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7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718화
에이젤과 헤어진 시몬은 마지막 결전의 준비를 했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전투적으로 식사를 마치고, 로크섬의 거친 지형을 돌아다니며 러닝을 했다.
이후 돌연변이 동아리 지하실에 들어와 마지막으로 ‘혼돈’의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우우우웅-!
시몬의 손에 자줏빛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크기를 줄여야 해. 더. 더.”
츠스스스-
허공을 움켜쥔 시몬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자, 마법진의 크기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것을 몸 한쪽에 부착했다.
웃통을 벗은 시몬의 상체에는 이미 다양한 혼돈 마법진들이 작동하고 있었다.
“윽!”
시몬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흐릿해졌다. 너무 많은 혼돈 마법진을 몸에 붙인 채 작업하고 있으려니, 이성을 흔드는 효과가 술사인 시몬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시몬은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어떻게든.”
팔을 뒤로 보낸 뒤, 다시 앞으로 끌어당겼다.
촤라라라라락!
시몬의 몸에 붙어 있던 혼돈 마법진들이 허공으로 떨어져나왔다. 그것을 배열하며 하나의 마법진으로 맞춰갔다.
“어떻게든 20분 내로 끊겠어!”
* * *
에이젤도 캠퍼스 훈련장에서 간단한 훈련을 마쳤다.
시험공부로 굳은 몸이나 풀 겸, 이동마법으로 기숙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착해 가볍게 산책을 하고 있는데.
우뚝.
그의 걸음이 멈췄다.
잠시 정적 속에서 올빼미가 우는 소리를 듣고 있던 에이젤은, 눈동자도 굴리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
스르르르-
어두운 나무 그늘 아래에 한 남자가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내 베스트 프랜드, 에이젤.”
저주학과 대표 소타 프쉬케. 그가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에이젤의 앞에 나타났다.
시험기간이 끝난 뒤 다시 만난 그의 감정 상태는 그리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 안에 담긴 감정은 살벌한 뭔가가 들끓고 있었다.
“할 말이 있어 보이는군.”
“할 말? 있지. 아니, 많지.”
소타가 팔을 늘어뜨렸다.
“이건 아니지. 진짜 이건 아니야. 우리 서로 ‘선’은 넘지 않기로 했잖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소타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내일 새벽에 있을 참관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다던데, 사실이야?”
“……자랑하던 그레리엄 가문의 보안도 별거 아니군.”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 줘, 친구야. 응?”
그가 에이젤의 주위를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지금의 널 이 자리에 올려놓기 위해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잖아, 응? 베스트프렌드이자 일등공신인 나는 제쳐놓고, 그 가증스러운 레오나드는 명단에 넣었더라? 음? 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나 너무 뒤통수를 세게 처맞은 기분인데? 이거 아니지? 뭔가 착오가 있었던 거지? 응?”
하아.
길게 한숨을 내뱉은 에이젤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착오가 아니라 사실이다.”
“…….”
“간다.”
그렇게 대꾸한 에이젤이 몇 걸음 떼기 무섭게.
“야 이 X발 찐따 새끼야.”
등 뒤에서 날카로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순간적으로 평정심을 잃은 에이젤의 동공이 흔들렸다.
“하이, 씨. 와나 X발. 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어처구니없다는 듯, 제 얼굴을 마구 쓸어내리며 실소하던 소타가 이내 에이젤을 노려보았다.
“X도 없는 병신 개찐따 새끼가, 친구인 척 굴어주니까 아주 만만하지? 어?”
명백한 혐오와 살의가 피어올랐다.
“니가 전 학교에서 왕따나 당하던 밥버러지라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나한테 이러고 네 위치가 멀쩡하리라 생각해? 내가 아는 것들 전교에 한번 싹 다 까발려 볼까?”
에이젤의 몸이 석상처럼 굳어졌다.
소타는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궁지에 몰아놓은 생쥐를 보는 뱀을 보듯 혓바닥을 놀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게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에이젤. 우리는 완벽한 파트너였잖아.”
이내 분노가 사라지고 끈적거리면서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가 에이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가 띄우고, 네가 증명하고. 이제 키젠 최고의 자리가 우리 눈앞이야.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너도 알잖아? 찐따인 너에게 권위를 만들고 힘을 실어준 건 나야.”
