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69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698화
시몬은 북부에서 겪은 일들을 세르네에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북부를 해방한 사건의 경과 위주로 설명했는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녀가 눈꼬리를 여우처럼 휘었다.
“중요한 이야기가 빠진 것 같지 않아요? 우리 7군단장님은 왜 2군단장을 만나러 그렇게 멀고 추운 지방까지 갔을까?”
“…….”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듯한 상대에게 더 숨겨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시몬은 사실대로 말했고, 그녀는 비로소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흥미롭네.’
세르네가 주스를 마시며 눈을 감았다.
‘데스랜드에 이어서 프로스트 필드까지 7군단장의 손에. 시몬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을까?’
본래 프로스트 필드는 전략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지역이었다. 현역 군단장인 북부대공이 틀어막고 있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대공과 칼로스 북부는 이제 시몬의 든든한 아군이 되었다.
필요하다면 시몬은 북신을 움직여 프로스트 필드의 병력을 대륙으로 내려보낼 수도 있다. 대공도 기꺼이 길을 비켜주리라.
무의미한 전력이 유의미한 전력이 됐다.
그리고 데스랜드의 군대와 프로스트 필드의 군대. 두 전력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정학적 위치로 사정권에 들어오는 영지.
전략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세력들.
세르네의 머릿속에 빠르게 여러 구도들이 세워졌다가 지워지기를 반복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저 사람만 내 손에 넣는다면.’
그녀가 느슨하게 내려앉은 눈꼬리로 시몬을 보았다. 시몬은 순간, 오한이 몸을 뒤덮는 감각을 느꼈다.
“이제 됐지?”
“네에, 그럼 이제 겁 없이 남의 방에 들어온 변태를 어떻게 처분할까요?”
시몬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약속이 틀리잖아! 이야기해 주면 다 끝내겠다며.”
“어머, 그렇게 말한 기억은 없는데요?”
그녀가 훗 하고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시몬 정도 되는 사람이 두 번씩이나 같은 함정에 걸릴 것 같지도 않고. 특히 내 몸을 본 대가는 왕국 몇 개분 정도는 치러야 값이 맞지 않나?”
“본 적 없어!”
애초에 함정을 판 것도 본인이니 다 가렸으면서.
시몬이 시뻘게진 얼굴로 노려보자 그녀가 쿡쿡 웃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그 대신-”
그녀가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끝을 시몬의 이마를 향해 겨누었다.
“내일모레, 로레인 아크볼드에게는 ‘북신’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숨길 것을 약속해 주세요. 어때요?”
그 말을 들은 시몬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키젠을 견제할 의도라면 어차피 네프티스 님은 다 알고 계실 텐데? 날 보낸 게 네프티스 님이셔.”
“어머, 그런 의도 아닌데요?”
“그럼 이유가 뭔데.”
그녀가 턱을 괴며 미소 지었다.
“자기만족?”
로레인이 모르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
너무나 싼 대가가 아닌가. 세르네는 자신이 내뱉어놓고도 스스로 너무 자비로워졌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대가는 치렀어.”
시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레인에게 따로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
“오.”
세르네가 눈을 깜빡거렸다.
제법이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방법을 아는 걸까?
물론 시몬이 그런 자질구레한 걸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닐 것이다.
신의.
이쪽에 이야기했으니, 저쪽에도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단 거지.
‘달라.’
깃털 박힌 인간들은 저렇게 행동하지 못한다.
인간은 늘 눈앞에 닥친 상황만을 보고 판단해 움직인다. 그렇게 해서 보통이라도 가면 좋으련만, 늘 결정적인 때에 실수를 저지르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세르네는 그냥 깃털로 변수를 제거하는 방법을 택했다.
만약 모든 사람이 시몬 만큼만 생각하고 움직여 줬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그럼 이쪽에서 줄 수 있는 카드를 더해볼까요.”
그녀가 몸을 감싸고 있던 수건 끝을 톡 하고 튕겼다.
“잠깐!”
시몬의 얼굴이 한계까지 벌게졌다.
더 이상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들 수는 없었다.
눈을 질끈 감으며 팔을 뻗었다. 옷에 붙여뒀던 뼈들이 튀어나가 창문을 열었고, 시몬이 몸을 던졌다.
“어머?”
세르네가 창가로 걸어갔다. 탈출에 성공한 시몬이 아래로 떨어지며 소리쳤다.
“내일 수업 때 봐!”
그러고는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훗 하고 콧방귀를 꼈다.
“누굴 닮아서 저렇게 쑥맥일까.”
그녀가 사르륵 수건을 벗어 던졌다. 안에는 그냥 민소매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사뿐하게 걸어간 세르네는 거울을 보며 젖은 머리를 묶고 잘 준비를 했다.
* * *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시몬은 퀭한 눈으로 룸메이트인 토토와 함께 골렘보드를 타고 등교하는 중이었다.
