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7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0화
“안녕. 그냥 난 없는 사람 치고, 너희들 하던 대로 해.”
로레인은 심플하게 자기소개를 끝내고는, 자리에 앉아 교재를 펼쳤다.
딕, 메이린, 카미바레즈는 노트를 보다가도 슬쩍슬쩍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어떻게 없는 사람 치는데!’
다름 아닌 네프티스의 딸이다. 결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강의실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근데.’
메이린이 시선을 굴렸다.
‘시몬 얘는 어떻게 로레인을 아는 거지?’
메이린은 의문을 품었지만, 조금 생각해 보니 납득했다.
시몬은 네프티스의 직접 추천을 받고 들어온 특례 1번 입학생이었다. 그녀의 딸과 안면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예쁘다…….’
카미바레즈는 순수하게 감탄하는 중이었다.
밤하늘을 바른 듯한 검은 머리카락에, 루비 같은 붉은 눈동자. 그리고 특유의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까지.
키젠의 학생들 중에서도 로레인은 어떤 독보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인맥을 중요시하는 딕은 로레인과 은근히 말을 붙여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녀와 친해질 확률보다, 괜히 이상하게 말실수해서 찍힐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기에 참고 있는 중이었다.
‘공부나 하자.’
사각사각.
조용한 강의실에서 깃펜 소리만 들렸다.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한 분위기가 되었지만, 사실 공부하기는 이쪽 분위기가 더 좋았다.
다들 로레인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에 몰두했다.
“…….”
그때 어떤 부분이 막힌 듯 로레인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캐치한 시몬이 조용히 물었다.
“잘 안 풀려?”
“……응.”
“어디?”
“여기 7번.”
시몬이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오, 그래? 저주학 문제는 메이린이 잘 아는데.”
고개 숙이고 공부에 열중하던 메이린이 얼굴을 확 붉히며 고개를 들었다.
입 모양으로 ‘야! 조용히 해!’ 하고 말하는데, 로레인이 고개를 드는 순간 얼른 입을 다물었다.
시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메이린. 이것 좀 설명해 줄래?”
“……어, 응.”
결국 뻘쭘하게 다가온 메이린이 로레인의 옆에 서서 7번 문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식을 모르니까 풀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설명을 들은 로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식을 대입하면 이렇게.”
공식만 들었을 뿐인데 로레인은 노트에 줄줄 풀이를 써내려 나가고 있었다.
“응, 맞아! 진짜 잘하는데?”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메이린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는 게 이런 뜻일까? 눈이 번쩍 뜨이는 이해력이었다.
“근데 여긴 왜 모든 수치를 약분해서 풀었어?”
“이렇게 하는 방법밖에 몰라서. 틀렸니?”
“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이런 접근도 꽤 인상적인데. 잠깐만…….”
나중에는 오히려 가르치던 메이린 쪽에서 더 흥분했다. 시몬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느긋한 천재…… 같은 느낌인가?’
로레인의 실력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필기에 약하다고는 하는데, 사실 그것도 능력은 충분히 있지만 동기나 흥미를 붙이지는 못하는 느낌. 물론 어디까지나 시몬의 추측이었다.
그렇게 메이린이 스타트를 끊은 뒤로, 딕이나 카미바레즈도 그녀와 한 마디씩 나누었다. 다들 엄청나게 진지하고 무서운 캐릭터라고만 생각했는데, 로레인은 생각보다 살갑게 그들을 대해주었다.
냠.
배가 고팠는지 그녀가 딕이 가져온 과자를 맛보았다. 입맛에 맞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뭐야?”
“로체스트에서 사온 곡물쿠키.”
딕이 얼른 말했다. 로레인은 작게 감탄했다.
“이런 게 있는 줄은 몰랐네.”
“위치 알려줄까?”
분위기가 점점 풀어지기 시작했고, 시몬은 속으로 안도하며 그들의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로레인도 한두 시간 정도 있다가 간다고 말했지만, 생각보다 공부가 잘됐는지 오래 있어주었고 다른 조원들도 부담감을 내려놓고 로레인을 대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 날이 어두워졌다. 관리원이 와서 이제 강의실을 비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들 안녕!”
“오늘 스터디 너무 좋았어요!”