촤락-
그가 느긋한 걸음으로 에이젤의 주변을 한 바퀴 더 돌았다.
“다 같이 잘되자고 하는 일이잖아, 응? 내가 하라는 대로 해서 손해 본 적 있었냐? 내가 원하는 건 네가 키젠 최강이 되는 거랑, 나는 소소하게나마 부회장 자리에서 널 계속 떠받들고 싶을 뿐이야. 내가 헌신한 시간을 생각하…….”
“지금 ‘헌신’이라고 했나.”
에이젤의 악다문 잇새를 비집고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헌신이 아니라 ‘이용’이겠지.”
“에이젤?”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에이젤이 한 걸음 다가왔다.
“2학년 말 학사일정 회의 직전, 내가 판타서스 선배님의 장기임무를 버거워하는 걸 눈치채고, 내 과거 이야기를 소문으로 흘려서 압박한 것.”
저벅.
“3학년 초. 날 장기임무에 보내놓은 장본인이, 내 복귀가 늦어지자 죽었다는 소문을 흘리며 새로운 판을 짜려고 했던 것.”
저벅.
“3학년 초. 내 이름을 팔아서 사령학과를 정치적으로 흔들어놓고 사리에 테니에를 쫓아내고 학과 대표자리에 앉은 것.”
“2학년 2학기, 내 이름을 팔아서 고위귀족들의 펀딩 행사를 열어 막대한 비용을 후원받고 사적인 유흥에 탕진한 것.”
“2학년 1학기, 교내에 영향력 있는 여학우들에게 내가 관심이 있다는 말로 그녀들을 조종하고 마음을 가지고 논 것. 내 영향력을 세우기 위해 차석인 발락과의 라이벌 관계를 인위적으로 꾸미고 유도한 것. 내 이름을 팔아 동아리 지원금을 손에 넣은 것. 학과 일정을 비튼 것. 귀족들의 후원을 압박한 것.”
후우.
말을 마친 에이젤이 긴 숨을 내뱉었다.
“나는 이렇게까지 되는 건 원하지 않았다.”
이마를 드러낸 머리카락이 내려와 눈썹을 지저분하게 덮었다.
“그저 새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었고, 따돌림당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목소리가 바뀌었다. 신발에 바람이 빠져서 키가 쑤욱 내려오며, 소타를 올려다보는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너는 계속해서 내 연기가 위태로워지도록 시련을 던지고,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면서 더 완벽한 내가 되도록 조종했어. 내가 더 완벽해지지 않으면 전처럼 따돌림당할 것처럼 이야기하며 날 조종했어.”
이내 안경을 벗었다.
“나는-”
-에이젤은 에이젤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원래 모습을 더 응원해요.
“이렇게까지 되는 건 원하지 않았어, 소타 프쉬케.”
“…….”
무표정한 얼굴로 에이젤을 내려다보던 소타가 ‘하’ 하고 실소를 머금었다.
“X찐따 새끼가 진짜 뒈질라고.”
그는 느물거리듯 웃으며 에이젤의 파들파들 떨리는 손을 바라보았다.
딱 봐도 겁먹었다.
불량학생들에게 당했던, 과거의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으리라.
아무리 연기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내 베스트 프렌드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맛탱이가 가버렸네. 넌 좀 처맞아서 예전의 과거를 되새길 필요가 있겠어.”
소타가 본색을 드러냈다. 그의 주위로 스피릿이 일어났다.
“넌 만들어진 최강일 뿐이야. 2학년 때나 수석이었지. 사령학과 최강인 내가 1학기를 통째로 날린 찐따에게 질 것 같아?”
에이젤이 파들파들 떨리는 주먹에 꽈악 힘을 주었다. 곳곳에서 광풍이 휘몰아쳤다.
“소타!”
“이 개찐따 새끼가!”
두 강자가 동시에 팔을 들어 올렸다. 거대한 힘이 중앙에서 거칠게 맞부딪혔다.
* * *
칠흑역학과 기숙사 휴게실.
으으음-
한 남학생이 졸린 눈으로 기지개를 쭉 켜고 있었다.
“윽, 돌아오자마자 깜빡 졸았네.”
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시험을 끝내고 기숙사 소파에 눕자마자 뻗어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시끌벅적해야 할 기숙사 로비에는 사람들이 텅 비어 있었다. 전부 시험 끝나자마자 로체스트로 놀러 간 모양.