“시몬! 괜찮아?”
뒤에서 시몬을 붙잡고 있던 토토가 고개를 내밀었다.
“컨디션이 나빠 보여. 특별수업이 그렇게 힘들었어?”
“……그게 아니라 어제 잠을 좀 설쳐서.”
어젯밤은 정신없이 바빴다. 세르네의 함정에 빠지기도 했고, 그 직후 피어의 유적에 들어가서 군단의 언데드들을 데려다 놓고, 돌아와서는 교과서 몇 자 보다가 잤다.
꿈에서는 깃털에 포획당한 자신을 덮치려는 세르네가 나왔다.
‘으으, 피곤해.’
그렇게 비몽사몽 한 상태로 골렘보드를 운전하다 보니 수업 장소에 도착했다.
북부에서 돌아와 처음으로 듣는 수업은 아론의 ‘중급 소환학’. 오늘은 거미 언데드인 아라크니아 제작 수행평가가 있었다.
수행평가는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학생 수만큼 테이블이 쫙 진열되어 있었고, 조교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 필요한 재료들을 세팅하고 있었다.
“회자앙!”
도착하자마자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래에서 번쩍 튀어나오는 감귤색 머리카락. 같은 10조의 에슈 아르젤이었다.
시몬도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 에슈.”
“응! 토토도 안뇨옹.”
에슈가 시몬의 등 뒤에 뻘쭘하게 있던 토토에게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귀 끝이 빨개진 토토가 ‘아, 안녕.’하고 어색하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에슈가 다시 시몬 쪽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회장! 복귀일보다 늦었네?”
“그렇게 됐어. 현지 상황이 좀 꼬여서.”
“학과 내에서도 진짜 진짜 시끄러웠어! 에이젤 선배님이 돌아왔더니, 이번엔 시몬이 ‘에이젤’ 되는 게 아닌가 해서 말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시몬이 쓰게 웃었다. 키젠엔 늘 이상한 유행어나 은어들이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져서 골치 아팠다.
“아.”
그때 시몬의 옆으로, 아는 얼굴이 한 명 더 걸어오고 있었다.
전체 5위의 아세라즈 미켈.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눈이 마주친 김에 손을 들고 인사하려고 했는데, 그녀는 못 본 척 차갑게 고개를 돌린 채 걸어가 버렸다.
“저 애는 참.”
에슈가 툴툴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네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알아? 다들 네 이야기를 하면서 걱정하고 있는데, 아세라즈는 대놓고 시몬이 빠지면 순위 하나씩 올라가니까 좋은 거 아니냐고 말하더라고.”
시몬이 쓰게 웃었다.
“뭐 실력만능주의인 키젠이니 그럴 수도 있지.”
“참. 그리고.”
조금 뒤로 물러서 나온 에슈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네가 안 돌아오니 가장 걱정하던 사람은 헥토…….”
“네 입을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에슈 아르젤.”
에슈가 ‘음마야!’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쳤다.
산만한 덩치의 헥토르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파벌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얼굴이 사과처럼 붉게 변한 에슈가 얼른 인사했다.
“아, 아, 안녕. 과대……! 에헤헤.”
헥토르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매정한 눈으로 ‘쯧’ 하고 혀를 찼다.
“!”
차가운 반응에 에슈의 어깨가 떨렸다. 곧바로 그녀의 머리 위에 한 가닥 솟아 있던 머리카락이 시무룩하게 내려갔다.
덩달아 시몬의 뒤에 있던 토토도 어쩐지 시무룩해졌다.
헥토르의 눈이 시몬 쪽으로 향했다.
“어젯밤에 수행평가 준비는 잘했나.”
시몬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거의 못 했어.”
헥토르의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걸렸다.
“자업자득이지. 아무리 네놈이 재능 하나만 믿고 까분다고 해도 이번만큼은 답이 없을…….”
“학생 여러분! 교수님께서 오고 계시니 정렬해 주십시오!”
조교들이 외침에, 자기들끼리 뭉쳐서 떠들던 학생들이 우르르 정렬했다.
그리고 두 명의 조교와 함께 소환학 교수, 아론이 걸어오고 있었다. 오늘도 부스스한 머리에 껄렁한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는 자리에 서서 테이블 앞에 서 있는 학생들을 훑어보다가 시몬을 응시했다.
시몬은 조용히 눈인사를 보냈고, 그 또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예고했던 대로, 오늘은 아라크니아 수행평가를 진행한다. 그동안 인간형이나 동물형 언데드는 쉽게 만들어냈지만, 이런 거미목에 속하는 절지동물 조립은 처음이니 많이 헤매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평가는 평가니까.”
그가 등을 돌렸다.
“군말 말고 수행평가를 시작하겠다.”
찰칵.
그가 손에 든 타이머 시계를 작동시켰다.
“시작해라.”