다들 작별인사를 했다. 마음 같아선 저녁에 뒤풀이로 더 놀고 싶었지만, 시험 기간이라 각자 개인공부를 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시몬은 키젠 출구까지 로레인을 데려다주기로 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네.”
로레인이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시몬을 보았다.
“학교생활은 재밌니?”
“최고지.”
시몬이 씩 웃었다.
“그렇게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이 생활이 소중해?”
“응.”
시몬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겉에 로브를 걸친 다음 후드를 썼다. 이내 팔을 펼치자 허공에서 아공간이 드러나더니 그 안에서 멋들어진 해골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이만 가볼게.”
그녀가 키 큰 해골마의 몸통을 손바닥으로 짚더니 한 번에 훌쩍 위로 올라탔다.
시몬이 해골마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자, 해골마가 푸르릉 소리를 내며 시몬의 손바닥을 머리로 쓸었다.
“시몬.”
“응.”
로브 속에서 그녀의 붉은 안광이 빛났다.
“모든 걸 의심하고, 누구도 믿지 마.”
“……?”
그녀는 그 말만 남기고, 해골마의 고삐를 잡아당겨 떠났다.
* * *
시험기간은 그야말로 빛처럼 시간이 흘러갔다.
눈을 떠서 학교에 들어가면 어느새 피곤에 잔뜩 절여진 채 침대에 누워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 주의 중간고사 이슈로 결투평가는 살짝 묻히고, 전 학생이 대대적인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교수들도 결투 때문에 잠시 뒤숭숭했던 학생들의 집중력 각성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시몬은 메이린의 공부법을 채택했다. 필기량을 높이고, 수업 끝나자마자 20분 복습. 틈날 때마다 중요 문제들을 달달 외우고 쉬는 시간에는 기출문제를 풀었다.
‘……이쯤 되면 진짜 체력싸움이구나.’
저번 결투평가 준비로 배운 게 많다. 잠을 줄이긴 했지만, 밤을 새우는 미친 짓은 최대한 피했다. 눈 떠 있는 순간의 1분 1초에 집중했다.
이제는 수업이 끝나면 카페, 도서관, 기숙사 자습실에 가는 게 일상이 됐다.
“으아아! 빨리!”
교내 카페에서 공부하던 도중, 갑자기 딕이 갑자기 목을 매만지는 시늉을 했다.
“빨리 이번 주 좀 지나가라! 으으!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생활이냐?”
옆자리에서 공부하던 시몬이 피식 웃었다.
“거기.”
그때였다. 뒤쪽 창가 석에서 잡지를 뒤적이고 있던 여학생이 딕을 노려보았다.
“다 죽고 싶냐? 조용히 안 해?”
“앗, 아 죄송함다.”
딕이 얼른 꾸벅 고개를 숙였다. 여학생이 짜증스럽게 고개를 홱 돌렸다.
“……뭐야, 그렇게 말할 것까진 없지 않나?”
시몬이 중얼거리자 딕은 얼른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며 ‘쉿 쉿!’을 외쳤다.
“저 사람, 2학년이야.”
이번 주부터 바뀐 게 하나 있다면, 드디어 2학년과 3학년이 키젠에 들어왔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캠퍼스와 기숙사 구간이 학년별로 나누어져 있어서 수업 중에 마주치는 일은 드물었지만, 수업이 끝나고 교내 카페나 도서관에서는 가끔 마주칠 수 있었다.
티는 잘 안 나지만 2학년은 키젠 교복 옷깃에 작게 빨간 표시가 있었고, 3학년은 회색 표시가 있었다.
특히 3학년은 워낙 임무나 실습 등으로 바빠서 마주칠 일이 잘 없었다. 학생회나 클랜 운영도 2학년들 위주로 꾸려진다.
“고학년들은 조심하는 게 좋아.”
딕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키젠 2학년과, 1학년이 가진 권력과 권한은 하늘과 땅 차이야. 괜히 찍혀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
학교생활이 처음인 시몬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두 사람은 다시 시험공부에 몰두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잠을 자든, 책상에 엎드리든, 시몬의 머릿속은 수업시간에 배운 수식과 지식으로 팽팽 돌아가는 것 같았다. 수업 중간중간 코피가 터지는 학생들이 속출했고, 수면 부족으로 수업 중에 책상에 쾅 소리 나게 머리를 박는 학생도 나왔다.