내일모레면 방학이니 시험이 끝난 해방감을 불태우고 있으리라. 기숙사 측에서도 시험이 끝난 이틀간은 통금 같은 제한을 없애는 등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쿠우우우우웅-!
“우와앗!”
“꺅!”
갑자기 들린 폭음에, 학생과 청소하던 관리원이 놀라서 자리에 엎드렸다. 학생이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들었다.
“? 지진이라도 일어난 건가?”
그가 엉금엉금 기어가 창밖을 보았다.
“……!”
기숙사에서 조금 떨어진 벌판에.
거대한 해골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폭풍이 보였다.
“뭐, 뭐여 저게.”
마치 세상의 종말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 * *
맹독학과 기숙사.
“시험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투박한 금속 마스크로 얼굴을 절반쯤 가린 남자.
키젠 3학년 차석, 발락은 후배들의 인사를 받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가 가고 있는 곳은 지하층. 여러 독극물이 보관되어 있는 맹독학과 기숙사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끔찍한 곳이었다.
“물 뜨끈하게 데펴놨어, 발락.”
방독면을 쓴 3학년이 엄지를 척 세우며 말했다. 발락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뒤 그를 바라보았다.
“!”
3학년은 괜히 제 발 저려서 움찔했다.
괴물의 눈빛. 저런 게 진짜 나랑 동갑인가 싶었다.
“어, 어. 왜 그래? 발락. 뭔가 더 필요한 거라도…….”
금속 마스크 속에서 발락의 입이 열리며 쇠 긁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철컹-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3학년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방방 뛰었다.
저 발락이 내게 안부 인사를 하다니!
당장 술판을 벌어지고 있을 로체스트에 가서 자랑하고 싶은 생각에, 그는 허겁지겁 계단을 올라갔다.
한편 방 앞에서 옷을 탈의한 발락은 스위치를 눌렀다.
치이이이이-
벽면에 진공 마법진이 펼쳐져 있는 곳. 저 안에서 나쁜 가스라도 새어 나오면 학과생 전체가 중독될 우려가 있으니 이런 처리는 당연했다.
이내 각종 처리를 마치고 드디어 안으로 들어갔다.
꿀렁 꿀렁-
거대한 솥 안에 끔찍한 독극물들이 방울진 채로 꿀렁거리고 있었다. 안에는 후끈한 유황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며, 천장은 온갖 유독연기로 가득하다.
신성연방의 프리스트들이 봤다면 지옥불이 실존한다며 난리를 쳤을 광경.
후읍-
그것을 상쾌한 공기 들이마시듯 폐부 깊숙이 들이켠 발락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솥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몸을 기울이고 태연히 눈을 감았다.
잠시 그렇게 몸을 데우고 있는 그때.
[냄새가 나는군.]눈을 감고 맹독탕을 즐기던 발락이 가만히 중얼거렸다.
[패배자의 냄새가.]잠시 아무도 없는 맹독의 공간에서 스르르 하고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역시 네 눈은 못 속이겠다니까.]혼령으로 이루어진 한 소년이 빙글빙글 웃었다.
[아하하! 내 동기 발락! 잘 있었어?] […….]사령학과 대표, 소타 프쉬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냐는 물음도 없이, 발락은 조용히 그의 상태를 살폈다.
혼령화의 형태는 본래 몸 상태를 그대로 옮겨온다.
그리고 지금 소타 프쉬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특히 몸 곳곳에 갈라지고 찢어진 듯한 상처가 보인다.
[에이젤이 많이 봐줬군.]소타의 웃는 얼굴에서 눈썹이 꿈틀했다.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발락이 눈을 감았다.
[본체를 찾아 산 채로 녹이기 전에 꺼져라.]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찾아왔어.] [셋.]다짜고짜 숫자부터 세는 발락이었다.
독극물 속에서 우락부락한 팔이 들어 올려졌다.
[잠깐! 잠깐만! 너도 들으면 손해 볼 것 없는……!] [둘.]이내 마지막 숫자를 세려는 발락의 앞으로.
[에이젤에 관련된 이야기야!]소타가 다급히 소리쳤다.
그제야 발락이 입이 다물고 흉흉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됐군.’
긴장한 소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