈동자가 바로 눈치챘다.
‘막아라!’
꾸르르르르르륵!
바닥에서 북신의 촉수가 일어나 파멸의 대검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붙잡았다. 동시에 다른 촉수들은 자이로스 자신의 등 뒤에 접촉하게 했다.
꾸드득!
꾸득!
자이로스의 등과 어깨, 팔이 부풀어 오르며 북신의 힘으로 강화되었다. 또 다른 촉수들은 밀려나는 자이로스의 몸을 휘감아 지탱했다.
[크으으으으! 기다려라!]자신의 코어를 꿰뚫으려는 대공의 화살을 붙든 채, 자이로스가 비명처럼 소리 질렀다.
[이 화살의 힘이 다하는 순간, 네놈들을 끝장내 주마!]콰콰콰콰콰콰콰콰콰!
화살이 앞으로 나아가려 거칠게 흔들렸고, 그것을 붙잡은 자이로스의 두 팔도 부서지고 재생하기를 반복했다.
[자이로스. 할 말이 있다.]그때 피어의 두개골이 자이로스의 어깨 위로 올라왔다. 자이로스의 눈동자가 돌아갔다.
[피어……!] [요나는 결코 널 버린 게 아니다. 모종의 사태로 군단이 해체됐고, 너뿐만이 아니라 모든 에이션트 언데드와의 계약이 끊겼다. 알고 있었을 텐데.]상대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요나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자이로스의 눈이 희번덕해졌다.
[계약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요나 님은 내게 명령을 내렸고, 나는 끝까지 그분의 명령을 따랐다! 하지만 요나 님은 어땠지? 내게……!] [자이로스.]피어가 덤덤하게 말했다.
[요나는 북부에 왔었다.]자이로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뭐…… 라고?]* * *
지금으로부터 2주 전.
네프티스의 설득으로, 시몬이 칼로스 북부에 가기로 결정했던 그날 밤.
-그래, 굳이 나를 따로 불러내다니.
네프티스는 조용히 피어를 유적 밖으로 불러냈었다.
-어제 했던 이야기 외에 할 말이 더 남았나?
-응, 알면서. 옛날에 리처드랑 같이 북부에 갔던 거 기억하고 있지?
-그렇다.
피어는 네프티스가 상당히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였다. 시몬을 북부에 보내려는 그녀의 의도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짐작 가는 부분은 하나.
-묻겠다, 여자.
피어는 둘러 말하지 않았다.
-자이로스는 살아 있나?
그 말에 네프티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응?
-자이로스를 회수하게 하려고 소년을 칼로스 북부에 보내려는 속셈이라 생각했다만.
그녀는 큼지막한 눈망울을 깜빡거렸다.
-자이로스라면 그 7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맞지? 북신이랑 싸우다 죽었지 않아? 난 진짜 몰라.
-녀석이 아직 북부에 남아 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피어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그 고지식한 녀석이라면, 명령을 지키겠답시고 계속 북부를 지키고 있을 수도 있지.
-우와아.
네프티스가 재미있다는 듯 입을 벌렸다.
-옛날에 리처드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
-……!
-군단이 해제되고 몇 년 뒤에, 리처드가 북부에 갔었거든.
그랬다.
리처드는 북부에 갔었다.
그것도 모든 네크로맨서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리처드의 생사를 쫓고 있는 가장 위험한 때에.
-리처드는 자이로스가 북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어. 당연히 난 말렸지! 계약에서 해방된 에이션트 언데드가 군단장의 명령을 계속 지킬 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했는데도 리처드는 위험을 감수하고 떠났어.
네프티스는 회한에 잠긴 표정으로 은빛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렇게 몇 년 뒤에야 결과를 보고하더라구.
리처드는 떠돌이 여행자 신분으로 북부에 찾아갔지만, 당시 북부는 전쟁 중이었다. 북신은 건재했고, 전보다 더 맹렬히 빌케노스에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리처드는 빌케노스를 넘어 프로스트 필드까지 가보았지만 그곳에서도 자이로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사용했던 설귀부대의 본진도 텅 비어 있었다.
리처드는 자이로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들어라 자이로스!]피어의 눈이 번뜩였다.
[리처드는, 아니. 요나는 군단이 해체된 뒤에도 널 잊지 않고 있었다!]자이로스의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콰득!
대공의 화살을 붙든 팔에 순간적으로 힘이 빠졌다. 화살이 시몬의 손등 앞에서 간신히 멈춰 섰다.
[크윽! 그런 뻔한 거짓을 내가 믿을 것 같나!] [크흐흐! 거짓을 고하는 쪽은 네 머릿속에서 속삭이고 있는 북신이겠지! 요나가 북부에 왔다는 사실은 감쪽같이 숨겼을 거다!]기다렸다는 듯, 자이로스의 사념으로부터 어두운 목소리가 들렸다.
-적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라, 자이로스. 요나는 널 버렸다.
자이로스의 눈동자가 탁해져 갔다.
-요나를 다시 불러올 가장 쉬운 방법이 눈앞에 있다. 그의 아들을 죽여라!
자이로스가 천천히 시선을 내려,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달라붙은 채 버티고 있는 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을 응시했다.
“아까 내가 내 아버지를 대체할 수 없다고 했지?”
소년은 당돌하게 웃고 있었다.
“증명해 줄게.”
요나처럼 웃은 소년은 눈을 감고 칠흑을 끌어올렸다.
단순히 화살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 힘든 포지션을 잡고, 코어에 손을 올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키이이이이잉!
자이로스의 코어로 시몬의 칠흑이 물밀 듯이 쏟아져 오기 시작했다.