하지만 포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키젠이란 집단에 속한 이상, 목을 죄는 팽팽한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정도의 압박감도 이기지 못하면 학교에서 나가는 게 현명했다.
그렇게 며칠 후, 제인의 초급 흑마법 수업.
“수행평가 시험 시간은 60분입니다.”
중간고사 전주에 조별수업 수행평가가 진행되었다.
시험기간 앞의 수행평가였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번 평가는 중간고사를 대비하기 위한 성향이 짙었다.
조원들끼리 둘러앉아 2미터가 넘는 초대형 시험지를 놓고 풀어가는 수업이었다. 초급 흑마법을 제외한 8개 과목 문제 모두가 이 시험지에 들어 있었다.
‘확실히 조원 네 명 모두 지망과목이 달라야 유리하구나.’
시몬이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망과목이 겹치는 학생들은 아직도 내가 이거 하겠다느니 네가 이거 하라느니 싸우기 바빴다.
“집중!”
조장 메이린이 손가락을 척척 뻗으며 현란하게 지시했다.
“내가 저주학, 카미가 혈류학, 딕이 칠흑역학, 시몬이 소환학이야. 풀다가 모르는 문제 있으면 별표치고 빠르게 넘어가. 헷갈리거나 검산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문제는 세모 표시해. 내가 1번부터 쭉 치고 올라가면서 확인할게. 그리고 자기 지망 문제 다 풀면 바로 카미는 맹독학, 시몬은 마투학, 딕은 신성방어학 커버. 알았지?”
필기시험에서만큼은 메이린의 전력이 절반 이상이었기에, 모두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소환학 문제가 좀 많던데, 믿고 맡겨도 되겠지? 시몬.”
메이린의 말에 시몬이 씩 웃었다.
“당연하지.”
제인이 손목시계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촤르륵!
16개 조가 일제히 시험지 커버를 벗기는 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얼른 소환학 문제를 찾았다.
41번 문제부터 소환학이었다.
41. 다음 중 생식으로 번식하는 언데드를 고르시오. (2점)
➀ 좀비
➁ 스켈레톤
➂ 스펙터
➃ 구울
➄ 리치
‘4번 구울. 언데드면서 유성생식을 하는 특이 케이스. 새끼는 한 달 만에 성체로 성장하고, 부모 개체의 모성애는 없다.’
시몬은 빠르게 4번에 체크를 하고 다음 문제로 내려갔다.
42. 일반좀비에서 광좀비로 변경하려고 할 때, 마법진에 추가할 수 있는 세부 수식으로 옳지 않은 것은?
➀ 구축
➁ 격노
➂ 절규
➃ 광기
➄ 발작
‘5번이 확실해. 일반 좀비 수식에 ‘발작’은 이미 있으니까 중복 수식을 쓸 이유가 없지!’
시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 아는 내용이었고, 잘 풀렸다! 기뻐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렇게 공부가 재밌는 거였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첫 번째 제인의 테스트에서 느꼈던 그 지독한 무력감을.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시몬이 미친 듯이 쭉쭉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저주학 수식 문제를 풀고 내려가고 있던 메이린이 그 모습을 보고 미소 지었다.
‘……흥, 그래도 열심히는 했나 보네.’
조 선정 시간 때, 시몬은 메이린의 소환학 성적을 넘지 못한다면 키젠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 주위에 학생들이 듣고 있긴 했지만, 강제적인 구속력은 없는 발언이었고 당사자인 메이린이 용서한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물론 그냥 용서하진 않을 거고.’
이제 메이린은 시몬이 키젠에서 떠나길 바라지 않았다. 대신 저번 사이클롭스 수행평가 때 진 빚이 있다. 이번에 소환학으로 시몬을 뛰어넘고 그 빚을 해소할 생각이었다.
물론 시몬에게는 그런 사실을 말해주진 않았다. 시몬이 긴장감을 가지고 공부하길 바랐으니까.
“야, 메이린! 칠흑역학 25번 도움!”
갑자기 딕이 끼어들어 소리쳤다.
진지한 표정으로 시몬을 보고 있던 그녀가 단번에 빠직한 표정으로 딕을 돌아보았다.
“모르겠으면 그냥 별표치고 넘어가라고 등신 쪼다야!”
“으으, 안 되겠어! 이 찜찜한 기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문제풀이에도 지장이……!”
“포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