* * *
그렇게 2시간 뒤.
수행평가 결과물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시몬 폴렌티아.”
시몬이 만든 아라크니아 앞에 선 아론은 다소 황당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A+다.”
오오오오오-!
곳곳에서 학생들의 감탄성이 터져나왔다.
시몬은 멋쩍게 웃으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특별수업으로 따로 수행평가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을 텐데.”
시몬이 땀을 삐질 흘리며 답했다.
“……우, 운이 조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아라크니아 정도야. 지금 군단에서 에르제베트가 만드는 업그레이드 버전 ‘송장거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 1위 시몬 폴렌티아.
– 2위 헥토르 무어.
– 3위 아세라즈 미켈.
– 4위 기네비어 벤너스.
화르르르륵!
저 멀리서 분을 못 이긴 헥토르가 테이블을 걷어차고 재료를 내팽개치며 입에서 불을 뿜는 모습이 보였다. 파벌 학생들이 들러붙어 뜯어말리고 있다.
“위장전술에 속았네, 헥토르.”
“시몬 저 녀석이 공부를 안 해왔을 리가 없지.”
헥토르는 오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고, 실제로도 아세라즈 미켈까지 이겼지만, 하필 딱 복귀한 시몬의 등장으로 1위를 내주고 말았다.
아론은 시몬에게 잠시 보자는 듯 손짓했고, 시몬도 뒤를 따랐다.
“다음 수업도 거미 언데드 관련이다만.”
한적한 곳으로 온 아론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넌 필요가 없을 것 같군. 그 시간에 본 드래곤 수업을 하겠다. 아마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 같은데, 준비는 됐나?”
시몬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다.”
그 뒤로는 담당교수의 상담이 진행되었다.
소환학 공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간단한 근황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3학년의 에이젤 브링어가 돌아왔던데, 학생회장직은 어떻게 하기로 했지?”
“기말고사 전까지는 회장직을 유지하기로 했어요. 기말고사가 끝나고 결투를 하는 걸로요.”
“……그렇군.”
그 말을 들은 아론은 다소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시몬이 눈을 깜빡이며 그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교수님.”
“만약 네가 원한다면.”
아론이 고개를 들었다.
“본 드래곤은 2학기로 미루고 대인 결투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해 줄 수도 있다만.”
“아.”
아론이 이렇게 각별히 신경을 써줄 줄은 몰랐기에 시몬은 살짝 감격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 빙긋 웃었다.
“말씀은 정말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잖아요?”
사실 본 드래곤 제작은 수십 년의 세월을 통째로 꼬라박는 네크로맨서가 있을 만큼 어렵다.
괜히 소환학의 궁극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시몬은 2학년 내로 본 드래곤을 만들겠다고 네프티스와 약속했으니, 1학기가 다 끝나가는 지금 시작해도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네 뜻이 그렇다면 알겠다.”
아론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로 돌아가라.”
“네! 감사합니다!”
* * *
그날 오후.
치익- 칙-
“…….”
저주학 수석조교, 체헤클은 별 해괴한 것 다 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어디 소개팅이라도 나가십니까? 교수님.”
바힐이 커다란 거울을 앞에 두고 향수를 뿌리고 있었다.
복장은 평소보다 훨씬 더 힘을 준 고급 정장에, 구두도 새로 닦은 건지 말끔했다. 머리를 빗으로 한껏 쓸어넘긴 그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럴 리가. 그냥 보충수업 일정입니다.”
“그 보충수업은 수석조교인 제 역할인데요.”
목에 맨 나비 넥타이를 멋들어지게 맨 바힐이 말을 받았다.
“아무리 체헤클이라고 해도 그건 양보할 수 없겠군요.”
‘이 인간은 또 뭘 잘못 처먹었길래 저래.’
정규수업도 아닌 보충수업이다. 교수들 중 열에 아홉은 조교들에게 맡겨놓고 퇴근했고, 바힐 본인도 계속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본인이 맡겠다고?
“나와 시몬 폴렌티아의 1:1 단독 수업.”
거울에서 걸어 나온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무슨 헛소릴 하세요. 이번 특별수업 대상자 중에 교수님 일반 저주학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은 네 명이에요.”
그녀가 바힐의 책상 위에 올려둔 서류를 흔들었다.
“제가 제발 명단이라도 확인 좀 해달라고 말씀드렸죠?”
“아, 그랬습니까?”
바힐이 등을 돌렸다.
“난 범재 따위의 이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미친 새끼.’
이 인간은 또 시몬 폴렌티아의 이름만 기억했던 모양이다.
칙- 칙-
다시 한번 향수를 뿌린 바힐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다른 범재 세 명의 강의는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시몬만 내 강의실로 몰래 데려오도록 하십시오.”
‘……아오!’
체헤클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안주머니의 사직서를 꺼내서 저 웃는 낯에 던져 버리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