[네놈! 이런 상황에서 군단화를……!]순간 힘이 빠질 뻔한 자이로스가 필사적으로 대공의 화살을 붙잡았다. 잠깐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이 저주스러운 화살은 시몬의 손등을 지나 자신의 코어에 틀어박힐 것이다.
쿠르르르르르르!
자이로스의 코어에서, 시몬의 칠흑과 북신의 칠흑이 서로 뒤엉킨 채 싸웠다.
이때 자이로스는, 자신의 몸으로 들어온 이 검푸른 칠흑이 무척이나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일말의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해.’
시몬이 잠깐 군단화를 정지하고 외쳤다.
[내게 복종하라! 아버지의 에이션트 언데드!] [!]시몬의 절대명령.
자이로스는 순간 무릎이 꺾일 뻔했다. 어마어마한 위엄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요나의 아들.
이제는 저주가 되어 자신을 얽매이고 있는 북부를 지키라는 명령 위에 덧씌워지는, 새로운 명령.
탁해졌던 자이로스의 눈빛이 다시 서서히 돌아온다.
어두운 목소리가 서서히 작아지며 메아리처럼 맴돌고, 붉었던 시야에는 생동감이 돌아온다.
꾸욱.
자이로스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이제 시간이 지나 대공의 화살의 출력이 조금씩 약해지는 게 느껴진다. 자이로스는 화살을 붙든 양손 중에서 한 손을 떼어내 시몬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아!’
시몬의 동공이 흔들렸다.
‘한 손으로도 버틸 수 있었……!’
그러고는 시몬을 옆으로 던져 버렸다. 시몬이 자이로스에게서 떨어져 나가자 대공의 화살 끝도 떨리며 시몬을 따라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콰악!
자이로스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화살에 부딪히게 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맹렬한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시몬의 몸이 대굴대굴 나가떨어졌다.
전신이 쑤시는 것을 느끼며 그가 고개를 들었다.
‘……!’
폭연 속에서 자이로스의 몸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화살은 벽을 박살 낸 채 사라져 가고 있었다.
[요나 님의 아들을, 상처입힐 수는 없지.]자이로스가 검은 피를 흘리며 웃었다. 시몬이 당황하며 몸을 일으켰다.
“자이로스!”
[그리고 요나 님의 마지막 명령.]그가 눈을 감았다.
[북부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북부에 가장 해가 되는 건 북신이다. 즉, 명령에 따라 나는 나 자신을-]그의 몸이 기우뚱했다.
[파괴할 수밖에 없다.]쿵!
몸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자이로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자이로스!”
시몬이 급히 달려왔다. 그의 칠흑이 점점 희미해지는 게 느껴졌다.
자이로스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미안하다, 요나 님의 아들. 그리고.]그의 팔이 하늘을 향해 움직였다.
[요나 님. 명령을 다하지 못하여 송구하…….]투욱-
말은 채 이어지지 못하고, 그의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자이로스의 몸의 색이 하얗게 바래고 있었다.
“정신 차려! 자이로스!”
[소년!]그때 피어가 다가왔다.
[침착해라! 아직 늦지 않았다!]피어는 자이로스를 눕히더니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몸을 갈랐다. 그러곤 갈라진 틈으로 급히 팔을 집어넣었다.
우드득!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이로스의 ‘코어’였다.
코어는 대공의 화살로 약간 손상되어 있었지만, 아직 검은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로 뭘 하려는 거예요?”
[이렇게 된 이상 마지막 수단이다!]피어가 저벅저벅 다가가며 앞을 가리켰다.
북신의 방 끝.
그곳에는 옛 어비스에서 봤을 때보다는 작았지만, 살아 움직이고 있는 진짜 북신이 보였다.
북신의 눈동자가 꾸르륵거리며 돌아가 시몬과 피어를 보았다.
[자이로스는 자신이 북신을 없애고 새로운 북신이 됐다고 여겼지만.]피어가 입꼬리를 올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 녀석에게 농락당했을 뿐이다.]어쩐지 열받은 듯한 웃음이었다.
촤르르르르!
마지막 발악인 듯 북신이 사방의 바닥에서 촉수들을 일으켰다. 그러나 피어는 그저 파멸의 대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없애 버렸다.
[이제 진짜 북신이 탄생할 순간이다 소년!]피어가 안광이 일렁이는 눈으로 시몬을 돌아보며, 자이로스의 코어를 건넸다.
[네게 복종하는 ‘새로운 북신’을 이 자리에 앉히고, 북방의 왕이 되어라!]“…….”
자이로스의 코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몬이, 결심한 듯 그것을 건네받고 북신의 앞으로 다가갔다.
“기꺼이 그렇게 하죠.”
[인간! 인간! 인간 따위가!]그때 북신의 살덩이에서 괴기하게 변조된 듯한 대륙어가 터져 나왔다.
[우리들은 망자다! 우리는 비로소 죽음으로 완전한 존재가 되었다! 불안전하고 흔들리는 생자는 결코 우리를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해!]북신이 발악하듯 살덩이를 뒤흔들었다.
[거기 에이션트 언데드! 피어라고 했나! 네놈 같은 완벽한 존재가 왜 살아 있는 아이에게 복종하는 것이냐! 내 힘을 가져가라! 너와 내가 힘을 합쳐서 이 세상을 죽음으로…… 쿠허어억!]꽈드드드득!
새하얀 파멸의 대검이 북신의 몸을 갈랐다.
“시끄러워.”
시몬이 서늘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검을 쥐지 않은 반대쪽 손에는 자이로스의 코어가 번뜩이고 있었다.
“이 정도로 네 죗값을 치르진 못하겠지만, 아마 많이 아플 거다.”
시몬이 손잡이에 힘을 실었다.
검은 피가 사방으로 비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